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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봄을 만나다.
2010년 9월 추석 연휴 때 몽골의 가을 풍경을 처음 만났다. 어느덧 풀들은 누렇게 변해 있었고, 나무들은 단풍색으로 단장을 하였다. 눈이 내리고 있었고, 벌써 먼 산에는 눈이 쌓인 모습이 보였다. 톨골의 물은 손을 담그기 싫을 정도로 차가웠다.
몽골의 여름 풍경과 겨울 풍경은 많이 보았는데, 봄 풍경은 처음이었다. 21번째 몽골여행을 하면서 맞이하는 봄의 풍경이니 어찌 가슴이 설레지 않으랴!
6월 3일 아침 6시 30분 인천공항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에 탑승하였다. 항공권을 구입했어도 잘못하면 못 갈 수도 있다고 하여 탑승 수속 3시간 전에 가려고 준비를 하였다.
춘천을 떠난 버스는 가평, 청평, 김포공항을 경유하여 인천공항에 2시 30분 만에 도착하였다. E 창구에서 탑승 수속을 많이 하였는데, G 창구로 바뀌었다고 하였다. G 33번에서 기다렸다. 9시 35분부터 탑승 수속을 하였다. 벌써 많은 단체 여행자들의 화물들이 탑승 수속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몽골여행은 성수기로 접어든 느낌이었다.
여러 차례 탑승 수속 과정에서 만난 적이 있는 관계자가 빨리 줄을 서라고 한다. 아직 일행들이 도착하지 않았다고 했더니 그래도 먼저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9시 35분부터 발권이 시작되었다. 화물을 부치고 비행기표를 받았다. 자동출입국 심사를 하기 위하여 수속을 했다. 면세점에서 눈으로 쇼핑을 했다.
몽골항공 OM 302편의 탑승장 게이트가 125번에서 130번으로 변경되었다는 방송 멘트가 나왔다. 몽골항공 OM 302편은 12시 05분 출발 예정이다. 160여명의 탑승 인원 중 몽골인은 10명도 안되는 것 같다. 모두 한국인이다. 무엇하러 가는 사람들일까? 의료봉사를 가는 사람들도 있고, 세미나를 가는 사람들도 있고, 선교활동을 가는 사람들도 있다.
12시 05분 출발 시간이 지연되어 12시 45분에 이륙하였다. 조금 후 초코렛과 물이 나왔다. 14시 기내식이 나왔다. 닭고기를 주문하였다.
OM 302편은 15시 15분(몽골 시간)에 칭기스항 공항에 도착하였다. 입국 카드를 작성하고 노비자 도장을 받았다.
16시 15분에 화물을 찾아서 공항 밖으로 나왔다. 이번에는 화물 검색을 받지 않고 쉽게 나올 수 있었다. 박스 검사를 다시 하였다. 내용물이 무엇이냐고 물어서 김치라고 했다. 다시 한번 검색대에 올려놓고 확인을 하였다.
공항에는 바트 보잉 사장님과 가이드가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잘 지냈지요. 비행기가 연착되어 많이 기다렸지요.
주차장에서 본 하늘은 아주 맑았다. 비로소 몽골에 온 사실이 실감으로 다가온다. 시내로 들어오는 길은 교통체증이 심하였다. 자이승 기념관과 이태준 기념관을 보고 호텔로 가려던 계획을 변경하였다.
호텔로 가서 짐을 정리하고 민속공연을 관람하려고 했다. 투멜 공연장은 6시부터 시작되었다. 관람료도 12,000원에서 15,000원으로 인상되었다. 1시간 동안 노래, 후미, 탈춤, 서커스 등이 진행되었다.
민속공연 관람을 마친 후 몽골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하였다. 여러 가지 음식을 주문하여 골고루 맛을 보았다.
6월 4일 새벽 6시에 호텔을 빠져나와 거리를 배회하였다. 날씨는 쌀쌀하였다. 긴 팔 티를 입었는데도 쌀쌀함이 느껴진다. 거리에는 지나다니거나 배회하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다. 한적한 거리의 풍경을 몇 장 사진에 담았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8시 30분에 아침 식사를 하였다. 미역국에 밥, 빵 등이 나왔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호텔 밖 거리에서 채소시장이 서는 것을 보았다. 대파, 부추, 멍위(산마늘)을 팔고 있었다. 야생에서 채취한 멍위가 너무 많았다.
9시 30분 역사 박물관을 관람하기 위하여 호텔을 나왔다. 오늘은 테를지로 가기 때문에 짐을 모두 차에 실었다. 불필요한 짐은 호텔에 맡겼다.
