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새로운 삶을 결심하고 사는 한 일본인의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큰 감동을 받아서, 이렇게 카페에 추천을 해드리려고 합니다.
제목은 "그래도 생활은 계속된다" 입니다. 저자는 이나가키 에미코씨로 아사히신문에 오랫동안 근무한 기자입니다.
저자는 이 책보다 앞서 "퇴사하겠습니다"라는 책으로 더 많은 관심을 받았던 분으로 우리나라에서는 SBS 다큐에서도 그의 퇴사스토리를 방영했었습니다.
그의 책 "퇴사하겠습니다"도 매우 감동적이었지만, 퇴사한 이후의 삶에 대한 내용이 보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났을 때의 감정, 이후 수습과정에서의 두려움, 책임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가졌을 때. 그리고, 최소한의 양심으로 '개인적 차원의 탈원전 계획'을 세우는 일 등이 책의 초반에 자세히 적혀있습니다.
"고마운 마음 없이 살아왔지만 내 '편리하고 쾌적한' 삶은 원자력발전소의 위험을 감수하며 사는 후쿠이 현 주민들에게 전적으로 기대고 있었다. 원자력발전소를 반대하려면 지금까지의 내 삶을 뿌리째 재점검해야 했다."(책 33쪽)
그는 전기와 이별하는 생활을 선택합니다. 처음에는 청소기부터 시작해서 에어컨, 전자레인지, 세탁기 그리고 가장 쉽지 않았던 냉장고까지 벗어났습니다.
그렇게 전기와 이별하면서 계절의 맛도 느끼고, 몸을 움직이는 불편함이 진짜 삶이라는 것도 깨닫고, 인간의 멈출 줄 모르는 욕망의 폭주도 알게 됩니다. 이런 깨달음이 저에게 아주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가 직접 가전제품들과 하나하나씩 이별하면서 직접 겪은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더 편해져야 된다고 외치는 지금 시기에 전기없이 사는 삶이 고행이 아니라 세상에 쓸모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삶이라는 저자의 말에 저는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의 생활처럼 당장에 가전제품과 이별을 하지는 못했지만, 책을 읽고 나서 낮에는 집에 불을 켜지 않고 생활을 합니다. 최대한 햇빛의 고마움을 느끼며 삽니다. 전기는 안 쓰는 것이 아니라 없는 것이다라고 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변화입니다.
요즘 미니멀라이프가 유행을 하는데, 조금 다른 맥락의 책입니다. 어떤 방식의 라이프가 아니라, 그저 오늘을 힘써 생활하는 사람의 즐거운 생활일기 같았습니다.
"내 눈으로 보고 내 머리로 생각하고 내 손발로 해보려는 것. 어쩌면 세상은, 지금 그걸 '불편'이라고 부러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불편'이란 '삶' 자체다. 그렇다면 '편리'란 '죽음'일지도 모른다."(책 87쪽)
글이 너무 쉽고 재미있게 쓰여져있어서, 깜짝 놀랄 정도로 잘 읽힙니다.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