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한 날 한 시에 태어난 쌍둥이, 외모는 같지만 삶은 똑같지 않다.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아도 인생마저 같을 수 없고, 생각까지 같을 순 없다. 엄마 배에서 나와 똑같이 한 집에서 자란 자매도 마찬가지다. 같은 집에 살면서 다른 방을 쓰고, 그 방은 전혀 다르게 꾸며져 있듯 생각도 인생도 전혀 다른 자매의 이야기, 자매의 방.
<줄거리> 사랑 때문에 모든 것을 버린 남자와 스쳐간 인연이 사랑인 줄 몰랐던 여자, 사랑하기 때문에 떠난다는 그 남자와 떠나보낸 그 남자가 그리워 우는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남편과 이혼하고 딸 송아를 데리고 동생 민희의 집에 얹혀서 삶을 포기한 듯 살아가는 정예희. 어느 날 그의 앞에 경찰 제복을 입은 총각 임준기가 등장한다. 준기는 예희가 일하는 만두가게를 드나들면서 그녀에 대한 사랑을 더욱 키워가고, 예희는 준기의 시선이 부담스럽지만 거부 할 수만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예희를 짝사랑했던 만두가게 주방장 ‘김명길’이 세상을 떠나고, 그의 죽음에 얽힌 두 남녀의 외줄 타기는 계속된다.
나와 동생은 세살 터울의 자매다. 때문에 서점 신간매대에 놓여있는 이 책이 눈에 띄였음은 당연했다. 동생과 나는 너무나도 자주 싸웠지만, 싸워야 정이 더 돈독해진다면서 같은 방을 쓰게 했다. 같은 방을 써도 나와 동생은 외모도 그렇고, 행동도 성격도 달랐기에 다른 자매들은 어떨까라는 호기심도 들었다.
민희와 예희. 그녀들의 인생도 사랑도 정말 달랐다. 예희, 남편과 이혼하고 딸아이 송아를 데리고 동생인 민희집에 얹혀사는 여자. 결혼과 동시에 가정밖에 몰랐던 어리숙하고 사회 한 켠에 물러서 있던 여자이다. 그렇게 이혼을 하고 싶어 했으면서도 이혼이라는 것에 적응하지 못하고 술에 의지하는, 답답해보이는 그런 언니였다. 예희와 민희, 이들 자매의 상대자인 준기와 기태. 예희를 사랑하는 연하남 준기를 보며 로테를 사랑하다가 자살하는 베르테르를 보는 것만 같았다. 예희가 아이가 있는 이혼녀인줄 알고 사랑했지만, 사실 법적으로 이혼처리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다고 사람의 마음이 하루아침에 정리되는 것도 아니고, 처음 느꼈던 사랑이란 감정을 주체할 수도 막을 수도 없었던 그는 살인사건에 연루되기까지 해서... 많은 생각 끝에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다. 그가 예희에게 말했듯이, 그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신분과 지위를 지키기 위해 사랑하는 민희를 버릴 수 밖에 없는 기태의 사랑, 그런 기태를 잊기 위해 아이를 지우는 민희. 이미 다른 여자의 남자란 것을 머리는 이해하지만 몸은 자꾸 기태를 그리워하는 민희는 결국엔 수면제까지 먹지만, 우여곡절 끝에 살아나 119에 외친 말은 "살려 주세요"였다.
자매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삶이란, 사랑이란? 예희와 준기를 통해서 삶과 사랑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다. 이들은 사랑과 삶에 대한 답을 갈망하는 사람들이다. 자살과 출가를 택하는 이런 비극적 결말에서 이들의 선택이 과연 최선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극단에 몰린 자아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으며, 그들의 선택은 죽음 또는 도피밖에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세상에 완전한 사랑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또한,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 모두 불완전한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다. 예희가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만두가게 요리사 명길의 집착적인 사랑,
이 불완전한 사랑들 속에서도 자매의 사랑은 달랐다. 무게도 가볍다 무겁다 가늠할 수 없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할 정도로 힘들었다는 점은 닮았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의 사랑은 비극적인 성격까지 띠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이 사랑이란 비극의 고리를 어떻게 끊느냐인데, 예희는 속세를 벗어나 바깥이 없는 세상으로 그 고리를 끊으려 하고, 민희는 속세에서 안이 없는 더욱 깊은 곳으로 전진하는 것을 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희가 사랑이란 것을 통해 술에 빠져 살았던 삶을 청산할 수 있었고,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엄마로서 더 잘해야겠다는 의지도 얻게 된다. 사랑이 두려웠던 예희에게 사랑은 그렇게 비극으로만 존재하지는 않았다. 삶의 한복판으로 그녀를 데려다 준 것도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예희의 출가를 꼭 도피라고 봐야할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는 것 같다. 자신이 모순된 삶을 살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기에, 주어진 삶을 긍정하게 되고, 더욱 순수해지고 심오해지려는 욕망으로 출가를 선택했을 것이다.
우리 삶에서 사랑을 빼면 과연 뭐가 남을까? 인생의 대부분은 사랑으로 이뤄진 게 아닐까? 남, 녀의 사랑, 자식에 대한 사랑, 가족의 사랑까지... 사랑에 웃고, 우는 소설. 가족의 사랑, 끈끈한 정이 묻어나기까지 한 소설.
힘들고 아픈 사랑의 열병을 극복한 자매. 그녀들의 삶에 다시 사랑이란 나비가 찾아들 수 있을까? 부디, 그녀들이 선택한 길에 온전한 사랑이 깃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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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사고뭉치 꼬양의 탐구생활 원문보기 글쓴이: 꼬양
첫댓글 저도 이책 읽었는데,
저하고 제동생도 정말이지 판이하게 틀려요..
ㅋㅋ 역시~ 자매끼리는 공감하는 소설이예요^^ㅎㅎㅎ
자매의 공통점이 궁금해 지는 책이네~
ㅎㅎ 나중에라두 읽어보세요ㅋㅋㅋ
아마 동네도서관에서 찾을 수 있을 것도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