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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의고사 성적표와 정답률 활용법
* 이게 왜 중요한가?
모의고사를 학원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치면 시험이 끝나고 몇 시간 뒤에 성적표와 관련 통계를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대부분의 공시생은 자신의 점수와 과목별 평균 정도만을 확인한다. 그리고 평균이 낮으면 ‘좀 어려웠구나’, 반대로 평균이 높으면 ‘좀 쉬웠구나’ 정도로만 파악한다. 하지만 통계자료는 상당히 많은 것을 알려준다. 대표적인 것이 정답률이다. 이 내용에 대해선 글을 읽는 대부분이 생소하게 여길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일단은 정답률을 분석할 때 얻을 수 있는 것부터 먼저 적는다.
1) 실제 시험을 푸는 사람들이 어떤 문제를 어려워하는지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대부분의 공시생은 자신이 모의고사에서 문제를 틀렸을 때 ‘자신의 실력이 없어서’ 문제를 틀렸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어려웠던 것은 아닌가 의심하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나 이 역시 확신을 가질 수 가 없다. 다른 사람들도 틀렸는지 일일이 붙잡고 물어볼 수 없기 때문이다. 정답률은 이 경우 객관적으로 ‘이 문제는 어려웠다’는 것을 제시해준다.
이는 특정 강사의 동형모의고사 풀이 실강을 들을 때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노량진 내 대부분의 강사들은 동형모의고사를 풀고 난 뒤 수업을 진행할 때 강사 자신의 기준으로 난이도를 설명한다. 즉, 강사가 ‘이건 어렵게 낸 문제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면서 문제를 냈다면 쉬운 문제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강사가 쉽다고 말했지만 듣는 수강생들은 반도 못 맞히는 문제가 상당하다. 이렇게 강사는 쉽게 낸다고 낸 문제라도 정답률이 낮으면 그 문제는 어려운 문제다.
이를 파악해야 ‘내 실력이 모자란 것이 아니고, 문제가 어려워서 사실은 나도 틀리고 다른 사람도 틀린 것이다’라는 확신을 할 수 있다. 반대로 정답률을 알지 못하면 자신이 틀린 모든 문제에 대해 ‘이건 모두 나의 잘못이다’라고 오해하게 된다.
2) 자신이 틀린 문제에 대해 ‘틀린 이유’를 추측하게 하는 근거가 된다.
틀린 문제는 단순히 자기가 이론을 몰라서 틀린 것일까? 무조건 그렇지는 않다. 남들이 알고 자신도 알고 있는 기본적인 문제를 단순히 문제를 푸는 순간 잘못 생각해서 실수로 틀렸을 수 있다. 혹은 출제자(강사)의 의도적인 함정에 낚여들어가 틀렸을 수도 있다. 선택지 4개 중 2개는 쉬웠지만 50%의 찍기를 실패해 틀렸을 수도 있다. 혹은 너무 어렵거나 지엽적인 내용이라 공시생 대부분은 맞힐 수가 없었던 문제일 수도 있을 것이다.
각 선택지를 어느 정도 비율의 참가자가 선택했는지를 알게 된다면 ‘왜 틀렸을까?’라는 물음에 대해 확실하게 답할 수 있겠지만, 그냥 해당 문제에 대한 정답률만 알아도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어느정도 그 이유를 스스로 추측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3) 1번과 2번의 원인 분석을 바탕으로 복습을 더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정답률을 통해 이 문제가 객관적으로 얼마나 어려웠는지, 해당 문제를 어떻게 틀리는지 알 수 있다면 결과적으로 시험을 복습하고 오답 정리를 할 때 더 효과적으로 정리할 수 가 있다. 쉬운 문제를 실수로 틀렸다면 굳이 반복해서 내용을 학습할 필요는 없다. 반대로 너도나도 틀리는 어려운 내용이라면 (공무원시험은 상대평가이므로) 변별력이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 역시 심각하게 파고들어 공부할 필요는 없다. 정말 열심히 복습해야 할 내용은 중간, 그리고 중간보다 약간 어려운 문제들이다. 그렇다면 그 어렵고 중간이고 쉽다는 기준은 강사가 정해주는 것일까? 아니다. 정답률이 정해준다.
