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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어느덧 새벽 4시가 넘어간다. 새벽바람은 차갑고 한기가 느껴지지만 여수에서의 첫날은 설레임으로 한껏 부풀어오른다. 새벽 선어를 맛보고 물어물어 택시를 타고 찾아간곳은 이순신광장옆에 있는 새벽 선어경매시장. 시청먹자골목에서 택시로 20여분을 달려갔다. 도착한 시간은 4시 30분. 시장앞부터 짜고 비릿한 바다내음이 풍겨나온다. 그리고 시끌벅쩍한 소리들도 웅성웅성. 선어시장은 벌써 새로 들어온 싱싱한 생선을 구입하려는 상인들과 시민들로 분주하다. 더불어 여행자의 발걸음도 시끄러운 함성과 처음보는 다양한 물고기 구경으로 발걸음이 바빠진다. 여기저기서 알듯 모를듯한 구호를 외치며 열심히 경매를 하고 있다. 일단 생선을 바닥에 풀어놓고 손짓과 입담으로 경매를 진행하고 낙찰받은 상인들은 바구니와 리어카로 각자의 삶의 터전으로 떠난다. 치열한 삶의 활력있는 분위기와 새벽 찬바람을 맞고 분주히 움직이는 시장상인들의 입김에서 고된 일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자! 여수 새벽을 밝히는 중앙동 선어시장 속으로 들어가보자.
선어시장의 모습. 선어시장간판에 어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좁다란 통로에는 생선을 가득실고 들어온 차와 상인들이 뒤엉켜 한바탕 걸쭉한 시장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새벽이라 무척 춥고 쌀쌀할텐데 두껍게 차려입은 옷으로 추위를 몰아내려 애쓴다. 하긴, 추위를 느낄 시간도 없이 바쁘게 진행되는 새벽시간이니 뛰어다니면 땀이 흐를것같다. 옆동네에 활어시장이 있지만 이곳은 싱싱한 선어만을 취급하는 곳이다. 가끔 추위를 녹이려 모닥불앞에 둘러앉아 소라 몇개와 생선을 구워 소주한잔 걸치는 모습들도 보인다.
이곳은 일요일에는 열지 않고 경매가 끝나면 다시 한산해진다. 요즘에 활어라하면 자연산을 찾기 어려워진 것이 현실이고 설령 자연산이라해도 어디 믿고 먹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선어란 먼바다에서 갓잡아올린 물고기를 급냉하거나 바로 궤짝에 얼음으로 채워서 항구까지 가져오기에 100%자연산이다. 비슷한 참치나 고등어도 그런 스타일이다.
붉은생선, 성대하고 비슷하게 닮아있는데 뭔지는 물어봤지만 워낙 바쁜터라 까먹었다.
싱싱한 꼴뚜기도 궤짝속에 가득차 있다. 꼴뚜기가 꽤나 큼직한것이 맛깔스럽게 보인다.
나무 궤짝에는 서대, 아구, 조기를 비롯한 다양한 생선들이 가득 담겨있다.
이렇게 한 궤짝에 다양한 생선들이 담겨 있는것도 보이는데, 아직 경매가 끝나지 않아 일단 한방을 쓰고 있다. 나좀 빨리 잡아가주쇼하면서 입벌린 생선들도 간혹 보인다.
궤짝마다 가지런히 정리된 생선들로 시장안은 어느덧 가득찬다. 물론 거의 궤짝단위로 판매되지만 일단 경매가 끝나면 저렴한 값에 낱개 단위로도 살 수 있다.
돔의 일종이라는데, 크지 않지만 모양이 날렵하고 이쁘장하다.
큼직한 붕장어들의 모습. 이런 크기로 자라나려면 몇년은 족히 걸린다고 한다. 이런 장어들은 구이나 하모유비끼, 샤브샤브, 장어탕의 용도로 쓰이는데 얼핏봐도 구렁이보다 커보이는 대붕장어가 온몸을 뱁처럼 감고있어 놀랐다. 이런건 비싸기도 할 뿐더러 뼈가 억세고 커서 회나 구이로는 안맞고 주로 탕으로 푹 쌂아서 약으로 쓰인다고 한다. 운동하는 사람이나 기가 약한 사람에게 특효약이라며 이만한것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직접보니 길이가 2m는 족히 넘어보이는 것이 무시무시하다.
