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천강 천렵은 “나눔과 배려, 우정 소통의 한마당”
그렇다. 우리끼리 하는 단 한번의 연례행사 ‘주천강 천렵’은 한 마디로 ‘나눔과 배려, 우정(友情) 소통(疏通)의 한마당’이라고 하면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으리라.
8월 27일(토) 오후 6시, 강원도 횡성군 강림면 월현2리 1027 ‘전원민박’에 모인, 경향 각지의 전라고 6회 친구들의 면면을 보자.
‘나홀로 운전’으로 그 먼 곳까지 온 친구만도 우보 윤상천, 우진 변만덕, 무성 김성환, 흑백호 최규근, 이선택이었으니, 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왔을까. 둘이 의좋게 온 친구는 우원 이갑진-우리의 영원한 엔터테니어 도령 윤중현(파나마에서 당일 날라온 것은 그렇다. 밴드를 갖고 나타나다니, 그것도 서너 시간 놀자고, 게다가 12시에 돌아가야 하는 상황), 단짝 이종대-지우 이강춘(브라질에서 날라왔다), 옆지기와 쏠쏠한 데이트를 한 달우 박치원-안수당 구영례, 춘향막걸리 두 박스를 사들고 온 남악 박종관-직접 딴 아영 고랭지 포도 7박스를 갖고 온 고룡 맹치덕. 별내해장국연구소 이병운 소장-그 옆지기 한미란(사진으로 보듯이 별내표 부칭개를 엄청 해가지고 옴). 3명이 한 차로 온 친구는 가락시장에서 장보기를 하고 물고기 잡는 도구(투망, 쵸크, 통발 등)를 사갖고 왕회장 인우 최규록과 함께 온 벽곡 장상수- 우재 김종진(명 쉐프). 그리고 4명이 한 차로 온 친구들은 수서역에서 도킹한 청암 김종수(명 쉐프)-박영순 부부와 심부름꾼 우천 최영록-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장가를 좀 가자’고 결심한 운보 김선종 등이었다. 게다가 그날 저녁의 하이라이트는 잘 다듬어진 콩나물 한 박스를 사온 우방 박재수와 정치를 꿈꾸는 정수천, 7회 후배님(백??)과 16회 후배(최지명)의 깜짝 방문(이들은 홍천지역에서 당일 ‘부천전라고 천렵모임’이 있었다한다)이었다. 모두 27명. 정말 대단하지 아니한가. 무엇 때문에 이들은 해마다 이때쯤이면 만사를 제치고 이곳으로 ‘기어드는’ 걸까? 목 매고 오고 싶은 친구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벌초로, 가족모임으로, 직장행사로 오지 못한 친구들은 또 무릇 기하이냔 말이다.
앞서도 말했듯이, 그것은 보고싶은(같이 늙어가고 싶은) 친구들을 위한 나눔과 배려가 몸에 배인 때문(머시든 한 개라도 못줘서 안달이다. 파나마와 브라질에서 가져온 꼬냑으로 우리는 그밤 취했다. 참으로 아름다운 밤이었도다.)이며, 팍팍한 대처생활에 ‘이만한 재미가 어디 흔하겠냐. 이럴 때라도 남의 눈치 안보고 이제 곧 다가와 버린 노년설계도 같이 해보자. 그보다 먼저 부부동반 외국여행도 자주 하자는 등의 얘기를 나누고 싶은거다(북악산 밑의 불통不通정치인을 생각해보면, 소통이 왜 그리 중요한지 잘 알 것이다). 투망의 달인, 우보가 오랜만에 팔을 걷어부쳤다. 진짜로 20cm 정도 되는 민물고기들이 오늘 ’임자‘를 만났다. 1시간여만에 130여마리. 피리, 갈리(이 놈은 수컷이 모양새가 암컷보다 훨 예브다), 꺾지, 빠가사리 등,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는데, 쿠킹의 달인은 매운탕에, 튀김에, 어묵에, 찜에 신바람이 난 듯했다(언젠가 ’김쉐프‘에게 그 수고로움의 기쁨이 무엇이냐고 묻자, 자기 요리를 친구들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는 것이 참보람이라고 했다. 그렇다. 그것은 ‘자식들 입에 들어가는 음식 보는 게 가장 큰 기쁨ㅇ’이라는 부모의 심정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우천은 그 사이에 ‘알탕’을 즐기며 제법 씨가 굵은 다슬기(대수리, 올갱이, 고동)를 두 사발 정도는 잡았다. 이만하면 밤에 된장 풀어 삶아 까먹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막걸리 안주로도 딱이라며 흐뭇해한다. 밤에 라이트 머리에 둘러쓰고 잡으면 ‘한 바케쓰’를 잡을 터인데(야행성), 잔디밭에서 콩쿠르잔치가 열러 시기를 놓쳤다. 밴드를 설치해 음 조율에 바쁜 윤도령은 마이크를 놓고 왔다며 원주까지가서 사오는 수고로움도 즐겁다고 했다. 