다른 관점에서, 만약 4개의 선택지 중 1~4번 선택 비율이 모두 비슷하다면 대부분의 응시자가 정답을 찾지 못하고 ‘막 찍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런 문제는 누가 봐도 어려웠던 문제다. 반대로 1, 2번의 선택률이 높았는데 정답이 1번이 자신은 2번을 선택해 틀렸다면 마지막 순간 헷갈리는 내용을 제대로 암기하지 못해 틀렸을 가능성이 높다. 마찬가지의 상황에서 3번이나 4번을 찍었다면 기초적인 이론 이해가 부족하다고 스스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앞서 말했지만 그 문항의 정답률만 알고 있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선택을 했을지는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하다. 따라서 이에 따른 복습 방법도 효과적으로 정할 수가 있다.
* 정답률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모든 상황에서 가능한 것은 아니다. 우선 학원별 실전모의고사를 치고 OMR을 제출하면 자신의 성적을 확인하면서 문항별 정답률을 확인할 수 있다. 일부 학원에서는 선택지에 대한 선택률도 같이 확인할 수 있다. 과목별 동형모의고사를 실강으로 들으면 성적표에 정답률이 표기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학원 강의실 벽에 조교가 붙어두는 경우가 많다. 일부 동형모의고사 단행본 교재는 이 실강 수업을 정리해서 내기 때문에 그 당시의 정답률 결과를 같이 첨부해 발간하기도 한다. 물론 노량진 전체를 따지면 정답률을 알 수 있는 동형 교재보다는 그렇지 않은 교재가 더 많다.
마지막으로 실제 필기시험을 치고 난 뒤 학원 사이트에서 채점을 하면 그에 대한 정답률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다. 공단기의 경우 과목별 가장 어려운 문제 5개에 대한 정답률과 보기에 대한 선택률을 제공한다. 박문각은 입력하면 100문제 전체에 대한 정답률을 제공하며 별도로 어려운 문제에 5개 대한 보기 선택률도 같이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기출문제집은 정답률까지 표시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 정보는 상당한 가치가 있다.
남부고시 동형 실강 때 받을 수 있는 개인성적표
공단기 동형 실강 때 벽에 게시되는 전체성적표
개인성적표는 따로 주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선택률 분석의 실제
문제에 대한 정답률이 아니라, 선택지에 대한 선택 비율을 먼저 적는 이유가 있다. 보기 선택비율에 대한 통계를 제공하는 곳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즉, 이 내용을 먼저 알아야 이후 ‘정답률만’ 공개한 통계를 보더라도 지금부터 적을 내용과 자신의 경험을 종합해, 다른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했을지 대략적인 상황을 추리할 수 있다.
- 먼저 알아둘 내용: 허수 선택자
일단 하나 적어두자. 출제자가 아무리 쉽게 내더라도 100% 정답률은 잘 나오지 않는다. 해당 문제에 대한 지식이 있어도 모의고사를 일부러 틀리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시험 자체를 포기하고 아무 번호나 찍은 다음에 해설강의만 듣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그리고 아무리 쉬운 문제라도 수백 명이 응시하면 실수로 틀리거나 마킹 미스를 내는 사람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출제자 입장에서도 정답률 100%를 노리고 문제를 쉽게 내는 경우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정답률이 높아도 91~95%정도가 한계치가 된다.
- 난이도 하
앞서 적었던 어떤 문제라도 무의미한 허수가 존재한다. 한 문제를 풀때 어떤 선택지건 ‘한자리 수’ 비율 정도는 (앞서 말한) 허수가 있을 수 있고 ‘응시자 중 일부가 선택했다’라고 판단하려면 적어도 10% 이상의 선택률이 나와야 한다고 본다. 이 경우 ‘쉬운 문제’의 한계점은 정답을 제외한 나머지 경우에 10%씩 선택한 70%가 한계점이다. 그래서 정답률 70% 이상은 난이도 ‘하’다. 이런 문제는 절대 틀리면 안 된다. 이런 문제는 대부분 기본적인 문제다. 맞혔다면 별도로 복습할 필요가 없다. 틀렸더라도 마킹 미스, 실수로 틀렸다면 열심히 복습할 필요가 없다. 그게 아닌데도 틀렸다면 심각한 문제가 있다. 기본적인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예시용 문제를 보자.
