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온의 명상이야기 28
내 사전에서 ‘절대’라는 어휘를 지우며
예전에 저는 ‘절대 그런 건 안 해!’ 라든가 ‘절대 용서 못해!’라든가 하는 표현들을 종종 썼던 것 같습니다. 어떤 때는 그 원칙에 위배되는 상황을 참지 못하고 감정이 격해져,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마구 소리를 질렀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저의 감정도 상대방도, 혹은 상황은 변해 가서 ‘절대 안 돼!’ 라고 했던 일을 저지르기도 하고, ‘절대 용서 못할’ 사람과 말을 섞고 지내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덧 마음도 상황도 변해간 거죠.
6개월 전쯤 저는 채식만 하기로 작정했습니다. 완전 채식을 하기로 했지요. 고기나 우유를 비롯해 밀가루나 커피도 절대 안 먹으려고 했지요. 그런데 곧 곤란한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지인을 만나 외식을 해야 되는 상황에서요. 국이나 찌개의 국물에 멸치나 새우, 고기 등이 들어간 경우가 다수인데다가, 김치나 채소무침에도 젓갈 같은 게 들어가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비건을 위한 채식식당을 찾는 것도, 상대방을 무시하고 혼자만 따로 먹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완전 채식을 고수하는 원칙을 버리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철저히 채식을 준수하시는 분은 엄청나게 훌륭하십니다. 하지만 저는 아쉽게도 그렇게 할 수 없었고, 오히려 절대 원칙을 버리고 현실과 그때마다의 상황과 타협하는 쪽을 선택하니 훨씬 마음과 행동이 가볍고 자유롭습니다.
원칙을 지키려 애쓰되,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한 가지 원칙만 고집하지 않으니 만사 오케이입니다.
* 서울 강북에도 봄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