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긴 글이며 끝까지 읽지 않으면 자칫 왜곡되기 쉬운 이야기입니다.
반드시 끝까지, 찬찬히 읽어봐주시고 공감하신다면 서명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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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동학대와 관련하여 모든 보육교사와 어린이집을 매도하는
기사들이 난무하는 현실 속에서. 나는 더이상 참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 이상을 견뎌낸다면
내가 세상에 태어나 죽기전까지
원하는 것을 즐기며 최대한 보람되게 살다 가고자 하는 나의 인생관을 배신하는 것이다..
나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 아이들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 누구에게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
그래서 나는 나와 아이들의 진짜 행복을 위해 움직이기로 결심했다.---
요즘 아동 학대 예방, 근절과 관련한 대책들로 cctv니 iptv니 의무화하자고 학부모님들과 각 부처들에서 서명운동을 하고있습니다. 저도 보육 현장의 교사로서 이런 일들이 생길 때 마다 너무 안타깝고 화가 납니다. 왜 성인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조절하지 못하고 그런 행동을 했는지, 왜 여러 성실한 사람들까지 매도하게 하는지.
저희 원의 원장님도, 저희 원의 교사들도 모두 통감하는 부분은
우선, 어떠한 이유로든 아동 학대 행위 자체가 정당화 될 수는 없으며, 그 학대 가해자들을 동정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네. 물론 그렇습니다. 우리가 살인이나 성폭행 가해자들을 동정하지는 않지 않습니까? 그래야 마땅하구요.
저도 최근 어린이집과 관련한 학대 문제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이 관련 뉴스가 방송을 탄 바로 다음 날 아침 신문 1면에서였습니다. 아침에는 ‘아, 또 이런 일이 생겼구나.. 왜 또..’하고 출근을 했는데 그 날 오후부터 온 나라가 들썩이기 시작하더군요. 역시나 ‘구립’ 어린이집을 전체적으로 매도하는 듯한 뉘앙스의 각종 방송 보도와 인터넷 뉴스, 학부모님들과 일반인 모두의 동요.. 마녀사냥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제가 본 인터넷 댓글 중에는 차마 입에 담고 싶지도 않은 전체 보육교사에 대한 철저한 불신이 있었으며 그 의견에 차례대로 ‘동의합니다!!!’를 외치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댓글도 실시간으로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한 숨이 나오다가 화가 났다가 서러웠다가..
저는 민간어린이집, 국공립어린이집, 서울형 어린이집 모두를 경험하였으며 현재도 근무하고 있는 교사입니다.
물론 이번에 매스컴에서 떠들어 대는 바로 그 일련의 사건들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매번 불을 켜면 뜨거워졌다 끄면 식었다 하는 양철냄비같은 문제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대체 저런 보육교사들이 어떻게 현장에 있을 수 있냐고 손가락질을 합니다.
아마. 보육 현장에 있는 많은 교사들은.. 네. 그것이 가슴 아프지만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많은 좋은 선생님들이 실은 별 것 아닌 단편적인 장면들로 오해도 많이 받습니다.
‘학대 행위를 가하는 것 자체’는 분명 범죄이고 잘못된 행동이지만 사람들이 자꾸 잊는게 있습니다.
왜 반복되냐는 거죠.
지성인은 늘어나는데 감시장치는 늘어나는데 왜 이러한 일들도 줄어들기는 커녕 늘어나느냐는 말이죠.
없던 CCTV가 생겼는데 왜 학대사례가 늘어나느냐는 겁니다.
그렇다면 CCTV가 절대 통쾌한 해답이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죠.
업무량에 비해 박봉인것도 알고 하루일과가 힘들다는 것도 알고 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도
다 아는 성인들이 왜 이 길을 선택하고 걷겠습니까.
100에 90은 아이들이 좋아서, 그저 좋아서 일 것입니다.
아이들만 좋아한다고 할 수 있는 일은 장담하건데 절대로 아니지만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고서 할 수 있는 일도 결단코 아니지요.
저는 오늘 오랫동안 미뤄왔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것은 최근 다시금 이슈가 되고 있는 아동학대 문제에 대한 제 의견이 아닙니다.
보육교사 모두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보육현장의 주체이자 가장 큰 책임을 가진 보육교사들의 불평등한 현재 상황이 개선된다면
아동학대 문제 뿐 아니라 여러 다른 문제들도 반드시 줄어들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아동학대라는 비윤리적인 행위가 결코 정당화 될 수는 없지만 본래 형편없는 인격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조금씩 그 가해자가 되어가고 있는 보육교사들의 현 시점에 대한 이해 없이는 이러한 문제를 근절할 수 있다 단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러 분이 누구이든 상관없이—
보육교사들이 해 왔고, 하고 있고, 어쩌면 앞으로도 해야 할 이 엄청난 일들을 한 번 보아주십시오.
● 오전 7:30분 출근(하기 위해 집과 원의 거리에 따라 일찍은 5시에 기상하기도 함) 및 어린이집 문열기
1분 이내 원아가 등원함 심지어 5분 전에 와 있다가 교사가 늦게 왔다고 민원을 넣기도 한다.)
● 두 명이 당직인 경우 한 명의 교사는 그 전날 널고 갔던 원 전체의 빨랫감(걸레, 수건 등)을 모두 개고 각 반에 적절히 비치,
바깥놀이터 청소, 복도 청소. 오전 간식을 원에서 제공하나 일찍 등원하는 아동의 경우 가정에서 따로 간식을 챙겨오는 경우가
많으므로 간식 먹여주기
● 오전 9시에 각반으로 이동. 겉옷 벗기 바쁘게 아이들이 등원하기 시작함.(인사지도)
● 9시~9:30 오전 간식 챙겨주기, 책상정리
● 아이들과 자유선택활동 시작(대체로 9:00~10:40까지이며 이 놀이 활동 자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학부모님들이 많음.
