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228 일지
아침 7시에 일어나기로 혜신이와 약속했지만 결국 눈을 뜬 건 8시 10분 쯤, 박경희 선생님의 목소리에 깨어났습니다. 그 전에 알람에 눈을 떴지만 서로 눈치만 보다가 한 시간이나 시간을 끌어버렸네요.
옷을 갈아입고 도림사 입구까지 혜신이와 걸어 다녀왔습니다. 입구 가는 길에 크고 마른 개가 보입니다. 부르니 꼬리를 살래살래 흔들며 다가옵니다. 손에 먹을 것이 없어서 미안했습니다. 다음에 다시 볼 때는 먹을 것 뭐라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산책 다녀와서 식사를 하고 씻었습니다. 그리고 복지요결 ‘강점’ 부분을 읽었어요. 오늘은 박경희 선생님께서 바쁘셔서 저와 혜신이, 둘이서 복지요결을 읽었는데 뭔가 궁금한 점이 생겨도 우리 안에서만 돌 뿐 확실히 해결되지 않아서 답답했어요. 그래도 읽고 궁금한 점 같이 나눠 준 혜신이 고마워요.
12시 즈음 옷을 갖춰 입고 읍내로 걸었습니다. 걷는 중에 트럭 한 대가 지나가길래 ‘읍내 가시는 길이라면 같이 태워줬으면’ 하고 속으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딱 저희 옆에 서지 않겠어요?
“읍내 가세요?”
와! 이게 왠 횡재인가요! 읍내 가시는 아저씨 덕분에 트럭 얻어 타고 읍내로 들어갔습니다. 먼저 읍내 가는 길이라면 같이 가자고 제안해주신 아저씨께 감사합니다. 같이 트럭타고 가면서 아저씨네 자제 분들 이야기 들었어요. 경청하며 들었습니다.
군청 근처에 내린 저희는 우체국에 잠시 들렸습니다. 어제 저녁에 가족에게 쓴 편지를 부쳤습니다. 곡성 오기 전 미리 쓰고 오려고 했는데 시간을 놓쳐 곡성에 와서야 부치네요. 짧은 편지지만 부모님과 동생이 제 편지를 보고 좋아했으면 좋겠습니다.
센터에는 이미 최은희 선생님께서 와 계셨습니다. 은희 선생님과 포옹인사하고 김에 볶은 김치로 간단한 점심 먹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강점 워크샵 함께 했습니다. 먼저 혜신이 강점을 들었습니다. 혜신이는 스스로 강점을 어느 환경에서든 적응을 잘하고, 예의가 바르다고 했습니다. 이에 저는 싹싹한 성격에 웃는 모습이 참 이쁘다고, 배려심이 깊고 인사를 잘한다고 강점을 덧붙였습니다. 은희 선생님께서는 혜신이의 강점으로 부지런함과 긍정적인 성격을 들었습니다. 이에 맞는 과업으로 생활비를 관리하는 회계팀을 맞았습니다. 저는 스스로 강점으로 정보원 활동 경험이 있으며, 추진력이 강하고 사교성이 뛰어나고, 세심하게 사람을 챙기고 인사와 감사를 잘하는 점을 들었습니다. 이에 혜신이는 저의 강점으로 흥이 많고 목소리가 좋고, 사람에 관심이 있으며 편지쓰기를 즐겨하는 점을 들었습니다. 은희 선생님께서는 저의 강점으로 책임감이 강하고 사람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점을 들었습니다. 이에 맞는 과업으로 저는 노래팀과 감사 기록을 하는 감사팀을 맡았습니다. 이렇게 정리한 강점들을 커다란 전지에 또박또박 적어 센터 한 벽면에 잘 붙였습니다. 강점을 말하고 말해주는 강점워크숍 시간은 언제나 쑥스럽지만 즐겁습니다.
강점워크숍 끝나고 영철 선생님께서 사과나무 떡집에 들러 마을인사 시켜주셨습니다. 떡집 사장님께서 드릴만한 떡이 많이 없다며 봉지에 쌓인 작은 떡을 주셨습니다. 당신께서는 곧 여기 그만두지만 곡성 청소년들 잘 부탁한다고 당부 말씀 해주셨습니다. 감사했습니다. 떡집 오가는 길에 하늘이 예뻐 사진 몇 장 찍었습니다.
떡집 인사 다녀와서 얼마간 센터에 오늘 오전일정 정리하다보니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슬기와 슬기 어머니, 한재숙 선생님과 선생님 손자 용우, 용화, 윤희와 연희와 대한이, 진호, 영준이... 처음엔 조금 뻘쭘했지만 웃으며 인사하고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슬기는 처음 보는 친구였지만 -센터 졸업생이라고 하네요- 롯데리아에서 일한지 4개월 만에 부점장이 된다고 합니다. 되게 대단하다고 느껴졌어요. 지난 도보순례 때 자신이 맡았던 일들과 있었던 이야기를 조잘조잘 어머니께 잘 말씀드립니다. 옆에서 들으며 참 즐겁게 활동했구나, 느껴졌습니다. 영준이가 해돋이 캠프에 관한 자료가 담긴 철을 들고 왔길래 봐도 되냐고 물어보고 살펴봤어요. 프로그램 계획서와 일정들, 지난 자료들이 담겨 있는 것을 보고 참 열심히 준비하고 있구나, 생각이 되었어요.
저녁식사로는 특별히 대구탕이 나왔습니다. 한재숙 선생님의 음식 솜씨에 감탄하면서 커다란 대접에 있던 생선을 다 먹었습니다.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식사 다 하고 선생님께 국이 너무 맛있어서 생선 다 비웠다고 말씀드렸어요. 수줍게 웃어주셨습니다.
