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장사’에서 ‘야구 천재’로
대성불패 구대성을 상대로 친 역전 홈런을 두고 한화 이글스에서는 최정의 부정 배트 의혹을 제기했다. 방망이가 부러졌음에도 불구하고 공이 담장을 넘기는 것을 보고 코르크 배트를 쓴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KBO의 검사 결과 최정의 배트는 이상이 없는 평범한 배트로 판명 났다. 사실 최정은 어릴 때부터 남들 보다 힘이 좋은 아이였다.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야구를 시작했거든요. 워낙 활동적이어서 보이스카우트, 그린스카우트를 했어요. 초등학교 때 특기활동 하라고 유인물 나눠주잖아요. 그런 것들은 거의 다 했어요. 책을 사면 장난감 같은 선물을 주는 것도 있었는데 그것도 했어요. 아 이건 관련이 없나?(웃음) 아무튼 이것저것 하다가 야구를 봤는데 너무 하고 싶어서 테스트를 보러 갔어요. 타자 테스트를 하는데 다른 애들보다 제 공이 훨씬 멀리 날아가더라고요. 당연히 뽑혔죠. 나중에 신입생 집합할 때 제가 제일 앞에 섰어요. ‘제일 잘하는 아이’라는 의미였대요. 하하하.”
활동적인 아이였던 최정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데 두려움이 없었다. 운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제가 고향은 이천인데 거의 성남에서 자랐어요. 성남에 있는 대일초등학교에서 야구를 하다가 안양에 있는 평촌중학교에서 야구부를 창단한다는 얘기를 듣게 됐죠. 사실 서울에 있는 야구 잘하는 학교로 전학가고 싶기도 했는데, 창단 된 팀에서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평촌중학교에 진학했죠. 그렇다고 야구 없이는 못살아 하는 정도는 또 아니었어요. 그때는 축구도 굉장히 좋아했거든요. 다른 학교랑 축구시합도 하러 가고요. 어렸을 때부터 운동에 흥미와 소질이 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평촌중학교 야구부에 들어가게 된 그는 타자가 아닌 투수로서 더 많은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투수를 했거든요. 또래 아이들보다 어깨가 좋아서 공이 되게 빨랐어요. 근데 저는 사실 투수하는 것이 싫었어요. 팔이 너무 아팠거든요. 아프다는 생각을 하니까 잘 못 던지겠더라고요. 그리고 안타 맞으면 기분이 나쁘잖아요. 그러다보니까 제가 당당하게 승부를 못 했던 것 같아요. ‘간이 작다.’, ‘소심하다.’라는 말을 들으니까 더 못하겠더라고요. 체력적인 부분에 더해서 정신적인 부분까지 힘이 드니까 제구력의 기복이 심했어요. 그래서 투수는 정말 하기 싫었는데, 중학교 와서도 감독님이 투수를 시키시더라고요.” 하지만 그의 강한 어깨는 지칠 줄 몰랐다. 유신고 야구부에서도 그는 투수로서 활약했다. “원래 아마추어 때는 투수, 타자 다 하잖아요. 제가 그랬는데, 고3때 대통령배에서 구속이 149km가 나왔어요. 아무래도 주목을 많이 받던 시기니까 좋기는 했죠. 그런데 저는 타자가 더 좋았어요. 봉황대기 경기에서 한 번 제가 우익수로 나갔거든요. 제 앞에 떨어지는 공을 잡았는데 주자가 3루로 달리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원 바운드로 송구해서 바로 삼루까지 던졌어요. 제가 어깨엔 자신이 있었거든요.”
