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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의 겨울은 언제나처럼 혹독했습니다.
눈썰매를 타고 스케이트를 지치고 겨울 숲을 헤집고 들불을 피우며
그 겨울 속을 건넌 아이들은 겨울 계절학교 일정을 끝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지요.
아이들 바라지를 했던 어른들 역시 쌓인 빨래며 청소며 갈무리를 끝내고
다시 그들의 삶 속으로 회귀했습니다.
산골은 상주하는 몇 안 되는 식구와 개와 강아지들과 닭들이 남아 퍽 고즈넉도 하였지요.
더하여 철마다 밥바라지로 손을 보태는 도시의 한 품앗이(자원봉사자)의 초등 1학년 아들이
그의 소망대로 한 달을 내리 머무르고 있답니다. 계자(계절자유학교)가 끝나길 기다려
더러 인사를 오는 걸음들이 있기도 할 것이나 이제 얼음장이 풀릴 때까진
무척 고요할 날들일 겝니다.
틈틈이 하기도 했지만 들어온 이들의 빨래만으로도 빨래방이라 불리는 건조공간이
부족하다 여겨 이곳에 사는 이들 빨래는 미루어져 왔고, 비로소 보름을 넘게
쌓아놓았던 빨랫감들이 밖을 나왔지요.
“우리 세탁기도 바꿀 때가 됐어요!”
계자 내내 빨래를 맡았던 아리샘은 그가 대학 1학년 때 강의를 가서 만난 인연으로
초등 특수교사가 되고도 10년 넘어 되도록 이곳에 손발보태는, 그러니까 물꼬 16년 차
자원봉사자이고 논두렁(후원회원)인데, 낡은 우리 살림에 대한 안타까움이 잔뜩 배여
그예 소리를 쳤더랬답니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한동안은 더 그 물건을 쓰고 있을 줄을 너도 알고 나도 알지요.
물꼬 삶이란 게 그리 쉬 물건을 버리거나 사는 게 아닌 줄 아는 겝니다.
빨래를 하자는데, 이런! 물줄기까지도 쫄쫄거립니다.
다른 수도꼭지들 살펴도 수도 문제는 아님이 명백했지요.
“안되겠다!”
드라이버와 스패너와 펜치를 챙겨옵니다. 잠자리로 가려던, 산골에서 학교를 다니지 않고
집에서 공부하는 7학년 아들 녀석도 따라오고, 머물고 있는 초등 1년 녀석도 좇아왔지요.
물이 드나드는 꼭지부터 망을 걸러내고, 세탁기를 풀고 쌓인 먼지도 털고 만질 곳들을
다 만져봅니다. 어차피 아주 전문적인 분야야 무슨 수로 알겠는지요.
“도시에서는 이런 거 다 버리는데, 아니면 기사 부르는데,
여기서는 직접 해야 돼요, 그렇죠, 옥샘!”
아, 마침내, 물줄기 세지고 세탁기 온전히 돕니다!
‘나는 누군가에게 강요당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니다.
나는 내 방식대로 숨을 쉬고 내 방식대로 살아갈 것이다.’라는 저 유명한 <시민의 불복종>
의 한 구절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산골로 찾아들어 둥지를 튼 까닭 하나는 자본 중심의
거대 소용돌이로부터 보다 독립적인 삶을 위해서였고, 나아가 진정 자유를
꿈꾸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문제가 생기면 우선 전문가를 부를 생각부터 하는 삶에서 일단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데까지 덤비는 자세, 그것부터 가지고자 함이었고(어차피 기술에는 전문가가
아닌 바에야 한계가 있을 터이고), 사실 산골이라는 지리적 여건이 더욱 그렇게
살 수밖에 없도록 해주었지요.
산골에서 날마다 독립을 꿈꾸고, 날마다 자유를 향합니다!
글쓴이 : 옥경영/자유학교물꼬교장
출처 : 영동in신문
음.... 언젠가는 나도 자유인이 될 수 있을까?
시골에 살면 반은 맥가이버가 되어야 한다는데....
실제로 주변의 사람들을 보면 맥가이버 뺨치는 사람들 뿐인 것 같기도 하고...
첫댓글 세상사람들이 다 맥가이버이면 재미없어요....더불어 살아야지요 주고받고~
ㅎㅎㅎ 그래도 전 맥가이버가 되고 싶어요^^ 맥가이버가 될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요....
우리 물꼬 한번 갑시다.
저도 어떤곳인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