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연명집] 有會而作(유회이작) - 陶淵明(도연명)
<느낀 바가 있어 짓다>
有會而作(유회이작)
陶淵明(도연명)
<서문>
舊谷旣沒(구곡기몰),新穀未登(신곡미등),頗爲老農(파위노농),而値年災(이치년재),日月尙悠(일월상유),爲患未已(위환미이)。登歲之功(등세지공),旣不可希(기불가희),朝夕所資(조석소자),煙火裁通(연화재통)。旬日已來(순일이래),始念饑乏(시념기핍),歲云夕矣(세운석의),慨焉詠懷(개언영회),今我不述(금아불술),後生何聞哉(후생하문재)。 |
묵은 곡식은 이미 떨어졌고 햇곡식은 아직 나오지도 않았는데, 자못 노련한 농사꾼이 되었으나 흉년을 만났다. 한 해는 아직 많이 남았고 흉년도 아직 지나가지 않았다. 풍년 수확은 이미 바랄 수 없고 아침저녁으로 겨우 밥 짓는 불이나 지펴 생활할 따름이다. 10여 일 전부터 비로소 굶주리고 모자람을 걱정하게 되었으며, 금년도 저물어 가는데 나는 감회에 젖어 회포를 읊으니 지금 내가 말하지 않으면 후손들이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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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有會(유회) : 깨달은 바가 있다.
○ 舊谷(구곡) : 묵은 곡식. 谷은 穀(곡)과 같다.
○ 未登(미등) : 곡물이 아직 나오지 않다. 아직 수확하지 않다.
○ 頗為老農(파위노농) : 자못 오랫동안 농사꾼으로 일하다. 자기 자신을 칭한 것이다.
○ 値年災(치년재) : 흉년을 만나다. 年災는 흉작. 흉년.
○ 日月尙悠(일월상유) : 한 해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悠(유)는 아득하다.
○ 登歲之功(등세지공) : 한 해 농사의 수확. 登歲는 풍년의 해.
○ 朝夕所資(조석소자) : 아침저녁 생활에 필요한 것. 매일의 생활필수품.
○ 煙火(연화) : 밥 짓는 불.
○ 裁通(재통) : 겨우 통하다. 裁는 겨우.
○ 旬日(순일) : 10일
○ 歲云夕矣(세운석의) : 한 해가 저물어 가다. 云은 의미 없는 어조사.
○ 詠懷(영회) : 마음에 품은 생각을 시가(詩歌)로 읊다.
○ 後生(후생) : 후대. 자손.
<본문 시>
弱年逄家乏(약년봉가핍),年至更長飢(연지경장기)。
菽麥實所羨(숙맥실소선),孰敢慕甘肥(숙감모감비)。
惄如亞九飯(역여아구반),當暑厭寒衣(당서염한의)。
歲月將欲暮(세월장욕모),如何辛苦悲(여하신고비)?
常善粥者心(상선죽자심),深念蒙袂非(심념몽몌비)。
嗟來何足吝(차래하족린),徒沒空自遺(도몰공자유)。
斯濫豈攸志(사남기유지),固窮夙所歸(고궁숙소귀)。
餒也已矣夫(뇌야이의부),在昔余多師(재석여다사)。
어렸을 때 집안이 빈곤하였었고, 늙어서는 오래도록 굶주림을 겪게 되었네,
콩과 보리도 실로 부러운 것이거늘 어찌 감히 맛있는 음식을 바라랴!
굶주리는 일은 한 달에 아홉 끼만 먹은 자사(子思)에 버금가고, 여름에도 겨울옷을 질리게 입는다.
올 한 해도 저물려 하는데 이리도 고되고 슬픈 것을 어찌하겠는가?
항상 죽을 주는 사람의 마음을 칭송하고, 소매로 얼굴 가린 사람 옳지 않다고 깊이 생각한다.
‘옜다, 먹어라’한들 어찌 쩨쩨한 것이랴, 쓸데없이 굶어 죽어 헛되이 자신을 버렸다.
그 지나친 행동이 어찌 나의 소망이겠는가, 빈곤을 고수하는 것이 평소의 소망이라네.
굶주린다고 해도 그뿐일지니 옛날부터 내가 스승으로 삼은 분이 많았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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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弱年(약년) : 약관(弱冠). 20세. 冠(관)은 관례(冠禮)로 고대 귀족의 자제가 만 20세가 되면 성년이 되었다는 표시로 관을 쓰는 의식을 말한다.
○ 年至(연지) : 늙어가다. ‘老至’로 기록한 판본도 있다.
○ 更(경) : 겪다.
○ 長飢(장기) : 오래도록 굶주리다.
○ 菽麥(숙맥) : 콩과 보리
○ 甘肥(감비) : 맛있는 음식.
○ 惄如(역여) : 배고픔으로 괴로워하는 모습. 惄(역)은 허기지어 출출하다.
