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별장永陽別章
음애(陰厓) 이자(李耔)
나의 벗 이군 중씨는 李君仲氏友 이군중씨우
젊을 때부터 오래 종유하였네 結髮從遊久 결발종유구
때로 경계하는 말을 들으면 時聞謦欬語 시문경해어 * 謦 기침경 欬 : 기침해
태산북두처럼 우러러 보았네 仰之如山斗 앙지여산두
학문은 이치를 알려고 하였고 學問要識理 학문요식리
포부는 절로 구차하지 않았네 抱負自不苟 포부자불구
부앙하는 사이에 과거에 급제하니 俛仰拾科第 면앙습과제
모두 나라 구할 솜씨라 추대했네 衆推醫國手 중추의국수
연이어 한림원에 들어가 聯翩入藝苑 연편입예원 * 翩 나부낄편 苑 나라동산원
붓을 잡고 소신대로 썼네 秉筆書所守 병필서소수
춘추필법으로 두세 번 책문 올리니 春秋二三策 춘추이삼책
온갖 아름답고 추함이 드러났네 萬象呈姸醜 만상정연추
사간원은 책임이 더욱 중하여 薇垣責逾重 미원책유중 * 薇垣 사간원을 달리 이르는 말 (장미미, 담원)
한 몸으로 가부를 감당하였네 一身當可否 일신당가부
큰 골짝에 터놓은 듯한 미친 물결을 狂瀾決巨壑 광란결거학 * 瀾 : 물결란
혼자 몸으로 구제하기 어려웠네 難容隻手救 난용척수구
죽고 사는 것 본래 운명이 있으니 死生自有命 사생자유명
배운 바를 저버리지 않았네 所學不宜負 소학불의부
팔을 걷어붙이고 임금의 수염 건드렸다가 奮臂探龍鬚 분비탐용수 * 奮 떨칠 분 鬚 수염수
갑자기 공야장처럼 형벌 받았네 劇被公冶紐 극피공야뉴 * 劇 심할 극 冶 풀무 야 紐 맺을 뉴
멀리 안동으로 유배되어 遠竄花山府 원찬화산부 * 竄 숨을 찬
좌우에 도서를 벌여놓았네 圖書惟左右 도서유좌우
흰 이슬 갈대에 서리되었고 白露成蒹葭 백로성겸가 * 蒹 갈대 겸 葭 갈대 가
수고로이 잡초를 제거하였네 茶蓼去稂莠 다료거랑유 * 蓼 여귀 료 稂 강아지풀 랑 莠 가라지 유
마음이 참으로 바르고 곧으니 中心苟正直 중심구정직
외물이 어찌 유혹할 수 있으랴 外施何能誘 외시하능유
하늘이 스스로 화를 뉘우치고 天心自悔禍 천심자회화
성인이 양구의 운기를 타게 되어 聖人乘陽九 성인승양구
군현들이 무리 지어 등용 되니 群賢拔茅起 군현발모기
우리 도가 대유의 시대를 만났네 吾道屬大有 오도속대유
실을 풀 때 엉키게 해서는 안 되고 治絲不用棼 치사불용분 * 棼 마루대 분
혼란을 제어할 때 뒤섞이면 곤란하네 制亂難雜揉 제란난잡유 * 揉 주무를 유
나라의 모든 일이 간관에게 달렸으니 輕重在諫列 경중재간렬
군을 천거하여 으뜸이라 하였네 薦君稱爲首 천군칭위수
높은 관 쓰고 사헌부에 들어가서 峨冠入烏臺 아관입오대 * 烏臺 사헌부를 이르는 말
헌체를 임금 앞에 진달하였네 獻替冤前黈 헌체원전주 * 冤 원통할 원 黈 누른빛 주
굽은 것을 바루는 데 넘치지 않았고 矯枉不失過 교왕불실과
