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GnhX_8zjGOA
저는 방금 위 동영상을 보고 놀라서, 두어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뛰는 가슴이 진정이 안되네요. 작년 11월 22일에 게시된 동영상인데 조회수 1,977을 기록하고 있네요. "조현병"에 관한한 인기동영상에 해당하겠네요. 애써 만든 동영상이고, 잘 만든 동영상이에요. 정말 잘 만들었어요. 나름대로는 편견을 없애는데 초점을 두려고 애쓴 흔적도 보여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칫 정신장애인들에 대한 이미지를 나쁘게 할 수도 있는 동영상이다 싶네요. 이제 막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이 보는 동영상인 듯한데... 동영상을 만든 학생들 잘못은 아니죠. 학생들은 최선을 다한건데...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을까요? 누가 나서서 어떻게 이러한 문제들을 풀어나가야 할까요? 동영상 밑에 댓글로 제 소감을 달았는데, 그걸 아래에 옮겨둡니다.
<유튜브 동영상 "이상심리학 정신분열 사례발표자료" 시청 소감>
자료를 만드신 분들이 정성을 많이 들였네요. 뉴스화면, 경찰청인식개선자료, 식스센스 영화장면, 뷰티풀마인드 영화장면, 거기에다가 외국당사자들이 올린 증상공개 동영상도 한글자막처리해서 몇 편 넣어뒀네요. 엄청 애썼어요. 노력의 정도로 보면 칭찬을 많이 해줘야겠지만... 저는 이 자료를 보고 깜짝 놀라서 지금도 가슴이 뛰네요.
활성기 증상 중심으로 자료를 편집했기에, 자칫 당사자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겠다 싶어서예요. 당사자들은 활성기에는 증상 때문에 고통받지만, 안정기(관해기)에는 보통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취업곤란, 직장유지곤란, 대인관계곤란, 소외, 편견과 차별 등으로 고통받고 있죠. 그리고 더 큰 고통은 이해받지 못하고 소통하지 못하는 고통이지요. 애써서 잘 만든 자료이지만, 저로서는 아쉬움도 많네요.
"조현병"(이전의 정신분열증, 2011년 병명 개정)으로 유튜브 검색을 해보면 국내 동영상은 2,000여건에 불과한데, 그나마도 정보가치가 있는 제대로 된 동영상은 매우 적어요. 이에 비해서 "schizophrenia"로 영어자료를 검색해보면 20만건 이상의 동영상이 올라 있는데, 학술적 가치가 높은 동영상도 많고, 더욱이 당사자와 가족들이 증상경험, 재활경험, 재기경험을 직접 올려둔 동영상이 많아서 입이 딱 벌어질 정도이지요.
그런데 더욱 놀라운 건 그 많은 자료들 중에 한글자막이 붙여진 자료가 전혀 없다는 점이에요. 기가 막히죠. 많은 자원봉사 번역가들이 이런저런 유튜브 동영상에 한글자막을 붙이고 있는데... schizophrenia 동영상에 한글자막 붙인 사람은 없네요. 그만큼 조현병 당사자와 가족들은 우리 사회로부터 철저히 외면 당하고 있지요. 누군가는 schizophrenia에도 관심을 가져주면 좋을텐데...
저는 한글자막을 달고 싶어도, 영어청취능력이 안되서 어렵네요. 하지만 조현병 치료/재활/재기에 대한 학술자료를 번역해서 인터넷에 올리는 일은 하고 있어요. 저는 임상심리전공으로 25년간 대학교수로 재직하다 퇴직했어요. 지금은 다음카페 "사라의 열쇠" 카페지기를 맡고 있고 닉네임은 "촛불"이에요. 조현병과 조울증 당사자와 가족들의 치료와 재활/재기를 돕기 위한 카페이지요. "사라의 열쇠"를 방문하시면, 조현병/조울증에 대한 좋은 자료와 동영상을 접하실 수 있고, 당사자와 가족들이 어떤 분들인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생생히 아실 수 있을 거예요. 주소는 http://cafe.daum.net/saraskey
이 글을 카페홍보 목적으로 오해하지 말아주시길 바래요. 조현병/조울증 당사자들에 대한 편견해소/인식개선과 그들의 치료/재활/재기를 위해 함께 노력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위의 댓글을 달고 나서, 잠시 후에 댓글을 하나 더 달았어요. 그것도 옮겨봅니다.>
아까까지 뛰던 가슴이 3번째 보고 나니 조금 진정되네요. 정말 애를 많이 쓴 동영상이에요. 그리고 잘 만든 동영상이고요. 편견해소를 염두에 두고 "자막"으로 그 점을 강조해준 점도 잘한 점이네요.
