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도착한 때는 프랑스인들의 바캉스(vacances) 행렬이 시작되는 1987년 7월 31일이었다.
그날 오후에 우리는 프랑스 CDG공항에 내렸다. 공항에서 다운타운까지는 불과 몇 킬로미터 되지 않았지만 유럽의 북쪽에서 파리를 거쳐 남쪽 프랑스와 지중해 쪽으로 떠나는 바캉스 행렬로 차량의 정체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기온은 섭씨 20도의 뜨거운 날씨로 햇빛이 참 반가웠다.
영국과 네덜란드에서 유학을 마치고 독일에서 9개월간 선교사역을 하느라 머물렀던 지난 5년 동안의 유럽 날씨는 항상 흐린 잿빛 하늘로 아름다움을 못 느꼈는데, 파리에 도착하니 한국의 여름 날씨를 느낄 수 있어서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했다.
프랑스 파리는 맨 처음 발을 디뎠지만 종교개혁자 장 칼뱅을 배출한 위대한 국가이자 예술과 문화의 강국이기도 해 귀로는 익숙했다. 말로만 듣던 에펠탑의 그 웅장합과 정교함은 감탄 그 자체였다.
이렇게 아름다운 예술의 도시 파리를 향하여 독일 히틀러는 "파리를 빨리 불태워라. 파리는 지금도 불타고 있는가?"라고 하면서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한 그 순간의 쾌감을 즐겼다고 한다. 이는 마치 500년 전 장 칼뱅이 종교개혁의 햇불을 들고 프랑스를 밝게 비추던 화려한 기독교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500년이 지난 지금도 성령의 불이 타고 있을까? 1517년 독일에서 마르틴 루터로부터 시작된 종교개혁의 불길이 독일을 넘어 인접국가 프랑스에 붙기 시작했고 그 걷잡을 수 없는 불길은 막을 수 없었다.
독일은 이미 프로테스탄트 루터교회가 국가교회가 되었고, 프랑스도 장 칼뱅이 활동하던 때는 국민의 46%가 개혁교회로 변했으며 그동안 로마 바티칸 가톨릭교회의 부패로 경직되었던 유럽 대륙에 타오르 는 개혁의 불길을 막을 수 없었다.
당시 16세기에 타올랐던 개혁의 횃불 '오직 성경, 오직 은혜, 오직 구원'은 지금까지 활활 타오르고 있을까?
프랑스에 대한 정보가 없이 도착한 나는 많은 호기심과 함께 감격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필자는 38세로 가슴에 뜨거운 복음의 열정이 불타고 있었으나, 독일에서 갓 태어난 20일 된 딸 신생아 현종이가 들어 있는 바구니를 붙들고 얼떨떨해 하는 아내는 파리의 아름다운 건축물과 문화에는 아무 관심이 없는 듯했다.
맨 처음 부임한 파리장로교회는 사택도 없어서 우선 산모와 신생아를 데리고 매일 성도들의 가정집에 하루, 이틀 전전하며 보낼 수밖에 없었다. 토요일에 도착하여 8.1 취임 예배에는 마침 여행 중이던 고명하신 서울 송학대교회 방관덕 목사님께서 취임 설교를 해주셨다. 교회 역사는 이미 5년(1982년 창립)이 되었고 필자는 제2대 목사로 청빙되었다.
부임하기 꼭 한 달 전 전임자 구의병 목사는 필자가 선교사역을 하고있던 독일 프랑크푸르트까지 차를 몰고 오셔서 파리장로교회의 사역을 요청해 왔었다. 전임 목사님의 개인 사정으로 교회를 사임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했다. 갑자기 받은 제안이라 매우 당황스럽기도 했었다.
필자는 그때에 네덜란드 틴데일 신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마치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나토(NATO) 군인 가족들을 위하여 사역하던 이향모 선교사와 협력 선교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아프리카 선교를 위하여 하나님의 부르심을 기다리며 기도하는 기간이었으며, 더욱이 마침 아내는 첫 임신을 하여 만삭이 된 몸으로 해산을 기다리는 때이기도 했다.
그 일이 있은 뒤 전임자 구 목사님은 한 달 뒤 프랑크푸르트 공항이라며 "이 목사님, 저는 오늘 가족과 함께 서울로 떠나는 중입니다. 다음 주일에는 파리장로교회 설교자가 없습니다. 온 교회가 이 목사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 후 파리장로교회는 제직회의 이름으로 담임목사 청빙서를 보내왔었다. 꼭 일주일 전 아내는 병원에서 첫딸 현종이를 낳았는데, 노산이었던 아내는 출산 과정에서 오랜 진통과 수술을 거치면서 해산의 고통을 심하게 겪은 뒤 병원에서 20일 동안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우리는 퇴원 후 그 다음날 의사의 허락을 받아 신생아를 포대기에 둘둘 감고 루프탄자 비행기에 오르게 된 것이다. "지금 파리 교회는 설교자가 없으며 목사님 오시기를 기다리는 성도들이 있습니다"라는 전화 소리가 생생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파리의 사역은 시작되었다.
파리는 아직도 종교개혁의 햇불이 타오르고 있을까? 오직 성경, 오직 은혜, 오직 구원의 햇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을까?
환한 햇빛의 작열함 속에서 성령의 불로 타오르고 있을 하나님의 땅을 향하여 주님은 나로 하여금 가게 하셨다
"내가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 (출 3:5)
▶ 이극범 목사의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 (3)…프랑스 개신교회의 어제와 오늘 :
https://www.newsnr.net/15768
<저작권자 ⓒ 뉴스와종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출처:뉴스와종교 - https://www.newsnr.net/16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