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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날씨가 많이 풀렸다.
요즘 캐나다 벤쿠버에서는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어 우리의 눈과 귀는 온통 벤쿠버로 향하고 있다.
특히 오늘은 우리나라 특기종목인 쇼트트랙이 있는 날이어서 등산과 TV 시청을 놓고 한 동안 갈등을 빚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등산준비를 마치고 어둑한 밖으로 뛰쳐 나온다.
원룸 밖에 주차해 놓은 자동차로 다가서니 앞유리창에 내린 서리가 밤새 추위로 꽁꽁얼어 붙었다.
시동을 걸고나서 주걱을 꺼내 얼어붙은 서리를 박박 끍어내고 시야을 튼 다음 골목길을 빠져나왔으나
큰 길로 나서자마자 얼었던 앞유리가 이내 뿌옇게 다시 얼면서 앞이 안 보인다. 젠장...
간신히 길가에 차를 세우고 다시 주걱을 꺼내든다.
오산역에선 두대의 창진관광버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출발 예정시간인 7시가 지나가지만 채워지지 않은 인원때문일까, 15분이 지난 아침 7시 15분이 되서야 출발한다.
오산톨게이트를 지난 경부고속도로 위로 서서히 먼동이 튼다.
두대의 버스 중 내가 탄 버스는 2호차다.
주병환 총무가 마이크를 잡고 "김치관 회장은 1호차에 타고 있어서 휴게소에 가서나 인사를 할 것"이라며
오늘의 행사를 빛내기 위한 협찬자 소개부터 한다.
7시50분 경부고속도로 망향휴게소에 도착해 잠시 머물며 아침도 먹고 차도 마시고 담배도 피운다.
산행지가 가까운 거리라서 그런지 휴게소에 오래 머물면서도 여유가 있다.
이런 게 다 넉넉함에서 오는 것인가 보다.
버스가 출발하자 2호차로 갈아 탄 김치관 회장께서 마이크를 잡고 인삿말을 한다.
이어 오석기 등반대장께서
"어사 박문수는 유능한 정치가일 뿐만 아니라 풍수지리에도 밝아 안전산행을 바라는 시산제의 장소로 은석산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시산제는 우리 산악회 뿐 아니라 가정의 안녕을 함께 바라는 것"이라고 시산제의 의미를 부여하는 말씀을 한다.
표정들이 진지하고 차분하다.
경부고속도로 목천나들목으로 빠져나온 버스는 8시 54분, 충남 천안시 북면 은지리 마을 입구에 우리를 내려 놓는다.
은석산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기념촬영이 끝나자 은석산을 향해 곧 출발한다.
마을 어귀에 있는 느티나무. 나이가 500년이라고 하는 노거수(老巨樹)다.
마을 끝 몇 걸음을 옮기니 어사 박문수의 기념비가 서 있다. 그런데 뒷 배경이 좀...
고령 박씨 재실로 향하는 중간에 어사 박문수의 유적지임을 알리는 자그마한 비석이 서있다.
어사 박문수의 집안인 고령 박씨 종중의 재실이다.
이 건물은 1932년에 세운 것으로 이곳에는 1990년에 지은 박문수를 제향하는 충헌사(忠憲祠)와 1993년에 세운 총헌공 박문수 유물관이 있다.
충헌사에는 보물 제1189호로 지정된 박문수 어사 영정이 있고, 유물전시관에는 고령 박씨 종가의 일괄 유물로 박문수의 교지를 비롯하여
수부정기(繡斧程記), 연보(年譜), 교지(敎旨), 마패(馬牌), 전적(典籍)류 등의 유품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 관계 상 겉만 보고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어서 몹시 아쉽다.
옆에서 본 박씨 재실이다. 찬 서리에 대나무도 누렇게 퇴색했다.
전경득 고문께서 "대나무가 마르면 집안이 망하더라"고 한다. 물론 저것을 두고 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뒷쪽에서 본 고령 박씨 재실이다.
이제 등산로로 접어들었다.
바위틈으로 흐르는 물도 봄맞이하느라 졸졸졸 소리를 낸다.
등산로에는 엊그제 내린 눈이 그대로 남아있다.
이런 맛으로 여기까지 온 게 아닌가.
미끄러질까 봐 조심조심...
어느새 은석사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 건물은 2009년애 새로지은 건물이다.
예전 은석사는 일반가정과 같았는데 건물이 낡고 붕괴위험이 있어 총 4억5000만원을 들여 새로 지었다고 한다.
그래서 옛 건물을 스크랩해왔다.
옛 은석사 보광전 모습이다.
은석산에 위치한 이 사찰은 신라 문무왕 때의 고승 원효대사가 창건하였다고 전하나 확실치 않고
창건 당시에는 큰 사찰이었으나 세월이 흐름에 따라 수차 개수하면서 옛날의 모습은 사라지고 작은
사찰로 변했으며, 옛날부터 시인 묵객들이 많이 모여 시와 문장을 연마했던 사찰로 유명하다.
