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내장사로 1... (계룡시를 지나며)
가는 곳마다 나뭇잎이 떨어진다. 이 떨어지는 하나의 낙엽을 바라보면 가을이 익어가는 것을 느낀다. 바로 일엽지추(一葉知秋)의 계절이다. 가을이 되면 전국이 만산홍엽(滿山紅葉)을 이룬다. 온 산 가득 붉은 잎이 들어찬다는 滿山紅葉... 무수한 호랑나비(胡蝶)가 춤추듯 미묘하게 흔들리는 코스모스와 함께 여인의 가슴에 불을 지핀다. 가을단풍은 매일 20km씩 빠르게 남하하고 봄의 꽃은 하루에 30km 속도로 북상한다. 그래서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은 가을에는 철학가(哲學家)가 되고 봄철에는 시인(詩人)이 된다고 말한다.
단풍이 물드는 원리는 무엇일까? 가을이 되면 나무는 월동 준비에 들어간다. 영양분이 불충분한 겨울을 나야 하기 때문이다. 영양분이 불충분한 이유는 나뭇잎 모두에게 영양분을 공급해 준다면 나무는 죽고 만다. 그래서 잎과 잎자루 사이에 조직이 딱딱하게 굳어버린다. 이때부터 잎과 줄기를 지나는 수분 통로를 막아버려 체내 수분 함량을 낮추려는 것이다. 그래서 엽록소의 생산을 중지되고 안토시아닌을 형성하면서 붉은색으로 변하고 안토시아닌 색소를 형성하지 못하는 나무들은 노란색이나 주황색 등으로 나타나게 된단다.
우리나라는 4계절로 전국이 단풍으로 물들고 있다. 금년은 10월 16일 금강산을 시작으로 오대산, 설악산에서 시작하여 지리산, 한라산으로 내려간다. 11월 6일이 절정이라는 내장산(內藏山)을 11월 8일 한화관광을 따라 여행을 떠났다. 노령산맥의 중간 부분에 있는 內藏山은 장군봉, 연자봉, 신선봉, 까치봉, 연지봉, 망해봉. 불출봉, 서래봉, 월령봉 등이 동쪽으로 트인 말발굽 모양으로 둘러서 있다. 영은산(靈隱山)이라고도 불렸던 내장산은 숨겨진 것이 무궁무진(無窮無盡)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산꼭대기에는 가파른 절벽을 이룬다.
이 내장산과 백양사가 있는 백암산을 묶어 1971년도 내장산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백제 무왕 때 영은조사가 세운 영은사(靈隱寺)... 내장산의 이름을 빌려 같이 내장사(內藏寺)라고 불리게 되었다. 주변에는 임진왜란 때 승병들이 쌓았다는 내장산성이 있다. 또한 금선폭포, 용수폭포, 신선문, 기름바위 등의 명소가 있다. 대전을 떠난 여행길... 아침부터 비가 온다. 평소 벌곡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었지만 오늘은 우천으로 계룡IC로 나가 왕대리에 있는 김국광 묘소 앞의 정자를 찾았다. 광산 김씨인 김국광... 대전 근방의 명문 가문인 사계 김장생의 5대조 묘소다. 호남고속도로를 달려 정읍IC로..
정읍 내장사로 2... (태인면을 지나며)
김제시를 지나면 정읍시 태인면이다. 전주 감영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목인 태인면... 이곳이 영조의 생모인 숙빈 최씨의 출생지다. 그녀의 인생사는? 숙종의 명을 받아 영광군수로 발령을 받은 조선 중기 문신인 민유중... 가는 길에 태인에서 잠시 쉬고 있었다. 그는 어린 딸과 부인을 동행하고 있었다. 마침 옷은 남루하나 총명하고 잘 생긴 어린 소녀가 지나가고 있었다. 민유중은 자기 딸과 닮은 데가 많아 발길을 멈추고 물어보니 의탁할 곳이 없는 고아였단다. 이에 민유중은 이 소녀를 불쌍히 여겨 데려가기로 결심하였다.
