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산, 태화산, 미역산을 오르다
1. 일자 : 2010. 4. 11
(일)
2.
장소 : 용인
태화산 (644m)
3.
행로 및 시간
[태화산 주차장(08:07) -> (솔밭)
-> 샘터삼거리(08:20, 좌측) -> 병풍바위 밑(08:27)
-> 위(08:33) -> 헬기장(08:40) -> 태화산(09:00)
-> 시어골고개(09:17) -> 미역산(09:33, 613m) -> 마당바위(09:47)
-> 은곡사(10:11) -> 주차장(10:20)]
4.
동행 : 홀로
<
태화산 산행을 준비하며 >
친구들과의 산행이 취소된
후 무료한 토요일 오후를 보냈다. 산꾼의 주말은 역시 산에서 보내야만 제격이다. 일요일 아침, 배낭을 둘러메고 광주 태화산으로 향한다. 차를 가지고 나서니, 길막힘과 소요거리 사이에서 망설인다. 중부를 타면 길막힘은 피할 수 있으나 거리가 약 30km 정도 멀고, 영동을 타면 거리부담은 줄지만 막히는 길 사정이 걱정된다.
태화산은 용인과 광주의 경계에 있는 도곡저수지 부근에 있는 산으로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좋아 한 번 가보고 싶은 산이었다. 아침 한적한 시간을 이용하여 출발하여 오르면 태화산과 미역산 종주를 3시간
정도에 마칠 수 있고, 일요일 오후 길막힘을 피해 귀가할 수 있을 것 갔아 행선지로 택했다.
<
태화산 산행기
>
일요일 아침 7시가
되기 전에 집을 나섰다. 아침을 먹고 영동고속도로로 진입하니 시간이 아직 일러서 그런지 소통원활이다. 8시가
막 지날 즈음, 태화산 이정표를 발견했고, 좁은 도로를 따라
한참을 들어가니, 이런 곳에 주차장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숲속에 잘 정비된 너른 주차장이 나왔다.
어제 저녁 무료함을 달래려 서점에 갔다가 ‘게으른 산행’이라는 책을 사게 되었다. 평소에 여러 번 보았던 책인데, 제목에서 오는 선입관(등산 초보가 산행기일 것이라는)과 출판된지 6년이 지났다는 점 때문에 손에 잡았다가 내려놓콘 했었다. 살짝 내용을 살피니 나무들의 이야기와 그림들이 간간이 보인다. 참나무와
생강/산수유나무의 간별법을 익힌 후 부쩍 나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터라 미련없이 구매했다. 집에 돌아와 첫 장을 펼치면서부터 ‘대박이다’라는 느낌이 온다. 저자의 글솜씨가 속된말로 장난이 아니고, 그림으로 설명되는 나무에 대한 해설과 숲에 대한 통찰력은 내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 모자람이 없다.
몇 가지 인상적인 구절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숲의 천이
산불이나 산사태가 나면 나무와 풀은 사라지고 땅거죽이 드러나게 되는데, 억새와
싸리나무 등이 초기에 자리를 잡고 유기물을 쌓아놓으면, 양수 수종인 소나무가 싹을 틔우고 소나무 가지가
땅거죽에 그늘을 드리울 정도가 되면 음수 주종이 들어와 소나무와 경쟁하게 되고, 결국 소나무에 비해
생육이 빠른 참나무 등 넓은잎 나무들이 숲의 지배자가 된다.
2.
바위틈 소나무
사방천지 이 넓은 산, 하필이면 거름기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바위틈에서
자라는 이유는, 숲의 천이 과정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3.