급한 병에 뜸 뜰 곳을 알았다네 急病知所灸 급병지소구
당시에 이군의 명성이 當時李君名 당시이군명
만인의 입에 퍼져 있었네 播在萬人口 파재만인구
선성에 고향 마을이 있었으니 宣城有故里 선성유고리
문전의 버드나무 꿈에 보였네 夢入門前柳 몽입문전류
흰 구름 보며 〈척호〉를 읊으니 白雲賦陟岵 백운부척호
뜻이 묘유에 있지 않았네 志不在卯酉 지부재유묘
어버이 위해 한 고을을 맡으니 爲親屈一郡 위친굴일군
붉은 인끈을 영예로 여긴 것이 아니었네 非以榮紫綬 비이영자수
노래자의 색동옷 입고 북당에서 춤추고 萊衣舞北堂 내의무북당
술잔 들고 남산처럼 장수하길 축원하였네 稱獻南山壽 칭헌남산수
지방이 가까워 봉양하기 편리하고 地近便所養 지근편소양
즐거운 마음은 제구에까지 미쳤네 懽情及諸舅 환정급제구
고을을 다스림은 그대에게 여가의 일이니 治郡君所餘 치군군소여
온 고을이 두모와 같다고 일컬었네 一境稱杜母 일경칭두모
어진 정사는 밖에서 구할 것이 아니라 仁政不外求 인정불외구
두터이 할 바를 미루어가는 것일 뿐이네 只在推所厚 지재추소후
돌아보건대 내가 고을 다스림은 顧我守弊封 고아수폐봉
우마주 정도뿐이 아니니 不啻牛馬走 불시우마주
고개 숙이고 관리의 습속 배우고 低眉學吏俗 저미학리속
기량은 도리어 거칠어졌네 伎倆還鹵莽 기량환노망
백발의 우리 양친은 鶴髮我雙親 학발아쌍친
이 달에 고향으로 가시어 今月歸田畝 금월귀전묘
이 몸이 돌아가 봉양해야 하거늘 此身合歸養 차신합귀양
결정하여 툭툭 털어 버리지 못했네 未決猶抖擻 미결유두수
애써 남의 비방이나 피하려 하나 黽勉避人謗 민면피인방
다만 허물을 더 보탤 뿐이네 秖以添厥咎 지이첨궐구
이군이 내 말을 들어주었으니 李君聽我言 이군청아언
지기란 참으로 우연이 아니네 知己固不偶 지기고불우
말세의 풍속 갈래가 많아서 末俗事多岐 말속사다기
마른 밥에도 은혜와 원망이 갈리네 恩怨在乾糗 원우너재건구
여러 입은 끝내 산도 움직이고 衆口終漂山 중구종표산
훈유가 단유처럼 뒤섞이고 薰蕕混丹黝 훈유혼단유
고을 다스리는 병통 여기에 있으니 爲郡病在此 위군병재차
이 병통은 나도 부끄럽다네 此病我所忸 차병아소뉴
큰 도는 본래 형체가 없고 大道本無形 대도본무형
좋은 보배는 티끌을 머금고 있다네 至寶含塵垢 지보함록후
내가 순리전을 읽어보니 吾觀循吏傳 오관순리전
실제로 은혜는 고을 떠난 뒤에 있었네 實惠在去後 실혜재거후
[주1] 이자(李耔) : 1480~1533. 본관은 한산(韓山), 자는 차야(次野), 호는 음애(陰崖)ㆍ몽옹(夢翁)ㆍ계옹(溪翁)이다. 1504년 문과에 급제하여 의성현령 등 여러 관직을 거쳐 한성 판윤ㆍ형조 판서ㆍ우참찬 등을 지냈다. 1518년 종계변무주청사(宗系辨誣奏請使)의 부사로 북경에 다녀왔으며, 1519년 기묘사화에 연좌되어 파직되었다. 저서로는 《음애일기》와 시문집인 《음애집》이 있다.
