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일으키려던 전쟁…25개의 '핵지뢰' 아찔
이원영
원전을 교차 감시하는 체제를 구축하라
위태로운 벼랑길을 걷고 있는 인류
위태롭기 짝이 없다. 최근 벌어진 항공사고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윤석열이 행한 외환의 작위가 충격적이다. 북한을 향해서 원점타격이라니, 이는 고의로 전쟁을 일으키는 행위다. 이를 보면서 필자는 곧바로 원전이라는 핵지뢰밭을 떠올렸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자포리자 원전에 대한 드론 공격이 2024년에만 4차례나 있었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새해에도 드론 공격이 있었다는 뉴스를 접하고 있다. 우리의 25개 원전 어디건 전시에는 드론 정도의 폭격수단만으로도 아비규환의 현장이 될 수 있다. 한 군데만 터져도 국토가 절단나고 국가로서의 존망도 위협받는다. 우리는 지금 위태로운 벼랑에 있는 것이다.
더욱 근본적인 위협은 핵폐기물이다. 70년이 지나도록 어느 한 나라도 해결책이 없다. 해결할 수 있는 이론조차 없어서 대부분 핵발전소 부지 내에 임시저장을 하는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안전시설 없이는 그 자체로 핵지뢰밭이다. 게다가 저장조에 핵연료를 저장하는 동안에 냉각수가 폐열을 식혀야 한다. 식히지 않으면 과열로 폭발하기 때문이다.
가동중 원자로의 냉각수뿐 아니라 저장조 냉각수를 이용하는 중에 누설 시 삼중수소 배출 문제도 크다. 핵폐수를 배출하고 있는 일본 정부가 핑계를 대는 것이, 바로 가동 중 일정 수준의 방사능 유출이 어느 원전에서나 벌어지고 있기 때문 아닌가. 물론 일본의 후쿠시마 핵폐수 투기는 본질이 다르다. 핵기지국가로 가는 로카쇼의 재처리공정 가동을 위한 사전 면죄부 역할을 주문받고 있는 것이다. 핵무기 생산을 위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시설이 있는 미국 핸포드(Hanford), 영국 셀라필드(Sellafield), 프랑스 라아그(La Hague)는 치명적 방사능의 배출지의 대명사다. 핵폭탄을 대량으로 생산해온 러시아와 중국도 내륙 어딘가가 심각한 방사능으로 곪아 있다. 남을 해치기 전에 자신부터 골병 드는 일이 바로 핵이다.
이런 핵폭탄 제조를 주도한 세력은 오랫동안 우라늄광산을 독점해온 국제금융자본이다. 맨해튼 프로젝트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탄의 개발을 독려하기도 했던 국제금융자본이 핵발전소마저 연료를 독점하고 있다. 핵연료봉 사업은 말 그대로 노다지다. 전세계 400여 개 핵발전소에 단지 몇 개 기업이 독점적으로 공급해오고 있으니 말이다. 핵발전소가 핵무기원료 생산의 기지가 되는 이치를 알고서도 국제금융자본은 이를 적극적으로 조장해온 혐의가 큰 것이다. 미국도 러시아도 예외가 아니다. 어떻게 보면 국가적 단위로 그 하수인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고, 지구촌 전체가 돈벌이의 볼모로 잡혀 있는 듯하다. 후손들에게 치명적 피해를 줄 유산을 물려주면서도 침묵으로 스스로를 기만하고 있는 것이 인류다.
핵발전소도 주권재민의 대상
거기에 더하여 이젠 자연재해로 인한 위험요소가 너무 많다. 세 차례의 대형사고만이 아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위험요인도 커졌다. 유럽의 하천변 원전이 걸핏하면 냉각수용 강물의 수온 상승으로 가동이 중단되는가 하면, 빈번해진 산불도 위협 요인이다. 3년 전 울진 원전 근처의 산불은 송전선로를 불태울 뻔했다. 원전가동을 위한 전기가 끊기면, 원전은 폭발의 위험에 노출된다. 뿐만 아니라 잦은 지진 외에도 쓰나미에 의한 침수 시 단전이 되면 마찬가지로 폭발 위험이 있다. 이와 같은 기후위기까지 가중되어 우리의 현실은 핵지뢰를 머리에 이고 사는 셈이다.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에너지전환도, 원전에 의한 열오염과 탄소저장능력의 저감을 감안하면 하루빨리 해야 할 일이지만, 이는 시간에 관련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간과 관련없이 우리가 해야 할 중대한 임무가 있다. 원전이 가동을 중단할 때까지 그리고 가동중단 후에까지 안전을 확보하는 일이다.