하지만, 아이들이 등장하는 장면과 "태어날 때부터..."라는 내용은 자폐증과 관련된 거네요. 자폐증은 과거에는 "아동기 조현병(childhood schizophrenia)"이라고 불렸지만, 1960년대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조현병과는 완전히 별개의 질병인 것으로 밝혀졌죠. 동영상 제작자들이 편견해소를 상당히 염두에 뒀지만, 사회일반의 고정관념, 편견이 워낙 강해서 그런지 이 동영상에도 그게 묻어있고, 자극적인 장면들이 약간 많이 들어 있네요. 하지만 제작자들을 탓할 수는 없겠죠. 다만... 애썼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길 권해요.
유튜브 TED "Elyn Sachs" 동영상을 보시면 도움이 될 거예요. 조현병을 겪으면서 예일대학을 거쳐 옥스포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당사자의 조현병 경험담 강연이에요. 물론 지금도 조현병을 겪고 있죠.
저는 조현병의 경우에 치료보다 재활/재기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들을 바꿔서 정상으로 만들려는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그들이 자신들의 장단점을 지닌채 우리와 더불어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게 우리가 바뀌어야 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해요.
첫댓글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다라고 외친 사람
그리고 큰 업적을 남긴 존 내쉬
이 둘 이 병을 극복했을까요?
첫 번째 분은 모르겠고, 존 내쉬는 평생을 조현병를 지니고 있었죠. 20대에 썼던 논문의 업적을 인정받아 30년쯤인가? 지나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는데, 물론 그때도 조현병을 지니고 있었죠. 완치(cure)됐느냐? 물으면 '아니오'지만, 극복(overcome/recovery)했느냐? 물으면.... 그 답은 '존 내쉬' 본인이 스스로 어떻게 답할지에 달렸다고 생각되네요.
첫째분
그 유명한 내 귀에 도청장치란 말을 외친 사람 집이 구로랍니다. 동영상을 보니 70년대 말부터 80년대까지 인권의 개념 조차 없었던 열악한 공단에서 죽어라 일만 하던 공장 근로자라 추정되고요
이 시기 전반적 사회 분위기는 박정희와 전두환 그리고 노태우로 이어지며 대중을 총과 칼로 찍어 누르는 반민주화적인 숨막히는 사회 분위기가 존재했을거라 보고요.
존 내쉬는 학자로써 관련 분야의 성과를 내기 위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오르지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리기를 한 삶을 살았으리라 생각이 되네요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직업에 종사하던 앞만 보고 달리지 말고 때로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여유가 있었다면 이들이 병마의 고통을 혹시나 피해가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어 댓글 남겨 봅니다
붐님! 댓글 감사해요. 첫 번째 동영상은 제 기억으로는 10여년 전쯤의 동영상인 걸로 기억하는데요... 망상의 내용이 그 시대의 분위기/문화와 관련이 있는 건 맞아요. 하지만, 그리 오래 된 일이 아니고, 지금도 "뇌에 도청장치가 심어져 있다."고 호소하는 당사자들이 많아요. 병마의 고통에 대해서는... 제 생각으로는 현재로서는 누가 걸릴지 안걸릴지 예측할 방법이 없으니, 누구도 피해갈 방법은 없을 듯하고.... 다만, 붐님의 말씀처럼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여유"와 이에 더하여, "자신과 주변사람들과 세상을 긍정적 시각으로 바라보려는 마음의 자세"가 있다면 좀 더 쉽게 극복해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동서 냉전 시대를 살았던 미국인들에게 하나의 커다란 공포가 사회 구성원들을 찍어 누르고 있었죠
핵무기를 동원한 소련과의 전면전 말입니다
핵무기란게 사실 쓰지도 않은 채 몇십년 동안 창고에 쳐박혀서 먼지만 쌓이는게 특징이지만, 핵전쟁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으로 가버리면 먼저 기습적으로 그냥 냅다 퍼붓는 쪽이 이기는게 핵전쟁의 특징이라 보고요
이러한 폭압적 사회 분위기 속에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았며 학자로써 큰 업적을 남겼습니다
이 사람 말년까지 환각이 쫓아 다녔어요. 결국 죽을때까지 병든 자아가 만든 괴물들한테 쫒겨 다닐거고요
마치 지독한 악몽에 시달리 듯 말입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과거든, 현재든 어떤 시대건 사회는 항상 대중의 희생을 필요로 합니다
이러한 시대적 단점을 피해가기 위해선 본인 스스로 깨어나야 하지 않을까요?
자유로운 영혼이 되시길
널널하게 산다고 해서 시대에서 뒤쳐지거나 그러진 않습니다.
