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식당>
대구의 오랜 식당 중 하나다. 대구 감영 근처에 있어 외지인도 들르기 좋은 곳이다. 물론 식당 근처에선 미로처럼 얽힌 길을 한참 헤매야 하지만. 싸락국은 시래기국이다. 대구 사람들의 입맛을 거꾸로 탐색하기 좋은 곳이기도 하다. 조금 싱겁고, 보기엔 진한 국물 같아도 부담이 없는 맛이다. 김치도, 수육도 거슬리는 게 없다는 것 자체가 강점인 맛이다.
1 식당얼개
상호 : 마산식당
주소 : 대구 중구 경상감영길 101 중앙상가 내 (포정동 21-3)
전화 : 053-253-6304
주요음식 : 돼지수육, 국밥
2. 먹은날 : 2021.4.5.점심
먹은음식 : 고기밥+씨락국 10,000원
3. 맛보기
화려하고 엄숙한 감영 앞에 이런 집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서민적인 식당들이 모여 있는, 조금은 어지러운 동네에 있는 집이다. 식당 주변은 어지럽지만 맛만은 간결하고 깔끔하다. 특별한 개성은 없어도 한곳에서 오랫동안 영업해온 노회한 힘이 묻어난다. 안심하고 한 끼 때울 수 있는 집이다.
우선 푸짐하게 내온다. 쫄깃거리고 냄새없이 담백하다. 향긋한 맛도 물고 있다. 국물에 맛은 몽땅 빠져버린 헛것을 먹는 것과는 완전 다르다. 고소한 맛도 난다. 아마 이 집 음식의 절반은 이런 순수함에서 오는 것일 거다. 좋은 식재료를 적절하게 살아낸 데다 푸지게 담아주는 인심이 손님의 인심을 얻었음직하다.
씨락국. 시래기야말로 지칭하는 말이 여러가지다. 대부분 발음의 와전?으로 변형이 된 것들이다. 시래기, 씨레기 시라구 등등, 여기서는 '씨락'이다. 접미사가 붙으면 '씨락이', 다시 연음되면 '씨라기'겠다. 표준어는 '시래기'다. 시래기도 접미사 빼면, 시랙이다. 시래기나 거기서 거기다.
하지만 맛은 제법 다르다. 국물이 진하고 매워 보이지만, 맵지 않고, 싱거우며 별로 진한 맛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시원한 맛도 아니다. 개성은 없지만 부담이 없어서 좋다.
특별한 건 시래기가 통으로 들어 있는 거다. 이런 모습 다른 곳에서 찾기 힘들다. 함께 나오는 가위가 아마 시래기를 자르는 데 필요한 거 같다. 하지만 시래기는 찢어먹어야 맛이다. 생김치, 겉절이도 찢어야 맛인 것처럼. 통으로 든 시래기 배추 덕분에 커지는 폼이 맛을 더한다.
대구의 개성인가. 상주추어탕 집에서 배추에 몰입하는 것처럼 여기도 그런 거 아닌가. 배추와 대구?, 관심을 일으키는 주제다. 며칠 전 서울에서 먹은 '안동배추전', 맛이 괜찮아 왜 안동이나고 물으니 주인은 대답을 제대로 못했다. 안동이 좋아서라는 말만 했다. 음식에 안동을 걸어 성공할 수 있을까?, 했는데, 배추 몰입과 경북이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새로 생긴다.
김치가 담백하다. 젓갈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도 경상지역 고유의 김치맛이 아닌가 싶다. 양념과 젓갈 맛이 강한 호남 지역 김치와 달리 영남 지역은 배추 맛이 그대로 느껴지는 연한 맛을 선호한다. 아마도 젓갈을 살려쓰지 않는 지역 특성에서 유래한 것이 아닌가 싶다.
갯벌이 발달하고 곡물이 풍부한 호남 지역은 요리가 발달하고 양념맛을 살려 쓰는 데 능하다. 반면에 갯벌이 없어 새우젓이나 멸치젓, 혹은 꽁치젓 정도를 쓰면서, 곡물이 부족하고 밭작물 위주였던 영남은 작물 자체의 특성을 보존하는 맛을 내는 것이 주류였다. (경상도 일부 지역에서 꽁치젓을 먹었지만 널리 보급된 거 같지 않다.)
순창은 고추장이 유명하지만, 정작 고추가 유명한 곳은 경북 영양이다. 영양 고추는 향이 진하고 빛깔이 좋다. 전라도는 발효식품, 가공식품 등의 요리에 초점을 맞춘다면 경상도는 식재료의 맛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보인다.
해방후의 한식은 전라도 음식으로 표준화되었지만, 지역에 따라 선호하는 맛이나 음식은 엄존한다. 경상도에 오면 경상도 입맛으로 맛을 식별해야 한다면 이 김치는 분명 맛있는 경상도 김치다. 시원한 맛이 좋다.
부추김치. 경상도 말로 정구지김치다. 부추 제맛을 살리면서도 적당량의 양념이 잘 어우러져 풍미를 잘 살리고 있다. 돼지고기 수육과 먹기 좋다.
양파장아찌가 참 좋다. 아삭거리는 맛, 양파의 탱탱한 모습과 맛이 그대로 담겨 있다. 짜지 않고 신선한 신맛이 상큼하게 입맛을 돋운다. 양파 장아찌는 누구의 입맛에나 잘 맞을 거 같다. 양파도 제철것을 썼는지 달근한 맛이 일품이다.
이집 실망스러운 것은 밥이다. 쌀도 그렇고 솜씨도 그렇다. 질척거리고 밥알의 통통한 맛도 없고, 냄새도 그렇다. 좋은 점은 푸지게 준다는 것, 시장통에서 확실하게 얻은 인심이 롱런의 비결일지 모르겠다. 밥에 좀 더 신경을 쓰면 어떨까.
4. 먹은 후
1) 수제화거리
뒤쪽인 수제화거리고, 옆쪽이 대구감영이다. 수제화거리는 제법 길고 구역이 넓다. 서울역 근처 염천교 언저리가 수제화거리로 유명하다. 그곳은 대로변인데, 이곳은 골목골목이 옹골차게 수제화점으로 들어차 있다. 근처 약령시와 더불어 오랜 전통도 근대 전통도 잘 간직하고 있는 도시가 대구임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2) 대구감영
밥먹고 공부하기 딱 좋은 곳이다. 경상감영이 코앞에 있어 둘러보며 역사의 향기에 젖어서 공원으로 다듬어진 권역을 편안한 마음으로 산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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