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담한 영화였다. 특별한 구도나 컷 전환 없이 레오와 레미 둘의 모습을 찬찬히 프레임 속에 담아낸 연출이 오히려 그 둘 관계와 감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면서 불필요했던 정면이 딱히 없다고 느꼈다. 컷을 길게 끌고 가는데도 배우의 연기가 너무 탁월해서 전혀 호흡이 무뎌진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조금 분위기가 쳐진다고 느낄 때쯤 농장 기계가 돌아가는 모습이나 하키를 격렬히 하고 있는 인서트를 중간중간에 넣어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연출이 감명깊었다. 이렇게 흐름을 끓고 가는 연출은 자칫하면 보는 관객이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는데, 모든 게 서사적으로 딱 들어맞아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감사했다.
배우들의 연기도 모두 대단했다. 레오와 레미는 말할 것도 없이 주변 조연들도 너무 연기를 잘했다. 얼굴에서 나오는 아우라도 좋았지만, 각자의 결핍과 불안감을 나타내는 섬세한 감정 연기가 엄청났다. 굳이 표정을 이리저리 움직이지 않아도 가만히 앉아서 눈밫으로만 그 감정을 나타냈는데, 이는 배우가 정말 몰입하고 있지 않으면 관객이 제대로 그 감정을 전달받지 못할 수도 있는데도 전혀 그렇게 느끼지 않았다.
영화를 보고 나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인 인터스텔라 영화가 생각났다. 그 이유는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그저 ‘사랑’이라는 단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실로 추상적인 단어이다. 만져지지도 않고, 제대로 과학적으로 증명된 개념이라 볼 수도 없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모두 현재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고, 심지어 이미 내 곁을 떠났던 사람조차 사랑할 수 있다. 현재만을 고집하는 개념보다 오히려 ‘사랑’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이 더 영원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비록 레미는 레오 곁을 떠났지만, 그를 계속 기억하고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사랑이라는 개념이 레미와 레오 그리고 레미와 어머니를 계속해서 연결시켜주고 있다.
그래서 나는 클로즈의 영화 결말이 너무 좋았다. 레미는 이제 더이상 레오 곁애 없지만, 그가 항상 레오의 마음 속에 있다는 것을, 레미를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래오 곁에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힘차게 화면 속을 뛰어다닌다. 누군가를 보내는 상실의 아픔이 이내 진실된 사랑이었다는 깨달음 얻고 나아가는 레오를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