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모처럼 서울의 경복궁(景福宮)을 혼자 답사할 기회가 생겼다. 코로나19로 인해 가급적 모임과 식사 약속을 자제하던 중에 부득히하게 점심과 저녁 사이의 약속이 광화문 부근에서 이루어지다보니 샌드위치 시간을 이용해 경복궁을 찾기로 한 것이다.
경복궁은 운영자와는 인연이 많은 고궁이다. 1981년부터 공무원 초임생활을 중앙청에서 시작했고, 또 그후 이 중앙청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바뀌면서 그 앞의 정부종합청사(현 정부서울청사)에서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하는 중에 경복궁을 자주 찻았다.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을 통해 입장한 후 근정문(勤政門)을 거쳐 본전인 근정전(勤政殿)에 오르는 길인 어도(御道 : 왕과 왕비만 갈 수 있는 길)의 양측의 정1품에서 종9품에 이르는 품계석(品階石)을 살펴보았다.
조선시대 왕이 참석하는 공식행사 때는 참석자들이 각자 이 품계석에 맞춰 서서 행사를 진행하였다고 한다.
근정전을 거쳐 그 뒤쪽의 평소 왕이 정사(政事)를 돌보던 공간인 '사정전(思政殿)'과 왕의 침전 공간인 '강령전(康寧殿)'을 둘러보고 이어 왕비의 침전 공간인 교태전(交泰殿)으로 향했다. 이 교태전은 다른말로 '중궁전'이라고도 불리는데, 궁궐 가운데서도 가장 깊고 은밀한 곳이기 때문에 '아홉 겹의 문'이라는 뜻의 구중궁궐이라고도 불린다. 아무튼 이 교태전이란 명칭은 주역에서 따온 것으로, 하늘과 땅의 기운이 조화롭게 화합하여 만물이 생성한다는 의미를 담고있다고 한다.
사정전부터는 한 여자 문화해설사가 이끄는 무리에 합류하여 곳곳의 전각 설명과 그에 따른 에피소드를 들었더니 혼자 다니며 곳곳에 설치해둔 설명문만 읽어보는 것보다 전문가로부터 설명을 들어니 훨씬 배우는게 많아 좋았다.
그 중에서도 '교태전(交泰殿)' 앞의 '양의문(兩儀門)' 앞에 이르렀을 때다. 그 해설사가 양측에 굴뚝으로 보이는 구조물에 화려한 문양이 새겨져 있는 곳을 가르치며 이것이 무엇인줄 아느냐며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아무도 답변하는 이가 없었다. 운영자 역시 이 곳을 여러 차례 찾아왔건만 그 의미를 모른 채 그냥 지나친터라 말문이 막혔다.
양의문을 기준으로 왼쪽은 만수무강(萬壽無疆), 오른쪽은 천세만세(千世萬歲)라고 한다. 아마도 왕과 왕비의 장수를 기원하는 뜻에서 새겼을 것이라 생각된다.
아무튼 굴뚝하나에도 저렇게 멋진 모양으로 만들고, 또 글을 디자인해서 새긴 선조들의 솜씨와 숨어있는 노공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다음에 이곳을 찾는다면 꼭 한번 눈으로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 교태전과 그 입구의 양의문(양의는 음과 양을 뜻한다)
▲ 양의문 양측의 굴뚝과 멋진 글씨 모습
▲ 왼쪽 굴뚝의 만수무강(萬壽無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