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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산은 정해진 회원들이 따로 없다. 문인이라면 매월 한차례의 행사에 회(?)가 동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마당을 표방한다. 그래서 가입비도 정기회비도 따로 없다. 그 달 그달 행사의 성격과 범위에 따라 보름 전쯤 공고하는 회비를 내면 된다.
굳이 문인들이 아니라도 좋다. 일반 시민들이라도 문인들은 어떻게 생겼으며(?) 문인들은 여가를 어떻게 즐기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면 다 좋다. 세상의 수많은 예술 중에 하필이면 문학을 좋아하고 글 읽기를 좋아하는 이유하나만으로도 우리의 마당에 와서 동료가 될 수 있고 친구가 될 수 있다.
이런 취지로 운영이 되는 문산의 모임이라서 그런지 매월 참여하는 얼굴들이 들쭉날쭉이다. 아무래도 우리 문인들이 워낙에 공사가 다망하고 부지런하고 다재다능한 분들이라서 그런가 싶다. 하지만 그래서 더 재미가 있다. 매양 보고 또 보는 인사들이 아닌 새로운 얼굴들이 나타나서 즐기고 또 즐거움을 안겨 주고 간다.
이번 제28차 산행에도 새로 오신 분들이 많았다. 그 분들을 대강 일별해 보면 우선 불교문인협회의 어른이신 능지스님이 오셨다. 또 문인협회 홈피를 통해 원로문인들과의 교분과 격조 있는 글을 상재해 주시던 김 철 선생님, ‘글수레’라는 아동잡지를 간행하시며 아동문학의 발전을 위해 고군분투하시는 부산문협 아동문학분과 소민호 회장님, 아동문학가이시며 부산시의회 의원이신 송순임 선생님께서 참여해 주셨다.
뿐만 아니라 시인이자 수필가이며 한국문학신문 부산지국장 차달숙 선생님, 시조창을 풀어 주신 정인경 시조시인님, 시낭송으로 일가를 이루고 있는 김옥남 시인님, ‘심상’으로 등단하여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시는 이정모 시인님, 영호남수필문인협회 회원이신 김주남, 신희자, 임우섭 수필가님이 자리해 주셨다.
그리고 부산대 평생교육원 문창반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계시는 김석권 님과 쑥스러웠던 탓인지 우리가 모인 자리에서 10m 쯤 간격을 유지해가며 끝까지 우리 행사를 참석해 주신 인터넷 카페 ‘산향기 고운 숲길’의 회원 네 분도 함께 해 주었다. 행여 서먹하고 민망해질 자리일 수도 있었지만 같은 시간, 같은 자리, 같은 분야, 같은 관심을 가지고 양보와 여유, 용기와 겸손으로 함께 어울려 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행사는 길 가, 가로등 아래 자리를 잡고 박달수 회장님의 새로 참여하신 여러 선생님을 소개하심으로 시작되었다. 밤이 주는 아늑하고 정겨운 분위기 속에 시낭송의 마당을 펼쳤다. 산행대장 정정희 시인님이 금정산 등나무 군락지를 묘사한 자작시 ‘등운곡’과 문경희 수필가님의 애송시 문정희 시인의 ‘첼로처럼 살고 싶다’를 낭송하였다. 앞산에 구름을 밟고 흐르는 달빛이 원고 위에 가볍게 부서진다. 감미로운 목소리를 따라 한 자 한 자 시어를 눈으로 읽어 가는 동안 낭송자와 청취자는 시의 정취에 서서히 젖어들었다. 마침내 상호간의 감정이입이 절정에 이르러고...
달은 특유의 인력으로 삼라만상의 기를 고양시키는 효과가 있다. 더욱이 만월에 가까워질수록 달의 인력은 극대화되어 온 세상이 월기月氣로 가득하다. 산중 늑대의 울음이 시가 되고 바닷가 게들마저 생장과 번식의 춤판을 벌이는 것도 보름달빛의 영향이다. 음력으로 열사흘, 보름 이브(?)의 달빛 덕분인지 평소에는 부끄럼만 타던 회원들까지도 현장 낭송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저마다 애송시와 자작시를 낭송해 주었다. 세상의 바람결에 시달리고 부대끼면서도 단풍처럼 곱게 나이가 드는 김덕침 시인님은 ‘문정희 시인의 ‘한계령의 연가’를 낭송해 주셨고, 문산에 처음 참석하신 로맨스가이 김철 시인님도 회한의 자작시 ‘짝사랑’을 낭송하셨다. 송소현 시인님은 아버지를 그리시며 김종길 시인의 ‘성탄제’를 낭송해 주셨고 조선영 시조시인님도 가슴 저리는 사부곡思夫曲 ‘칼국수 미는 저녁’이라는 자작시를 낭송해 주셨다. 그렇다. 달빛 때문이었다. 너, 나 없이 앞 다투어 즉석에서 자신들의 애송시나 자작시를 낭송해 주심으로 문향의 흥취도 더욱 깊어만 갔다.
