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시 우수상 수상작
새벽배송 공작소 - 김선욱
잠든 사람이 더 많을 열두 시 반
작고 노란 봉고차에 이형화물처럼 올라타서
접이식 의자를 펼치고 졸음과 함께 앉아서
로켓도 쏘아 올릴듯한 기지에 도착해서
거대와 명령과 굉음에 쪼그라들어서
너도 나도 그냥 입고 온 대로 입고서
무심한 컨테이너벨트 앞에 서서
잘못 건드린 도미노처럼
쏟아지는 토트박스 토트박스 토트박스
왼손은 청기 오른손은 백기
청기 백기 함께 올려
청기 백기 함께 내려
반복하다가 가끔
청기가 어딘가에 끼어서
박스와 박스사이라거나 선반의 틈,
깜빡하고 가져와버린 마음에도 끼어서
십오 분의 쉬는 시간에
끼었던 손을 빤히 바라보는 것
내가 나한테 이래도 될까?
하고 물어보는 것, 그때
여러분은 이곳에 돈 벌러 온 것 이라며
줄줄 새는 욕으로 우리를 부리는 사람이 있다
모두가 토를 달지 않고 묵묵하게
청기백기 청기백기를 반복하는 것으로
능숙한 백기를 든다
집에 있거나 있었던 사람들을 생각하며
너무 큰 옷을 입은 물품들이
롤테이너에 실려 도크 밖으로 빠져나갈 때마다
새벽이 닳아간다
병렬로 놓인 무수한 트럭 틈 사이로 햇빛이 스며든다
혹시 꼭 안가셔도 되는 분 있습니까
조금 더 일하실 수 있는 분 있습니까
힘 빠진 청백기 대여섯 개가 죄처럼 들려지고
나는 옆 사람 얼굴을 쳐다보고
그 사람도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우리가 우리한테 이래도 될까?
카페 게시글
―····신춘문예(2025)
현대경제신문 시 우수상 수상작 새벽배송 공작소 - 김선욱
시창작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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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1.05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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