아이들은 영역별 놀이활동을 통해 그 주의 수업목표를 달성하며 교사는 모든 아동의 놀이에 참여하여 아동을 관찰하고
이를 매일 방과후에 상세히 기록->이 과정을 잘 모르는 분들이 소위 ‘아침에 놀아준다’고 표현함.)- 놀잇감정리
● 화장실지도● 대.소집단활동(일반적으로 생각하시는 정식 수업-물론 그 전날 저녁 꼼꼼히 수업자료를 준비하였음)
● 바깥놀이(실외활동)1시간, 안전에 철저히 유의
● 점심식사지도(약 1시간 중 20분은 배식 및 분위기 조성, 식사 중에도 아이들과 계속 상호작용 해야함.
아이들의 약 60%가 식사를 마치기 시작하면 책상 위 아래 주변에 흐른 음식물들을 그 때 그 때 처리, 물론 아이들이 스스로
뒷정리를 하지만 한계가 있기 때문)
● 투약 (원래 약을 먹이는 것은 의무가 아니나 특히 환절기가 되면 하루에 6~많게는 10명까지도 약을 가져옴.
일부 가정에서는 1회분량을 주지 않고 약봉투를 통째로 가져와 다 섞어 먹여달라고 하고 투약의뢰서를 작성해오지 않음.
시간도 각기 모두 다른 경우가 많다. 식후 30분, 1시, 1:30, 2시, 2:30(1~3시는 대체로 낮잠 시간임))
● 낮잠 및 6,7세는 휴식 시간 준비(매트나 개인 이불 깔기),
6,7세 연령의 경우 낮잠시간이 없는 원도 많으며 이 경우의 담당교사는 오후 수업 때 까지 아이들과 다시 자유선택활동을 지도
하고 오후3시까지는 오후수업 진행-혹은 특별활동수업
● 낮잠 및 휴식시간 정리(대체로 휴식 분위기 조성하다보면 1시간이 지나가며 교사는 개인 업무를 볼 시간이 충분하지 않고,
보통은 이 시간에 일지나 알림장, 대화장등을 작성하지만 유일하게 교사가 잠깐 앉아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함)
● 오후 간식 지도 및 책상 정리 - 하원 준비
● 개별 하원 지도(학부모님과 잠깐씩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함.)
● 3:30~5시까지 자유선택활동지도(보통 국.공립어린이집의 경우 아동의 하원시간이 대체로 4~6시 사이임
- 즉 통합보육시간이 5시에 시작되는 원의 경우.
5시까지 각 반에 평균 10~17명이 있으며 교사는 대체 인력이 있지 않은한 교실을 1분도 비울 수 없음)
● 통합보육실로 남은 아동들을 이동시킴(자신이 당직인 경우 다른 반의 남은 아동들 모두를 7:30분까지 보육해야함. 대체로의 원에서 돌아가면서 당직교사 배치)
● 당직이 아닌 경우. 5시~5:30분부터 청소 시작.(청소기-스팀 혹은 물걸레청소-교구장닦기-교구및놀잇감소독,세척-교실내빨랫감내어놓기-빨래돌리기-널기-개기-공동구역청소(담당구역))
● 6시쯤 개인 업무 시작
- 보육일지(일반적으로 A43장 분량-영역별계획,평가 등 빼곡하게 서술)
- 관찰일지(매일 2~4명의 유아)
- 다음날 수업자료준비(자유선택활동 약8개 활동영역별 자료 준비, 대.소집단 수업자료 준비, 실외활동 준비)
- 매월 월간교육계획안 작성, 매주 주간교육계획안 작성
- 매달 말 각 영역별 보육활동 평가서 작성
- 상담기간 시 혹은 상시 상담 시 상담일지, 면담일지 작성, 안전사고발생시 안전사고일지
- 각 교사가 맡은 담당서류처리
(예; 안전 담당-그 주의 안전교육에 대한 일지/ 서울형의 경우 자율장학계획, 행사계획및평가, 급식관련서류작성, 시설운영일지,
매주 회의를 하며 회의록 작성, 지역사회와의 연계 관련 서류 작성, 각종 안전 점검표 작성, 각종 체크리스트 작성,
투약의뢰서 정리, 각 반 환경구성 계획..)
● 원아 당 개인 파일 관리
(각종 체크리스트, 행동발달 관련 리스트 작성, 면담일지, 건강기록일지, 체격검사일지, 영역별발달상황 기록, 생활기록부 갱신.
신입적응보고서, .)
● 원아 당 개인 사진 및 활동자료 관리(홈페이지 관리, 앨범 작업, 개인 포트폴리오 작업 라벨링)
● 각종 교사 교육 수시 참석(대체로 보육시간 이외에 이루어짐. 즉 퇴근 후 약 2~3시간)
● 매일 오전 오후 학부모 응대, 실습생이 있는 경우 실습생 지도
● 원의 행사가 계획된 경우 상시로 초과 근무 및 행사 준비
(관련 문서 작성, 보고서 작성, 평가 작성, 만들고 오리고 붙이고.. 환경구성 등)
+ 질 높고 부드러우며 한 없이 수용적인 완벽한 상호작용(아이와 하는 모든 대화)을 해야한다.
-------------는 것이 우리 보육교사의 기본 업무입니다.
솔직히 다 읽어보기도 힘드셨을 것 같은데 미처 적지 못한 부분이 더 많습니다.
어떤 학부모님께서 ‘하루종일 애들 뒤치닥거리 하느라 피곤한 줄은 알지만!’ 이란 댓글을 남기셨습니다.
꼭 이 글을 읽어보셨으면 좋겠네요.
심지어 저 모든 업무들은 평균적으로 6시 이후에 이루어지는 것들입니다.
왜냐하면 가장 중요한 보육업무 시간에는 그 어떤 개인 업무도 볼 수 없게 되어있기 때문이고 그 서류들은 빠짐없이, 매일, 자세히, 훌륭하게 기록되어야 하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2,3년 쯤 묵혀뒀다가 폐기되는 문서들이겠지요.
초과근무수당 같은 소리입니다. 8,000원 정도 더 벌겠다고 그걸 매일 하겠다는 선생님 없습니다.
돈이 귀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하기 때문에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내가 하지 않으면 누구도 해줄 수 없기 때문에, 안하면 안된다고, 불시에 검사한다고 나라에서 정해놓았기 때문이지요.