선우한국사 16년 지방직대비 동형 7회 17번
어느 정도 국사를 했다면, 적어도 3번과 4번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4번을 선택한 사람은 1% 이하의 소수점 단위다) 응시자 중 일부가 충렬왕을 택하긴 했지만 대부분은 정답은 충선왕을 택했다. 이를 통해 이 문제에서 다루는 내용은 기본적인 사항이고 대부분은 이미 암기한 사항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이 문제를 틀렸다면 기본적 내용이 부족한 것이다. 아예 원간섭기 내용 전체를 다시 정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민준호사회 16년 지방직대비 동형 6회 11번
옳거나 틀린 내용을 ‘모두 고르는’ 유형의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문제에서 사람들이 2번과 3번 선택지 중 고민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계속 말하지만 한 자릿수의 선택률은 허수로 보고 따지지 않는다). 이를 통해 ‘ㄷ’보기는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ㄱ’보기와 ‘ㄴ’보기 중에서 ㄴ을 더 많이 골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해설강의를 들을 때, 복습을 할 때 ㄱ과 ㄴ 보기에 집중을 해야 한다.
- 난이도 중
여기서부터는 오답의 유형이 2가지로 나눠진다. 4개의 선택지 중 2개는 쉽게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나머지 2개 중 어떤 것이 정답인가를 고민하다가 틀린 타입이 있다. 또는 1개가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나머지 3개 중 무엇이 정답인지를 알지 못해 찍은 타입이다.
난이도가 중간 정도인 문제들은 ‘어쩌면 맞힐 수도 있었던’ 문제들이다. 약간의 약점 보완과 연습을 하면 해당 문제를 내 것으로 만들어 성적을 올릴 수 있다. 따라서 복습은 중간 난이도의 문제에 가장 집중해야 한다. 또한, 중간 난이도 이상의 문제는 문제가 물어보려고 하는 주제는 ‘대충’ 알고 있으나 디테일한 부분을 몰라서(또는 헷갈려서) 틀렸을 가능성이 높다. 원인은 대부분 ‘암기 부족’이다. 틀린 부분만을 찾아 반복 학습해 약점인 부분, 헷갈리는 부분을 확실히 암기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선우한국사 16년 지방직대비 동형 7회 5번
이 문제에서 1번의 선택률이 낮은 것은 이 문제를 풀기 직전 최신 기출문제에서 관련 사항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 문제를 풀고 나서 얻은 지식의 유효기간이 남아있는 동안 푼 문제이므로 1번의 선택률이 낮다. 2번과 3번을 선택해 틀렸다면 4번은 옳은 내용이라고 판단했다는 소리다. 따라서 4번의 ‘동양척식주식회사’와 ‘보안회’를 찾아보고 그 내용부터 공부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자신이 찍은 선택지가 왜 옳은 내용인지도 찾아 보아야 한다.
선우한국사 16년 지방직대비 동형 8회 12번
기본적인 이론강좌를 수강한 공시생이라면, 파발이 조선 후기, 해인사장경판전에 15세기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2번이나 3번에서 고민했다면 해당 선택지에서 출제자가 묻는 포인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2번은 ‘부민고소금지법’ 제정 시기, 3번은 백리척 고안과, ‘신찬팔도지리지’의 편찬 시기가 된다. 부민고소금지법이 무엇인지는 종합반 과정에서부터 하는 기초사항이므로 이 법이 무엇인지 몰라서 틀린 것이 아니다. 단지 이 법이 조선 전기에 이미 만들어져 있었다는 단순 암기사항을 외우지 않아 틀린 것이다. 3번도 신찬팔도지리지가 세종 시기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외웠다면 바로 넘어갈 수 있다. 각 선택지별 포인트를 단순화해서 확실하게 암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 난이도 상
난이도 중 이하는 문제를 틀렸을 경우, 실수가 아닌 이상 문제를 틀린 이유가 ‘자신이 공부를 안 해서’일 가능성이 높다. 해설강의 중 “나는 쉽게 냈는데 여러분이 틀린 것이다”는 뉘앙스의 말을 강사가 하고 있다면, 강사는 별 함정을 파지 않고 출제한 것인데 푸는 사람이 이해 부족, 암기 부족으로 틀렸다는 의미다. 그런 문제는 이해하고 암기하면서 복습하면 해결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문제는 그런 문제들이다.
