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존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학자의 한 사람인 로버트 달은 이 책을 통해 "미국의 헌정체제는 과연 민주적인가?" 하는 매우 도발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질문이 암시하듯 달은 미국 헌법에 기초를 두고 있는 오늘날의 미국 정치체제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이 책의 한국어판 서문을 쓴 최장집 교수가 표현했듯, 달은 "체제비판자적인 자세로" 자신의 나라의 헌정체제와 마주서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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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W. Mills의 권력엘리트 이론에 맞서 다원주의를 옹호하면서 이른바 미국 정치학계에서 주류를 대표해왔던 로버트 달 교수가, 자신의 나라의 국기(國基)라 할 수 있는 헌법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는 것도 놀랍고, 이 책을 썼을 당시가 이미 86세로 이제 90을 앞두고 있는 미국 정치학계의 대표적인 원로의 문제제기란 점도 놀랍다. 나아가 한국적 맥락에서 보면, 2002년 말부터 우리 사회를 떠들썩했던 정치개혁의 논의와 실천이 "미국 모델"을 준거로 진행되어 왔다는 사실과도 큰 대비가 됨으로써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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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헌정체제가 "立憲政體(입헌정체)"라는 말로 한국에 소개된 지는 120년이 넘었다. 아직 군주제였던 당시 {한성순보}와 {독립신문}이 미국의 헌정체제와 민주주의를 소개했을 때만 해도 그것은 아마 조선사회 미래의 모델 중 하나였을 것이다. {한성순보}의 "歐美立憲政體"(1984년), "민주주의 각국의 장정 및 공회당에 대한 해석"(1984) 등등의 기사, 독립신문의 미국 인민의 권리론 연속"(1904) 등은 대표적인 예이다. 이후 일제로부터의 해방과 근대 민족국가의 수립을 앞둔 당시 다시 미국 모델은 최장집 교수가 자주 말하는 "조숙한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로부터 다시 50여 년이 지난 오늘의 한국 사회에서 미국의 헌정체제를 비판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하게 되었다는 것은 다소 흥분되는 일이다. 그만큼 한국 민주주의가 심화, 발전된 것일까? 아니면 지난 두 번의 대통령선거에서 보듯, 미국 민주주의의 한계에 대한 미국 지식인들의 위기의식이 그만큼 커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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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국의 헌법 그리고 그에 기초하여 만들어졌고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미국의 독특한 정치체제가 당시로서는 세계 최초의 위대한 민주적 실험의 결과였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 나름의 시대적 한계로 인해, 그리고 그 이후 미국의 안팎에서 제기된 민주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변화되지 않았던 몇 가지 핵심적 요소들로 인해, 오늘날에는 그 어떤 나라도 모방할 수 없는 "낡은 모델"이 되어 버렸다. 미국의 헌정체제와 민주주의는 이제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는 우스꽝스러운 정치의 한 예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 보다 현실에 가깝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이 책은 미국 정치가 안고 있는 근본문제를 미국의 헌정체제가 만들어졌던 그 기원으로부터 설명하면서, 미국이 더 이상 '민주주의의 제3세계'가 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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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달은 미국의 헌정체제를 현대 민주주의를 정초한 하나의 모델로 이해하는 기존의 통념에 대해 그것은 미국인들의 "착각(illusion)"일 뿐이라고 말한다. 선진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되는 22개 국가 가운데 미국식 헌정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단 한 나라도 없다. 그가 보기에 미국 모델은 "일반적이지 않을(unusual) 뿐 아니라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독특한(unique)한 것"이다(3장). 미국식 헌정체제의 성과 또한 달이 보기엔 매우 비관적이다. 1) 민주주의체제의 안정성, 2) 시민권의 보호, 3) 민주적 공정성, 4) 민주적 합의형성, 5) 정부의 유능함의 비교항목에서 달은 미국 민주주의 모델이 다른 헌정체제 모델에 대해서 갖는 비교우위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따라서 "미국의 복잡한 헌정체제는 다른 나라로 수출하기에 적절하지 않"으며 따라서 "미국인들이 신생민주주의 국가들의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에도, 미국은 이들 나라에 자신의 헌정체제를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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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미국의 헌정체제가 갖고 있는 특이하고 비민주적인 요소로 꼽는 것에는 사실 미국 정치체제의 근간들이 다 포함된다. 대표적으로 연방제, 양원제, 사법부의 법률심사권, 상원의 불평등 대표, 대통령 선거인단, 양당제를 만들어내는 다수대표 선거제도, 헌법수정을 어렵게 하는 조항 등이 그것이다. 아마 이러한 헌정적 요소 내지 제도들의 대부분은 그간 한국 사회에서 대체로 긍정적으로 인식되었거나 혹은 무비판적으로 수용되었었다는 점에서, 이 책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로버트 달의 비판적 분석은 충격적일 만큼 래디컬하다. 미국 헌정체제에 대한 대표적인 학자인 브라운 대학의 고든 우드(Gor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