조그만 상어들. 돔베기라고도 하는데, 제사상에 가끔 포로 올려놓아 맛을 보기도 했는데, 맛은 별로였던것 같다. 아마 다른 물로기를 잡아먹으려고 따라왔다가 그물에 같이 걸렸을듯.
싱싱한 키조개 관자들. 관자가 큼지막해서 한두개 삶거나 구워먹어도 배부를 정도다.
아주머니가 키조개 더미에서 계속 하나씩 까서 이렇게 바구니에 담아놓고 있다.
묵묵히 허리를 굽히고 키조개를 까고있는데, 물어보니 경력이 30년이 넘으셨다고 한다. 힘들지만 자식들도 가르키고 시집도 보내고 여기나와 일하시는것이 편하다고 하신다.
까놓은 키조개도 많은데, 뒤에 더 많은 키조개들이 대기하고 있다.
한봉지에 3만 3천원이란다. 한번 들어보니 꽤나 양이 많음이 느껴지고 팔이 아플정도. 10여kg은 바로 넘겠다.
그 옆에서는 날라다니는 힘좋은 바다의 투정꾼, 물메기들이 옆으로 누워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크고 쎈놈들을 아저씨는 쉽게 잡고 나른다.
바닥에 놓인 물메기들은 몸을 비비꼬면서 점프도 하고 멀리뛰기도 한다. 불끄고 후레쉬로 비춘다면 좀 무시무시하겠는걸.
몸체에 비해선 상당히 작은눈. 다른 생선들에 비해선 이상하리만치 작지만 친근한 눈동자가 꽤나 재미있는 모습이다. 뭘봐!
지금은 물메기 경매중! 오늘은 크고 싱싱한 놈들로 가져가야지.. 어젠 많이 팔았어! 추워서 일찍 들어갔어라며 서로 대화도 나누고. 이거 팔아요! 물었더니 지금 경매중인데 조금있으면 다 팔리니 빨리 사려면 사야 한단다.
어찌 옷색들이 거의 빨간색들이 눈에 많이 보인다. 그래도 검은 무채색 계열보다는 활기차고 따듯해보인다.
한겨울 맛의 왕자라는 감성돔들도 보인다. 작지만 맛이 괜찮고 매운탕이나 구이로 먹으면 그만이겠다.
경매를 기다리는 생선들이 궤짝에 듬벙듬벙 놓여있다.
이제 물메기들이 본격적인 경매시장으로 들어갔다. 요놈은 어쪄, 저것이 좋아보이는디 하면서 흥정에 여념이 없다. 순식간에 물메기들을 담은 궤짝들이 시장 곳곳으로 뿔뿔히 흩어진다.
경매가 끝나고 리어카에는 물메기를 실은 궤짝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물메기들의 아파트를 이룬 곳에서 물메기들은 차츰 삶에 대한 미련을 버리며 해탈의 경지로 들어간다.
경매를 해온 생선들을 팔기위해 가지런히 정리하고 있는 시장상인.
보는이들이 알기쉽도록 생선마다 가격표를 붙여놓았다.
물메기 1마리에 4천원. 3마리 사면 1만원에 준단다. 사고싶었는데! 남해의 해풍에 말린 물메기 한마리가 1만원정도 했으니 꽤나 저렴하다.
하얀배를 드러내놓고 자고있는 아구들. 통통한 뱃속에는 작은 생선들이 들어있을것 같다. 집에와서 뜯어본 아구의 뱃속에는 큰 조기도 들어있고 작은 감성돔도 들었을 만큼 식욕이 좋다.
얼음에 푹 넣어놓은 큼지막한 붕장어들이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어렸을적 서산에 살때는 이런 붕장어를 잡아 칼질해서 빨래줄에 널어놓고 잘 말려서 조림을 많이 해먹었는데. 물론 회로는 먹은것같지는 않다. 회는 주로 낚시하는 배에서나 먹었고.
