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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들꽃 천지(天池)…놓쳐버린 봄을 다시 만나다
파란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한 백두산 천지. 둘레 길이가 20㎞에 이르는 화산호수다.
해발 2744m인 백두산은 우리 민족의 성산(聖山)이다. 백두산을 성산으로 부르는 것은 백두산에서 발원해 지리산에 이르는 백두대간의 시원(始原)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정상에 올라 천지를 바라보는 순간 가슴이 벅차오르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산, 우리의 정신적 고향이기 때문일 것이다.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북상하고 있는 남쪽과 달리 한반도 최북단 백두산에는 이제야 훈풍이 불기 시작한다. 겨우내 얼었던 산줄기마다 하늘매발톱, 두메양귀비 등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었다. 잔설(殘雪)이 드문드문한 나뭇가지에 움이 터오고 ‘3대가 공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맑고 깨끗한 천지가 제 모습을 드러낸다. 백두산의 봄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백두산은 1년 중 8개월 넘게 정상 부분이 눈에 덮여 있어서 마치 흰머리(白頭)처럼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중국인들은 백두산을 창바이산(長白山)이라 부르며 청나라를 세운 만주족의 발상지로 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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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은 흔히 생각하는 것 이상의 크기와 규모를 자랑한다. 바닥의 지름이 150㎞나 된다. 이 때문에 백두산 관광은 북파, 서파, 남파 모두 3코스로 나눠진다. 가장 널리 알려진 북파 코스는 가장 먼저 개발된 백두산 여행 코스다. 지린성(吉林省) 옌볜조선족자치주 안투(安圖)현에 있는 얼다오바이허(二道白河) 마을에서 출발하며, 백두산을 쉽게 갈 수 있는 코스다.
관광버스로 4시간을 달려 백두산 입구에 도착하면 전용 셔틀버스로 갈아타고 정상을 향해 마치 곡예하듯이 올라간다. 비좁은 버스에서 고생한 것에 비하면 셔틀버스 정류장에서 천지로 올라가는 길은 의외로 싱겁다. 걸어서 10여분이면 천지 분화구의 가장자리에 닿는다. 분화구 위에서 천지를 한눈에 바라보는 순간, 감동의 크기는 호수 넓이보다 크다. 천지는 둘레 길이가 20㎞에 이르는 거대한 화산 호수다. 물감을 풀어놓은들 이리도 푸른 빛이 있으랴 싶을 정도로 눈부시게 푸르다. 천지의 날씨는 변덕이 심하지만 맑은 날 바라본 천지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예전에는 분화구 안으로 내려가서 천지의 맑고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었지만 지금은 호수로 내려가는 길을 막아 놓아 그저 눈으로 담아올 수밖에 없다.
백두산 장백폭포. 폭포의 모습이 용이 승천하는 것 같다고 해서 비룡폭포로도 불린다.
장쾌한 장백폭포, 아찔한 금강대협곡…천하절경이 이곳이구나
장백폭포와 지하삼림, 녹연담 이채
북파 코스에는 백두산의 대표 명소들이 몰려 있는데 올라갈 때는 버스를 타고 스치듯 지나가지만 내려올 땐 장백폭포, 소천지, 녹연담(綠煙潭), 지하삼림(地下森林) 등을 모두 둘러볼 수 있다. 하산 길에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곳은 장백폭포다. 폭포의 모습이 마치 용이 날아가는 모습과 같다고 해서 ‘비룡폭포’로도 불린다.
장백폭포의 발원지는 천지다. 천지의 물이 천문봉과 용문봉 사이 경사가 완만한 계곡으로 흐르다 68m의 직벽을 따라 떨어진다. 장쾌하게 떨어지는 폭포의 모습과 우렁거리는 소리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여름에도 폭포 주변에는 지난 겨울의 눈이 녹지 않고 남아 있다. 이 눈이 녹으면서 이름을 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야생화가 핀다.
백두산 북파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계곡 오른쪽 경사면에 있는 천연 온천이다. 백두산온천구역은 넓이가 76만㎡에 달할 정도로 광대하다. 최고 82도나 되는 유황온천수가 흐르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추운 겨울철에도 주변 땅이 전혀 얼어붙지 않는다. 백두산 북파산문 바로 앞에는 천연온천을 그대로 받아 쓰는 온천호텔이 여러 곳 있다. 얼마 전 MBC가 방영한 ‘나 혼자 산다’에서 탤런트 김광규가 천지 기운을 받으며 온천했던 곳도 바로 이 근처 란경호텔에 있는 취룡온천이다.