우리 전원민박 사모님은 1년 동안 트럼펫을 배웠다며 두어 곡을 선사하여 우리를 더욱 기쁘게 했다. 뽕짝의 끝은 어디인가. 밤 12시가 다 되도록 계속 이어지는 바람에 ‘제발 좀 잠 자자’는 옆집 ‘민원’까지 발생했다. ‘부천 전라고’는 얼굴만 잠깐 보이고, 다음 일정 때문에 가야 했다. 그런데, 그 밤에 또 ‘나홀로 운전’으로 귀가해야 하는 친구들이 있었으니. 게다가 찬조금으로 금일봉을 건넨다(이종대-이강춘 20만원). 세상에나, 밤길 운전 조심하라. 고맙다. 슬그머니 자취를 감춘 ‘하얀 나비’의 무성. 프로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그밤 다시한번 입증해줬다. 우리 친구중 가장 확실한 ‘뮤지션’이다. 모두 한 가락씩 하는 ‘재주’를 갖고 있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부천전라고’도 가고, 밤새 설왕설래는 이어진다. 취한 달우, 청암. 인우와 우재를 붙잡고 말씨름이 한창이다. 민턴(배드민턴)을 누가누가 더 잘하나, 내일 아침에 한판 붙자기도 하고, 새벽에 이 많은 설거지를 누가 할 것인지 알아맞춰 보자거나, 씰데없는 화제로 목소리를 높이다. 코를 코는 친구도, 자면서 방구를 뿡뿡 뀌어대는 친구도 있지만, 그것도 재미가 아니겠냐.
고성의, 음치의 노래소리에 질려 제 차에서 잠이 든 우진(아하, 술을 끊었다. 비극이다)이 새벽같이 일어나 설거지를 하고, 겨우 제정신이 든 청암은 정말 기가 막힌 콩나물국과 바지락수케비국을 큰 통 가득 끓여놓고, 친구들을 부른다. 어쩌면 그렇게 요리를 잘 할까? 게다가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자발적으로 친구들을 위하여 맛있는 국을 끓여놓는 이 친구의 심성은 무엇인가. 이것이야말로 ‘나눔과 배려의 정신’이 몸에 밴 때문이 아니고 무엇인가. 어젭잠 공연중에도 그랬다. 공연 출연객들에게 ‘노래 1곡에 한 장’이라며 바로 옆에서 부침개를 만들어내는, 좌판 사장님 지암은 또 어떠한가. 포도 7박스를 모두 선물로 내놓겠다는 고룡에게 ‘피땀을 흘리며 애쓰게 지은 농산물만큼은 그렇게 못받겠다’며 회장은 1박스 2만원씩 10만원은 받아야한다며 기어이 전달하는데, 수줍어하는 고룡을 보아라. 마음씨와 얼굴이 예쁘지 아니한가. ‘포도킬러’인 남편을 위하여 안수당은 즉석에서 10만원을 건네며 택배를 시킨다.
한쪽에서는 잔디광장에서 배드민턴으로 몸풀기에 바쁘다. 20년을 넘게 쳤다는 우천은 10년도 안된 인우회장 앞에서 쪽을 못쓴다. 실력이라는 것은 그렇다. 안수당도, 흑백호도 벽곡도 차례로 라켓을 휘두른다. 부지런하기도 하여라. 벽곡은 그새 운보와 함께 초크를 걷으며 손바닥한 고기 10여마리를 처억 내놓아 박수를 받았다. 무엇이든 풍족하고 푸짐하다. 라면을 먹고 싶으면 라면을 끓여라. 고등어와 삼겹살을 숯불로 구워내는데, 진미(眞味)가 따로 없다(청암쉐프님 감사). 25명이 어둑해지는 시골 별장에서 먹어대는 저녁밥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壯觀)이다. 우천은 최근에 구순아버지 생신을 기념해 만든 '총생들아 잘 살그라' 가족문집에 멋드러진 사인을 해 친구들에게 주기 바쁘다. 그놈 참. 별종이지.
날씨까지 우리의 행사를 축하해주는 듯, 전형적인 가을날씨가 아닌가. 어쩌면 그렇게 하루밤 사이에 '여름에서 가을로' 졸지에, 대번에, 회까닥, 믿기 어려울 정도로 바꿔질 수 있을까. 처서라는 절기가 그렇게 무시무시한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하늘은 한없이 드높고 맑았다. 36도를 웃도는 폭염이 20여일 지속되는 바람에 사람도, 동물도, 식물도 다 매가리가 빠질 대로 빠져 파김치가 되어 있었는데, 졸지에 원기 회복이다. 들판에는 벼가 익어 어느새 누래졌다. 신기할 손. 자연의 섭리여. 날짜도 한번 기가 맥히게 잘 잡았다. 여러번 말했잖는가. 전라고 6회가 하는 일에는 거칠 것이 없다고. 잘되는 집, 부잣집 도령은 우물(시암)에 빠져도 붕어를 입에 물고 나온다고, 안되는 집구석은 며느리가 집을 나가면 애비도 모르는 자식을 배갖고 온다던가(삼암 정영우교장의 지론). 이번 천렵에서 확실히 알았다. 왜 우리 6회가 ‘전라고의 전설’이자 ‘신화’가 되고 있는지. 거듭 말하지만, 그것은 친구들을 위한 ‘나눔과 배려’의 마음이 충만하기 때문이다. 아멘. 할렐루야. 나무관세음보살.