역사 박물관 입장 시간은 10시였다. 여기서 비르가 투어 바이갈마 사장님과 한국말 통역 희나를 만나기로 하였다. 정재억씨가 보낸 장학금을 전달하기 위하여 푸제 자매를 만나기로 하였다. 일행들을 박물관에 입장시키고 나는 밖으로 나와서 기다렸다.
벌써 햇볕이 따갑다. 한 여름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일교차가 너무 크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하고 낮에는 너무 덥고 자외선이 강하다.
안녕하세요. 어떻게 몽골에 왔어요.
어린아이를 안고 다가오는 여인이 인사를 한다.
누구였더라. 기억이 나질 않는다. 촐롱 부인은 한국말을 못하는데, 누굴까?
저 알아보시겠어요.
누굴까?
순간 당황했었다.
2004년에 함께 여행을 했지요.
아, 알아요. 이제 기억이 납니다. 알아보지 못해 미안합니다.
얼굴은 기억이 나는데 이름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사모님은 잘 계시지요.
네.
그 때 바트 보잉 사장님이 운전을 했었다. 당황스러움을 모면하기 위하여 바트 보잉 사장님한테 물었다.
누군지 알아요.
모른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바트 보잉이나 나나 똑같다. 얼굴조차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했다.
이 사람과 함께 2004년에 아르항가이 아이막을 여행했잖아요.
그제서야 기억이 돌아왔다.
반갑게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이름이 뭔지 뇌리에서 뱅뱅 돈다. 뭘까, 뭘까, 뭘까.
그렇다고 이름을 물어볼 수도 없다.
그 때 아이가 1명 있었는데, 2번째 아이일까, 3번째 아이일까.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하였다. 7월 달에 다시 몽골에 오면 꼭 연락하겠다고 하고 작별을 하였다.
기다림의 연속이다. 이것이 몽골여행의 일부분이다. 11시가 넘었는데도 나타나질 않는다. 일행들은 역사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자연사 박물관으로 이동한다는 연락이 왔다.
11시 30분에 바이갈마 사장님과 희나가 왔다. 비르가 투어 사무실에서 기다리다가 왔다고 한다.
푸제 자매가 왔다.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있다. 아마도 뛰어온 모양이다. 갑자기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푸제는 몽골국립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는데 몇 년 전에 게르에 화재가 나서 어머니가 죽고 아버지는 다쳤다고 한다. 다행히 푸제 자매는 학교에 있었기 때문에 화를 면했다.
아이락몽골 카페지기 정재억님이 보낸 장학금을 전달하였다. 열심히 살고 열심히 공부하여 몽골을 위하는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정재억님의 말을 전하였다.
바이갈마 사장님이 푸제 자매를 학교까지 데려다 준다고 하였다. 작별인사를 했다.
일행이 자연사 박물관 관람을 끝내고 역사 박물관 앞으로 되돌아 왔다.
북한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박물관 관람을 하면서 의견을 모은 모양이다.
문득 캄보디아의 시엠립에 있는 북한식당이 생각난다.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여행자들이 가지 않아서 파리를 날린다고 했다.
울란바타르의 북한식당도 옛날에는 맛이 없었다. 식당 음식이 맛이 있어야 하는데 맛이 없으면 손님들이 가겠는가. 그래서 문을 닫았다가 2년 전에 다시 열었다. 2년 전에 먹어본 경험으로는 옛날보다는 많이 좋아졌다.
냉면을 주문하였다. 육수가 시원하였다. 손님은 많지 않았다.
2시에 테를지로 이동하였다. 울란바타르에서 1시간 30분이면 테를지에 도착할 수 있다. 국립공원이라 3,000원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거북바위를 보고 숙소인 테를지 사랑 호텔로 갔다. 이 호텔은 A, B로 나뉘어지며, 게르를 숙소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이 건물은 공산주의 시절 군인 장교를이 사용하던 휴양소였는데 바트 볼더가 인수하여 호텔로 쓰고 있다고 했다.
바트 볼더가 사장님인데 2010년 여름 차강 노르에서 우연히 만났다. 영어를 잘 하는 사업가인데 여름철에는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닌다고 했다.
2011년 1월 달에 다시 만났을 때는 여행자들에게 몽골 가젤 갈비를 대접하였다. 친구가 헨티 아이막에서 사냥하여 보낸 고기라고 했다.
겨울에 찍은 사진을 전해주었다. 고맙다고 하면서 겨울에 있던 눈사람이 밤새 도망갔다고 조크를 한다.