어렵게 맞벌이 하시며, 눈물 글썽이며 아이를 기관에 맡기시고 마치자마자 오셔서 데려가시는 부모님들도 계시는 반면 가정에서 계시면서, 심지어는 늘 기관을 의심하고 담임교사를 못 미더워하면서도 오후 5시가 넘도록 데려가지 않으시는 부모님들도 많습니다. 그토록 불안해하시면서 왜 어서 즐거운 집으로는 데려가지 않는건지 항상 궁금합니다.
아무리 성격 좋은 아이도 가족들보다 기관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 지루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다음 날 원에 오기 싫어하지요. 엄마가 또 늦을 거라는 것을 아이도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아이는 엄마와 있을 때 가장 행복합니다. 가족과 함께 할 때 가장 안정을 느낍니다. 선생님이 아무리 좋아도 12시간이 넘도록 선생님 하고만 있고 싶어 하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아이를 좋아하는 선생님도 12시간 동안 17~20명의 아이들과 하루종일 쉴틈없이 쏟아지는 질문에 성실히 대답을 해주고 개별 아동들의 ‘모두 다른 욕구’를 다 채워 주다보면 지치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그 아이들을 넘치게 사랑해도 말입니다. 아무리 내 아이가 예쁘고 귀하더라도 하루 24시간 1초도 빠짐없이 사랑스럽기만 하십니까.
차량운행을 하지 않는 기관의 정규 수업은 대체로 3시 30분이면 모두 끝이 납니다(오후 간식 포함). 오후에 또래들과 신나게 더 놀으라고 두시는 가정도 많으신데, 정규 수업시작 시간인 오전 9시부터만 등원시켜주셔도 아이들은 하루 2시간 30분 이상을 충분히 놀이할 수 있게 됩니다.
등원은 11시에도, 더하게는 점심 배식이 끝난 뒤에라도 보내놓고 하원은 6시가 되도록 이루어지지 않는 일반 가정(맞벌이가 아닌)이 많습니다. 내가 내 돈 주고 애 맡기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부모님들도 계십니다. 아이가 물건입니까. 어린이집, 유치원이 수하물 위탁소입니까.
이 곳을 교육기관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신다면 또한 교육기관에 바라는 무엇도 요구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정규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가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7시 30분까지 얼마든지 맡겨둬도 된다고, 나라에서 그러라고 정해놓았으니 일찍 아이를 가정으로 데려갈 수 있으면서도 아이에게 충분히 그 시간을 견뎌내라고 하는 것은 방임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일부 학부모님의 이기적인 행동 때문에 정말로 부득이 어린이집에서 긴 시간을 보내야하는 아이들까지 합쳐진 인원을 늦은 시간까지 책임져야 하는 보육교사들의 정신적, 육체적 피로를 생각해보십시오. 우리는 그러고도 똑같은 내일을 견뎌내야합니다.
올해부터 그나마 교사 처우를 개선해준답시고 교사 근무 시간은 주 40시간을 넘지 않도록 한다고 지침을 세웠으나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아무리 원에서 효율적으로 운영을 한다고 해도
우리는 원에서만 하루 9~10시간을 10분 제대로 쉴 틈없이 빡빡하게 모든 맡은 임무를 완.벽.히. 훌.륭.하.게 수행하며 보내야만 하고 있고 칼퇴근을 해도 집에서 처리해야할 업무는 그대로 남아있으며 그 날의 피로에 배추처럼 쩔어서 하루라도 다 처리 못할 시에는 일이 한정없이 밀려 주말도 반납하고 무조건 모두 처리한 다음에야 다음 업무를 또 떠안을 수 있게 됩니다.
우리는 공무원도 아니고 대기업 사원도 아닌데 이런 일들을 합니다. 거기에 아이들도 성실하게 봐주어야 합니다. 보는 것 뿐 아니라 교육도 해야합니다. 그것도 심지어 ‘잘’ 해야합니다.
100번을 잘해도 1번 마음에 안들면 99번 잘못한 것 처럼 온 나라에서 욕을 줍니다.
이토록 힘든 보육현장의 현실 때문에 경력 보육교사가 점점 줄어드는데도
법정보육시간은 12시간을 무조건 지키도록 하면서 교사의 근무시간은 40시간을 넘지 말라니. 참 어이가 없지요.
그럼 제가 퇴근하고 난 다음 저희 반 아이들은 누가 돌보아줍니까.
나라에서는 책임지지도 못할, 도저히 납득이 안가는 주먹구구식 해결책만 턱턱 내놓고 있습니다.
이처럼 나라에서 요구하는 보육교사의 자질이라는 것은 하루가 멀다하고 고차원적이고 완벽한 성인군자의 모습으로 요구되고
있는데도 보육교사를 대하는 이 나라의 정부와 사회의 시선은 어떤지 한 번 보십시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그거 애들 놀아주는거 아니예요?’ 하면 정말 화가 나서 열변을 늘어놓게 됩니다.
그 예쁜 애들하고 있으면서 웬 짜증이냐, 교사가 저래도 되나, 자질이 부족하다, 왜 제 때 일 안해서 스트레스를 애들한테 푸냐..
과연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그 누구라도,
저 비현실적인 양의 1인 교사당 개인 업무를 완벽히 수행하면서
다음날 아침 7시 30분에 말끔한 컨디션으로 출근해서 또 똑같은 하루를 보내며
모든 20명 남짓한 아이들 한명 한명과 빠짐없이 책에 쓰인 것 같은 아름답고 훌륭한 대화만을 하면서
다시 퇴근 후 시작되는 저 엄청난 업무를 수행한 뒤
또 다시 다음날 깔끔한 기분의 출근을 하실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저희는 그 상식을 벗어난 일상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오랜 시간 그렇게 해오고 있습니다.
일주일이 열흘같으면서도 주간계획 짜고 이것저것 기한에 맞추어 서류 작성하다보면 한 달이 그냥 갑니다.
