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목의 호남 기행
-영산강을 따라서 (4)
평화와 평등의 산
영산강이 유덕동에서 큰 손님을 맞는다. 영산강 40여개의 샛강 중 큰 형님격인 광주천이다.
이 광주천의 발원지는 무등산 샘골이다. 고경명 선생의 무등산 기행기 ‘유서석록’에 콩가루를 타 마셨더니 달고 시원했다는 그 신령스런 샘물이다.
이 샘골물은 무등산 장불재 아래 남서 기슭에서 발원하여 동쪽에서 서쪽으로 반원을 그리며 도심 한복판을 흘러 영산강으로 합류한다. 이 23Km 길이의 광주천은 용연동에서는 용의 현상을 하고 기세 좋게 치달린다 하여 용추천, 금동에서는 비단결처럼 곱게 흐른다하여 금계, 불로동에서는 주렁주렁 열린 대추처럼 붉은 햇살이 비춘다 하여 대추여울인 조탄이라 했다. 또 무등경기장에 이르러 서방천과 합류하여 한강과 대강, 광주시청 즈음에서는 나룻배가 닿는 혈포였다. 이어 담양에서 온 영산강 본류와 합류되기 전까지는 ‘극락강’이다.
그런데 죽어서 가도 좋을 이름 ‘다할 극(極)’, ‘즐길락(樂)’의 이 극락강 이름은 어디서 유래했을까? 두 물줄기가 합류되는 곳을 두물머리라 한다. 그 모습은 마치 나무 밑동에서 두 가지가 힘차게 뻗어 오르는 모습이다. 그래서 ‘가지강’, 이 가지강이 나무의 시작점이자 머리, 끝이자 밑동을 의미하는 ‘극강’이 되고 ‘극락강’이 되었을 게다.
지금은 광주환경공단이 들어섰지만, 그곳은 극락강이 만들어놓은 아름다운 은빛모래밭 삼각주였다. 마치 배불리 먹고 한숨 늘어지게 자고 있는 사람의 복부와 같은 곳이었다. 등 따습고 배부르니 그곳이 바로 극락 아니겠는가?
운암동 대내마을의 문인 극재 이완상(1887∼1953)이 풍영정에서 극락강 모래밭을 바라보며 읊은 시다.
‘서석산 빛이 바람 속에 비기니 밥 지은 내 일어난 곳에 두서너 집이네/늘어진 버들 사월에 가벼운 솜을 날이고 총국 어느 때에 늦게 꽃을 필 것인가/당시에 어찌 진나라 옛 풍속을 근심하며 빈터를 지나면서 스스로 은나라 슬픈 노래를 느끼네/슬프다 우리 백발 나이가 늙으니 홀로 서강 극락의 모래에서 낚시를 하네’
그렇다면 이 광주천을 만든 무등산의 이름은 어디서 얻었을까? 갈대밭으로 이루어진 산을 ‘갈뫼’라 하듯 ‘무돌’은 ‘무지개를 뿜는 돌’이란 뜻의 우리 옛말이다. 그러니까 ‘무돌’은 무지개처럼 곱고 아름다운 돌산이다. 여러 말이 더 있지만, 무등산은 그 ‘무돌’에서도 이름을 얻었을 거라 여겨진다.
세상을 두 팔 벌려 안은 모습의 무등산은 평화와 평등의 상징이다. 그 무등산에 3개의 폭포가 있다.
먼저 원효계곡의 세심폭포다. 원효폭포라고도 한다. 무등산 정상 일대의 물이 삼밭실에 고여 바위틈으로 흐르다 계곡이 되고, 의상봉 중턱의 암벽에서 떨어지며 이름을 얻었다.
다음은 무등산 남쪽의 용추폭포다. 무등의 폭포 중 가장 우람하고 아름다웠는데, 일제강점기에 일인들이 폭발물로 훼손하여 아쉬움이 크다.
시무지기 폭포는 강수량이 많은 여름철에 볼 수 있는 데, 폭포가 쏟아지며 세 무지개가 뜬다고 하여 얻은 이름이다.
이 세 폭포를 거느린 무등은 한 마리의 용과 한 마리의 학의 형상으로 무등벌을 품어 온갖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이롭게 할 인재를 키운다.
원효사에서 지산동 뒤쪽 꾀재를 돌아 장원봉, 중군봉으로 이어지는 줄기는 용이 되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화룡승천의 형세다.
옛 태봉산은 무등 용의 여의주라고 했다. 후백제를 건국한 견훤의 전설이 불태산 아랫마을에 전해오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겨드랑이에 호랑이의 깃털이 있다는 김덕령 장군 얘기도 우릴 이끌 지용덕을 겸비한 지도자를 바라는 민초들 염원의 소산이다. 또 증심사에서 바람재를 거쳐 조선대 병원 뒤쪽을 거쳐 전남대병원으로 이어지는 줄기는 학의 둥지로 금학포란형의 길지다.
광주가 달리 민주와 인권의 도시인가? 나라가 재난에 처하면 분연히 일어나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린 애국과 애족의 고을이다. 임진왜란 의병, 한말 의병, 광주학생독립운동, 그리고 현대에 이르러 광주항쟁이 그걸 증명하고 웅변하고 있다.
그뿐인가? 광주는 예향이다. 화장실에도 문인화 한 점 정도는 걸려있다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고, 음악, 문학, 무용 등 각종 예능방면에 뛰어난 인재가 끊이지 않고 뒤를 이어 광주의 명예를 빛내고 명성을 높인다.
천년만년! 그 자랑스런 빛고을을 바라보며 오늘도 광주천은 흐르고 있다.
비가 오기를 기다립니다. 무등산 서석대 겨울사진입니다. 보시면서 시원했으면 합니다.
무등산에 폭포가 2인데 용추폭포입니다. 일제강점기 일경이 폭파했다고 합니다.
세무지개가 걸린다는 시무지기 폭포입니다. 비가 와야 수량이 풍부합니다.
시원하고 건강한 여름 보내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김목 특별 회원님!
'호남기행문 잘 읽고 있습니다.
"무등산" ~ 깊은 의미가 있는 산 이라는 것~
새삼, 깨우쳐 주셨습니다.
폭포 사진도 ~ 시원 하네요~~
감사합니다.
격려의 말씀 고맙습니다.
세상을 돌아다니며 다시 배웁니다.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는 게 은혜라는 걸 알고요.
폭염과 가뭄이 힘들어도
단비가 오리라는 희망으로 한 주일 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