여수 붕장어들은 꽤나 큰놈들이 많은가보다. 이놈들도 두손으로 잡지못할 허리둘레를 자랑하는 모습이 묵직해보인다.
선어시장도 이제 새벽 어스름의 여명이 시작될 무렵에는 절정을 향해 치닫아간다. 시장상인들의 손놀림은 더욱 바빠지고 옆상인과 즐기는 자판기커피 한잔만이 얼어버린 손과 몸을 조금이나마 따듯하게 녹여주고 엉덩이에 깔아놓은 핫팩이 나오는 하얀 입김을 감싸 안아주는듯 하다. 의자에 핫팩을 깔아놓으면 그만큼 몸이 데워져 온기가 느껴진단다. 고생들 많으십니다요.
감성돔옆에는 커다란 광어들이 그 몸체를 자랑하고있고 그 위에는 대구와 소라들이 한가롭게 노닐고 있다.
여수의 명물 서대도 가지런히 시장 한켠을 지키고 있다. 서대는 여수에서 먹을 수 있는 대표적 생선인데, 구이로도 회무침으로도 그만인 참맛의 물고기. 꼭 가자미 같기도 박대같기도 하다.
여수 선어시장에는 다양한 생선들의 천국이다. 비록 새벽녘의 추위를 몸소 느껴야하는 부담은 있지만 그 시장속에서의 생활의 활력과 싱싱한 바닷내음을 맡는다면 하루를 시원하고 밝게 열어갈 에너지를 가슴속 깊이 얻어올 수 있다.
선어시장 살것은 많지만 들고다니기 불편해서 구입하지 않았는데, 문득 이거 얼마에요 하고 물어본 아구. 물론 크기가 크다거나 상품은 아니지만 작은고추가 맵듯이 아구도 뭐~ 신김치를 송송 쓸어넣은 시원한 아구탕을 끓이는데는 그만이다. 한궤짝에 1만원에 가져가란다. 네에~~ 그러면서 검은봉지에 담아주는데 무거워서 혼났다. 선어시장 입구에있는 포장집에서 스치로폼박스로 포장을 하고 얼음도 넣어 일단 내일 가져간다고 말씀드리고 밖으로 나갔다. 포장비포함해서 16,000원. 집에 가져오느라 고생좀했다. 집에와서 세어보니 아구가 총 43마리. 무게는 20kg이 넘었다. 물론 크기가 작지만 한냄비에 두세마리 넣으니 꽉 차는 음식점 못지않은 싱싱한 아구의 맛. 식당에서 먹는것보다야 이런 싱싱한 아구탕을 어디서 먹어보랴. 시장가니 중자정도의 아구가 한마리에 1만원선. 대자가 2만 5천원에서 3만원이란다.
이제 경매도 슬슬 끝나가고 차로 경매받은 생선들을 실고 가기도 하고 아침을 먹으러 나가는 상인들. 북적대던 선어시장은 5시 30분이 지나면서 점점 조용해져간다.
날이 밝아 훤해진 선어시장의 아침의 풍경. 어두워야 활기찬 모습이 되는 선어시장. 다음에 또 여수를 간다면 직접 버너와 코펠을 준비해서 바로 구워먹거나 매운탕을 먹어도 되겠다. 새벽 일찍 일어나야 하는것이 힘든일이지만 그래도 여수에 와서 중앙동 선어시장을 구경하지 않으면 여수의 활기찬 아침을 구경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저렴한 가격에 싱싱한 선어를 구입할 수 있으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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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통영중앙시장만 가봤는데 여기도 대단하네요!
네, 가보면 좋은곳인데요! 문제는 새벽에만 활기찬곳이지요,,물론 낮에도 하긴하지만요!
어시장 너무너무 좋아해요~~~~ㅋㅋ 이렇게 자세한 어시장 포스팅은 처음 보네요~~~
네,,,여수가면 함 들려볼만 해요!! 담에 함 같이 가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