시 낭송이 끝나자 음악회가 뒤를 이었다. 먼저 시조시인 정인경 님의 시조창이 심금을 울렸다. 세상의 모든 악기 중에 제일이 사람이라 하던가? 신비한 인체의 울대를 타고 흐르는 소리는 멀리 퍼져 나가며 나무와 바위를 휘감아 흐르는지 끊어질 듯 이어지고 이어지다 끊어진다. ‘푸른 산중 백발옹白髮翁이’ 라는 곡조가 귀신의 마음도 헤집을 듯이 밤하늘에 여울져서 달빛에 부서졌다.
이어지는 순서는 백구두를 즐겨 신으시는 문산의 패셔니스트 이남기 시인님의 하모니카연주. 첫 곡은 ‘진주조개잡이’라는 신나는 곡으로 시조창의 애절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하지만 때가 어느 때며 장소가 어느 곳이던가. 이남기 시인님도 달빛 아래에서는 애조 띤 가락을 연주하고 싶었던 게다. 이어지는 곡은 ‘물새 우는 강 언덕’, 올드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음조가 달빛아래 고즈넉이 흐른다.
이번에는 박지현 아동문학가 님의 풀피리 연주. 달빛과 밤하늘 그리고 어둑한 산색에 반한 박지현 님은 밀려오는 아취를 주체하지 못하고 본격적인 연주에 앞서 이호우 시인의 시조 ‘달밤’을 한 수 읊으신다. 그런 후에 ‘섬집아기’ ‘그네’, 동요와 가곡으로 시작하시더니 아리랑의 애절한 민요로 연주를 마무리 한다. 소리는 바람의 아들이다. 바람이 솔을 만나면 솔바람이 되고 바람이 대를 만나면 댓바람이 된다. 연약하기만 한 풀잎도 입바람(?)을 만나니 소리를 낸다. 풀잎과 입술... 부드러움과 부드러움의 조합이다. 그러나 소리는 결코 부드럽지만은 않았다. 부드러울 땐 한없이 부드러웠지만 때로는 격정의 울림을 쏟아낸다.
이어서 전연희, 윤원영, 김영희 시조시인들로 편성된 ‘물나울 트리오’가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려주었다. 첫 곡은 개방적이고 정렬적인 이태리 칸초네 ‘라 스파뇰라’. 물의 도시 베네치아인들이 즐겨 부르는 경쾌한 월츠 리듬의 곡이다. 아~ 달빛이 월츠의 신을 신으니 이렇게 즐거울 수도 있구나. 다음 곡은 박화목 시인의 시로 가사를 한 ‘그 옛날에’… ‘옛날에 즐거이 지내던 일 나 언제나 그리워라’ 신기하게도 잊혀진 줄 알았던 가사가 새록새록 떠오른다. 흥겨워 절로 입을 벌려 같이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넘치는 흥을 주체할 수 없어 손뼉 장단이 아니 나올 수 없었다.
드디어 행사의 대단원을 이루는 대동의 시간을 가졌다. 시조시인 장정애 님의 기타반주에 맞추어 다 같이 노래하는 시간… ‘두 개의 작은 별’, ‘밤배’, ‘산 위에서 부는 바람’, ‘산까치’ 그리고 ‘숲 속의 작은 집’ 차례로 이어지는 다섯 곡의 노래를 부르는 동안 문산의 흥은 최고조에 달했다. 다만 광안리 앞 바다와 광안대교를 굽어보며 부를 것이라며 선곡했던 ‘밤배’가 조명이 여의치 않아 바다 아닌 곳에서 흘렀던 것이 옥에 티랄까 흠이랄까.
행사를 치르고 보니 아쉬웠던 것은 일정이 맞지 않아 합류치 못한 소설가 고금란 선생님의 오카리나와 수필가 홍성실 님의 색소폰이다. 이번 우리들의 행사에 두 선생님의 오카리나와 색소폰까지 가미가 되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다음 기회에는 꼭 참석하시겠다는 두 분 선생님의 건승을 빈다. 그리고 문산의 일정과 달라 서로 사맛지 아니하는 안타까운 일이 없게 되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이번 달빛 산행 시낭송 음악회의 흥을 돋운 것에는 정정희 산행대장이 희사한 막걸리 1BOX와 직접 부쳤다는 땡초부추전을 빼 놓을 수 없다. 토속적인 막걸리 맛은 달빛아래가 제격이다. 그리고 땡초부추전은 막걸리 특유의 텁텁한 입맛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알싸하게 매운 맛이 일품이다. 그 맛이 또 다시 한 잔을 찾게 만드는 환상의 음식궁합이다. 이 더운 여름 문산 식구를 위해 팥죽같이 땀을 흘렸을 그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이번 문산 달빛 산행 시낭송음악회의 의의는 자연 속에서 문학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대동의 밤을 엮어 낸 것이라고 본다. 더욱이 전문음악인이 아니라 문학인 우리끼리의 음악잔치라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 완벽하지 않는 여백의 공간을 우리 스스로의 소양과 지혜로 메워 나가며 스스로 즐기는 멋과 풍류야말로 우리들의 자랑이 될 것이다. 우리의 문학이 편협 되지 않고 오만하지 않으려면 때때로 다른 예술과의 교감이 필요할 것이다. 그 교감이 우리의 글을 더욱 풍성하고 깊이 있게 만들 것을 믿는다.