그러면 일년이 그냥 가고 그러고 다음 해가 시작되고 새로운 아이들 명단을 작성하고 나면 또 같은 1년이 지나갑니다.
저희 교사들의 시간은 그렇습니다.
교사라는 말을 붙여주니 진짜 선생질을 하려고 한다는 몰상식한 말을 하시고.
박봉이라 짜증나면 일을 그만두면 되지 않느냐는 참 쉬운 소리를 하십니다.
위의 업무들을 찬찬히 읽어보셨다면 ‘저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하실 분이 계실까요.
그걸 감수하지 못 할거면 관두지 왜 그러고 있냐는 일부 아버님들의 글도 보았습니다.
저게 이 나라 보육교사들이 마땅히 해야할 일의 종류와 양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그렇게 한 몸을 불살라 일 한 우리에게 주어지는 급여의 수준과 사회적인 대우가 충분하다고 여겨지시는지요.
요즘 대도시 사람들, 180, 200이 박봉이라고 투덜대는데 저희는 업계 최고의 대우라 감지덕지 하는 수준입니다.
아이가 좋아서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 현장에 남아 묵묵히 눈물을 흘리는 우리에게
그렇게 싫고 불평스러우면 관두라고 쉽게 말씀하실 수 있으신지요.
한 두 사람의 말이 아니고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기에 더욱 사회가 원망스럽습니다.
제가 이 긴 글을 쓰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언젠가는 꼭 그리 해야겠다, 한 번은 내 목소리를 내어야 겠다, 반드시 죽기 전에 한 번은.
내가 겪은 이 현장의 목소리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어야겠다 하면서 피로한 일상에 차일 피일 미루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아동학대와 관련하여 거세게 이슈가 형성되면서 그저 보육교사들의 감시에만 눈을 돌리려는 이 고질적인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도저히 이대로는 초심으로 일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가 보육교사에게 있다고 생각하면서 문제의 열쇠 또한 가진, 가장 중요한 교사에 대한 현실은 살펴보지 않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면, 저 또한 한 명의 인간으로써 이렇게 자신을 축내면서 보람도 없이 그야말로 일을 위한
일으로 견뎌내며 살아가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많은 교사들이 소위 ‘나서다가’ 후에 닥칠 불이익들에 대해 겁이나서 쉽게 움직이지 않는 다는 것을 압니다.
초임은 초임대로, 경력은 경력대로, 이 바닥의 소문이라는 것, 이 바닥 윗 사람들의 권력이라는 것..
그것이 작고 작은 한 명의 교사에게 미칠 영향력들..이 물론 걱정되겠지요.
그러나 이런 것들에 얽매여 제 때 해야 할 목소리도 못 내어보고 늘 똑같은 현장에서 누구보다 뼈를 삭이며 일하지만 누구보다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그럼에도 아이들이 좋아서 떠나지 못하는 슬픈 어른으로 남고 싶지는 않습니다.
당신의 자녀가. 혹 10년 뒤에도 똑같을지 모르는 이 엄청나게 불합리한 보육현장으로 뛰어들겠다고 하면.
너무나 비현실적인 일과를 보내야하는 보육교사가 되어 사명을 갖고 일하겠다고 하면. ‘오 내 새끼 잘한다’ 하시겠습니까.
만약 지금 당신의 사촌이나 동생, 언니가 이 일을 하고 있다고 하면
무조건 교사들을 손가락질하며 교사의 처우와 아동학대가 무슨 관계냐 하겠습니까.
12시간 이상을 CCTV 아래 감시당하며 일거수일투족을 참견당해도 타당하다고 말하시겠습니까.
애초에 CCTV의 목적이 무엇입니까. 범죄예방 아닌가요?
그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모두 잠재적 범행 장소, 혹은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일례로 지금 아동학대 사례가 발견된 곳들이 모두 어떻습니까.
CCTV며 IPTV며 있는 곳들이었는데도 그것이 답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모든 보육시설에 CCTV와 IPTV가 설치되어
모든 하루일과를
모든 부모가 지켜보면서
일일이 마음에 들때까지 수정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아~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 진짜 안심된다~”라고 말하게 될까요.
서로를 믿지않고, 변명과 또 다른 오해들로 점철될 그 불신의 현장이..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칩니다.
누구를 위한 감시입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왜’, ‘반복되는가’입니다.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는 가장 쉬울 것 같은 이 한 문장이 우스운 말이 아닙니다.
아이들을 제일 직접적으로 대하는 것은 원장도 기관도 아닌 바로 교사입니다.
이 교사가 개인적으로 자신의 일에 만족하고 보편타당한 업무를, 견딜만한 시간 내에 처리할 수 있고,
충분한 보상을 받으며, 서로를 존중하는 분위기 속에서 사랑하는 아이를 만나고 있다면.
과연 그런 행복한 교사들이 넘쳐나는 보육현장에서도 아동학대가 일어날까요. 과연 얼마나 더 늘어날까요?
그럼에도 이런 문제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그것이야 말로 일부 교사들 ‘인성’만의 문제겠지요.
지금도 수많은 가정에서 대수롭지 않게 행해지고 있는 모든 유형의 아동 학대들,
방임과 유기.. 그 문제들의 가해자인 부모님들께서는 ‘아무 이유’가 없습니까. 혹은 그것이 학대라는 것을 알고나 계십니까.
내 자식이니 때리고 폭언하고 못 들은척 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고 방임하는..
그 모든 행동들에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고 항변하고 싶을 것이며 누군가는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실 것입니다.
‘내가 처음부터 이런 건 아니었어. 환경이.. 삶이 고단해서..’
학대 가해자를 동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당연한 이치 일 수 있다는 겁니다.
내 삶이 만족스럽고 행복한데 남한테 왜 나쁜 짓을 합니까. 왜 화풀이를 합니까.
지금에와서 그 많은 교사들을 인성에 따라 어떻게 분류하겠습니까. 많이 어려울 것입니다.
갖가지 시험을 친다고 해결될까요? 시험이, 공부가 좋은 사람을 가리는 제도입니까?
