昔我宗家 累經危孤之日 非公之至誠仁睦 安能保宗家今日之門戶 非公之壽而永年 又豈見他日 門戶之成立乎 是公之保宗誠心 乃徹于天 而降此遐齡 以享來頭之無窮福也
옛 우리 宗家는 위험하고도 어려운 무수한 날을 겪었으나, 公께서 至誠으로 이웃들에게 仁厚(인후)한 親睦(친목)이 아니었다면 어찌 지금의 宗家를 보전할 수 있었으며, 公께서 오랫동안 長壽하시지 않으셨다면 또 어찌 어느 날에나 집안을 이룰 수 있겠는가? 이는 公께서 宗家를 보전하려는 誠實한 마음이 하늘에서 닿아서 이처럼 오래 사시는 복을 받아 누리시니, 무궁한 복 때문이리니.
※來頭: 경력. 이력. 내력. 유래, 까닭. 이유. 연유. (밀려오는) 기세.
余亦過此慶節於癸巳十月 而尊堂在重服之製 余在憂苦 彌重之罪 未敢慶喜 而虛度 是辰後亦由故未遂 而到此日矣 聞人此設 每自慚恧焉
나 역시 癸巳년(1893) 시월 이런 경사스러운 날(生父 遠厚公의 回甲日)이 지났는데, 부친께서는 大功의 服中이셨다. 내가 重罪로 오래도록 근심하고 괴로워, 감히 기뻐하지 못하고 헛되이 보냈다. 그날(1893년) 이후 역시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오늘에 이르렀다. 다른 이들이 이렇게 잔치를 연다는 얘기를 들으면 늘 스스로 부끄럽고 괴로웠다.
※尊堂: 相對方을 높여 그의 父母를 이르는 말인데, 여기서는 작가의 부친을 뜻함. 重服: 상례의 복제에서 大功 이상의 복. 重制. 彌미륵(彌勒) 미, 두루, 널리, 더욱, 멀리, 다하다, 극에 다다르다, 드리우다(한쪽이 위에 고정된 천이나 줄 따위가 아래로 늘어지다), 늘어뜨리다, 얽히다, 휘감기다, 걸리다, ~동안 繼續되다. 虛度: 하는 일 없이 시간을 헛되이 보냄. 慙恧: 慙愧의 변한 말. 慙愧: 부끄러워하며 괴로워함. 恧부끄러울 뉵
※1893년은 生父 遠厚公(1833-1901)의 回甲인데, 遠厚公의 妻, 端人 鎭川宋氏가 2월에 돌아가심.(端人: 조선 태조 5년(1396) 5월에 문무관의 正妻에 대한 封爵制가 정해질 때 參外官(7품 이하)의 처에 대한 작호를 모두 孺人으로 정하였던 것을 뒤에 정·종7품 문무관의 처에 대한 작호가 安人으로 정해지면서 정·종8품 문무관의 처에 대한 작호를 端人으로 別定하였음.)
※大功은 五服의 하나이며, 고운 누인 베로 지음. 大功親의 喪事에 9개월 동안 입는 服制이며, 종형제, 종자매, 衆孫 등 4촌간에 입는 상복이다. 대공, 소공에서 말하는 공은 삼베의 거친 정도를 뜻함.
今適有事 未克進叅 於上壽之列 只將無倫之語文 拜叙衷曲 且以四韻稿呈(詩見上)
오늘 마침 일이 있어 잔치에 가서 술잔을 올리는 반열에는 나가지 못하나 다만, 순서 없는 글을 지어, 간절하고도 애틋한 심정으로 절을 올리며, 四韻의 글[爲三從叔叩韻 推定]을 올립니다.
※未克: 아직 …할 수가 없다. 上壽: 장수를 바라는 뜻으로 술잔을 올리는 것. 獻壽. 衷曲(心曲): 懇切하고 애틋한 마음속. 詩는 詩篇 41面에 있는 詩로 推定. 無倫: 짝이 없다. 견줄 대상이 없을 만큼 뛰어나다. 脊등성마루 척
※無倫無脊하다: 일이 뒤범벅이 되어 순서가 없다. 차례나 條理가 없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