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의 강원도 아리랑>
이 노래는 유명한 가수 겸 작곡가인 고봉산(1920/1927(출생기록 불분명)(황해도 연백군) – 1990)이 강원도 지방의 민요인 아라리의 가사를 이용하고 그 노랫가락을 편곡하여 만든 노래로서, 1981년 발매된 <조용필 제3집>에 수록되어 있다.
아라리는 ①<긴 아라리>, ②자진 아라리, ③엮음 아라리 등이 있는데, 이들은 아리랑 중에서 가장 오래된 아리랑으로, 아리랑의 원류와 같은 곡이라고 한다. 고봉산은 이런 아라리를 편곡하여 ‘강원도 아리랑’이란 이름으로 여러 개의 노래를 만들었다. 하춘화가 부른 강원도 아리랑은 엮음 아라리를 편곡한 것이고, 조용필이 부른 강원도 아리랑은 자진 아라리를 편곡한 것인데, 이들이 고봉산이 편곡하여 만든 강원도 아리랑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민요는 그것을 즐겨 부르는 민초들의 희로애락과 함께 하는 것이고 그러한 여정을 통해 노랫말이 매우 다양하고 풍부해지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오래된 노랫말도 있고 새로 생긴 노랫말도 있으며 표현이 바뀐 노랫말도 있을 것이다.
<조용필의 강원도 아리랑>의 가사 중에 좀 이상한 부분이 있다. 첫 소절인 “(a)아주까리 정자는 구경자리 살구나무 정자로만 만나보세.”라는 표현은 지금껏 전해오는 자진 아라리의 많은 양의 가사 중에 들어 있는 것이지만 의미가 좀 애매하다. 특히 ‘구경자리’란 단어는 사전에도 없는 말인데, 아주까리 잎이 커서 그 밑의 그늘에 앉아 ‘이것저것 구경하는 자리’라고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그렇게 되면, ‘아주까리 정자는 이것저것 구경하는 자리이니, 데이트는 살구나무 정자에서만 하자’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그런데 자진 아라리의 많은 노랫말 속에는 “(b)아주까리 정자는 구 정자요 살구나무 정자는 신 정자라.”라는 소절도 들어 있다. (a)보다 (b)가 더 오래된 가사이며, (b)에서 (a)로 바뀌었다고 보는 견해가 있는데, 그럴 듯해 보인다. ‘구 정자’는 옛 연인이고 ‘신 정자’는 새 연인으로 확대하여 해석할 수도 있어, (b)의 노랫말이, 남녀 애정 관계의 시각에서 보면, 훨씬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하다.
<조용필의 강원도 아리랑>의 가사 중에는 설명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열라는 콩팥은 왜 아니 열고 아주까리 동백은 왜 여는가.”는 만날 님이 없는 여인의 신세 한탄이다. 만날 님도 없으니 머릿기름 바르며 화장할 일도 없는데, 먹고 사는 데 필요한 콩과 팥은 안 열리고, 머릿기름으로 쓰이는 아주까리와 동백 열매만 열린다는 푸념이다.
박종갑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