신증족국여지승람 권16에 전하는 은석사(銀石寺)는 은석사(恩石寺)와 동일한 사찰일 가능성이
높으며 초석 및 와현 등으로 보아 1530년 이전에 건립된 사찰로 추정된다고 적혀있다.
은석사측은 새 건물를 계기로 기대가 크다.
새로 복원된 은석사를 중심으로 몇 년째 해오는 진달래 축제와 함께 금년부터는 산사음악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또한 박문수 어사묘의 관광객 행렬도 해마다 늘 것으로 전망하며 은석사 부흥의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목조여래좌불상.
조선후기 불상 조성양식의 한 예를 잘 보여주고 있으며 보존상태도 양호하여 조선후기 불료미술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이다.
아미타극락도.
목조여래좌상의 후불탱화로 부분적으로 변색되었고 군데 군데 훼손이 심한 상태이다.
1861년에 제작된 것과 태화산 마곡사 부용암에 봉안되었던 것을 옮겨 온 것임을 알 수 있으나 화원의 이름 등은 훼손이 심해 알 수 없다.
수 많은 시인 묵객들이 사색하고 고뇌하던 자리가 바로 여기 아니겠는가.
은석사 감로수다. 수량이 풍부하다.
감로수 바로 건너편에 해우소가 있다. 채움과 비움이란 결국 하나인 것을...
은석사를 나와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은석사에서 박문수 묘로 오르는 산길에는 통나무를 깍아 새 계단을 만들었다.
박문수 묘.
조선 영조 때 청백리이며 암행어사로 많은 이야기를 남긴 박문수의 묘이다.
박문수는 문과에 급제한 후 관료생활 가운데 특히 암행어사로 활약한 일이 유명하고,
어영대장(御瑩大將)과 우참찬(右參贊)을 지냈다. 그리고 세무행정과 군사행정에 기여한 공로가 많았다.
사후에 충헌(忠憲)의 시호(諡號)가 내려졌다.
묘 앞에는 화강석으로 된 무신석(武臣石) 두개와 상석(床石), 오른쪽 정면에 묘비가 있다.
묘비는 박문수 사후 61년후인 1816년에 세웠다.
어느 현명한 분께서 가지고 온 과일과 술을 부어 상석(床石)에 올리고
우리 모두 경건한 마음으로 묵념을 한다.
주변 곳곳에 술을 나눠 붓고
제사음식이라 음복을 한다.
오전 10시 6분, 드디어 455m의 은석산 정상에 도착했다.
하산(下山)길은 눈길이어서 모두 아이젠을 꺼내 신었다.
곳곳에 밧줄을 묶어 산행을 돕고 있다. 어디쯤엔가 개목고개가 있다고 했는데 아는 사람이 없다.
이제 눈길이 끝나고 말끔히 다듬어진 넓은 길이다. 아이젠을 풀어 배장에 집어넣는다.
뽕잎을 우려낸 거라며 따끈한 보온병에 간직했던 차를 꺼낸다.
성민대학교라고 한다. 아마도 지금 한창 건설중에 있는 가 보다.
오전 11시, 성민대학교 정문에 도착하니 우리가 타고 왔고, 타고 갈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성민대학교 옆으로는 백석대학교 부속시설인 백석연수원이 있다.
시산제 장소는 바로 저 표지판 오른쪽으로 들어간다.
최효숙 운영실장과 주병환 행정실장 등이 제삿상을 차려 놓고 우리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허허 왜들 이리 안와...........
드디어 시산제가 시작됨을 알린다.
모두 경건한 마음으로 자리에 섰다.
정성껏 술을 따라
산신께 올린다. 돼지도 흐뭇하게 웃는다.
ㄱ김치관 회장께서
다른 산악회에서 오신 회장님들을 한 분 한 분 소개할 때마다
모두 박수로 환영한다.
식순에 의해 국기에 대한 경례
오석기 등반대장의 산악인의 선서가 있고
이어서 공로패 증정
이동수 사무국장의 연혁보고에 이어
김치관 회장께서 인삿말을 한다.
추명근 연합회장께서 축사가 있고
시산제가 시작되었다.
정성껏 잔에 술을 따라
강신(降神)을 하고
절을 하면 모두 같이 엎드려 삼배(三拜)를 한다.
이동수 사무국장이 축문(祝文)을 읽고나서
절을 할 때도 모두 함께 절을 한다.
김치관 회장이 초헌에 이어
김성훈 부회장이 아헌을 하고
박창규 고문께서 종헌을 한다.
지금부터는 자유롭게 잔을 올리며 안전산행을 소원하는 시간이다.
음복도 빼 놓을 수 없다.
뒤늦게 합류한 연합회장 사모님.