지금부터 살펴볼 난이도 상 이상의 문제는 출제자가 ‘함정’을 파기 시작한다. 1) 선택지를 길게 만들고는 중간의 단어 하나를 바꾼다거나 2) 선택지의 앞부분은 맞는데, 뒷부분은 틀리다거나 3) 글자 하나로 달라지는 개념을 출제하는 식으로 함정을 판다.
고난도 문제, 이를 넘어서는 최고난도 문제는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야 한다. 일단 그런 어려운 문제를 모의고사에서 만났다면 ‘이 정도로 어렵게 문제를 출제할 수도 있다’는 가이드라인으로 받아들이도록 하자. 행정법에서는 최신 판례를 어디까지 출제할 수 있는가, 국어라면 맞춤법이나 외래어 단원에서 요 단어까지는 나올 수도 있다는 기준 정도로 받아들이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이런 문제들은 실제 문제에서는 나올 가능성이 중간 난이도 문제보다는 낮다. 반대로 실제 필기시험에서 이런 고난도 문제를 만나면 ‘공부를 어느 수준 이상 한 사람만이 맞힐 수 있는’ 문제가 된다. 필기시험 직후 나오는 해설강의에서 ‘당락을 좌우하는 문제’라고 말하는 문제는 대부분 이 구간에 속한다. 어떤 문제가 나오는지 보도록 하자.
16년 국가직 9급 국어 2책형 13번
전형적인 함정 문제다. ‘콧방울’`을 ‘콧망울’로 한 글자 고쳤을 뿐이지만 이를 모르면 틀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답률이 곤두박질쳤다. 3번도 ‘귓밥’과 ‘귓불’이 같은 뜻인 표준어라는 것을 정확히 암기하지 않으면 선택지의 옳고 그름을 나눌 수 없다. 그 결과 1번과 3번 사이에서 어떤 것을 찍을가 고민하게 된다.
16년 국가직 9급 국사 2책 4번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힌트는 사료다. 사료가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없다면 이 문제는 답을 찍을 수 없다. 응시생의 선택이 1, 2번에 나누어져 있는데 2번을 찍은 사람은 해당 사료가 포츠담 선언이라고 생각하고 찍은 것이다.
- 난이도 최상
여기서부터는 일반적인 공부로는 풀 수 없거나 푸는 것이 매우 힘든 문제가 등장한다. ‘만점방지용 문제’라고 하면 대부분 여기에 속한다. 물론 공부를 정말 많이, 깊게 하면 맞힐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맞히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시간과 노력이 ‘과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필요하다. 따라서 결과적으로는 손해다. 그런 문제들이 이 최고난도 문제다. 국어라면 기본서에서도 나오지 않는 고유어의 뜻을 물어보는 문제가 될 것이다. 국사라면 기본서 구석에서 나오거나 아예 나오지 않는 지엽적인 주제를 꼭 찍어 물어보는 문제다. 공시생이 ‘의도적으로’ 공부를 잘 하지 않는 주제도 여기에 속한다. 한자, 한자어 문제를 들 수 있겠다. 패턴상 1~4번 선택지를 골고루 선택하는 경우가 많으며, 정답률보다 함정인 오답의 선택률이 더 높아지는 현상도 나타난다.