그 후 친딸과 똑같이 글공부와 예의범절을 가르쳤으니 더욱 성숙(成熟)한 자세로 총명(聰明)하기가 이를 데 없었단다. 훗날 민유중은 서울로 돌아 갈 때도 같이 갔단다. 민유중은 딸이 숙종 비(인현왕후)로 간택되었을 때 함께 입궐시켰단다. 인현왕후가 폐위된 후 궁궐을 암행(暗行)하던 숙종... 밤 깊은 시간에 남 몰래 인현왕후의 생일상을 차려놓고 만수무강을 비는 최씨를 발견하고 감동을 받았다. 그 후 후궁으로 삼아 아들을 낳았는데 둘째 아들이 연잉궁으로 훗날 영조가 되었다. 그녀는 영조가 등극하는 것을 못 보고 죽었다.
궁궐에 들어간 최씨... 숙원(淑媛), 소의(昭儀), 숙의(淑儀), 귀인(貴人), 숙빈(淑嬪)의 반열에 오르게 되는데 조선 왕비 중 유일한 천민(賤民) 출신이다. 장희빈으로 인해 궁녀를 왕비의 자리에 오르는 것을 금지하는 법 때문에 淑嬪 자리까지만 올랐는데 이는 한국판 신데렐라일 것이다. 이곳에 만남의 광장이 조성되었으니 민유중과 숙빈 최씨의 인연일 것이다. 한편 숙빈 최씨의 묘는 파주시 광탄면에 있는 소령원으로 전나무 길이 아름답다. 그 옆에 영조의 후궁인 정빈 이씨의 묘도 있다. 정빈이씨는 10세에 죽은 효장세자를 낳았다.
근처에 신라 진성여왕 때 도선국사가 창건한 보광사(普光寺)... 영조가 생모 숙빈 최씨의 묘인 소령원(昭寧園)의 원찰(願刹)로 삼았다. 普光寺 어실각(御室閣)에 숙빈 최씨의 영정과 신위가 모셨다. 영조는 소령원에 비문(碑文)과 보광사 대웅보전에 편액을 친필로 썼고 향나무를 심었단다. 완고한 신분제도에서 숙빈 최씨는 왕의 어머니가 되고서도 ‘후궁’의 몸을 면치 못했으니 영조의 애틋한 효심은 더했을 것이다. 이곳 경내에 비전향장기수 공동묘역(통일애국투사묘역 연화공원)을 조성하였는데 우익단체에서 파괴하였단다. 과연 이들이 애국지사인지 아니면 반역자의 무덤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정읍 내장사로 3... (정읍시를 지나며)
인간적으로 무덤을 조성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비문(碑文)이 문제다. 괴산에 있는 홍명희 생가도 그의 전력 때문에 아버지인 ‘홍범식 고택’이라 하였다. 홍범식은 한일늑약을 비관, 자결하였다. 한편 불법 집회를 하고 조계사로 잠입한 사람들... ‘불교는 사냥꾼에게 쫓기는 짐승을 내치지 않는 자비로운 종교이지만 경중을 가려야 한다.’는 국민의 목소리...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을 휘둘러서는 안 된다. 최근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국정교과서 문제... 내 집 마당을 쓸지 않으면서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의 주장을 펼치고 있는지...
여행길은 정읍 시내를 지나는데 송우암 수명(壽命) 유허비(遺墟碑)가 있어 송시열의 죽음이 생각난다. 도덕적 카리스마로 문화 국가의 방향을 잡은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 선비... 4종숙인 송준길(宋浚吉)과 함께 사계 김장생에게서 동문수학(同門受學)하였다. 봉림대군(鳳林大君)의 사부(師傅)였던 宋時烈은 훗날 鳳林大君이 효종으로 등극하자 강력한 국가 지도 이념을 구상하고 추진하였다. 하지만 효종이 급서(急逝)한 후 인선왕후의 복제(服制) 문제로 제자인 윤증과의 갈등, 또 왕세자 책봉 문제로 제주도로 유배되었다.
송시열은 서울로 압송되어 오던 중 사약(賜藥)을 내리려고 오던 금부도사와 정읍에서 마주쳤다. 그는 賜藥을 자진하여 마시고는 영욕이 교차하는 파란만장한 생애를 마감하였다. 당파싸움에 의하여 83세의 노(老) 정객(政客)에게 賜藥을 내린 숙종(肅宗)... 눈이 먼 판단을 내린 것이 아닌지... 역사는 이해관계자가 없을 때 판단해야 한다. 눈이 멀다하니 어느 칼럼이 생각난다. 별다른 교통수단이 없던 시절... 잘 생긴 부잣집 총각이 있었단다. ‘다 좋은데 멀어서 좀’ 이라고 하였단다. 중매쟁이 말에 솔깃한 친정어머니... 친정어머니는 ‘멀어서’를 거리가 먼 것으로 생각하여 시집을 보냈다니 가슴을 칠 일이다.