○ 亞九飯(아구반) : 30일에 아홉 끼를 먹은 자사(子思)에 버금 가다. 공자의 제자 子思(자사)는 衛(위) 나라에서 30일에 고작 9번 밥을 먹었다. 亞는 버금 가다.
※ 二旬而九食(이순이구식) : 20일에 아홉 끼를 먹는다는 뜻으로 극히 곤궁함을 말한다. 자사(子思)가 위(衛)나라에 있을 때 입고 있던 솜옷이 다 닳아 속이 보이고, 20일에 고작 아홉 끼만을 먹었다.<說苑(설원) 제4권 입절(立節)>
○ 當暑厭寒衣(당서염한의) : 여름에도 겨울옷을 질리게 입는다. 곤궁하여 여름에 갈아입을 옷이 없다는 뜻.
○ 如何(여하) : 어찌하겠는가?
○ 善(선) : 칭찬하다.
○ 粥者(죽자) : 주린 사람에게 죽을 주는 자. 제(齊)나라에 큰 흉년이 들자 검오(黔敖)가 길가에서 음식을 만들어 굶주린 사람들을 기다렸다가 그들에게 먹였다. 어떤 굶주린 사람이 소매로 얼굴을 가리고 종종걸음으로 고개를 떨구고 비실비실 걸어왔다. 검오가 왼손으로는 음식을 받들고 오른손으로는 음료를 잡고서 말하기를 “옜다! 먹어라.”라고 하니, 그 사람이 눈을 치켜뜨고 그 검오를 보면서 말하기를 “나는 오로지 옜다 먹으라는 음식을 먹지 않아서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소.”라고 하였다. 검오가 쫓아가 사과하였지만 그는 끝내 먹지 않고 죽었다.(齊大饑,黔敖為食於路,以待餓者而食之。有餓者蒙袂輯屨,貿貿然來。黔敖左奉食,右執飲,曰:「嗟!來食。」揚其目而視之,曰:「予唯不食嗟來之食,以至於斯也。」從而謝焉;終不食而死。)<예기(禮記) 단궁하(檀弓下)>
○ 蒙袂(몽몌) : 소매로 얼굴을 가리다. 袂는 소매.
○ 嗟來(차래) : 무례한 태도로 부르다. 嗟(차)는 옜다.
※ 嗟來之食(차래지식) : 무례한 태도로 불러서 주는 음식. 업신여기며 주는 음식.
○ 吝(린) : 인색하다. 쩨쩨하다.
○ 徒没(도몰) : 헛되이 굶어 죽다.
○ 空自遺(공자유) : 헛되이 자신을 버리다. 遺는 잃다. 버리다.
○ 斯濫(사람) : 지나친 행동. 소인의 행위를 말한다.
○ 悠志(유지) : 소원. 소망.
○ 固窮(고궁) : 빈곤을 고수하다. ※君子固窮(군자고궁) : 군자는 빈곤하더라도 절개와 지조를 잃지 않는다.
○ 夙所歸(숙소귀) : 평소 지향했던 소망을 달성하다. 夙(숙)은 옛날부터의. 이전부터.
○ 餒(뇌) : 굶주리다.
○ 已矣夫(이의부) : 어쩔 도리가 없다.
○ 在昔(재석) : 이전. 옛날.
○ 余多師(여다사) : 나는 스승으로 삼은 분이 많았다. 즉, 백이(伯夷), 숙제(叔齊), 자사(子思) 등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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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도연명집(陶淵明集)>에 실려 있으며 남조(南朝) 송 문제(宋 文帝) 원가(元嘉) 3년(426년) 도연명이 63세 때 지은 시이다. 이 시의 서문에 기록하였듯이 도연명은 만년에 생활이 곤궁하였으며 또 흉년을 만나 밥을 지을 수도 없는 형편이 되자, 궁핍하여 굶주렸던 자사(子思)와 소매를 얼굴을 가리고 걸식하지 않았던 사람을 인용하며 자신은 빈곤함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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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有會而作/作者:陶淵明 晉
本作品收錄於《陶淵明集》
舊谷既沒,新穀未登,頗為老農,而值年災,日月尚悠,為患未已。登歲之功,既不可希,朝夕所資,煙火裁通。旬日以來,始念飢乏,歲云夕矣,慨然永懷,今我不述,後生何聞哉。
弱年逄家乏,年至更長飢。
菽麥實所羨,孰敢慕甘肥。
惄如亞九飯,當暑厭寒衣。
歲月將欲暮,如何辛苦悲?
常善粥者心,深念蒙袂非。
嗟來何足吝,徒沒空自遺。
斯濫豈攸志,固窮夙所歸。
餒也已矣夫,在昔余多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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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陶淵明(도연명) : 365~ 427년. 동진(東晋) 후기에서 남조(南朝) 송대(宋代) 초기까지 살았던 전원시인(田園詩人)이며, 호는 연명(淵明)이고, 자는 원량(元亮), 본명은 잠(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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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도연명집] 有會而作(유회이작) - 陶淵明(도연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