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인절미/백설기/송편/떡’의 어원
떡의 한말글(한자)은 병(餠)과 이(餌), 고(糕) 등이 있다. 소전에 나타나는 글자들이다. 소전 시대에 떡이 생겼다는 반증이다. 떡의 가장 원시적인 형태가 인절미로 볼 수 있다. 찰진 밥을 이기어(흙이나 가루 따위에 물을 부어 뒤섞어서 반죽하다/ 잘게 썰어 짓찧어서 다지다/ 빨래 따위를 이리저리 뒤치면서 두드리다) 콩가루를 묻힌 것이 인절미이듯, 가장 손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인절미의 중국어는 ‘nuomigao(糯米糕)’즉, 찹쌀로 빚은 떡이다. 그러면 한말 인절미는‘이든(<옛> 착한, 어진 --> 찰진 쌀밥)이나 니겨(<옛>익혀) 내어 또는 인(늘 되풀이하여 몸에 배다시피 한 버릇)이 박이게[인] 절썩(차진 물건이 물체에 척 들러붙는 소리 또는 그 모양)[절] (미시/미숫가루) 묻힌 이[미]’의 준말이다.
이(餌)의 소전은 식(食)이 없는 력(䰜)과 이(耳) 글말의 형성자로 나타난다. 력(䰜)은 격/력(鬲)의 좌우에 김이 일어나듯 ‘⌇(弓)’가 붙은 자형이다. 그러면 이(餌)는 ‘솥에 시루를 막아(얹혀)[력(鬲)] 쪄서[⌇⌇] 김이 나는 소리를 들으며[이(耳)] 이들이들(윤이 나고 매우 부들부들한 모양)하게 하다 또는 이받다(<옛>대접하다, 공궤하다)[이]’는 얼개이다. 즉, 시루에 찌는 시루떡을 나타내는 글자로 볼 수 있다. 제사에 올리는 떡은 주로 백설기 같은 시루떡이다. 시루는 양쪽으로 손잡이의 귀가 달려 있다. 김이 나는 소리를 듣는 상징이다. 이(耳) 글말로 나타낸 까닭이 희생물(이바지)의 뜻을 항상 듣고 새겨야 한다는 암시를 담기 위함이다. 더불어 그 짐을 머리에 이고 있음을 항상 알고 있어야 한다는 암시이기도 하다. 점차 그 의미를 명확히 나타내기 위해 먹을거리인 식(食)을 덧붙이고, 력(䰜)은 생략한 이(耳) 글말만으로 간략히 나타냈다.
한말 백설기는 이(餌)와 견주면‘배게(촘촘하게) 가리고(솥에 시루를 빽빽하게 이어 붙이고)[백] 설설(그릇의 물이 천천히 끓는 모양)끓이어[설] 김(수증기)으로 니기다(익히다)[기]’의 준말이다. 또한 찰진 떡에 비해 ‘(찰기가) 설가는(광맥이 탐탐하지 못하고 금金의 함유량도 적다)이(것, 떡)[설기]’의 뜻도 담은 말이다. 본래는 쌀가루로 만들어 하얀 떡이었기 때문에 ‘백’이 백색과는 무관한 의미였으나 점차 색이 있는 가루나 무지개떡처럼 색을 넣어 만든 떡이 생기면서 그 구분을 위해 백(白)의 의미를 추가로 덧붙인 ‘백(白)설기’의 뜻도 담아 구분 지었다고 추론이 가능하다.
고(糕)는 고(羔) 글말의 형성자이다. 고(羔)는 국/갱(羹)에서 보이듯, ‘고다(소주를 만들다)/ 고아 삶다’는 뜻도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고(糕)는 ‘삶은 쌀가루를[미(米)] 고물거려 소(속 고명)를 넣고[고] 고다(찌다)/고아 삶다[고(羔)]’ 또는 ‘쌀을[미(米)] 고아 삶아[고(羔)] 웃고명(고물)에 묻히다(고물거리다)[고]’는 얼개이다. 전통적인 소주는 증류주이듯, 소주를 만드는 ‘고다’는 찌는 행위와 같다. 즉, 쪄서 익히는 송편과 같은 떡이다. 덧붙여 ‘고명(모양과 맛을 더하기 위하여 음식 위에 뿌리거나 덧놓는 양념을 통틀어 이르는 말)’에는 웃고명과 속고명이 있다. 속 고명을 한자의 반절법처럼 줄이면 ‘소(떡이나 만두 따위의 속에 맛을 내기 위해 넣는 고명, 통김치 따위를 담글 때 속에 넣은 여러 가지 고명)’가 된다. 즉, 속 고명의 준말이 ‘소’이다. 그래서 고(糕)는 찐빵 같은 송편 류(類)의 떡이다. 아울러 특히 가루로 된 고명을 ‘고물(인절미나 경단 따위의 겉에 묻히거나 시루떡의 켜와 켜 사이에 뿌리는 팥·콩·녹두·참께 따위의 가루)’로 볼 수 있다. 그래서 또한 고(糕)는 웃고명 곧 고물을 고물거려(주물럭거려) 묻히는 인절미도 나타내는 글자이다.