가장 행복해야 할 이 땅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보살피는 교사에게도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도 행복하게 해주십시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의 행복을 아이들에게, 아이를 믿고 맡기는 부모에게, 나아가 이 나라에 행복을 전할 것입니다.
또 한가지,
당신이 교사라면.
정말 지치셨다면. 도저히 아이들을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진심으로 대하실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면.
스스로 삶의 방향을 전환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겠지요.
요즘은 다 학대라니까요. 머리 한 번 쓰다듬는 것도 부적절하다네요.
생각해보면 세상에는 참 많은 직업이 있고 좀 하다 때려치는 사람도 허다 합니다.
요즘은 더구나 평생직장이나 직업의 개념도 모호해지고 있는데,
유독 우리 보육계의 사람들은 고지식하게도 아예 떠나거나 늘 되돌아옵니다.
왜 그럴까요. 왜 일까요.
그것이 돈 때문일까요? 배운게 이것 밖에 없어서일까요?
제가 아는 제 주변의 수십 동료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하나. 아이들이 좋아서. 그래도 좋은데 어떻게 하겠냐는 겁니다.
저희 집에서는 제가 이 일을 계속하면서 몸이 썩어가고 무너져가면서도 오늘은 아이들이 이랬고 저랬고 말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왜 일까요.. 저도 제 집에서는 세상에서 제일 귀한 최고로 소중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식이기 때문입니다. 저희 어머니 아버지께서 80이 되고 제가 60이 넘어도 저는 엄마 아빠의 귀한 아이이고, 한 때 이 나라의 귀한 아동이었으며 지금은 이 나라의 귀한 아동을 보살피고 교육하는 귀한 일을 하고 있다고 매일 자긍심을 갖고 일하고자는 이 나라의 국민이자 행복할 권리가 있는 개인입니다.
우리를 대체 언제까지 이 말 안되는 구렁텅이 속에 몰아넣어놓고
이거 해라 저것도 해라 근데 이것만 받아라 이것도 안된다 저것도 안된다 이것도 감수해라 다 잘해라는
돌들을 던지기만 할 것입니까! 정말 묻고 싶습니다.
어느날 꿈처럼 모든 보육교사들이 한 마음이 되어서 모두가 파업을 해 버린다면.
0~7세 아이들을 가진 부모님들은 모두 어떻게 하실건지요. 모두가 가정에서 완벽한 보육을 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있을 때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우리 보육교사들은 저희를 믿어주고, 자신이 보살피지 못하는 시간에 소중한 아이를 보살펴줌에 감사하기도
하며 서로 신뢰하고 신뢰를 말과 마음으로 표현하는 많은 학부모님들을 보면서 힘을 얻고 아무리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더욱
애쓰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어쩌면 버텨내고 있는것이겠지요.
감히 단언하건데 보육교사가 된 이후 만성질환 두 세 개쯤 안 생긴 사람 없을겁니다. 저부터도 목,허리 디스크, 오십견, 만성 비염, 일년 내내 감기, 안구건조, 무릎과 복숭아뼈 색소침착, 기타 피부질환 등을 갖고 있습니다.
누가 보상해줍니까. 또 누구를 원망하겠습니까.
저희가 선택한 일이고 떠나지도 못하는 일입니다.
일입니까? 봉사입니까? 제가 좋아서 남아 있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왜 이 잔혹하지만 ‘아이들이 있어 좋은’
절이 좋아 있겠다는 우리를 ‘절이 싫어 떠나는 중’이 되게 합니까.
원래 아이는 나라에서 키워주는 게 아닙니다. 내 아이를 왜 남이 키워줍니까.
왜 남한테 맡겨두고 모든 걸 책임지라 합니까. 아이의 1번 부모가 보육교사입니까.
누가 제 자식의 주인인지 진정 한 번 생각해보아야할 때입니다.
학대 가해자들이 10명이라면 10명이 모두 성품에 완벽한 이상이 있는 상태로 이 일에 뛰어들었을까요.
다만 그들은 끝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데 실패하였고
결국 문제의 원인이 아니었던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게 되었을지 모릅니다.
왜-를 살펴보는데에 있어서 교사의 낮은 처우나 교사 대 아동비율이 뭐가 문제냐고들 하십니다.
보통 어떤 직업이든 기본적으로는 머리를 쓰거나 몸을 쓰거나 둘 중 하나인 가운데
세부적으로는 정신적인 피로나 육체적 피로를 수반하는 것일텐데,
우리 보육 교사는 보육도 하고 교사도 하고 몸으로도 일하고 머리로도 일하고
세상만사 제대로 알고 있어야 수시로 ‘oo은 뭐예요’ 질문하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지식을 전할 수 있기 때문에
한 가지 분야에 대해서만 알아서도 안되고 피아노에 만들기에 컴퓨터에 못 하는게 없는 만능이어야 하며
남의 비위까지도 잘 맞춰야 하고 말도 잘해야 합니다.
실제로 대체로의 교사들은 이 모든 것들을 잘 해내고 있지요. 대단하지 않나요?
이런 만능 엔터테이너가 어디있겠습니까만은
정작 대체 우리가 사무직인지 교육직인지 노동직인지 알 수 없는 매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어딘가에 회원가입이라도 하려면 직업란에는 내가 소속된 집단이 ‘기타’일 때도 있습니다.
그나마 전문직이라 쳐주면 다행이구요, 우리 업이 겨우 보육 서비스로 분류되면서도 우리가 실제로 하고 있는 일은
평양감사보다도 철저하고 어마어마하며 정밀한 서류 작업인데다 심지어 대외적으로는 마치 ‘공인’이라도 된 것처럼
완벽한 인간이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회에서는 갈수록 엄격한 기준과 잣대를 들이대면서
우리를 ‘그만큼 귀한 일을 해내고 있는 직업공동체’로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아동의 인권을 우습게 여기는 사람들입니까.
우리도 한 때 이 나라의 귀중한 아동이었습니다.
지금의 아이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행동들을 했지만
좀 더 남을 배려하는 부모 세대가 많았던 시절을 살아왔습니다.