말을 1시간 30분 동안 탔다. 톨골의 지류들을 여러 차례 넘나들며 말을 탔다. 특히 깊은 지류에서는 말발굽에서 튀는 물방울이 시원하였다.
6월 5일 5시에 일어나 산책을 하며 사진을 촬영하였다. 어찌나 추운지 다시 숙소로 들어가서 겨울 등산용 내의를 꺼내 입었다. 그 위에 얇은 바람막이 잠바를 입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6시 30분에 일출이 시작되었다. 일출 사진을 몇 장 촬영하였다.
숙소에 물이 안나온다고 하여 헤프닝이 벌어졌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은 밤에는 모터를 작동시키지 않아 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모터를 작동하더라도 더운 물은 나오지 않고 찬 물만 나온다고 했다.
따뜻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싶다. 9시에 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8시가 되어도 식당문은 열리지 않는다. 커피도 먹지 못하고 식당을 나오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변화무쌍한 날씨의 변덕이다. 9시 30분에 말을 타기로 했는데 걱정이 앞선다. 몽골의 비는 1시간 정도 온다. 비는 그치겠지만 땅에 물기가 젖어서 낙마사고를 주의해야 한다.
봄비가 제법 그럴 듯하게 내렸다. 천둥과 번개도 쳤다. 빗소리도 제법 크다.
9시 전에 비가 그쳤다. 말타기가 가능하다.
아침식사를 9시에 하였다. 오므라이스, 빵, 밥이 나왔다. 물과 수태차를 주문하였다.
풀잎에 묻은 빗방울이 마르기 시작하는데 말은 오지 않는다. 아마도 30분만 탄다고 했기 때문에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오지 않는 말을 길게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10시 10분에 테를지 사랑을 뒤로 하고 칭기스항 동상을 관람하기 위하여 이동을 하였다. 기도 바위, 진달래꽃, 찬 바람이 나오는 바위 등을 구경하며 테를지를 빠져 나왔다.
뻐꾸기도 울고 깊은 산에서는 통통통, 통통통 이렇게 우는 새소리도 들린다. 우리의 산하에서 듣던 소리다. 2010년에 어기 노르에 갔을 때 제비가 처마 밑에 집을 지은 걸 보았다.
에르덴솜에는 최근에 칭기스항 동상을 만들었다. 칭기스항이 어린 시절 사용했던 채찍을 찾은 곳이라고 했다.
칭기스항 동상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한국인 여행자들이 많다.
오후 1시에 몽골 레스토랑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깨끗한 식당이었는데 값도 저렴하고 맛있었다. 몽골인들이 많이 와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수흐바타르 광장을 구경하였다. 수흐바타르 동상은 새로 만들고 있었다.
자이승 기념관을 올라갔다. 햇볕이 무척 강렬하고 따갑다. 여름 날씨와 비슷하다. 이태준 기념관도 관람하였다.
피곤하다. 맛사지를 하기로 하였다. 다시 수흐바타르 광장 쪽으로 갔다. 1시간에 17,000 투그릭이었다. 팁도 조금 주었다.
이흐 델구르에서 보드카와 블루베리 잼을 샀다.
7시에 세종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하였다. 삼겹살을 먹었다. 소주도 반주로 곁들였다. 몽골 와서 처음 먹는 한국 음식이다. 식사를 하면서 즉석 제안을 하였다. 아이리쉬 팝에 가서 맥주를 한 잔 하기로 하였다. 몽골 남자 2명이 보디가드로 동행하니까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 걸어서 가면서 울란바타르의 정경을 구경하고 싶다고 하였다.
몽골여행에서 가장 고민해야 할 문제가 여행자의 안전이다.
6월 6일 4시에 일어났다. 바트 보잉 사장님이 4시 10분에 왔다. 정말 시간 개념이 철저한 사람이다. 몽골여행을 하면서 이런 사람을 만난 것은 정말 행운이다.
6시 45분 출발 예정인 OM 302 편 비행기는 2시간이 연착 후 8시 45분에 이륙하였다.
짧은 일정의 몽골여행이 끝났다. 몽골이여, 안녕!
하늘에서 파란 풀들이 듬성듬성 보인다
칭기스항 공항
한적한 시내 풍경
울란바타르 전경
멍위(산마늘)
푸제 자매(정재억 회원이 보낸 장학금을 전달)
어워
여행자 숙소
기도 바위
진달래꽃
찬 바람이 나오는 바위
칭기스항 동상
도로를 가로지르는 양떼
몽골 식당
수흐바타르 광장
첫댓글 잘 읽습니다. 진달래가 늦게 피는 게 특징이군요.
즐겁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