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되기 전에 저희집 내무부장관님과 일종의 딜이 있었습니다. 갤러리 가는건 좋다, 그런데 토 일 중에 선택해라, 가지 않는 날은 가족을 위해서 물심양면 봉사해라...
우리의 김 프로 컷 되는 일은 없을거란 확신으로 결국 최종 라운드를 보러 가는걸로 하고 토욜날 설겆이도 큰 냄비까지 다 닦고 아이들과 열심히 놀아주면서 노력봉사 하고있는 와중에 나그네님이 카페에 올리신 '14번홀 이글' 읽고 순간,
'우 씨..직관을 못하다니, 잘못 찍었네..' 그러고는 일욜 아침만 되기를 기다렸습니다.
여지 없이 화창하고 바람도 선선하니 맑은 날씨에 오늘 뭔가 좀 터져줘라 하는 심정으로 김 프로 오빠와 같이 솔모로로 향했습니다.
갤러리 1주차장으로 갔더니 여기는 오후 운영이라고 하여, 표시를 좀 잘 해놓지 투덜대면서 다시 2주차장으로.
먼지 폴폴 날리는 허허벌판에 이미 많은 차들이 주차해 있더군요. 주차장에 들어설 무렵 이미 버스 한 대가 출발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탄 버스도 금세 만석이 되어 바로 출발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핫도그, 소시지, 꼬치, 음료수 등 여러가지 간식들을 파는 탑차들이 늘어서 있고 한쪽편에는 OK저축은행 지난 시즌 배구 우승장면을 질리도록 틀어주고 있네요.
핫도그와 커피로 간단히 요기 후 김 프로님 퍼팅연습 하는거 잠깐 구경하고 1번홀로 올라가니 어머님과 삼촌팬님 이미 갤러리 모드로 돌입해 계십니다.
부지런한 삼촌팬님은 너므너므 겁나게(전라도 사투리 음성지원 필요 ㅋㅋ^^) 일찍 도착했다는 ㅎㅎ
티오프 하기 전에 1, 2라운드 기록을 잠깐 보니 1번홀(파5)은 이틀 연속 보기를 기록했길래 오늘은 파만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안시현 프로가 드라이버를 치고 나서 우리의 김 프로, 드라이버가 아닌 우드를 잡더군요. 김예진 프로는 드라이버샷.
세컨 샷 역시 우드로 친 후 써드 샷이 엣지 부근에 맞고 런이 생기더니 핀에 2~3미터 정도로 가까이 붙습니다. 버디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
버디 펏한 볼이 홀 안으로 쏙 들어가는 순간 오~ 오늘 분위기 좋아 좋아~~슬슬 업 되기 시작합니다.
2번홀의 연속 버디에 이은 3번홀(파3)도 버디 트라이가 가능한 정도의 거리였으나 아깝게 비껴나가면서 파를 기록합니다.
이어서 4번홀도 세컨샷이 그린에 잘 올라가서 잘 서길래 오늘따라 그린이 볼을 참 잘 받아준다는 얘기를 서로 하는 가운데 또 버디를 기록하면서 벌써 7언더. 어느덧 순위 맨위까지 올라가 있네요.
이때부터 내심 오늘 일 낼수도 있겠다 생각들 하면서도 괜히 설레발 치는걸까 싶어 꾹꾹 참는 분위기입니다ㅎㅎ
전반 홀 어느 홀인지 잘 기억은 안 납니다만(6번? 8, 9번?), 먼 거리 파 펏 상황에서 보기가 될수도 있는 거리의 펏을 성공시키는거 보고 진짜 오늘 뭐 되는 날이구나 싶더군요.
이후 후반 11번홀까지 파 행진을 하다가 12번홀 파3에서도 핀에 가깝게 붙여 버디를 잡아내면서 8언더 되다 보니 박성현 김해림 조윤지 이렇게 엎치락 뒤치락 하는 상황 이고 경기 보랴 실시간 스코어 확인하랴 또 다시 정신없어지기 시작하네요.