성인이 된 지금, 우리 교사들은 ‘교사’라는 칭호를 아까워하는 일부 몰지각한 학부모들의 무시에도 꿋꿋이 자긍심을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 이러한 시선들을 통해 정서 학대를 받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학대 아니겠습니까.
니가 무슨 교육인이냐, 나라에서 탁아소로 시작한 걸 어린이집이라 이름 바꿔주고 그냥 ‘보육인’일 것을 교사로 이름 붙여줬더니 진짜 선생질을 하려고 한다는 댓글도 보았습니다.
정말 궁금해졌습니다.
나는 늘 교사로서의 책임감과 사명을 갖고 고단하지만 보람찬 매일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본질적으로 우리는 소속이 불분명한 집단이었던 것일까요.
정부에서는 왜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이원화하여 더욱 이질감을 갖게 하는걸까.
그러면서 오히려 정식 교육기관이란 대우도 하지 않는 어린이집과 보육교사들에게만
유독 엄청난 서류와 세밀한 기준들을 요구하는것인지. 알수가 없습니다.
한 번 보십시오. 저희는 근로자의 날에도 의무적으로 쉴 수 없답니다.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저희는 교사라는 칭호를 갖지만 사회는 저희를 초등학교 교사, 유치원 교사 등 일반적인 교사들과는
질적으로 다르게 대우하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가 노동인이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정부에서 원하는 서류는 이 나라 어떤 직업보다도 많고 많고 또 많습니다.
교사 1인이 감당해야 하는 모든 잡서류들을 일일이 셀 수도 없지요.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는 일단 내가 아이들을 좋아하고,
배운걸 배운대로 해보기나 해보자로 시작했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날들 하루 하루가 차곡히 쌓여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하면 할수록 더욱 자부심을 갖게 되었고, 그 어떤 직업보다 아이들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으며 어른이 되어도 동심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참 매력적인 나의 천직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하고 싶던 것들이 많아서 이제 그만 접고 새로 사는 마음으로 몇 개월간 쉬면서 이것 저것 시작도 해보았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하루일과가 그저 그립고 눈에 밟혀 심기일전하여 소위 ‘이 바닥’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불과 2,3년 사이 보육현장은 참 많이도 달라졌습니다. 물론 지금도 변화하고 있지요.
아무에게나 뿌리듯 자격증을 발급해주고 누구든 햇수만 채우면 시설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주더니
지금부터는 잘하는 집 못 하는 집을 가리겠답니다. 어떻게요?
평가인증이니 위탁평가니 시.도평가니 서울형 장학제도니..
없던 제도와 평가가 쏟아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교사들의 월급은 1년에 25,000원씩 참 꾸준히(?)도 오르고 있었지요.
돈 얘기 하는게 아닙니다.
교사들의 처우 개선에 관하여 교사들이 말을 하면 자식 가진 학부모님들 입장에서는 대체로 그렇게 말씀들을 하십니다.
그렇게 돈이 적어서 힘들고 어쩌고 해서 애들을 제대로 못 볼 거면 관두지 뭐하러 붙어있냐고.
뭐 하러 붙어있냐면 아이들이 좋아서 붙어있지요.
현 보육교사 분들 중에서 뭔가 대단한 부자가 되고 싶은 목표가 있으신 분 얼마나 계십니까?
아마 손에 꼽을 겁니다. 보육교사 10년이면 재벌 될 수 있겠습니까, 15년이면 됩니까, 20년이면 됩니까.
인터넷에 보육교사 호봉표를 찾아서 햇수 계산해보시면 참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겠지요.
제가, 혹은 우리 보육교사들이 말하고 싶은건 돈의 가치가 아닙니다.
우리가 기꺼이, 마땅히, 부득이 해내야 할 업무라는 것들이 대체 한 사람의 인간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양이냐는 겁니다.
심지어 1년 3만원 남짓한 월급 인상의 가치에 충분히 부합하고 있냐는 것이지요.
저는 모든 것을 처음 시작했을 때에도, 원장 자격을 발급받은 지금도 어린이집 차려서 대단한 부자가 되겠다던가,
이 바닥에서 좀 더 높은 위치로 승진해서 성공할거라던가 하는 거창한 꿈은 없습니다.
그저 내 반 아이들과 매일 아침 만나며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배우고 함께 느끼고 함께 이야기 하고
때로 아이들의 잘못된 습관들을 바르게 지도하여 변화할 수 있도록 돕고 결국 변화하였을 때 보람을 느끼고,
사랑하는 아이들의 사랑하는 부모님들과 서로를 지지하고 배려하면서, 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내가 사랑하는 내 아이들과 여기 저기 좋은 곳들을 함께 견학하며 즐겁게 놀고 싶은-
선생님 사랑해요 한마디에 세상 그 어떤 달콤한 것들보다 큰 기쁨을 느끼는,
그저 oo반 선생님이고 싶을 뿐입니다.
온통 불신이 팽배한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다른 누군가의 가장 순수한 진심도 충분히 짓밟힐 수 있는 익명의 시대입니다.
제발 지저분한 댓글을 달기 전에 ‘생각’부터 해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소중한 도움을 주시기를,
저를 비롯한 많은 보육교사들이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것이 아이들의 진짜 행복을 가져올 수 있는 제일 빠른 방법입니다.
또한 보육교사 분들도 제 집에서는 정말 귀하고 소중한 한 부모의 자식들입니다.
이 글을 얼마나 많은 교사분들과 원장님, 학부모님들과 정부 관계자, 얼마나 많은 윗선의 분들이 보실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는.(아마 많은 현 보육교사들이) 이대로라면 떠나고 싶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모든 것에 진절머리가 나 있는 교사를 만나지 않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이자 저의 최선입니다.
이것이 저의 초심이었고, 그 초심대로 움직이고자 합니다.
보육교사의 처우개선이란 결코 급여인상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희의 작지만 소중한 목소리를 들어주시고 함께 손들어 주신다면
반드시 아이도 어른도 나라도 행복한 세상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언젠가는 저도 부모가 됩니다. 저도 제 아이가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저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저의 아이들을 계속 만나는 행복한 교사이고 싶습니다.