금강대협곡
울창한 원시림 지대 펼쳐진 지하삼림
온천지대를 지나면 소천지가 나타난다. 소천지는 마치 백두산 꽃 요정들의 숨겨진 놀이터 같다. 호수 수면에 주변 산과 초목이 그대로 담겨 한 폭의 그림이 됐다. 노란만병초, 좀설앵초가 호수 주변에 피어 있는 꽃의 천국이다. 계곡 물이 내려와 호수를 이룬 소천지에는 신기하게도 물이 빠져 나가는 곳이 없다. 물은 모두 바닥으로 스며든다고 한다.
소천지 바로 아래가 녹연담이다. 2개의 폭포가 흘러 내려 연못을 이루고 있는데 마치 푸른 옥을 담고 있는 것처럼 녹색 물빛을 띤다. 계단을 따라 내려와 연못 속을 들여다보면 송어같이 생긴 ‘천지어’가 유유자적 헤엄치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소천지 아래로 남북 길이 2500~3000m나 되는 울창한 원시림 지대인 지하삼림이 펼쳐진다. 대낮에도 우거진 삼림에 빛이 가려져 마치 동굴에 들어간 것처럼 어두컴컴하다. 지하삼림은 땅 밑으로 깊게 파인 원시림이라 해서 붙여졌다. 쭉쭉 뻗은 미송 아래에는 이끼류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노쇠해서 뿌리가 약해진 고목은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넘어져 뿌리까지 드러나 있다. 어두운 숲속에서는 애기괭이밥 꽃이 반딧불이처럼 환하게 피어 있고 요염한 풍선난초가 고운 자태를 뽐낸다.
노천온천
금강대협곡·고산화원 펼쳐진 서파 코스
백두산의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은 곳은 서파 코스다. 중국 지린성의 성도인 창춘(長春)에서 출발하는 서파 코스에서는 1442개의 얕은 계단을 따라 30분 정도 올라가면 천지에 닿는다. 주변 풍경을 감상하며 트레킹하듯 천천히 오르는 코스지만 워낙 계단이 많아 숨이 턱에 찬다고 해서 ‘깔딱코스’라고 불리기도 한다.
서파 코스에는 화산 폭발로 형성된 금강대협곡, 37호 경계비, 고산화원, 제자하 등의 명소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볼 만한 명소는 금강대협곡이다. 용암이 흘러내려 만들어낸 협곡으로 특이한 돌모양이 가지각색이다. 어떤 것은 낙타와 같고 또 어떤 것은 보살과 비슷한 형상을 이룬다. 그래서 낙타쌍봉, 여와봉, 오지봉 등의 이름이 붙었다. 어떤 이들은 이 바위들을 공룡 화석이라고 추측하고, 천지괴물의 원형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곳은 ‘사랑의 골짜기’로도 불리는데 선녀들이 사랑을 속삭였다는 전설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37호 경계비는 서파로 천지를 오르는 중간 정도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은 비석으로 중국과 북한의 국경을 구분하기 위한 경계비다.
서파 코스 중 고산화원은 ‘야생화의 천국’이다. 매년 6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금매화, 노란만병초, 하늘매발톱 등 가지각색의 야생화 1800종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고산화원은 완만한 구릉지여서 산행에 큰 어려움은 없다.
남파 코스는 지형이 험하고 코스의 상당 부분이 북한 땅이어서 개발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북파나 서파보다 지대가 낮아서 천지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남파 코스로 트레킹을 하다 보면 북한 혜산시와 가까워 압록강을 눈으로 볼 수 있다. 백두산 관광의 수요가 대개 북파와 서파에 몰려 있어 남파 코스를 다룬 상품이 많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울창한 원시림 펼쳐진 북파로 갈까…고산화원 야생화 보러 서파로 갈까
중국 장바이산 공항이 생기면서 백두산 자유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부쩍 늘어났다. 공항이 백두산 서파에서 차로 약 20분 거리여서 비교적 쉽게 오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유여행 경험이 없는 이들은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좀 더 편하다. 전문 가이드가 동행하므로 안심할 수 있고, 단체로 움직이기 때문에 호텔이나 차량 등의 비용도 아낄 수 있다. 올 여름 백두산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을 위한 여행상품도 많다.