여기까지 어려워지면 이 문제의 어느 부분을 공부한다고 확실하게 맞힐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해당 문제를 복습해야 하는가에 대해 따져야 한다. 해당 문제를 완벽히 위한 노력 대비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말 지엽적인 내용을 파서 1문제를 맞히는 것이 나을까? 그 시간에 중간 난이도를 더 확실히 공부해 2~3문제를 확실히 맞히는 것이 나을까? 하지만 자신의 실력이 상위권이고 해당 과목이 이른바 ‘전략 과목’이라 최상위권 점수(95~100점)을 노린다면 최고난도 문제를 마냥 회피할 수만은 없다. 공부를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
이렇듯 최고난도 문제에 대한 학습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자신의 현제 학습 수준과 성적 수준, 자신이 쳐야 할 필기시험 난이도에 대한 예측 등 여러가지 변수가 얽혀 있어서 단정적으로 결론을 내리기 힘들다. 일반적으로 따지면 이런 문제들은 ‘너도 틀리고 나도 틀리는’ 문제로 (대부분이 틀리기 때문에) 상대평가인 공시에서는 변별력이 없는 문제로 최급받는다. 바꿔 말하면 이 문제들은 틀려도 합격의 당락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시생은 이렇게 설명해도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 만약 이 문제를 맞히지 못해 떨어진다면? - 과 같은 불안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최고난도 문제가 모의고사에서 출제되었다면 이 문제를 공부해야 할까? 강사는 나올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객관적으로는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
하지만 미래는 알 수 없다. 그런 문제가 나올지도 모른다. 여기서부터는 ‘예측’이 아니라 ‘신앙’의 영역이다. 강사의 실력과 예측력을 믿는다면 그 문제를 공부해야 할 것이다. 이성적인 판단으로는 ‘나올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하더라도 불안함과 초조함이라는 감정을 완벽하게 억누르기도 쉽지 않다. 출제 가능성이 낮고 매우 지엽적인 문제에 어느 정도로 투자를 해야 하는가?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쉬워보이나 어렵다.
16년 국가직 9급 사회 2책형 10번
평소엔 잘 다루지 않는 즉결심판이라는 주제를 세부적인 조문까지 찍어서 물어보는 최고난도 문제라 할 수 있다. 이 내용을 전부 실어놓은 사회 기본서도 그 당시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 기본서에 2번 선택지는 적혀 있기 때문에 4개 선택지 중 가장 중요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으나 출제자가 이 선택지의 단어를 고쳐 함정을 팠다. 즉결심판의 조문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은 일단 눈에 익숙한 2번을 선택했을 것이고 그래서 정답보다 오답의 선택 비율이 더 높다.
행정법, 헌법 등 법 관련 과목은 모두 이런 식으로 난도를 올린다. 아무도 공부하지 않은 내용(최신판례 등)을 등장시킨다거나 특정 법의 조문을 뽑아서 물어보는 식이다. 이러한 혼동 요소는 보통 답이 아니라 수험생을 헷갈리게 하기 위해 들어가고 정답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공시판에서 전해지는 ‘처음 보는 내용은 답이 아니다’라는 말은 상당히 신빙성 있는 명언이다. 하지만 절대적 법칙이라고까진 할 수 없다. 전혀 모르는 내용이 정답이라면 나머지 3개 선택지 내용을 모두 알아야 하는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16년 국가직 9급 국어 2책형 1번
16년 국가직 9급 국어 2책형 17번
외래어는 공시생들이 스터디까지 하면서 꾸준히 암기를 하는 영역이지만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맞힐 방도가 없다. 물론 외래어표기법의 규정 자체를 완벽하게 알고 있다면 ‘sh’가 ‘쉬’나 ‘쉐’로 적으면 안된다는 것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을 알고 찍은 사람이 정답자 중 얼마나 될까? 1번 선택지는 기출이 몇 번 된 단어지만 2, 3, 4번은 일반적인 국어 공부로는 접하기 힘든 단어였다. 그래서 아무거나 찍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
한자 역시 낮은 정답률을 기록하는 대표적인 유형이다. 애초에 ‘한자는 버린다’면서 한자·한자어 자체를 공부하지 않는 사람도 상당히 많고, 공부를 한다고 해도 자신이 모르는 한자가 나오면 감을 믿고 찍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고유어도 마찬가지지만 고유어는 적어도 한자보다는 쉽게 나올 여지가 있다. 영어단어 역시 ‘빈출단어’라는 것이 존재하므로 이를 중심으로 출제된다면 정답률이 꽤 높은 경우가 있다.