특급 유망주 최정은 그렇게 SK 와이번스의 유니폼을 입게 된다. 입단 후 그는 45경기에 나와 21안타 1홈런 11타점을 올리며 ‘방망이가 기대되는 신인’대열에 오르게 된다. 이듬해에는 ‘소년 장사’ 타이틀을 얻게 된 역전 홈런을 포함하여 총 62안타 12홈런을 때려내며 역대 4번째로 10대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선수가 되었다. 당시 최정의 나이 만 19세 6개월에 불과했다. “‘소년 장사’라는 별명이 생겼다는 것이 조금 부끄러웠어요. 제가 씨름 선수도 아니고요.(웃음)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저 같은 신인한테 팬들이 그런 별명이 붙여 준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감사했죠. 저를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그리고 이제 ‘소년 장사’하면 다들 저를 떠올리시지 않나요?(웃음)” 이어서 팬들은 그에게 ‘야구 천재’라는 별명까지만들어주었다. 물론 그 별명들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이렇게 종종 물어보시니까 저도 제 기록을 다 알긴 알아요. 아까 말씀하신 10대 홈런도 그렇고요. 한국 시리즈 최연소 연타석 홈런, 최연소 100호 홈런, 사구 100개도 최연소 맞죠? 그런데 사실 이런 기록들은 당시에만 좋아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기록이라는 것이 욕심이잖아요. 저는 팀의 성적이 아닌 개인 타이틀에는 욕심을 갖지 않으려고 해요.”
뒤에서 흘린 땀이 이뤄낸 결실
최정이 갖고 있는 아킬레스건은 수비였다. 지금이야 국가대표 3루수에 당연 최정을 떠올리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그는 남몰래 땀방울을 흘렸다. “저는입단할 때부터 수비가 안 된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어요. 신인 시절 1군 경기에 출장하면 수비가 불안하니까 대타로 한 타석 들어서고 말았거든요. 수비를 못한다는 인식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요. 근데 수비하러 경기에 나가보니까 직접 피부로 느껴지더라고요. 방망이만 잘 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수비 훈련을 더 많이 합니다.” 그의 노력이 결실이 되어 지난해 최정은 SK 와이번스 최초로 3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정말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작년이잖아요. 기쁨은 그때 다 만끽했고 올해는 다 잊었습니다. 이제 다시 잘해야죠.” 최정은 결코 자만하지 않는 선수다. “제가 프로 3년차 됐을 때였어요. 당시 김 감독님께서 저한테 일본의 이마에 토시아키 선수의 글러브를 선물해주시면서 ‘조금만 더 노력하면 너도 이마에보다 좋은 3루수가 될 수 있다.’라고 하셨어요. 그때 글러브에서 자꾸 공이 튀어나와서 수비가 잘 안되니까 좋은 글러브 쓰라고 직접 그 선수한테 받아서 주셨거든요. 이마에 토시아키하면 당시 일본에서 제일가는 3루수잖아요. 그래서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그걸 받고 감독님 말씀을 듣고 나니까 정말 열심히 해서 한국을 대표하는 3루수가 되어 국제무대에 나가서도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정말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나요.”
그렇기에 항상 그의 겨울은 누구보다 혹독했다. 오랫동안 그를 지켜본 SK 와이번스의 홍보팀 김성용 매니저는 그의 연습량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캠프 때는 말 할 것도 없고 평소 시즌 중에도 쉬는 법이 없어요. 다른 선수들이 100개 정도 특타를 하고, 펑고를 받으면 자기는 열 개라도 더 하려고 하고, 코치들이 힘들어 할 정도로 계속 훈련하자고 하는 선수예요.” 오랫동안 함께 했던 감독과 코칭 스태프들의 변화가 많았던 이번 캠프를 그는 어떻게 보냈을까? “환경 변화가 많았지만 그런 건 개의치 않고, 해왔던 것 그대로 건실하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편해지든 힘들어지든 그 변화에 빨리 적응을 해야 프로 선수거든요. 캠프는 자신을 업그레이드 하는 곳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보면 저에게 성공적인 캠프는 아니었어요. 기량을 높여서 시즌을 맞이해야 되는데 제 것을 찾지 못해서 시범 경기 때도 헤매고, 시즌 초반까지도 제 페이스를 계속 찾았어요. 지금도 시행착오를 겪고 있죠. 저는 야구를 잘해야 되는 프로선수잖아요.”