식사 후 영준이와 한수랑 맘스터치랑 압구정 밥집(김밥) 사장님께 인사드렸어요. 인사 드리러 가면서 한수가 1318해피존에 대해 얼마나 각별히 생각하는지 느껴졌어요.
“거창에 1318해피존이 사라져서 아쉬워요. 거창 청소년들은 이제 어디 가서 쉬고 놀아요? 저는 힘들 때나 심심할 때 여기 오면 되는데.”
한수의 한 마디 말에 웃음만땅에 대한 애정이 묻어납니다.
센터로 돌아와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며 있는데 박경희 선생님께서 저와 혜신이를 부르셨습니다. 저에게 콩 반쪽 사업에 대해 알아보았는지 물어보셨습니다. 아 맞다, 콩 반쪽. 지난 면접 보던 날 알아볼 수 있는지 물어보신 일이 이제야 떠올랐습니다. 거창에서 콩 반쪽 사업 함께 하시는 강인중 목사님께 연락드렸습니다. 오랜만에 연락드리는데도 친절하게 콩 반쪽 사업에 대해 알려주셨습니다. 목사님 설명 덕분에 콩 반쪽 사업의 나눔 받는 사람도 모든 사람에 해당되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갑작스런 연락에도 친절하게 설명해주신 강인중 목사님께 감사했습니다.
목사님과 통화하고 나오니 해돋이 캠프 기획진들이 모여 회의하고 있었습니다. 그럼 나도 콩 반쪽 사업을 정리할까, 하려는데 한수가 제 옆에 앉습니다. 역시 사업내용 정리보다는 한수와 이야기를 나누는 게 즐겁습니다. 한수와 길게 이야기 나눴습니다. 한수의 가족이야기, 한수의 친구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수가 속이 참 깊은 둘째구나, 느꼈습니다. 한수의 가족과 한수에게 늘 좋은 일만 있기를 기도했습니다.
밤 9시 20분쯤, 박경희 선생님께서 운전하시는 차량에 윤희, 대한이, 영준이, 진호, 한수가 탔습니다. 생각보다 멀리까지 봉고차가 환송을 나갑니다. 늘 밝은 도시에만 살던 저라서 까만 밤의 장막을 걷어내며 한 치 앞만을 비추며 달리는 곳에 위치한 아이들의 집과 마을이 생소했습니다. 이제 매일같이 같이 환송하며 달리는 길이라면 곧 익숙해지겠지요. 청소년들에게 잘 들어가라고, 내일 보자고 인사했습니다. 아이들도 내일 보자며 인사해주었습니다.
박경희 선생님 댁으로 돌아와 씻고 앉아서 오늘 무엇을 느끼고 무엇이 고마웠는지 나눴습니다. 저는 혜신이와 복지요결 나눔 중 의문을 가진 ‘대안강점’에 대해 여쭤보았습니다. 대체되는 것에 대한 강점이 아닌 활동에 대한 강점인데 왜 이름은 ‘대안강점’이라 지어진건지 궁금했습니다. 이에 대해 박경희 선생님께서 새로 세워주는 강점, 다시 말해 강점으로 대체해줄 만한 것에 대한 설명이기 때문에 ‘대안강점’이라고 이름이 지어졌을거라고 설명해주셨습니다. 그제서야 이해가 갔습니다.
토요일은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저희에게 선생님께서 물어보셨습니다. 산과 강, 들을 누릴 수 있는 활동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대나무 숲이나 편백나무 숲에 가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에 혜신이가 장성 충령산에 편백나무 숲이 있다고 추천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도보순례 답사하는 차원에서 남도여행을 하는 것도 좋겠다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 어디에 있든 전라도를 누릴 토요일이 기대가 됩니다.
두 번째 시골사회사업, 세 번째 실습. 앞선 두 실습에 비해 조금은 여유로운 하루였습니다. 앞으로 조금씩 더 분주해지겠지만 숨 돌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 잊지 않고 차분하게 활동 잘 해야지, 다짐하는 밤입니다.
첫댓글 승은이 기록고마워요~~~장성에있는 산은 축령산입니당~ 역시 빠지지 않은기록 첫날 기록을 보며 또 배워가네요~
아, 축령산! 고마워요 짚어줘서 ㅎㅎ
한수와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군요. 애정이 많은 한수! 고맙습니다.
나중에는 한수동생 진호와도 이야기 나눠보고 싶어요. 처음 만났을 때는 무뚝뚝한 성격인 줄 알았는데 오늘 만나보니 웃는 모습이 형 한수를 닮았어요. ㅎㅎ
모짜르트 사장님과 해보고 싶은 활동이었는데, 거기에 딱 맞게 인연이 있는 승은이가 오심에 참 고맙습니다.
콩반쪽을 곡성에서는 어떻게 키워볼까요?
사회사업가로써 그려보는 승은이가 얼마나 설렐지...
곡성에서의 콩 반쪽 사업. 기존의 1318 농활 선생님들께서 해오신 청소년 활동들과는 달라 고민이 많이 됩니다.
선례가 없어 걱정됩니다.
하지만 뜻 함께 하시려는 지역 어른들이 계시고, 타 지역에서 응원해주시는 분이 계시니
곡성에서 어떻게 콩반쪽 이뤄나가야 할까 계속 궁리해보겠습니다.
문단 띄워씁니다.
일기가 아닌 기억에 남은 장면 위주로 씁니다.
대화체로 씁니다.
오탈자 확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