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하면 보통 대형극장에서 화려한 조명과 유명 출연진들이 출연하는 것만 연상된다. 그런데 이번에 소극장에서 올려지고 있는 락시터 뮤지컬 공연을 보고 왔다. 지난달 오래간만에 본 그냥청춘 공연이후 말그대로 또다시 연극병에 걸렸다. 그 생생한 무대의 감동은 오랜시간 여윤이 남아있다.
오늘 보게 된 뮤지컬은 대학로 흥행연극의 대표 작가이며 연출가인 위성신 연출의 락시터이다. 일단 낙시터가 무대인건 분명한거 같고 락시터로 표현한거 보면 즐거운 뮤지컬일텐데 제목만큼이나 유쾌한 부분도 그속에 어느정도의 메세지와 감동도 느낄수 있는 뮤지컬이다. 오랫만에 마눌님과 같이 식사도 하고 뮤지컬도 보았는데 둘다 아주 만족한 공연이었다.
대략 락시터의 시놉시스는 다음과 같다. 60대 초반의 남자(범하)와 30대 중반의 남자(제복)은 어느 한적한 낚시터를 찾다가 우연히 만난다. 음식점을 경영하시는 범하는 계속 제복에게 관심을 가지고 말을 걸어오지만 제복은 이를 귀찮아하며 혼자 있고 싶어한다. 이들이 우연치 않게 옆자리에서 낚시를 하며 옥신각신 하는 사이 요금 징수원과 판매상, 불륜남녀 등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 앞을 지나가고 범하와 제복은 점점 짜증이 난다. 두 남자 또한 세대차이로 인한 의사소통의 힘겨움을 겪는다. 그러던 중 깜빡 잠이든 제복은 깨어나 범하가 없어진 것을 알고 그를 걱정하기 시작한다.
결국 제복은 밤새도록 범하를 찾다가 119대원들을 부르는 상황까지 가게 된다. 제복은 우연히 범하의 소지품을 보고 그가 자살을 계획하고 낚시터에 왔음을 직감할 무렵, 슬리퍼를 신고 여유있게 걸어나오는 범하를 보게 된다. 이런 범하를 보면서 제복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미운 정이 들어버린 두 남자. 이들은 라면을 끓여 먹으면서 함께 아침을 맞이한다.
소극장 축제. 역시나 지하에 위치한 조그마한 극장인데
이런곳에서도 뮤지컬이 가능할까 생각했지만 극장문을 나설때엔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된다.
이제 한달이 조금 넘은 공연인데 공연의 완성도가 좋은편이다.
주무대는 딱 이거 하나이다. 낙시터에 낙시의자 두개..이렇게 단조로운 세트에서
배우 4명만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는 전혀 단조롭지 않고 아주 흥미진진하다.
일명 바람잡이다. 복장이 특이하다 싶었는데 역시나 4명 배우중 한명이다.
일단 네명의 배우들이 신나게 노래로 뮤지컬의 시작을 알린다.
흥을 돋우는 역활인데 음식의 에피타이져같은 역활이다.
낙시 좌판 좌우에 않은 30대 가제복과 60대 오범학이다.
그냥 쉬러온 가제복과 계속 주변에 관심이 많고 수다스러운 오범학.
그중간을 낙시터 주인 아주머니 부터 시작하여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이들사이에 왔다간다.
여자 멀티맨 이 배우의 변신은 이제 시작이다.
연기력이 상당하다.
또다른 남자 멀티맨. 처음 낚시광으로 등장하는데 이후 버라이어티하게 변신한다.
이 배우 또한 정말 웃기고 연기를 잘한다.
잘못 시킨 커피를 가져온 다방종업원 등장이다. 시시콜콜 얘기를 하고 결국 커피를 판다.
그때 등장한 먼저 등장한 다방종원업과 앙숙인 후배..객석까지 난입(?)하여 즐거움을 선사한다.
두 다방아가씨의 설전이 정말 웃긴다.
조용히 있고 싶어하는 가제복과 참견하고 싶어하는 오범하는 끊임없이 갈등한다.
그때 등장한 노부부. 참견이 극에 달하는데 이 노부부의 춤이 가히 환상이다.
노인의 엉거주춤한 몸동작으로 춤을 추는데 진짜 예술이다.
결국 가제복이 폭발한다. 왜 조용히 있고 싶은나를 귀잖게 하냐며..
할머니는 핸드백을 목으로 돌리고..가제복을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노래를 부른다.
참 변신의 천재들인 멀티맨들..이번엔 기자다. 가제복에게 이것저것 시시콜콜 물어본다.
가제복의 심리상태가 나타난다.
신발을 찾으러온 엠티온 여대생..술취한 연기 정말 최고이다. ㅋㅋ
힘의 상징인 약을 팔러온 외판원. 코믹 그 자체이다.
이후 이제 날이 어두워지고 가제복이 잠깐 잠든사이 오범하가 없어진다.
방금전까지 그렇게 아웅다웅 싸우던 오범하가 없어지자 혹시 잘못된게 아닐까 생각해 119에 신고하게 되고
119 대원들이 저수지를 수색하게 된다. 저수지는 바로 관객석..
119 대원으로 등장해 저수지 물속을 탐색하는 중..ㅎㅎ
그때 물속에 빠진게 아니라 화장실에 다녀온 오범하가 나타난다.
그리곤 이들은 서로의 마음을 이제야 열고 친해지게 된다.
세대차이도 인정하고 서로의 아픔도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인데
갈등의 해소 사건이 명확하지는 않은거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던중 갑자기 관중중 한분을 연극속으로 끌어들인다.
또 하나의 새로운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진짜 라면도 끓이고 진짜 소주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관객과의 소통을 위한것인데 신선하다.
다만 나간 분이 좀더 이야기를 많이 하셨으면 했는데 무대는 무대이니..
내가 올라갔으면 어땠을까 갑자기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이제 낙시터에서의 하룻밤이 지나간다.
출연진들이 한분씩 인사를 하고 뮤지컬은 막을 내린다.
거의 2시간의 런닝타임이지만 전혀 지루함 없이 정말 유쾌하게 볼수 있는
그러면서도 갈등구조의 해소과정에서 보여주는 잔잔한 여운도 느낄수 있는 오랫만에 만나는
재미있는 소극장 뮤지컬이었다.
첫댓글 예전에도 했던 공연이에요.
저는 그때 봐서 이번에 신청 안 했어요.ㅎㅎ
웃기기는 했지만 나중엔 좀 씁쓸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