16년 국가직 9급 국사 2책형 5번
16년 국가직 9급 사회 2책형 15번
16년 국가직 9급 한국사에서 매우 낮은 정답률을 담당한 최고난도 문제다. 두 문제 모두 기본적인 사료를 제시했지만 선택지를 매우 어렵게 구성했다. 첫번째 문제는 1~4번 선택지 전체를 골고루 선택했다. 1~4번 중 어떤 것이 ‘갑신정변’을 묻는 것인지 알수 없어서 모든 공시생이 자기 맘대로 찍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아래 문제는 다르다. 1, 3번 보기는 쉽게 지울 수 있으나 2, 3번 보기 중 하나를 어떤 것을 찍어야 하는가에 대해 엄청난 고민을 했을 것이다(필자도 그랬다). 심지어 정답을 선택한 사람보다. 오답을 고른 사람이 더 많다. 이런 문제가 흔히 ‘매력적인 오답’이라고 불리며, 이렇게 이슈가 되었던 오답은 다시 출제될 가능성이 있다. ‘고구려 관나부인’이 질투죄로 처벌을 받았다는 선택지는 12년 7급 국가직에서 출제되어 이슈가 되었다. 이후 2년 뒤 국가직 9급에서 다시 나왔다. 9급은 9급 기출만 풀어도 된다는 소리가 있는데 이런 식으로 7급 기출 내용이 몇년 뒤 9급에서 나오는 경우가 있다.
국사에서 최고난도 문제에서는 다시 살펴봐야 할 내용과 공시생을 혼란스럽게 하려고 그냥 아무 곳에서나 긁어온 내용이 섞여 있다. 당연히 전자를 공부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후자에 더 주목하게 된다. 문제를 풀면 더 어렵게 느껴진 내용에 대해 더 충격을 받기 때문이다. 기출 후 해설강의에서 이 점에 대해서 언급하는 강사가 있는가 하면 그냥 자기 책에 있다면서 수업 듣는 사람의 노력부적을 탓하는 강사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필기시험 직후 해설강의는 자기가 듣는 강사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강사를 다 들어보는 것이 좋다. 시간이 부족하다면 총평과 자신이 틀렸던 문제, 필기시험을 친 사람 사이에서 이슈가 되는 문제 위주로만 들어도 된다.
16년 지방직9급 사회 A책형 11번
마지막으로 이 문제. 이 내용은 ‘공급’과 ‘공급량’의 차이를 묻는 매우 기본적인 내용이다. 모든 강사들이 강조하는 사항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정답률이 낮았을까? 여러 추측이 가능하겠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원인은 ‘이런 식의 문제를 풀어본 적이 없어서’다. 다른 문제를 찾아보면 이런식으로 제시문을 위에 두는 문제가 아니다. 1~4번 그래프 중 하나를 위에 배치하고 그렇게 이동하는 원인을 묻는 형식이다. 정답인 1번 그래프가 가장 먼저 제시되면 푸는 사람은 그 그래프에서 ‘공급량 이동’을 묻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공급량을 변동시키는 요인을 그 아래 보기에서 찾게 된다. 이 문제는 반대다. 대부분의 공시생은 처음부터 순서대로 풀기 때문에 사회를 풀 때쯤에는 시간의 압박도 받는다. 그래서 대다수가 함정을 눈치채지 못해 틀렸다는 추측을 제시해본다.
* 정답률을 통한 난이도 확인
지금까지 선택지별 선택 비율을 분석해보았지만, 실제로는 이런 정보를 제공하는 곳 자치가 많지 않아 정확한 분석은 쉽지 않다. 보통은 해당 문제의 정답률만 제시된다. 필자가 동형 때마다 분석을 해보고 찾아낸 정답률-난이도 표는 다음과 같다. 이 표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다소의 오차가 있을 수 있다. ‘대체로 이렇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