[주2] 중씨(仲氏) : 이현보를 가리키는 말이다. 본래 후한(後漢)의 은사 중장통(仲長統)을 가리킨 말로, 공치규(孔稚圭)의 〈북산이문(北山移文)〉에 “은사인 상장(尙長)은 이 세상에 없고, 중씨는 이미 가버려서, 산이 적막해졌으니, 천재에 산을 누가 감당해 줄꼬.[尙生不存, 仲氏旣往, 山阿寂寥, 千載誰賞.]”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중장통은 문사(文辭)에 능하였으며, 직언(直言)을 즐겨 당시 사람들이 광생(狂生)이라 불렀다. 그가 지은 〈낙지론(樂志論)〉에서 “거처하는 데 좋은 전답과 넓은 집이 있고, 뒤에는 산이 있고 앞에는 물이 있으며, 도랑이 빙 둘러 있고 대와 나무가 에워싸고 있으며, 장포(場圃)가 앞에 있고 과원(果園)이 뒤에 있으며, 주거(舟車)가 걷고 물 건너는 어려움을 대신해 주고, 사령(使令)이 사체(四體)의 일을 쉬게 해 주며,……어찌 제왕의 문에 들어가는 것을 부러워하겠는가.” 하였다. 《後漢書 卷49 仲長統列傳》 이현보의 자가 비중(棐仲)이고, 강직한 성품과 전원생활을 좋아한 것 등이 중장통과 닮은 점이 있어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주3] 공야장(公冶長)처럼 형벌 받았네 : 죄 없이 형벌을 받았다는 말이다. 농암이 1504년(연산군10)에 정언으로서, 세자의 학문 태도를 문제 삼아 빈객을 탄핵하다가 안동 안기역에 정역되었던 일을 가리킨다. 《논어》 〈공야장(公冶長)〉에 “공자(孔子)가 ‘공야장이 형벌에 걸린 일이 있으나 그 자신이 지은 죄 때문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한 데서 온 말이다.
[주4] 흰 …… 서리되었고 : 날씨가 시절에 어긋나서 하늘도 믿을 수 없다는 뜻으로, 임금의 어지러운 정사를 비유한 말이다. 《시경》 〈겸가(蒹葭)〉에 “갈대가 푸르게 우거진 이때에, 흰 이슬이 내리다가 서리로 변했네.[蒹葭蒼蒼, 白露爲霜.]”라는 구절이 나온다.
[주5] 수고로이 잡초를 제거하였네 : 온갖 고난을 참아가며 학문에 힘썼다는 말이다.
[주6] 양구(陽九)의 운기 : 군자가 좋은 시절을 만나 득세하는 것을 말한다. 《주역》에서 양(陽)의 수(數)는 구(九)이고 음(陰)의 수는 육(六)이므로, 양은 군자를 비유하고 음은 소인을 비유한다.
[주7] 대유(大有)의 시대를 만났네 : 천리가 밝아진 성대한 시대를 말한다. 《주역》 〈대유(大有) 상구(上九)〉에 “하늘이 보우(保佑)해 주시나니, 길해서 이롭지 않음이 없다.[自天祐之, 吉無不利.]” 하였고, 〈대유괘(大有卦)〉는 불[火]이 천상(天上)에 있어 사방을 널리 비추므로 성대하고 풍요로운 형상이라 한다.
[주8] 실을 …… 되고 : 덕으로 백성을 다스려야 한다는 말이다. 춘추 시대 노(魯)나라 중중(衆仲)이 위(衛)나라 주우(州吁)의 일에 대한 은공(隱公)의 물음에 대해 “덕으로 민심을 얻는다는 말은 들었지만, 난폭함으로 민심을 얻는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난폭함으로 하는 것은 마치 엉킨 실을 풀려다가 더욱 엉키게 하는 것과 같다.[以德和民, 不聞以亂. 以亂, 猶治絲而棼之也.]”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春秋左氏傳 隱公 4年》
[주9] 헌체(獻替) : 행해야 할 일을 진헌(進獻)하고 행해서는 안 되는 일을 폐지하도록 임금에게 건의한다는 헌가체부(獻可替否)의 준말로, 중대한 국사를 조정에서 의논하는 것을 말한다.