배터리를 하나 더 챙겨간게 잘한건지 후회되는건지..ㅎㅎ
13번홀 파4. 티샷이 우측으로 밀리면서 오른쪽 러프지역에서 세컨 샷을 한 게 핀을 지나 빠른 속도로 구르면서 엣지부근까지 벗어납니다.
그와중에 안시현 프로가 친 세컨 샷이 벙커턱에 박혔는데 경기위원을 불러달라는 안 프로의 말에 진행요원들 다들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고 있으니 정의의 삼촌팬님,
"마이크로 부르면 되지 않냐고~~"ㅋㅋ
어프로치 샷이 핀을 지나 다시 반대편 엣지로 내려가 결국 투 펏으로 첫 보기를 기록하였습니다.
다시 7언더가 되면서 공동 3위로.
그때쯤 박성현 프로는 11번홀까지 9언더, 김해림 프로는 11번홀까지 8언더, 조윤지 프로는 12번홀까지 7언더.
14번홀 파5. 티샷 한가운데로 잘 간 다음 세컨 우드샷이 거의 엣지 10미터 전까지 오는 호쾌한 샷을 날립니다. 가히 우드의 여왕이라 불려도 손색없을만 하죠.
어제의 이글에 이은 또 한번의 이글을 노렸으나 살짝 짧아서 핀 앞 1미터 이내로 붙여서 가볍게 버디로 바운스백 합니다.
다시 8언더가 되어 보기로 7언더가 된 김해림 프로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섭니다만, 박성현 프로가 13, 14번홀에서 연속 버디로 11언더까지 치고 올라가 버리는 바람에 3타 차로 벌어지면서 2위싸움 양상으로 바뀌더군요.
조윤지 프로는 10, 13번홀 연속 보기로 6언더로 쳐진 상황.
핸디캡 1번이라는 16번홀 파4.
우리의 김 프로 이 홀에서 승부를 겁니다.
세컨 샷이 그린 바로 앞에 있는 무지막지 깊은 벙커 위를 날아 핀 옆으로 2~3미터 정도 가까이 붙는 멋진 삿을 날려서 다시금 갤러리들의 박수를 이끌어냅니다.
회심의 버디 펏!!! 그러나...홀을 살짝 비껴가고 맙니다 ㅠ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17번홀 파3,
우리는 먼저 이동해서 그린 근처에서 티샷을 기다리는데 멀리 티박스에서 김 프로 클럽을 다른 걸로 바꾸는게 보이더군요.
그리고는 친 샷이 그린 거의 앞쪽을 맞고 핀 왼쪽 약 5~6미터 정도에서 멈춥니다.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길게 잡고 쳤는데 그린을 넘어가는줄 알았다고 하더군요.
오히려 원래 클럽으로 쳤더라면 엄청 짧았을수도 있는, 거리가 딱 맞는 샷이었습니다.
버디 펏.
굴러가는 시간이 엄청 길게 느껴졌습니다. 힘이 모자라게 보이고 홀컵으로 떨어지지 않을줄 알았거든요
(집에 와서 티비로 봤더니 그냥 깔끔하게 들어가더군요. 긴장하면서 봐서 그랬나봐요^^;)
그런데 쏙 들어가니까 서로 하이파이브에 주먹치기에 난리가 났습니다.
거기에 박성현 프로는 15번홀에서 보기를 하는 바람에 10언더가 되어 다시 한 타 차로 좁혀졌습니다.
다들 16번홀 진짜 아깝다, 그게 들어갔으면 공동선둔데..그러면서요.
또 시작되는 가정법의 향연이었습니다 ㅎㅎ
18번홀은 핀이 그린 앞쪽에 가깝게 꽂혀 있어서 세컨샷을 길게 치기 어려운 홀이라 거의 모두들 그린 앞 페어웨이 끝부분에 떨어뜨려서 어프로치로 버디나 파를 잡는 전략을 쓰더군요.