그 엄중한 일을 원전대국인 프랑스는 어떻게 만전을 기하고 있을까. 라아그 지역의 치명적인 방사능오염의 문제를 안고 있긴 하지만 프랑스는 서로 다른 주권기관인 행정부와 의회가 각자 위험을 예방하는 감시를 하고 있다. 행정부와 의회가 별개의 감시기관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권력의 출발점이 다른 기관이 교차감시를 하고 있으면, 원전현장은 안전관리를 부실하게 할 수가 없다. 우리처럼 부품납품의 부정이라든가, 공정상의 미비점이라든가 하는 운영상의 문제점은 낱낱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원래 핵발전소는 국민전체의 동의를 받아서 짓고 운영하는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독일뿐 아니라 지금 세계 유수의 민주국가에서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덴마크, 벨기에, 대만 등 많은 나라가 그러한 길로 나아가고 있다. 그것이 주권재민의 길이다.
원전의 작은 사고도 경제에 직결된다
원전의 사고는 경제에 직결된다. 몇 년 전 중국 광동지역의 타이산원전에서 핵연료 파손으로 원자로 내부의 방사능 준위가 과다하게 높아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원자로 내부구조물의 과다한 진동 문제로 그 설계가 문제 되자 책임이 있는 프랑스는 돌연 긴장하였다. 방사능이 누출되면 중국경제의 심장부인 광동 일대의 경제가 망가진다. 대형 사고가 아닌 방사능 누출만으로도 엄청난 타격을 입는 것이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원인 규명을 위해 2021년 7월 즉시 정지하였고 결국 재가동까지 1년이나 걸렸다.
2020년에는 일본 자동차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세관에서 방사선량이 과다 검출되어 유라시아로의 통관이 거절되는 일이 발생했다. 후쿠시마 방사능이 얼마나 심하길래 자동차까지 오염되었나? 수만 가지 부품 어디에서 방사능이 나올지 알 수 없고 원천적인 대응이 어렵다. 우리의 동남해안에 몰려 있는 원전 어디에서라도 사고가 나면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자동차, 조선, 철강 모두 위기에 처한다. 반세기 동안 쌓아 올린 경제도 큰 타격을 입는다. 좁은 국토와 민족은 어찌 되겠는가?
완공을 앞두고 오스트리아 국민이 1978년 투표로 좌절시킨 츠벤텐도르프 원전 @이원영
교차감시의 장치를 강구하여 사고예방의 확률을 높여야
팔이 안으로 굽는 식의 안전관리라면 신뢰하기 힘들다. 어느 한 쪽의 감독이 아니라 교차감시가 될 때 안전의 확률이 올라가는 것. 프랑스만 그런가. 아니다. 미국은 행정부에 속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운영에 의회권력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인사뿐 아니라 재정에까지 관여하므로 행정부로부터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면서도 교차적 감시의 기능도 작동하는 것이다. 일본은 어떤가. 일본의 원전은 매년 정기점검 후 재가동을 하게 되는데 이때 지역의 도지사(현의 지사)가 동의를 해주어야 재가동이 가능하다. 지방정부의 감시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서 교차감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독일은 원전에 폐쇄되기 전까지 운영의 모든 단계에서 독립적 전문가그룹의 교차감시가 이루어지는 시스템이 가동되어 왔다. 이런 류의 교차감시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고질적인 관료화를 벗어나 위험을 예방하는 전문성을 강화하는 흐름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행정부 내에 속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행정부인 산자부 산하의 한수원을 감시한다.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다. 핵발전소와 관련되는 온갖 비리의 원인이 여기에 있다. 앞으로 출범시킬 제7공화국에 바란다. 프랑스처럼 국회 내에 감시기구를 별도로 두든지, 독일처럼 독립적 전문가그룹에 의한 감시체제를 구축하든지, 지방정부의 감시권한을 강화하든지, 아니면 원안위의 지위를 미국처럼 국회가 그 인사와 재정에 실질적으로 관장하든지 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이원영 전 수원대 교수, 원전위험공익정보센터 운영위원
출처; 민들레들판 2025.01.07
https://www.mindl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3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