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B 라이프치히 관련 짧은 비디오 클립. (@Rabona Magazine)
분데스리가에 관심이 많지 않았더라도,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올해 라이프치히의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독일 축구계의 50 + 1 룰을 깨며 등장부터 시끄러웠던 이들은 바이에른 뮌헨에 이어 분데스리가 2위를 차지, 레드불의 프로젝트가 그저 꿈이 아니었음을 보여주었다.
RB 라이프치히는 스타들을 낳았다. 슈바벤 출신의 티모 베르너는 한동안 침체기에 빠져있었으나 라이프치히를 통해 재기에 성공하였고, 에밀 포르스베리, 나비 케이타 등이 세계 빅 클럽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좋은 성적으로 라이프치히의 팬들도 활짝 웃을 수 있었다. 위에 첨부된 비디오 클립에서 볼 수 있듯이, 단지 라이프치히를 연고로 하는 팀이 아닌 동독 지역을 대표하는 팀으로써 알게 모르게 '이등국민' 취급을 받아야했던 동독 주민들의 자부심을 세워주었다.

RB 라이프치히는 목마르던 동독 축구팬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역할이 되었다.
그래. 여기까진 좋다. 레드불은 투자를 통해 챔피언스리그라는 큰 무대에 본인들의 팀을 내보내는데 성공하였고, 더 많은 기업 홍보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 단지 챔피언스리그 뿐만 아니라, 동덕 지역의 축구팬들을 본인들의 팀으로 끌어모아 잠재적인 고객층에게 레드불이라는 이름을 각인시켰다.
그러나 레드불은 본인들이 오직 라이프치히에만 구단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님을 자각해야한다. 라이프치히의 지지자가 늘어나는 만큼 다른 편에서 레드불 구단의 지지자들이 떨어져나가고 있음을 파악하고, 이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레드불 풋볼 프로젝트로 불리며 브라질에서 선수를 발굴(레드 불 브라질), 오스트리아에서 경험을 쌓은 후(레드불 잘츠부르크), 독일에서 정상기를 보낸 후(RB 라이프치히), 미국 무대에서 말년을 보낸다는(뉴욕 레드불즈) 이 하나의 거대한 그림은 윤활유가 잘 발라진 기계 부품 같아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았을 때 톱니 수가 맞지 않아 헛돌고 있다.
특히 이 삐걱댐은 두 번째 톱니, 레드불 잘츠부르크에서 그 정도가 가장 심하다. 우리나라 축구 팬들에게는 황희찬이 뛰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이 팀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잘츠부르크를 연고지로 하고 있다. 모짜르트의 출생지, 도플러 효과의 발견 등으로 역사책에 자주 등장하는 이 도시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레드불이라는 기업은 2005년, 재정난에 빠져있던 SV 뷔스텐로트 잘츠부르크를 인수하며 레드불 풋볼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렸다.
바로 다음 해 미국의 메트로스타즈를 인수하였으나 당시 미국 축구무대가 낮은 샐러리캡으로 인해 제한되어있는 시장이었기 때문에 레드불은 자연스레 잘츠부르크에 많은 투자를 시작하였고, 곧 잘츠부르크는 뛰어난 감독, 뛰어난 유망주들을 보유하며 단지 몇 년만에 오스트리아 최고의 팀으로 군림하게 되었다.
하지만 RB 라이프치히의 성공이 시작되며 잘츠부르크는 레드불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된 것 같다. 잘츠부르크에서 포텐을 터트린 유망주들은 마치 강대국이 식민지에서 사치 자원들을 수탈해가듯이 라이프치히로 이적해갔다. 잘츠부르크는 이 떠난 선수들의 자리를 새로운 유망주로 잘 메우고 있다고는 하지만, 선수를 파는 구단이 팬들의 꾸준한 지지를 얻을 수 있을까?

잘츠부르크 시절의 마틴 힌터레거. 현재는 아우구스부르크에서 활약중이다.
잘츠부르크의 팬들은 점점 떠나고 있다. 잘츠부르크의 유소년 시스템을 거친 오스트리아 국가대표팀 수비수 마틴 힌터레거는 이전에 다음과 같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라이프찌히가 짤츠부르크를 주무르는 것처럼 보여지는 것은 좋지 않다. 근본적으로 두 팀은 각기 다른 팀이지만, 결국 라이프찌히가 중심이 되어 모든 것을 차지한다. 짤츠부르크는 거의 방치되고 있다."
"라이프찌히의 랄프 랑닉 단장 및 랄프 하젠휘틀 감독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지만, 그들과의 대화에서 짤츠부르크에 대한 존중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현 상황은 짤츠부르크가 라이프찌히를 위한 선수 훈련소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짤츠부르크 출신인 내가 짤츠부르크의 팬들을 기만하고 라이프찌히로 이적할 수는 없었다. 나는 레드 불 짤츠부르크의 선수였으며, 라이프찌히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만약 내가 라이프찌히로 갔다면, 정체성에 큰 혼란이 생겼을 것이다."
"짤츠부르크 팬들의 라이프찌히에 대한 분노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짤츠부르크는 라이프찌히로 인해 체계적으로 파괴당하고 있다. 이런 일이 이어진다면 결국 짤츠부르크는 더 이상 우승경쟁에 뛰어들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 것이다. 한 곳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두 팀이 모두 잘 되는 방향으로 가야 될 필요가 있다."
이번 시즌에도 라이프치히는 벌써 잘츠부르크에서 콘라드 라이머를 영입해왔다. 돈이 축구를 지배하고 있는 현재의 모습에서 아마 이러한 풍조가 쉽게 변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돈에 미쳐 한 쪽을 존중하지 못하는, 스포츠맨쉽에 어긋나는 행위가 벌어져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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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미 예전에도 시티 풋볼 클럽의 사례를 들어 레드불과 같은 거대 축구기업이 어떻게 축구라는 스포츠를 파괴하고 있는지 얘기했던 바 있다. 아직 축구팬들은 축구의 낭만적인 면을 사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