[주10] 척호(陟岵) : 《시경》 〈위풍(魏風)〉의 시로 효자가 부모를 사모하는 내용이다. “저 산에 올라가서 아버님 계신 곳을 바라본다.[陟彼岵兮, 瞻望父兮.]”, “저 민둥산에 올라가서 어머님 계신 곳을 바라본다.[陟彼屺兮, 瞻望母兮.]”라는 구절이 있다.
[주11] 묘유(卯酉)에 있지 않았네 : 벼슬살이에 뜻이 없었다는 말이다. 묘유는 관청에 출근하여 직무에 종사하는 것을 말한다. 옛날에 관리들이 묘시(卯時)에 출사하여 유시(酉時)에 퇴근하였다.
[주12] 노래자(老萊子)의 …… 춤추고 : 지극한 효성으로 부모를 섬기는 것을 뜻한다. 《소학》 〈계고(稽古)〉에 “춘추 시대 초나라의 노래자(老萊子)가 효성으로 어버이를 받들어 일흔의 나이에 색동옷을 입고 어린아이의 놀이를 하여 어버이를 기쁘게 하였다.”라고 하였다. 북당은 어머니가 거처하는 곳을 가리킨다.
[주13] 남산(南山)처럼 장수하기를 축원하였네 : 어버이에게 장수를 기원한다는 말이다. 《시경》 〈소아(小雅) 천보(天保)〉에 “변함없는 달과 같고 떠오르는 해와 같으며, 언제나 버티고 있는 남산과 같아 무너지지 않고 이지러지지 않는다.[如月之恒, 如日之升, 如南山之壽, 不騫不崩.]”라고 하였다.
[주14] 제구(諸舅) : 타성 어른들을 비유한 말로 보인다. 《시경》 〈소아(小雅) 벌목(伐木)〉에 “살진 양을 장만하여 제부를 부르고, …… 살진 소 장만하여 제구를 부르리.[旣有肥羜, 以速諸父.……旣有肥牡, 以速諸舅.]” 하였는데, 주자가 “제부는 붕우(朋友) 중에 동성(同姓)이면서 높은 자이고, 제구는 붕우 중에 이성(異性)이면서 높은 자이다.” 하였다.
[주15] 두모(杜母) : 한(漢)나라 때의 어진 수령인 두시(杜詩)의 별칭이다. 두시가 남양 태수(南陽太守)가 되어 덕정(德政)을 베풀자 남양 백성들이 “앞에는 소부가 있고 뒤에는 두모가 있다.[前有召父, 後有杜母.]”라고 칭송한 고사가 전한다. 《後漢書 卷31 杜詩列傳》
[주16] 두터이 할 바 : 수신제가(修身齊家)를 말한다. 《대학》 경일장(經一章)에 “그 근본이 어지럽고서 끝이 다스려지는 자는 없으며, 두터이 할 바에 박하게 하고서 박하게 할 바에 두터이 하는 자는 있지 않다.[其本亂而末治者否矣, 其所厚者薄 而其所薄者厚, 未之有也.]”라고 한 데서 온 말로, 두터이 할 바란 수신제가를 말하고, 박하게 할 바란 치국평천하를 이른다.
[주17] 우마주(牛馬走) : 우마를 관장하는 하인이란 뜻으로 스스로 한 겸사(謙辭)이다. 사마천(司馬遷)의 보임소경서(報任少卿書)에서 자신을 가리켜 ‘태사공의 우마주[太史公牛馬走]’라고 하였다.
[주18] 훈유(薰蕕)가 단유(丹黝)처럼 뒤섞이고 : 선과 악이나 군자와 소인이 혼동됨을 비유하는 말이다. 훈은 향기 나는 풀이고 유는 악취가 나는 풀이며, 단유는 붉은색이고 유는 검푸른색의 물감으로 서로 상반되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