[철우 스님의 계율칼럼] 꽃다발 쓰거나, 향 바르지 말라 ②
‘분소의’ 강조 교만심 끊기 위한 방편
고급 승복 선호는 부처님 뜻에 어긋나
기사등록일 [2009년 10월 13일 13:03 화요일]
주굉 스님은 “중국 하(夏)나라 우(禹)라는 임금은 고운 천이 아닌 거친 천의 옷을 입었고, 한 나라의 공손홍(公孫弘)이라는 사람은 이불을 삼베로 만들어 덮었다. 왕과 대신들이 누릴 수 있는 사치임에도 불구하고 마땅히 하지 않았다.
수행하는 사람으로서 어찌 화려한 사치를 탐하랴. 괴색으로 옷을 만들고 누더기로 몸을 가리 우는 것이 진실로 마땅하다. 옛날 유명한 스님들도 신발 한 켤레를 30년 동안이나 신으셨거늘, 하물며 우리 같은 평범한 수행승이 어찌 경계하지 아니하랴”고 했다.
괴색(壞色)이라는 것은 정색(正色)으로 물들이지 아니하고, 다섯 가지 색을 섞어 물들인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뜻이 담겨 있다. 첫째는 다섯 가지 색을 괴색이라 하여 속복(俗服)과 달리한 것이오. 둘째는 탐애(貪愛)하는 마음을 무너뜨려 도와 더불어 상응(相應)하는 것이다. 또한 가사를 ‘괴색(壞色)’이라고도 하고, 또 검게 물들인 색이라고도 한다.
분소의(糞掃衣:가사가 만들어지기 전에 옷. 누더기)는 율장에 이르기를 “질(質)이 천한 것, 색이 천한 것, 조각이 나서 옷감으로 쓰기 어려운 것이다. 세속 사람들이 버리고 쓰지 않는 물건으로 분소와 같기 때문이다. 비구들이 천을 주워 세탁하여 가사 색으로 물들이고 꿰매어 삼의를 만들고, 몸을 가리고 만족할 줄 알아 힘써 도에 정진하며, 명예를 구하는 마음을 쉬고, 교만 방자한 생각을 끊게 하기 때문이다”고 했다.
옛날 어떤 비구가 분소의를 가지고 강에 나가 세탁을 했다. 제천(諸天)이 그 물로 자신을 씻으면서도 더러워 하지 않더니, 외도(外道)가 깨끗한 모직을 가지고 와서 세탁을 하려고하자 제천(諸天)이 급히 말리며 ‘물을 더럽히지 말라’고 했다. 그 뜻은 덕을 중히 여김이요, 물건을 중하게 여기지 않음이다.
분소의를 입은 비구들의 모습은 몸속에 도(道)는 어떤 모습일지 모르나 분소의를 입은 비구들의 겉모습은 상상만 해도 알 수 있다. 부처님은 제자들의 이런 모습을 오랫동안 고뇌했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달 밝은 밤 경행을 하시다가 찰랑찰랑 물이 차 있는 논들을 보셨다. 그리고 아난을 불러 말씀하셨다. “너는 이 복전(福田)을 보고 비구들의 옷을 만들어라. 그리고 옷의 이름을‘가사’라 하라.” 이것이 부처님의 숙제를 풀게 해준 가사가 만들어진 연기(緣起)이다.
부처님을 사랑하고 가르침을 존경하고 부처님을 참으로 믿는다면 그 모양이 어떻든 입고 싶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우리는 부처님의 이 진실한 마음을 외면하고 날로 승복의 모양을 바꾸고 있다. 모양은 달라도 색깔만 같으면 된다는 사고방식으로 고급 승복을 입는 것은 부처님의 뜻을 외면하는 일이다. 조계사의 골목을 들어 갈 때는 속인이었는데, 나올 때는 깨끗한 수행자가 되어 골목을 나오는 사람을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중 옷은 모양이나 재질에 있는 것이 아니다. 떨어진 누더기이라도 그 옷을 입을 수 있는 수행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그 옷을 입은 이를 보면 자연히 고개 숙여지는 도인을 기르는 옷이어야 한다. 유니폼으로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 『대보살장경(大菩薩藏經)』에 이르되, “만약 꽃다발 걸고 향수를 바르는 것에 맛 들이면 이것은 뜨거운 쇠로 만든 꽃다발에 맛 들이는 것과 같음이요, 이는 똥오줌을 몸에 바르는 것에 맛들임과 같다”고 했다.
철우 스님 파계사 영산율원 율주
출처 : 무인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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