개선요망사항 ---------------------------------------------------------------------
- 1인 교사 당 업무 량 줄이기
- 교사의 담당 서류는 간략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일지’만 작성할 수 있게 하거나 모든 서류의 양식을 효율적으로 줄여야만 합니다.
그 많은 서류들이 결국 무슨 평가 무슨 평가 외에 얼마나 유용하게 쓰이는지요. 바로 그런 서류, 서류, 지독한 서류들 때문에 가장 중요한 우리 아이들의 보육의 질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교사가 온통 서류에만 정신이 팔릴 수 밖에 없는 환경이지 않습니까.
- 교사 대 아동비율 조정
- 저는 3세부터 7세까지 모든 연령을 맡아보았습니다.
솔직히 영아반(3,4세)은 영아발달의 특성상 안전사고의 위험이 가장 크고 1명당 3~4명정도가 적당한 것 같습니다.
5세는 1:7~10명 / 6,7세는 1:10~14명이 적절한 것 같습니다.
언제나 많은 아이들을 지도하던 우리들은 갑자기 반 아이들이 확 줄어도 오히려 서운할 것 같은 생각까지 들지만
결국 원아 수가 줄어들면 담당서류의 양도 줄어들기 마련이며
2명을 볼 때보다 1명을 볼 때 더욱 세심하게 챙겨줄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기도 하지요.
그리고 교사 대 아동비율에 대해 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많은 원에서 교사 대 아동비율을 최적화 하기 위해 비교적 최소인원을 배치하려 하고 있지만 정작 보육실은 분리하지 않습니다. 한 반에 아이들을 많이 배정하고 교사만 두 명으로 배치하면 그것이 효율적일까요? 정 반대입니다.
물론 교사가 두 명이면 한 사람씩 번갈아가며 화장실도 가고 잠시라도 보육실을 비워야할 일이 생길 때 유용하지만
연령이 낮아질수록 양 쪽 교사와의 애착 형성이 혼란스러워 교실 분위기 자체가 안정되지 않고
아무리 한 교사당 몇 명씩 담당을 한다고 해도 한 보육실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들에 대해,
그 모든 아이들에 대한 책임을 ‘선생님 아이니까 난 모르쇠’로 일관하는 교사도 없을 것입니다.
결국 2명에 20명이라고 해서 1:10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지요.
소수의 아이들에게 넓은 공간이 확보된다면 그만큼 문제행동이 줄어들고 안정적인 보육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서도, 상식적으로도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럼으로 반드시 교사 대 아동비율은 1개의 보육실 당 교사 대 아동비율로 논의되어야 할 것입니다.
- 업무 시간 개선
- 다른 직종은 아무리 힘든 업무라도 우선 개인 1인의 업무를 해내면 되는 것이지만
보육교사의 업무란 아이들과 함께 하는 환경적 특성 상 결코 성인 1인의 업무를 잘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으로 일반 직장인의 8시간과 우리의 8시간은 너무나도 다릅니다.
항시 20명 남짓 아이들의 모든 안전과 건강과 교육에 대한 책임을 가지면서도 개인 업무까지 따로 주어지는 그런 시스템이기 때문에 원마다 당직교사를 배치할 것이 아니라 원마다 또 다른 종일반 교사를 의무 배치하여
정규 수업시간이 끝난 뒤에는 그 교실로 이동하는 등의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합니다.
그러나 맞벌이 가정이 많다면 그만큼 4시 이후에도 남아있는 원아의 수가 많을 것임으로 종일반 교사와 보조교사를 함께 배치한다던가 하는 등의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담임교사의 업무시간과 비중을 줄여주어야합니다.
그리고 맞벌이 가정의 아동이 아니라면 법정 보육시간도 조정이 불가피합니다.
애초에 법정 보육시간을 늘린 이유도 이러한 맞벌이가정을 도우려 한 것일텐데 점점 그 의미가 퇴색되어져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서류를 가짜로 꾸며서 맞벌이로 0순위 입소하는 가정도 있습니다.
- cctv 설치가 불가피하다면 의무설치로 인한 교사의 스트레스 및 초상권에 대한 수당 지급
- 예방의 한 방책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면 개인의 인권 침해에도 위배되지 않는-보육활동의 특성상 책상에 앉아 서류작업만 하는 것이 아니므로 교사의 사소한 버릇 하나 하나까지 모두 찍히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와 초상권에 대한 수당을 어떤 방식으로든 지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CCTV란 감시체계 자체가 모든 교사를 잠재적 학대자로 간주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어떤 가혹행위도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의 억울함에 대한 보상은 누가 해줄 것이냐 하는 겁니다. 우리는 종종 30년 간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살이를 하다 결국 무죄로 판결되는 사례를 보게 됩니다. 자신의 무고를 증명하였을 뿐 사회는 이 사람의 지난 세월에 대한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지요. 비슷한 이치입니다. 애초에 있지도 않을 일 때문에 대놓고 의심을 하겠다고 한다면 의심하는 동안 댓가를 지불하라는 겁니다. 수치화 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도 하겠군요.
- 기타의견들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들도 있습니다.
왜 어린이집은 방학이 있어선 안되느냐, '연차,월차,생리휴가..' 서류상 있으나 마나 한 것들 왜 마음놓고 쓸 수 없는가.
정부차원에서 뭔가 개선하겠다 하면.
내일 모레 짠 하고 이루어지는 걸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시간이 걸릴겁니다. 분명 쉽게 뚝딱 해결되지도 않을겁니다.
가장 일선에서 그 모든 화살을 독대하며 내일도 씩씩하게 출근해야 하는
저희 보육교사들은 조금 답답할 것입니다. 그래도 귀기울여주시고
함께 개선의 의지를 보여주신다면 조금 더 기다릴 수 있습니다.
이 땅의 모든(진심으로 일하시는) 보육교사 분들 힘내십시오. 그리고 함께 움직입시다.
나는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아이들도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나와 아이들의 진짜 행복을 위해 움직이기로 결심했습니다.