한편 가슴을 칠 일이 또 있다. 계란(鷄卵)은 소금을 쳐 먹는데 소금이 없다면 답답해서 가슴을 치며 먹을 일이다. 주변에 정읍사(井邑詞)공원... 한글로 쓰인 백제가요 井邑詞가 생긴 곳에 조성하였다. 망부상(望夫像)은 높이 2.5m의 화강암으로 약긴 긴 저고리를 입고, 머리는 양쪽으로 쪽을 짓고 두 손을 마주잡고 서 있는 모습이다. 장사하러 떠나서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는 남편... 그 아내가 산 위에 올라가서 기다렸는데, 혹 그 남편이 밤에 다니다가 해침을 당하지 않았는가 걱정되어 노래를 지은 것이 井邑詞다.
정읍 내장사로 4... (내장사에서)
망부석(望夫石)하니 박제상(朴堤上)이 생각난다. 신라 눌지왕(訥祗王)때 박제상은 일본에 볼모로 있는 왕자를 구출하였고 자신은 체포되어 죽음을 당하였다. 그의 아내는 수릿재(鵄述嶺) 높은 바위 위에 올라가 멀리 왜국을 바라보며 통곡하다가 그대로 돌부처가 되어 수릿재 신모(神母)가 되었다. 그 바위를 뒷날 사람들이 望夫石이라 불렀다. 포기할 수 없는 한 여인의 기다림과 만남의 의지가 돌로 변했다는 망부석... 여성의 한(恨)과 변하지 않는 사랑에 대한 한국인의 역설적 사고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이야기다.
정읍사공원을 지나면 내장호다. 내장산 서래봉 자락 아래의 내장호 주변에는 조각공원, 갑오동학혁명 100주년 기념탑, 내장산수목원과 내장산우리들꽃공원, 국민여가 캠핑장 등이 조성되었다. 이곳에 단풍 생태공원을 조성하여 ‘단풍 동화숲’, ‘고향의 숲’, ‘단풍 분재원’ 등 단풍 을 주제로 한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갖추려 한다. 특히 기념탑의 4각뿔은 동학혁명의 이상을, 흰 대리석은 민족봉기의 정신을 상징하고 있다. 상층부 3단의 금색 띠는 고부, 백산, 삼례 지역의 봉기를 상징하는 것이란다. 부탑(副塔)은 사농공상(士農工商) 즉 온 백성들의 평등·수평사회를 상징하는 의미로 4개의 원기둥으로 되어 있다.
내장산에 도착한다. 호남에 이름난 산이 많은데, 남원의 지리산, 영암의 월출산, 장흥의 천관산, 부안의 능가산과 함께 정읍의 내장산도 호남에 이름난 명산이다. 호남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내장산은 방박(磅礴)하게 솟아 기세가 드높다. 참으로 비구승들이 선(禪)에 들어가 도를 배울 좋은 땅이다. 비가 올듯 말듯, 는개가 내린다. 주변의 경관에 탄복(歎服)하여 일부 승객은 버스에서 내려 걷는다. 양쪽의 가로수... 붉게 물들었으니 비온 끝에 여행을 온 것이 최고의 절경을 토출(吐出)하고 있다. 매표소를 지나 우화정에 도착한다.
하늘에서 어여쁜 선녀가 내려와 부모에게 효성이 지극한 선비와 함께 두 개의 날개로 둔갑하여 승천하였다는 우화정(羽化亭)... 연못 가운데에 있는 羽化亭은 당단풍, 수양버들, 두릅나무 등 많은 나무가 자라고 있어 가을이면 맑은 연못에 울긋불긋한 단풍이 비쳐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오른쪽으로 벽련암... 원래 내장사가 이곳인데 영은사를 내장사라 고쳐 부르면서 벽련암이라 하였단다. 이곳 정자에서 누워 바라본 서래봉... 직접 보아야 느낀다. 내장사 경내를 산책하고 돌아오면서 여행을 마친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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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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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사 전각들
첫댓글 좋은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