김 프로도 세컨 샷을 그렇게 한 다음 어프로치샷을 했는데 진짜 김 한 장(음..두 장..?) 차이로 홀 깃대를 지나가고 맙니다.
파로 마무리 하면서 오늘만 5언더로 데일리 베스트를 기록합니다.
박성현 프로..
오늘 그분이 오셨는지 무너지지 않고 17번홀에서 기어코 버디를 만들어내서 다시 11언더가 되네요. 김해림 프로는 지난 이수 KLPGA 챔피언십에서의 악연(?)이 이어지는지 14, 16번홀 버디로 9언더를 만들어 냅니다. 공동 2위.
만일 김 프로가 10언더가 되었다면 박성현 프로가 마지막홀 파펏을 더 신경써서 넣었을수도 있겠지요.
어쨌든 결과로는 1타 차 아쉬운 2위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분위기 자체로만 보면 오늘의 플레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올 시즌 최고의 성적을 거둔 것에 모두들 서로를 축하해 주는 훈훈한 광경이 연출되었지요^^
박성현 프로가 잘해서 우승한건 어쩔수 없는거고, 우리의 김 프로는 정말 최선을 다해서 이뤄낸 결과니까요.
기록으로 봐도 마지막날 퍼트 수 27개에 3일 내내 쓰리펏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금호타이어 오픈 이후로 10개 대회만에^^ 제가 퍼팅에 민감해서 그런가요? 이것도 나름 기록일거 같은데 ㅎㅎ)
저녁을 먹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다시금 돌이켜 생각하기를, 그래, 오늘 안가고 어제 갔으면 어쩔뻔 했어, 이글 못본건 하나도 안 아쉽다~~ㅋ
(근데 이글 장면 누구 찍어놓으신 분 없나요?^^;)
아..그나저나, 다담주 대회까지 뭐 하면서 기다리나..?
노력봉사 몰아치기로 저축해놓고 다담주 주말 풀 갤러리 딜에 도전..?ㅋㅋ
p.s 푸우아찌님, 저 지난번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갤러리 후기 쓰면서 얼굴 사진 올렸슴다~ 어제 저녁 먹으면서 얘기한다는게 깜빡했네요^^
첫댓글 ㅋㅋ 역시 데이먼님의 후기가 항상 필요 합니다..수고하셨습니다..담에도 꼭!!! ^^ 다시한번 김프로님 수고하셨고 어머님께 저녁식사 맛있게 잘했다는 말씀드리고 싶네요^^ 다음 남촌cc에서 뵙겠습니다^^
ㅎㅎ후기 쓰려니 기억이 잘 안나서 겨우겨우 쥐어짜고 기록 슬쩍슬쩍 컨닝해가면서 썼습니다^^;
온전히 제 머리속에서 다 나온거라고 오해는 마시길 ㅋㅋ
ㅋ 그래도 대단하십니다...기억력이 ㅋㅋ 저는 하나도 기억안나던데요..
언제봐도 데이먼님 후기는 재밌네요 ㅋ_ㅋ
주저리주저리 장황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직관해도 쉽지 않은 복기가 그저 감탄스럽습니다.
후기 읽으면서 다시 그 장면들을 떠올리고, 짜릿했던 순간들이 생각납니다.
애쓰셨구요, 남촌cc에서 만나길 바라면서....
네, 남촌cc에서 뵐게요~^^
잘 읽었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18홀 함께 관전한 느낌이네요^*^ 거기에다 최근 김프로님과 다른인물까지 등장시켜 여자골프계 동향까지 이모저모... 펜좀잡으신듯 ㅋㅋ 저도 조만간 흉내함 내죠 ㅎㅎ
동향이라고 할수도 없는데요..^^; 암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