아래는 제 동생이 자기 트위터를 통해 남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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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언니는 보육교사다. 일련의 사건들로, 이제 모든 어린이집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게 될지도 모른단다. 22살, 우리 언니는 순전히 아이가 좋아 그 일을 시작했다. 교구 준비로 밤을 새우고, 아이들을 안아주느라 늘 어깨와 손목이 아프고, 하루종일 아이들 울음 소리에 시달려 늘 녹초가 되었던 6년, 그래도 그 일이 자기의 천직이라며 집에 와서 아직까지도 아이들 얘기를 늘어놓는다. 그런 언니가. 뉘 집 자식들과 함께 한다는 이유만으로 하루 종일 누군가로부터 감시받으며 일해야한다는 데 지금 나는, 가족으로서 이루 말할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우리 언니가 어째서 그런 터무니 없는 대우를 받아야하는 거지? 아이들이 좋아 그 일을 시작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 가족들에게, 또 내게, 누구보다 소중한 우리 언니가 의심 속에서 팔 다리가 뻣뻣해져 가며 일하는 건 절대로 원치 않는다. 나는 언니가 누구보다 행복하게, 자기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며 일하기를 바랄 뿐이다.
일부 몰지각한 부모들이 인터넷을 통해 '어머어머어쩜'하며 호들갑을 떠는 데 대체 생각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 교사를 믿지 못하면, 그냥 어린이 집에 자기 자식을 보내지를 말던가. 낳아 놓기만 하고 제대로 기르지 못하는 부모들도 수두룩 빽빽하다는데, 솔직히 말해 어린이집 보내놓고 그 시간만큼은 자기도 잊어버리지 않나, 자기 자식? 하루쯤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 한번도 한 적 없을까? 돈을 주고 자식을 잠시 잊을 시간을 산다는 것에 약간이라도 수치심을 느껴야 하는 것 아닌가? 어쩌면 한 인간의 인생에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유아기를 믿지도 못하는 다른 사람에게 왜 맡기지?
교육 시설인 어린이 집에서 생활하는 선생님이 기계 밑에서 사람답게 일할 수 없는 환경이 된다면, 더욱 보내고 싶어 지는가, 자기 자식을? 그런 환경에서 자라게 하고 싶은가?
그냥.
선생님을 신뢰하지 못할 것 같은 부모들은 어디에도 위탁하지 말고 그냥 자기가 키웠으면 한다. 멀쩡한 부모라면, 어린이 집 보낼 나이 되기 전까지 자식 하나 24시간 건사하는 것도 힘들다는 거 깨달았을 것이다. 그런 아이들을 한 반에 수십명씩 데리고 있는 교사의 일은 '초인'에 가까운 일이지 않겠는가. 그걸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그런 말할 수가 없을 것이다. 대체로 완벽하게 그 놀라운 보육을 해내고 있는 많은 교사들에게 부끄러워서라도.
이해까지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무지한 것이 죄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한 가지 더. 제 자식이 커서 보육교사가 된다하면
너 CCTV 밑에서 감시받으면서 일하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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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 자기 가족의 일이 아니면 참 남말 하기 쉬운데
역시 내 가족에게는 내가 항간에서 떠드는 '보육교사 중 하나'가 아니고
진정으로 소중한 존재이구나 하는 것을 다시금 느끼며 눈물이 주룩주룩 났습니다.
많은 교사들이 주절주절 일부 지인들에게만 억울함을 호소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도저히 합리적이지 않은 힘든 현실,
피할 수 없는 이 불편한 현실을 내 친구가 해결해 줍니까. 우리 엄마가 해결해주겠습니까.
보육교사는 무엇인가. 나는 왜 이 직업을 선택했는가. 왜 계속 이 길을 걷고 있는가.
많은 회의가 듭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되는 순간이 오더라도
그 전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우리들의 환경을 스스로 개선할 수 있도록 의지를 보태려합니다.
나아가 국회로, 서울시장에게로, 청와대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싶고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는 문제입니다.
제발 징징거리면서 투덜대지만 말고
들어야 할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말로, 글로, 행동으로
이 작은 움직임들이 나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실천되기를 바라고
그래서 우리의 권리와 의무, 그 모든 몫을 성실하게 이루는
진짜 교사, 교사다운 교사들이 셀 수 없이 늘어나기를 기대합니다
첫댓글 참, 긴- 글입니다...
표현이 다소 매끄럽지 못한 부분들이 있고, 일부 (통합보육에 대한 부분)은 다른 의견이지만...
아주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갔고,.마음이 아팠습니다.
11월 4일 오후에 국공립어린이집 정책토론회가 열립니다.
다녀오려고 합니다...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한 국회의원 등 그분들의 생각과 의지는 어떤 것일지...
아고라 토론방에서 청원중인 글입니다.
아고라에서 이글을 읽고 공감 했고 아팠습니다.
" 그저 내 반 아이들과 매일 아침 만나며 ~ " 이 부분을 읽으며
가슴이 찡~했습니다.
누군가 이렇게 이야기 해주니 가슴이 뻥 뚫린것처럼 시원합니다.
어제.. 글을 보면서.. 많이 공감을 했었는데.. 가끔.. 위에.. 글 처럼 '보육교사는 무엇인가. 나는 왜 이 직업을 선택했는가?'라는 말을.. 한번씩.. 생각해보는 것.. 같네요 ... 에휴.. 그래도 .. 모두들.. 웃으면서.. 화이팅!!!
어린이집 보육철학이 생각나네요. 행복한 어린이집 -즐겁고 재미있게다니는 영유아, 안삼하고 맡길수 있는 부모,보호자, 보람있고 가치있는 교사,직원, 서로 도우며 자랑스러운 지역사회...
우리는 함께 살아갑니다. 그리고 행복해질 권리가 있습니다. 모두가 행복해지길 진심으로 빌어봅니다.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할 수 있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부모의 입장에서도 똑같으니까요. 어린이집 교사에 대한 처우문제에 대해서도 공감합니다. 학부모로서...한사람의 근로자로서...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기꺼이 참여하겠습니다. 공감하고 힘을 보태고 선생님들의 의견에 힘을 실어드리겠습니다. 힘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