봄 야생화가 일찍피는 이유
연약한 꽃들이 두꺼운 얼음과 낙엽을 뚷고 이 추운 시기에 꽃을 피우는 이유는, 키
큰 나무들이 새순을 내고 그 잎이 자라 하늘을 덮어 버리기 전에 빛을 나누어 받아, 하늘문이 닫히기
전 얼른얼른 꽃이 피고 열매을 맺어야 한해살이를 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가지 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단한 통찰력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저자가 생태학이나 임학을 전공한 분이 아닌 독학으로 나무와 숲을 공부한 분이라는 것이다. 숲을 연구하기
위해 산엘 무수히 올랐고 그 결과물이 ‘게으른 산행’이다. 결코 게으르지 않은 체험과 사색의 역작이다. 무언가를 정말로 사랑하고
오랜 시간 연구한다면 ‘아웃라이어’가 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주차장을 지나 오르는 산길 초입은 솔밭이다. 겨우내 답답한 낙엽과 생기없는
나무등걸을 보다가 솔의 푸르름을 군락으로 보니 기분이 상쾌해진다. 10여분 완만한 오르막 솔밭을 걷다가
작은 개울을 건너자 샘터가 보이고(08:20) 길이 가팔라 진다. 출발 시 주차장 고도가 250m이고 이곳 고도는 400m 수준이다. 가파른 오르막 왼편으로 암벽이 있다. 작은 산에 어울리지 않은 꽤
큰 규모다. 병풍바위라는 명명이 이해가 간다. 병풍바위를
우회하는 계단길에 글귀가 있길래 살피니, ‘09년 예산조기집행 포상금으로 이 계단을 말들었다’고 쓰여 있다. 요새는 예산을 조기에 집행하면 상금을 주나 보다. 참 이상한 정부다. 하여간 그 상금으로 허튼짓 안하고 산길을 정비했다니
광주시장에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안 좋은 몸 컨디션으로 인해 힘겹게 계단을 오르니(08:33), 첫 하늘이 열리고
도곡저수지의 풍경이 보인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연무로 시야는 뿌옇다.
내리막을 내리서니 커다란 헬기장이 보이고 그 위로 인공 구조물이 어지럽다. 처음에는 군부대인지
알았는데 가까이서 살피니 통신회사의 전신탑이다. “온 산을 자기들 것인냥 훼손하는군”이라는 생각에 분통이 터진다. 지저분하고 어지러운 인공 구조물 지대를
지나니 곧 태화산 정상석이 보인다(09:00).
정상까지는 들머리 출발 체 1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상에서도 역시 시계가 흐리다. 미역산 방향으로
이정표가 없어 지도와 나침반으로 길을 가름하고 비탈을 내려가는데, 뒤에서 한 산꾼이 내려 온다. 미역산 방향이 맞느냐고 묻자, 맞다 하며 미역산보다는 마구산이 더
좋다고 권한다. 잠시 망설이다 ‘애마’를 생각하여 미역산으로 향한다. 평탄한 길을 15분 정도 걷자, 작은 고개가 나온다. ‘시어골고개’다(09:17). 미역산까지는 500m, 태화산까지는 700m 거리라 한다.
생각보다 빠른 행보다. 다시 힘을 내어 미역산으로 오른다. 미역산 정상은 갈대가 우거진 헬기장이다(09:33). 태화산 보다는 정망이 좋다. 멀리 용문산 방향과 북한산, 관악산의 전경이 아스라하다. 굽이치는 마루금들의 모습에 산에 온 느낌이 비로소 든다.
미역산을 지나며는 본격 하산길이다. 한동안 완만하고 편한 길이 이어지다가, 너른 바위지대에 도착한다(09:47). 마당바위다. 반석위에서의 조망이 일품이다. 도곡저수지 앞쪽으로 노인 요양원인
‘작은 안나의집’모습이 이쁘다. 출발 전 길을 잘못들어 들린 곳인데, 기존에 가지고 있던 요양원의
이미지를 빠꾸어 놓을 정도로 깨끗한 곳이었다. (건물 외관의 모습에 대한 생각이다. 건물 안은 들어가지 못해 모르겠다.). 잠시 더 내려오니 소나무
난간 밑으로 더 멋진 저수지 주변의 풍광이 펼쳐진다. 우측으로는 지나온 태화산의 모습이 우뚝하다.
마당바위를 지나 내려오는
길에 갈림이 생긴다. 우측으로 내려서니 길이 무척 가파르다. 20여분을
조심스레 내려오니 은곡사 절집이 보인다. 한적한 곳이다. 절집
밑으로 또 솔밭이 길게 펼쳐지고 이내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이 보인다.
오늘은 일찍 일어난 부지런한 새가 되어 태화산엘 올랐다. 등산을 다 맞쳤는데도 10시가
막 지났다. 의미있는 휴식의 나머지 시간을 기대하며, 오늘의
색다른 경험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