이윽고 마지막으로 모두가 엎드려 합동으로 배례를 한다.
축문을 소지(燒紙)하고 나서 시산제는 끝을 마쳤다.
시산제를 마치고 점심식사 장소인 병천순댓국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마침 벤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결승전이라 눈은 모두 TV로 향해 있다.
금메달이다!
김치관 회장이 건배제의에 모두 잔을 높이 들었다.
병천거리 모습
이젠 순댓국으로 유명해졌지만, 병천은 유관순 열사가 태어난곳이기도 하다.
3.1운동의 발상지였던 이 아우내시장.
그때의 함성은 오 간데 없고 이젠 많은 장삿꾼들의 외침속에 하루가 시작되고 하루가 저문다.
풀빵장수
마침 장날이라 풀빵장수도 물을 만났다
아우내시장 안에 있는 뻥튀기가게
도시 어린이도 저런 장남감을 갖고 놀까...
시골시장에서 파 배추는 기본이다.
낫갈이 하는 장수도 한 몫을 한다.
점심을 끝내고 각원사 절 구경에 나섰다.
대한불교조계종 각원사는 남북통일을 기원하기 위해 불교신도들과 많은 사람들의 정성어린 성금으로
1977년 5월 9일 이곳 태조산 중봉에 봉안되었다고 한다.
종각이다. 규모가 크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부처님을 모시고 있는 대웅전도 그 규모가 엄청나게 크다.
모셔져 있는 부처님도 저렇게 큰가 궁금해진다. 그러나 일행이 있어서 들여다 보지 못했다.
감로수통 위로 얼음이 둥둥 떠 있다. 그런데 물이 너무 쬐끔씩 나온다.
청동아미타불좌상으로 올라가는 길목이다. 기왓장에 이름을 새겨넣고 서원을 한다.
청동아미타불좌상
동양 최대의 불좌상으로 남북통일을 기원하며 조성, 높이 12m, 둘레 30m, 무게 60t이 된다고 한다.
좌불상 앞에 있는 촛대들. 촛불을 밝힘이 곧 마음을 밝힘이리라...
각원사를 나와 마지막 코스인 노래방으로...
오 예! 이제 모든 행사가 종착역을 향해 달리고 있다.
노래방을 나오고서야 오늘의 행사가 막을 내렸다.
시산제에 이어 각원사 순례와 노래방까지 여러 일정 속에서도 여유를 가졌던 하루였다.
적절하게 사용하고 남은 시간을 덤으로 즐긴 셈이다.
아마 산행과 시산제를 빼고는 각본에 없었을 것이다.
순간순간마다 많은 우리들을 지루하지 않게 하기위해 스텝들은 얼마나 애썼을꼬...
오늘의 행사를 위해 애써주신 집행부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201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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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닉네임 만큼 멋지십니다..... 담부턴 버스안에선 멋쟁이님을 조심해야할듯...언제 찍힐지....
멋진 후기 잘보고갑니다....감사합니다...^^*
솔님 반가웠어요. 자주 뵙게되길 바래요...
역시나 멋지십니다..우리멋쟁이님..산행후기 감명깊게 잘보았습니다..감사..감사.........
에구 화면이 너무 많아 좀...
정말 대단하세여....사진이며 글이며...게다가 노래솜씨까지....담엔 또 어떤걸로 저희를 놀래주시려는지ㅎㅎ.....잘보고 잘읽고 갑니다^^*
부끄부끄...미실님 앞에만 서면 왜 나는 작아지는지...
같은 하루를 보냈는데 느낌은 왜 이리 차이가 나는지...다시금 소중한 하루였음을 확인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머털님 공로상 축하해요. 사랑합니다.
뒤 부문을 보고 연합회에 올린 큰 불상에 대한 의문점이 풀렸습니다. 좋은 시간을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 주셔서 나중에 큰 보물로 남을 것입니다. 멋쟁이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쑥스럽습니다. 워낙 들른 곳이 많은 데 비해 부실해서 기록이 될런지 모르겠어요..
감사드립니다. 시산제의 바램들이 고스란히 삶의 밑거름이 되길 소원합니다.
"산악인 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라는 말 감명깊었어요.
멋쟁이님 정말 감사합니다. 좋은 추억 기리기리 간직되리라 믿읍니다.....
다 회장님 애쓴 보람이죠.
바빠서 이제서야 휴기를 보았습니다..감명깁게 잘 보았습니다 감사함니다....
순이님 공로상 축하해요. 감사합니다.
저도 바빠서 시산제 사진 이제야 보고 갑니다. 수고 많으셨네요~ 근데, 머털이가 오산산악회에 뭔 공로를 했다고 공로상을 줬데요? 웃겨....
예쁜님 오시기를 을메나 기다렸는지 아세요? 앞으론 바빠서 못 온다고 핑계대기 없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