라이벌? 징크스? NO! 오직 나 자신과의 싸움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그는 타격 방법을 바꾸는 훈련을 했다고 한다. “캠프 때 미국 타격 코치님께서 힘 빼고 강한 타구를 날릴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알려주셨어요. 정말 열심히 훈련했는데 오랫동안 제가 해오던 방법과는 다르니까 적응하는데 시간이 꽤 걸리더라고요.” 그 덕분일까? 최정은 현재 이승엽, 박병호 등 쟁쟁한 후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홈런왕 경쟁에 뛰어들었다. “고교시절에도 종종 비교되곤 했었는데 (박)병호랑 저는 치는 스타일이 다르거든요. 병호는 말 그대로 홈런 타자고 저는 그냥 타자예요.(웃음) 홈런 순위가 근접해 있을 뿐이지 다른 선수들과 경쟁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할것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야구하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사실 딱히 누구를 라이벌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공, 수, 주면에서 볼 때 굳이 꼽자면 넥센 히어로즈의 (강)정호랑 좀 비슷하지 않을까요?”
최정은 욕심 부리지 않는 타자다. 사실 홈런도 어느 정도 치고, 안타도 어느 정도 치다보면 다들 연말 시상식에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개인 타이틀이란 것은 본인과 팀에게도 영광이기 때문이다. “물론 저도 그런 건 좋아하죠. 20-20 클럽에도 근접해 있고요. 사실 생각을 안 하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특별한 기록을 목표로 잡고 야구를 하진 않아요. 기록이나 타이틀을 목표로 잡으면 욕심이 생기고 오히려 더 안 좋아지거든요. 매 경기 최선을 다 하다 보면 어떤 기록이든지 근접해 가더라고요. 그럼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거죠.” 그런 그에게도 하나의 목표가 있다. “매년 저를 이기려고 해요.” 다른타이틀은 욕심나지 않지만 자신의 작년 기록보다는 한 단계씩 뛰어 오르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저는 아직 방망이는 멀었다고 생각해요. 타자에게 끝이란 건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태까지 3루수였던 선배님들을 보면 대부분 거포였잖아요. 그냥 타율 좋고 볼 고르는 능력만 좋아서는 크게 임팩트를 남기지 못하는 것 같아요. 타석에 들어서면서 홈런을 치려고 들어가진 않지만 홈런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는 있죠. 3루수 홈런 타자가 되고싶은 바람인거죠.”
징크스가 있냐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런 거 생각하면 그때부터 진짜 징크스가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징크스라는 걸 생각 안 해요. 슬럼프도 마찬가진데, 슬럼프라는 생각 자체를 안하는 게 중요해요. 생각을 비우고 타석에 들어서야 되는데 무심하게 한다는 것도 사실 힘들죠. 주위 동료나 선배들이 저보고 생각이 너무 많다고 해요. 저도 그걸 없애려고 하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야구가 잘 될 때에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필름 돌아가듯 자연스럽게 되거든요. 그런데 야구가 안 될 때는 마치 정지 화면처럼 딱 그 경기 장면이 멈춰있어요. 수비가 잘 될 때에는 타구를 잡고 1루에 송구해서 아웃을 시킬 때 별다른 의식을 하지 않는데, 안 될 때에는 타구가 올 때부터 공이 의식되기 시작하죠. ‘저 공이 어디로 올까.’, ‘바운드가 어떻게 될까.’,‘어떻게 잡지.’, ‘어디로 던지지.’ 하는 별별 생각이 다 들 때가 있는데 그럼 꼭 실책으로 연결되더라고요.”
최정의 야구 이야기
“두 번의 한국시리즈 MVP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최정 선수는 프로 4년차에 팀의 두 번째 우승을 맛보게 된다. 그가 한국시리즈 MVP로 선정되었던 2008년 두 번째 우승 당시 그의 활약은 가히 독보적이었다.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했던 한국시리즈 3, 4차전에서 모두 결승타를 때려냈고, 5차전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짓는 쐐기점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해 그는 이종범이 23세에 기록했던 최연소 한국시리즈 MVP기록을 2년이나 앞당겨 21세 8개월의 나이로 최연소 한국시리즈 MVP로 선정된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2010년 팀이 세 번째 우승을 했던 당시 그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최연소 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며 팀의승리를 이끌었다. “큰 경기에서는 수비만 생각해요. 점수를 안내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니까요. 사실 경기에서는 타격감이 좋은 건 아니었는데, 찬스 때 마다 저한테 기회가 왔어요. 그때마다 안타도 나오고 홈런도 나오고 기분이 너무 좋았죠. 평생 잊지 못할 경기들이에요.”