일요일 오전, 왕회장 발의로 진지한 화제가 주어졌다. 올해로 졸업 40주년이 되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혹자는 수능을 1개월여 앞둔 어느 토요일, 서울에서 버스를 1대 대절하여 모교를 방문하자. 수능에 몰입하는 40년 후배 250여명에게 출장뷔페로 점심을 사고, 올라오면서 목천의 독립기념관을 관람하면 좋겠다. 한 친구는 그걸 후배들이 과연 좋아하고 고마워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너무 번잡하다. 그냥 우리끼리 모여 그 의미를 되새기며 회식으로 가름하자. 또 한 친구는 말하자면 전주동창회가 ‘큰집’격인데,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그러니 우리는 서울에서 단독으로 작은행사를 하자. 농사꾼 친구는 그래도 모교 방문하여 후배들에게 한 말씀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우리 친구중 한 명이 ‘인문학특강’을 하는 기회가 이번에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결론 비스므레 난 것은 이렇다. 1967년 2월 10일쯤 졸업을 했으므로, 내년 1월 6일 신년하례식때를 활용해 기념하자. 좋다. 그럼 우리 부부동반으로 가까운 이웃나라를 단체로 가면 어떨까. 예를 들면, 일본 온천여행 2박3일. 1월 6, 7, 8일(금-일요일). good idea. 그것도 방법이다. 아무튼 홈피에 공지하여 여러 친구들의 의견을 듣고 추석이나 지나 회장단이 모여 결정을 하면 좋겠다. 그래, 그렇게 하자. 그럼 우천이 홈피 공지사항으로 올려라. 알았어(우천).
즐거웠다. 우리는 또하나 나이 육십에 ‘추억의 기념탑’을 쌓은 것이다. 이런 탑(塔)이 하나씩 하나씩 쌓이면 ‘마이산의 돌탑’처럼 108개도 되리라. 차도 막힐텐데, 모두 잘 가라. 또 금세 만날 터이므로, 우리 일정은 여기까지 하는 걸로. 먹고 마시는데 조금도 질리지 않는 우리의 왕회장은 ‘출발 15분전’ ‘출발 8분전’을 계속 외친다. 본인의 고급차(벤츠)는 방전(放電)된 지도 모르면서. 민박 사장님의 장비 덕분에 금세 곤경에서 벗어났지만. 잘 가자. 또 만나자. 악수를 나누는데도 아쉬움이 묻어난 2016년 천렵은 그렇게 끝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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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
이 졸문은 원래 사진첩에 댓글로 달려했는데, 300자가 넘으면 지워진다기에 '공지사항'에 올립니다.
40주년 기념과 관련한 아이디어는, 댓글로 달아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내년 1춸초 신년하례회와 겸한다면, 단체 외국여행(제주도 포함)이 좋겠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좀 서둘러야 할 것이니, 부디 보름내에 이 마당에 댓글로 허심탄회한 의견들을 올려주시면 대단히 고맙겠습니다.
심부름꾼 최영록 배
첫댓글 천렵경비 정산.
식자재 총 46만 5620원
낚시도구 10만원
포도값 10만원
전원민박 25만원
마이크값 5만원
----------------------총 96만 5520원
찬조-협조 구체 내용
* 이종대-이강춘 금일봉) 20만원.
* 이갑진, 치악산막걸리 12병 택배, 참숯, 부탄가스
* 이병운, 김치전(대량)
* 박재수, 콩나물 한박스.
* 맹치덕 포도 2박스
* 박종관 춘향막걸리 2박스(24개)
* 윤중현 밴드 연주
* 김종진-김종수 cooking, 박영순-구영례-한미란 쿠킹 보조
* 윤상천-장상수 Fishing, 김선종 피싱 보조
* 변만덕 설거지
* 최영록 배드민턴 지도(최규근, 장상수 등)
* 박치원 이빨꾼
* 참가자 모두 노래 한곡씩 협조.
*기타 전원민박 사모님 색소폰연
참으로 애들 쓰시었소. 고마워.^(^
세월이 야속 하네요
그 많던 술을 보고 피하다니
몇 년 전만해도 밤새도록 술마시면서 '사랑해' 구호가 밤을 지새웠는데
이제는 24시 되니 전부 잠자리로 이동
친구들과 함께 취침
체력의 한계 이겠지요
즐거운 시간 잘 보내고 올 여름을 굿바이 했습니다.
그러게. ㅋㅋㅋㅋ
무릉도원이 바로 여기구나,친구들 모두 수고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