참고적으로 한말 ‘편’은 떡을 점잖게 이르는 말로 사전이 설명하듯, 떡의 또 다른 말이기도 하다. 즉, ‘펴디어(<옛>퍼지어)/ 펴아나(<옛>피어나)[펴] 니기다(<옛>익히다)[ㄴ]’의 준말 곧 쪄서 익힌 떡을 뜻한다. 그래서 송편은 ‘소를 오므려 송이(꽃이나 눈·열매 따위가 따로 된 한 덩이 또는 그를 세는 단위)로 송당송당(물건을 조금 잘게 써는 모양, 바느질에서 담상담상 거칠게 호는 모양)하게 만들어[송] 펴아나 니긴 이(찐 떡)[편]’의 준말, 한마디로 ‘소를 오므려[송] 찐 떡[편]’이다. 흔히 솔잎을 깔고 찐 떡의 의미로, ‘송병(松餠)’이 변한 말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솔잎을 깔아 놓는 것은 웃고명이 아닌 속고명이라서 서로 붙지 않게 하고 솔 향이 송편에 배게 하기 위한 단순히 찌는 수단일 뿐이다. 즉, 송편의 주된 의미는 소를 넣어 만든 것이다. 그래서 찐 떡[편] 중에서 특히 소를 넣고 오므린[송] 것만을 송편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솔잎의 준말 ‘송’으로 나타내어 그 의미 또한 덧붙여 담았다고도 볼 수는 있겠다.
병(餠)은 병(幷) 글말의 형성자이다. 그리고 병(幷)의 갑골문은 두 인(人)이 서로 나란히 선 상태에서 아랫부분을 하나로[ㅡ] 엮어 놓은 자형이다. 즉, ‘두 사람을[두 인(人)] 하나로[일(一)] 벼르어(어떤 일을 하려고 미리부터 스스로 마음먹어, 어떤 비율에 따라 여러 몫으로 고르게 나누어) 엮다/아물리다/아우르다[병]’는 얼개로, ‘어우르다, 어울리다, 함께, 함께하다’등의 뜻이다. 그러면 병(餠)은 ‘먹을거리를 갉아[식(食)] 함께[병(幷)] 벼르어/버리어(벌리어, 벌이어)/버무리어(반죽하여) 이기다(흙이나 가루 따위에 물을 부어 뒤섞어서 반죽하다/ 잘게 썰어 짓찧어서 다지다/ 빨래 따위를 이리저리 뒤치면서 두드리다)[병]’는 얼개이다. 이리저리 뒤치면서 두드리는 행위는 ‘지지는(지짐질로 익히는)’ 동작이다. 즉, 병(餠)은 빈대떡처럼 지져 엷고 편편하게 만든 떡이다. 우리나라에선 떡의 한자어를 주로 병(餠)으로 나타내는데,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쉽게 자주 만들어 먹는 빈대떡에 따라 병(餠)으로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한말 빈대떡은 ‘비비어(두 물체를 맞대어서 서로 문지르다, 어떤 음식물에 다른 음식물 따위를 넣고 한데 뒤섞어서 버무리다) 누르며/누릇누릇하게[빈] 데치어 대는(부치는)[대] 떡’의 준말이다.
이와 같이 고(糕)·이(餌)·병(餠)은 떡을 만드는 방법에 따른 종류를 나타낸 글자임을 알 수 있다.
고(羔)는 상서로운 어린 희생양이고, 이(耳)는 그 희생의 뜻을 들으며, 병(幷)은 그 뜻과 어울려 함께해야 한다(부치다)는 상징을 담았다. 떡을 제사상에 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떡의 공통된 특징은 무엇인가? 같거나 다른 여러 먹을거리와 희생의 뜻을 하나로 어울리게 버무린 것이다. 그것이 속고명(소) 웃고명으로 오므리거나 버무려 고아낸 것이 고(糕)이고, 그것을 시루에 쪄낸 것이 이(餌)이며, 그것을 부쳐 지져낸 것이 병(餠)이다. 그래서 그 공통의 의미와 견주면, 한말 떡은 ‘더불어 더북하게 덕적덕적(먼지나 때 같은 것이 두껍게 겹겹이 껴 있는 모양)/덕지덕지(먼지나 때 같은 것이 두껍게 많이 끼거나 묻어 있는 모양)하다’의 준말이다. 한마디로 덕지덕지 찰진 의미이다.
한말 ‘어질다’는 ‘얼이 질다(찰지다)’의 준말이고, 얼이 찰진 것은 여러 얼들을 하나로 덕지덕지 아우르는 곧 ‘두[이(二)] 사람을[인(人)] 하나로 이어 놓는[인]’ 인(仁)의 상징이다. 그래서 또한 덕(德)을 쌓는 의미로 떡을 덕(德)으로 음차(音借)하여 나타내기도 하는 까닭이다. 따라서 제사상에 올리는 떡의 의미는 덕(德)을 쌓아 인(仁)을 이루어 조상의 여러 얼들을 하나로 아우르며 어울리게(조화롭게)하여 청출어람(靑出於藍)하겠다는 다짐의 상징이다. 다시 말해 좌면우병(左麵右餠)은 국수처럼 조상의 얼을 이어가며[좌면(左麵)], 그 국수처럼 갈라진 여러 얼의 가닥을 떡처럼 하나로 아우르며 아물려(영글어) 가겠다[우병(右餠)]는 다짐의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