백두산의 하이라이트는 천지(天池). 하지만 천지는 쉽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부푼 가슴을 안고 백두산까지 올랐는데 천지를 제대로 못 보고 돌아온다면 속상할 수밖에 없다. 천지를 두 차례 오르는 여행상품은 이런 고민을 조금이라도 덜어준다.
하나투어는 ‘백두산 북파+서파’ 상품을 출시했다. 북파와 서파를 통해 두 번 올라 천지 감상 확률을 두 배로 높인 것이 특징이다. 2012년에 들어선 완다타운 방문 일정도 포함했다. 완다타운은 백두산 완다그룹 리조트 단지 안에 조성된 상업거리다. 60개 이상의 레스토랑을 비롯해 영화관, 기념품 매장, 스파 및 마사지, 노래방 등 다양한 상점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 여행객은 백두산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자전거를 타거나, 곤돌라를 이용해 전망대에 오를 수도 있다. 예약을 하면 별도의 비용을 내고 골프도 칠 수 있다. 점심식사 후 천지에 오른다. 서파 코스 입구에서 셔틀버스로 환승한 다음 37호 경계비 주차장까지 50분 정도 이동한다. 주차장에서 정상까지는 1400여개의 계단을 도보로 올라가야 한다.
녹연담
만약 날이 궂어서 천지를 보지 못하더라도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3일째에는 북파 코스를 통해 천지로 간다. 장백폭포(비룡폭포), 천문봉, 온천지대, 녹연담 등을 볼 수 있다. 서파 코스와 달리 차량을 타고 올라가도록 길이 열려 있어 누구나 쉽게 관광할 수 있다.
백두산 천지를 보고만 내려오는 것이 아쉽다면 트레킹 상품을 이용해 보자. 트레킹 전문 유피트레킹여행사(up3.co.kr)는 ‘백두산 남파트레킹+북파관광 4일’을 판매 중이다. 백두산 남파 트레킹 코스를 걷고 다음날 북파 관광까지 할 수 있는 상품이다. 첫날은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해 창춘으로 가서 쑹장허(松江河)로 이동해 하루 묵는다.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되는 둘째날에는 북한과의 접경지대인 남파 코스를 트레킹한다. 천지를 감상한 후 36호 경계비를 출발해 수목 한계선과 야생화 지대를 거쳐 하산하는 코스다. 야생화가 지천에 핀 능선과 초원을 걸을 수 있으며 약 4시간이 걸린다. 셋째날에는 백두산 북파 관광을 떠난다. 천지를 본 후 장백폭포, 온천, 소천지, 지하삼림 등을 관광한다.
백두산 완다그룹 리조트, 3500개 객실·쇼핑몰에 골프장까지
백두산 완다그룹 리조트는 중국 최대 기업인 완다그룹이 지린성 관광특구 개발 프로젝트에 투자해 조성한 백두산 최초의 초대형 복합리조트다. 장바이산 국제공항에서 차로 15분, 백두산에서 20분 거리에 있다.
내부 시설은 어마어마하다. 파크하얏트, 웨스틴, 쉐라톤, 홀리데이인, 이비스스타일 등 글로벌 호텔 체인이 총 3500개의 객실을 갖췄다. 43개의 슬로프를 보유한 천연설 스키장, 각종 공연이 열리는 대극장, 각종 쇼핑센터, 푸드코트, 노천온천, 박물관, 병원 등도 들어서 있다. 즐길거리도 가득하다. 시속 40㎞로 달리는 레일 슬라이드를 비롯해 말이 끄는 신데렐라 마차 타기, 페인팅 총 서바이벌 게임, 사륜오토바이(ATV), 자전거 등 다양한 레저 활동을 즐길 수 있다.
백두산의 원시림에서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 지난해 5월 개장한 백두산 완다그룹골프장은 세계 100대 코스 등재를 목표로 만들어졌다. 백두산을 바라보며 샷을 날릴 수 있는 백화코스 등 총 18홀 3개 코스로 이뤄졌다. 백두산 해발 800m에 자리 잡아 한여름에도 평균 22도 안팎의 선선한 기온에서 경기할 수 있다. 완다그룹은 한국 시장을 겨냥해 패키지 상품을 출시했다. 왕복항공권,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 숙박(2인 1실), 온천, 천지장백쇼 공연 관람, 골프코스 18홀 3회 등이 포함돼 있다.
-----------김명상 기자/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첫댓글 상세한 정보 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