한편 야간산행의 억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체력조절에 실패하고 만 S선생님과 그의 동행 K 선생님. 갑자기 오는 마비 증세에 본인과 옆에 있던 동료들은 얼마나 놀랐을까. 그 황망스러운 상황을 사무국장을 대신해서 능숙하게 대처해 주신 차달숙 선생님에게 감사드린다. 덕분에 S선생님은 빠른 응급조처로 무사하게 가족들에게 인계되어 귀가할 수 있었고 문산 달빛산행 시낭송 음악회도 마칠 수 있었다. 이틀 후 S선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미안하고 감사하다고… 아무튼 우여곡절 속에서도 무사히 그리고 좋은 행사를 마치게 된 것이 모두 박달수 회장님과 문산 회원님의 아우라 덕분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끝으로 시정으로 바쁘신 와중에 늦게나마 참석해 주신 송순임 시의원님께도 감사드린다. 그의 앞길이 정오의 햇빛처럼 찬란하게 되기를 빈다. 또한 우리 행사가 잘 되기를 바라는 선심으로 찬조금을 쾌척해 주신 신 진 교수님, 능지스님, 송소현 선생님, 최화수 부회장님, 이상훈 선생님, 조선영 선생님, 이정모 선생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고마운 사람들 ---------------------------------------------------------------------------------------
● 참석자(총 37명)
박달수, 최화수, 신 진, 김광수, 능지스님, 김 철, 소민호, 박지현, 정인경, 이남기, 전연희
윤원영, 김영희, 장정애, 송소현, 김덕침, 강영옥, 이상훈, 조성순, 박민수, 문경희, 김석권
조선영, 감윤옥, 정정희, 정은영, 정은정, 문석경, 이정모, 황원준, 송순임
김옥남, 손순이, 김주남, 신희자, 차달숙, 임우섭
● 회비 및 찬조금 (48만원)
신 진 100,000 능지스님 50,000 송소현 50,000 최화수 20,000 이상훈 20,000
조선영 20,000 이정모 20,000
김광수, 김 철, 소민호, 박지현, 이남기, 정인경, 전연희, 장정애, 김덕침, 강영옥, 조성순
박민수, 문경희, 김석권, 감윤옥, 정정희, 정은영, 정은정, 문석경, 황원준(이상 10,000)
※ 지 출(89,960원)
자료복사 22,000 김밥 30,000원 튀김류 30,000원 음료수 7,960
※ 정 산 = 480,000(회비 및 찬조금) - 89,960(지출) = 잔액 390,040원
잔액은 기금에 입금
● 협 찬 정정희 막걸리 1box(20병) 및 안주(땡초부추 전)
첫댓글 미루쌤!... 요로코롬 멋들어지게 쓰실거면서 뭐땜시 시키시는가요???.....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이 환장하게 더운 여름날 사람 기 죽일 일 있습니까요???....급하게 썼는데 제가 침석하신 분들의 성함을 잘 몰라서 실수한 건 없는지 모르겠씀다....ㅠ.ㅠ........
그래도 샘이라도 산행후기 올려주니 훨 났잖아요.^^ 샘 매력은 말없이 말 잘듣는거... 늘 고맙게 생각합니다.
미루 님
멋진 산행 후기
잘 읽었습니다
늘 음으로 양으로 수고하시는 님의 노고에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날,못가서 정정희 대장님께 너무 미안코.....김주남 선생님 못봐서 섭섭하고....너무 일찍부터 가겠다고 설치면 탈이 나는법....."다음달 일박 이일은 조신하게 있다가 소문없이 가리라"고 중얼중얼.***후기,모두 어찌이리도 맛깔스럽게 쓰는지...모두 잘묵고 잘사시길.....
국장님 수고많으셨어요^^* 참 감사합니다. 이토록 뒤에서 말없이 내조하시는 국장님이 있으니 문산이 산으로 오르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