깨어난 자들은...!!! 그럴겁니다
추신
부엉이같은 친구들이 내 귀에 도청장치같은 제목으로 소설 좀 쓰죠?
지난번 제 촛불강의 1강 (2014. 9. 13) "마음 속의 시 한편" 동영상을 보신 분들은... 강의 후에, 당사자들과의 "소감나누기 및 질의응답" 동영상을 보셨던 기억이 나시는지요? 20~30분 정도 분량인데, 마르티노가 모자쓰고 파란색(?) 안경끼고 등장했고, 솔이도 나오고 키위도 나오고, 불쏘시개도 엉겹결에 나왔죠. 제가 불쏘시개를 "산적같다"고 했었는데... 기억 나시나요? 그 동영상과 같은 동영상을 유튜브에 많이 올려야 할 것 같아요. 사실 저는 그 동영상을 위 동영상과 나란히 올려놓고, 대조해서 보시라고 하고 싶었는데... 원본파일이 없어서 올리지 못해 아쉽네요. 앞으로는 촛불강의 때, 당사자들 동영상도 찍어서 올려야겠어요.
사실 그 동영상 원본파일이 키위에게 있어요. 제가 위 동영상을 보고 놀래서 (학생들이 이런 동영상만 보고 공부하면 큰 일이다 싶어서... 이질성이 아니라, 동질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동영상들이 필요하다 싶어서... 놀랬지요.) 오늘 아침에 제가 키위에게 원본파일을 줄 수 있는지 카톡을 보냈는데, "떠난 당사자들 초상권 보호는 어떻게 하시려구요??"라는 답장을 받았네요. 제 생각에 키위의 관점도, 제 관점도 각각 나름의 타당성이 있지요. 제가 카페에 올려둔 잡초인생이라는 책을 쓸 때에도, 사전동의받고 원고를 다 썼는데 뒤늦게 "내 얘기는 빼달라"는 당사자들이 여럿 있어서, 그 때마다 원고를 수정하느라고 애 먹었지요.
만일 책을 다 써서 정식으로 출판했는데, 뒤늦게 "내 얘기 빼달라."하면 어떻게 해야 하죠? "당사자들의 초상권 보호"는 매우 중요하지요. 하지만 동영상을 찍을 당시에는 당사자들이 동의하고 찍은 것인데... 앞으로도 당사자들 동영상을 찍어서 올리면, 이후에 카페를 탈퇴하기도 하고, 본인이 얼굴공개를 꺼리게 되는 일도 생길텐데... 당사자들의 자기신상공개, 자기얼굴공개... 증상경험담, 재활경험담, 재기경험담, 살아가는 모습... 이런 자료들이 사회일반인들의 시각을 바꾸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고, 절실히 필요한데... 키위의 관점과 제 관점... 당사자의 "권익보호"라는 점에서 둘 다 나름의 타당성이 있을 듯한데... 고민이 되네요.
먼저 사전 양해 구하면 되죠
사례 올리는 건 개인이 노출되지 않게 충분히 배려하면 될일이고요
붐님! 댓글 감사해요. 그런데 제 얘기는 붐님 말씀처럼 사전에 설명하고 동의받고 책에 사례를 익명으로 또는 무명으로 쓴 경우에도... 처음 초벌원고보고 OK 해놓고 1년쯤 지나서 빼달라는 경우와.... 동영상 찍을 때, 그리고 처음 올릴 때는 자발적으로 협조해주고... 나중에 한참 지나서 내려달라는 경우이지요. 그런데 일대일로 찍은 동영상이면 괜찮은데... 단체로 찍은 동영상일 땐 어떻게 해야 하죠? 물론 모자이크 처리하는 방법도 있긴 있겠죠.... 그런데 여기에서 제가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그러한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당사자와 가족들의 "자기 공개"라는 문제가 언젠가는 한 번쯤 "이슈화"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이죠.
한국이란 나라가 힘이 없다보니 국제 사회에서 강대국에 비해 국익이란 파이를 적게 얻어 온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사고의 폭이 넓은 서양인에 비해 이 나라 사람들 먹고 살기 바빠 남들을 이해해 주는것에 익숙치 않습니다.
그래서 촛불님의 자료에 개인 정보 비공개를 전제로 깐 본인들의 사례가 올라오는 기우 조치도 걱정스러워서 본인들의 말을 번복하는 거 같고요
자살해 자살해 하는 영상이 너무 길게 많이 나오는 것이 자극적이라고 생각되어 없었으면 좋겠네요.
조현병의 증상이 너무 다양한데요. 그걸 한꺼번에 묶어서 취급하는건 곤란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