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옥>
*간보기
이천 쌀밥집에 왔다. 쌀밥은 이미 선망이 아니라 기피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 마음 구석에 잔존한 근원적인 쌀밥 지향, 그 당위성을 해명해준다. 쌀밥이 이렇게 맛있는 거라서 그랬구나.
1. 얼개
1) 식당상호 : 이천옥
2) 주소 : 경기 이천시 중리천로 115번길 18(중리동468-6)
3) 전화 : 031-631-3364
4) 주요음식 : 쌀밥한정식
2. 맛본 음식 ; 이천옥 한정식 14,000원
3. 맛보기
1) 전체
환상적인 쌀밥에 가진 찬이 올라 밥맛을 돋운다. 반찬도 허수가 없다. 김치도 익은지, 생지가 짝으로 오르면서 맛의 때를 맞추고 있다. 나물류도 적절한 차림에 제몫의 맛을 제대로 낸다. 하다못해 주전공이 아닌 생선마저도 간과 식감을 맞췄다. 가격마저 이 값에 이 밥상이라니, 황송할 정도로 감사하다.




2) 주요음식 ; 한정식에서는 사실 주요음식이라고 특정음식을 집어내기 어려울 만큼 모두가 주연이다. 전체적으로는 한상차림과 다름없이 상에 올리지만 한 박자 먼저 나오는 위 찬들에 손이 먼저 간다. 그러면서 전체적인 맛도 가늠해보고 기대도 해본다. 기대도 맛도 나무랄 것이 없다. 깔끔한 밥상의 풍모도 좋다.
전은 얇게 부쳤으면서도 깻잎을 비롯한 채소가 적절하게 밀가루반죽과 어울리며 쫄깃한 맛을 잘 내준다. 물론 간도 적절하다.
무쌈은 새로운 시도다. 맛도 시도만큼 상큼하다. 청량감을 내는 무와 무가 둘둘 말아 품고 있는 야채들은 약간의 신맛과 함께 생야채 맛으로 식탁의 풍미를 더한다.



유채나물과 건취나물, 각각 대비되는 향과 맛을 낸다. 마른 것과 추진 것의 대비도 좋다. 유채는 지역에 따라 하루나라고도 하는데 여기서는 비교적 굵은 잎사귀로 유채 본연의 맛을 살렸다.


불고기. 전통적인 불고기가 전통적인 맛을 놓치지 않았다.

비지찌개다. 양이 많지 않아 부담이 덜하다. 약간 신 김치가 들어갔는데 입자가 가는 비지와 어우러져 상큼한 맛을 낸다.

된장된장찌개는 단연 압권이다. 이런 맛은 아무나 내기 힘든다. 사실 가장 보편적인 음식이 제맛내기가 힘들다는 것은 한식이 힘든다는 것을 말해주는데 거꾸로 이런 음식 잘한다는 것은 그 밥상을 믿어도 된다는 것이다. 단일 품목으로 독립된 메뉴, 얼굴마담으로 삼아도 될만한 맛이다.



반할만한 음식에는 김치도 빠질 수 없다. 배추김치는 적절하게 익었고 무김치는 생김치다. 김치의 산도가 서로 조화를 이루는데 각자 그 상황에서 최적화된 맛으로 상에 오른다. 반찬 하나하나에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밥을 한 술 뜨고, 충격으로 입이 벌어져 씹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이래서 이천쌀, 경기미라고 하는구나. 그 동안 밥에 얼마나 소홀했었는지에 대한 자성도 순간 솟았다. 차진 맛, 쫀득한 맛, 옹골진 맛, 부드러운 맛, 기름진 맛, 우리가 밥에 밥알에 기대하는 거의 모든 맛을 다 담고 있었다. 향그러운 쌀내음까지.

아니나 다를까, 확실한 이천쌀만 쓰며 한 번에 세 가마씩 주문하는데, 주문한 이후에 바로 도정한 것을 받는단다. 품종과 도정 시기가 중요하단 건 상식이지만 집밥에서 두 가지를 다 충족시키기는 어렵다.
쌀밥이 왜 맛있는지 어떤 밥이 맛있는 밥인지 생각하게 한다.


눌은밥이 제맛이 나려면 폭폭 끓어야 한다. 보통 돌솥밥은 이것이 어렵다. 그냥 뜨거운 돌솥에 불리기만 하는 정도로 눌은밥을 만만들어 제 맛도 식감도 제대로 안 난다. 충분히 뜨거운 돌솥은 한참동안 눌은밥을 끓여 숭늉도 눌은밥도 제맛을 나게 한다.

다 된 밥 이후의 일련의 밥 변주가 단계마다 어떤 맛이어야 하는지, 어떤 공정을 거쳐야 하는지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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