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 ,
모린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길 건너편 노점들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노점 가판대 위에는 신상품과 중고품이 쌓여 있었고 ,
대부분의 가판대에는 주인이 없었다.
주인들은 옆 사람들과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
그들은 물건을 파는 것 보다 수다를 떠는 일에서 더 큰 즐거움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새넌과 브리짓은 색색의 머리핀과 리본 , 그리고 베레모가 있는 가판대로 모린을 끌어 당겼다.
아이들이 물건을 고르는 동안 , 모린은 기꺼이 그들을 기다려 주었다.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아란 스웨터를 입고 있었는데 , 적당히 빈티지하면서도 따듯해 보였다.
나는 모린에게 다가가 그 스웨터를 어디에서 살 수 있는지 물었다.
'' 여기 시장에서는 구할 수 없어요.
백화점에 가셔야 해요. ''
그녀가 대답했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 다시 말했다.
'' 길 아래 머피네에 가면 스웨터를 팔 거예요. ''
그녀는 내 오른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그녀가 알려준 방향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지 않아 , 오래된 나무 외관의 가게 앞에 도착했다.
가게 창문 위에는 검은색과 금색으로 ` 머피네 ` 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나는 문을 열고 , 노란 조명 빛이 가득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아이고 , 맙소사 ,
가게 주인은 형광등이라는 게 있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는 건가 싶었다.
가게 한 가운데의 카운터 위에는 낡은 계산대가 있었다.
그 뒤로 젊은 여성이 나를 바라 보면서 웃고 있었다.
아일랜드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나를 영락없는 아일랜드 인으로 인식한다.
나의 아일랜드 악센트 , 붉은 머리카락 , 반짝거리는 눈빛 때문이다.
거기에 나는 친구들 말대로 좋게 표현하자면 ` 전염성 강한 웃음 소리 ` 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가게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딱 봐도 내가 외국인인 것을 알 것이었다.
계산대 뒤의 젊은 여성이 밖으로 나와 , 사랑스럽고 경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 도와드릴까요 , 손님 ? ''
'' 네 , 저는 아란 스웨터를 찾고 있어요. ''
'' 수제 스웨터요 ? ''
그녀가 되물었다.
'' 네 ... ''
나는 그것이 한국 제품 보다 얼마나 더 비쌀지 궁금해하면서 대답했다.
그녀는 나를 가게 안쪽으로 안내했는데 ,
그 곳의 나무 선반에는 온갖 종류의 아란 스웨터가 차곡 차곡 정리되어 있었다.
그녀는 눈대중으로 내 치수를 짐작해보더니 , 두 번째 선반에서 스웨터 하나를 꺼내어 나에게 건네 주었다.
'' 이 스웨터가 딱 맞으실 거예요. ''
나는 머리 위로 스웨터를 당겨 입어 보았다.
맞춤옷처럼 잘 맞았다.
팔 기장은 남는 부분 없이 딱 떨어졌고 , 허리 품도 적당했다.
'' 너무 작은 것 같진 않나요 ? ''
나는 이미 울 스웨터의 포근함에 빠진 상태로 물었다.
'' 아니요.
안에 입고 있는 옷을 벗으면 완벽하게 잘 맞을 거예요. ''
그녀가 대답했다.
'' 안에 입은 옷을 벗으면 추울 것 같아요. ''
나는 언덕 위에 불던 매서운 바람을 떠올리면서 대답했다.
'' 아란 스웨터를 입으면 춥지 않을 거예요. ''
그녀는 미소 띤 얼굴로 스웨터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 이 옷은 아주 따듯한 데다가 , 물에 잘 젖지도 않아요.
설령 물에 젖는다고 하더라도 계속 따듯하답니다. ''
나는 이 스웨터를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 가격을 물어 보았다.
'' 55 파운드 입니다. ''
그녀가 대답했다.
내가 깜짝 놀라 그녀를 쳐다보자 , 그녀는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
'' 스웨터의 패턴이 다 다르고 독특하거든요. ''
그녀는 선반 위에 있던 스웨터를 더 꺼내어 다른 패턴의 스웨터들도 보여 주었다.
그녀 말에 따르면 , 스웨터의 다양한 매듭 패턴들은 어부들이 사용하던 매듭에서 착안한 것인데 ,
각각의 매듭에는 이름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각각의 가문마다 고유한 패턴이 있어서 누군가가 바다에서 실종되면
스웨터의 패턴을 보고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고도 했다.
'' 이 스웨터로 할게요. ''
나는 얼른 지갑에서 돈을 꺼내며 말했다.
그녀는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며 , 포장한 물건을 건넸다.
스웨터를 하나 사고 나니 조용한 오두막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번잡한 거리로 나와 빠른 걸음으로 시장을 향해 걸어갔다.
때 마침 모린이 리본값을 지불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소녀들은 나에게 뛰어 오더니 , 새로 산 액세서리를 열심히 자랑했다.
나는 예쁘다는 칭찬을 해주었다.
아이들은 행복해하며 , 내 손을 잡고 모린이 있는 곳으로 끌어 당겼다.
브랜던 역시 모린이 일을 끝마친 시간에 맞추어 돌아와 있었다.
우리는 노점 몇 군데를 더 둘러 본 뒤 ,
작은 카페에 들어가 마을 사람들의 주식인 피시 앤 칩스를 점심으로 먹었다.
뜨거운 밀크티로 느끼함을 해소한 후에 우리는 다시 차로 돌아갔다.
마을을 충분히 둘러 보지는 못했지만 ,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쉽지는 않았다.
아일랜드의 실제 오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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