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기 전까지 남은 걸음
-열여덟 살의 가을에서 세어본다.
2학년 2반 6번 손지민
어릴 적의 나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때의 나에겐 어른이라는 것에 대한 환상이 있었고 어린 나는 그 환상을 이룰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즈음 ‘피터팬 증후군’ 에 관한 이야기를 알게 됐다. 피터팬 증후군은 성인이 되어서도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스스로 어른임을 인정하지 않고 어린아이처럼 타인에게 의존하고 싶어하는 심리상태를 말한다. 이 이야기를 들은 어린 나의 머릿속에선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이해를 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적어도 내가 피터팬 증후군에 걸릴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고 고등학생이 되어 피터팬 증후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그렇게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을 이제야 이해를 할 수 있게 됐다. 가장 큰 이유는 내가 가지고 있던 어른에 대한 환상이 깨졌기 때문이다. 어린 내가 생각했던 어른의 삶이란 대학 생활과 회사 생활이 주였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성적과 관련하여 좋은 대학교를 갈 수 있는지부터가 큰 짐처럼 놓여있다. 그렇게 생각하게 되자 누군가에게 보호를 받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도 두려워졌고, 내 선택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도 무서워졌다.
처음 자전거를 배웠을 때가 생각난다. 어느 날엔가 아빠가 조그만 자전거를 끌고 왔다. 평소 아빠가 자전거를 타고 다니시는 모습을 보며 늘 부러워했던 나였기에 좋다고 자전거에 앉았다. 앉고 손을 핸들에 올려 잡기만 했는데 팔 부분이 마구 돌아갔다. 겁을 먹은 나에게 아빠는 말했다. “아빠가 뒤에 있으니까 걱정말고 가.” 집 앞을 짧게만 돌았는데도 여러 번 넘어질 뻔했다. 그런 내가 걱정 됐었는지 다음날 자전거를 꺼내보니 뒷바퀴 양옆에 보조 바퀴가 달려있었다. 보조 바퀴가 붙은 자전거를 타고 처음으로 신나게 달려봤다. 그 후로 며칠간 보조 바퀴를 단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그리고 아빠가 이제 보조 바퀴 떼고 두발자전거를 타보자고 했다. 이전에 아빠와 함께 타본 적도 있고 해서 별걱정 없이 보조 바퀴가 없는 자전거에 올라탔다. 아빠가 뒤에서 잡아줬기 때문에 편하게 움직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뒤를 돌아보니 아빠는 저 멀리에 있었다. 나 혼자 두발자전거를 탔던 것이다. 자랑스러운 마음이 듦과 동시에 아빠가 뒤에 없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그 사실을 알고 몇 바퀴 굴러가지 못한 채 넘어지게 되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며칠간은 자전거를 타지 못하게 됐다. 그렇지만 아빠는 두발자전거 가르치기를 포기하지 않으셨고 나는 같은 실수로 여러 번 넘어졌다. 드디어 어느 날 아빠가 뒤에서 손을 놓았다는 걸 알고도 나는 넘어지지 않았다. 마을을 한 바퀴 돌고 아빠에게로 가니 아빠는 잘했다며 그렇게만 하면 뭐든 다 될 거라고 말해줬다. 넘어지고 다치는 걸 보면서도 아빠가 포기하지 않으신 이유는 내가 혼자서도 잘 달릴 수 있었으면 해서 그랬을 것이다. 이 글을 적으며 지금에야 생각해본다. 어른이 되는 것 또한 처음이라 두렵고 무서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경험과 연습을 통해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 시점에도 머리를 스쳐 가는 생각들이 성장의 밑거름이 될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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