‘최정’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단연 ‘사구’다. 최정처럼 몸에 맞는 볼이 많은 타자가 또 있을까? 30세 이전에 100사구를 기록한 유일한 선수이자 평균 7경기마다 1번씩 몸에 맞는 공이 나오는 선수다. “예전에는 타석에 붙어서 크로스 스탠스로 타격을 하기 때문에 많이 맞았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조금 떨어져서 치는데도 많이 맞더라고요. 부상 걱정도 되고 정말 공에 맞기 싫어요. 예전에는 공에 맞아도 그냥 아파하면서 1루로 나갔거든요. 요즘엔 공에 맞으면 짜증부터 나더라고요. 아프다는 생각보다 ‘아 또 맞았어?’하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투수들 공이 보통이 아니잖아요. 맞으면 진짜 아프거든요. 몸이 성한 데가 없어요. 그래서 짜증이 나는데 아마 중계화면에도 많이 잡혔을 거예요. 기억에 남는 사구요? 그런 거 없어요. 110개 넘게 맞아 보시면 알 거에요. 기억에 남는 건 없고 그냥 아프기만 해요.(웃음)”
SK 와이번스의 감독과 코치진이 바뀌면서 그 변화는 최정에게도 그대로 전해졌다. 5번 타자하면 떠오르던 최정이 이제는 3번 타자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심적으론 5번타자가 더 편한 건 사실이에요. 5번타자는 찬스를 해결하는 상황이 많고 3번타자는 찬스를 이어가거나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많거든요. 하지만 이만수 감독님께서 잘 치는 타자는 3번타자를 해야 한다고 하시잖아요. 그렇게 보면 제가 팀에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거니까 타순 변화에 신경 안 쓰고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5번타자로 있었을 때만큼의 기록을 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정은 자신의 스마트폰 메신저 프로필 사진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알렉스 로드리게스예요. 물론 야구도 잘하는 선수지만 이 선수의마인 드를 정말 닮고 싶어요. 경기를 보면 얼마나 완벽을 추구하는 선수인지 알 수 있거든요. 병살 타구를 처리 할 때에도 분명히 아웃이 됐음에도 가슴에 정확하게 송구를 하지 못하면 자책하는 모습이 많이 잡혀요. 그런데 타석에서는 또 다르거든요. 잘 하든 못하든 ‘내가 최고야’하는 듯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타석에 들어서요. 제가 닮고 싶은 모습이에요.” 그는 시간이 나면 틈틈이 메이저리그 경기를 본다고 말했다. “챙겨보진 못해도 관심이 많죠. (정)근우 형과 같이 봐요. 멋진 수비가 자주 나오는데 보면서 감탄만 하죠. 우리도 꼭 저렇게 해보자고 말해요.(웃음)”
야구를 하는 힘의 원동력, 가족
최정은 3형제 집안의 첫째 아들로 태어났다. 7살 터울의 막내 동생 최항은 올해 SK 와이번스에 입단한 신인 선수다. “둘째 동생은 야구를 안 했어요. 지금은 군대에 있고요. 날이 더워서 많이 힘들 텐데, 많이 못 챙겨줘서 항상 미안하죠. 막내 동생 (최)항이가 우리 팀에 오게 돼서 정말 기뻤어요. 항이가 저보다 더 자존심이 강하거든요. 승부욕도 강하고요. 제가 뭐 챙겨주려고 ‘뭐 필요한 것 있어? 뭐 해줄까?’하면 자기가 다 알아서 하겠다고 말해요. 이제 입단고, 저도 항이 나이에 프로에 적응하느라 정신없었거든요. 그래서 항이한테 항상 말해요. 올해는 프로에 적응한다는 생각으로 야구하라고요. 여러 가지 조언은 해주는데 워낙에 스스로 잘하는 아이라 걱정은 안 돼요.” 형이 입단한 팀에 오기까지 최항역시 부단한 노력을 해왔음에 틀림없다. “제가 SK 와이번스에 지명되고 나서 항이 데리고 운동장에 갔어요. 그때 항이가 초등학생이었거든요. 항이도 야구를 하니까 타석에 세워놓고 제가 마운드에서 공을 던졌어요. ‘프로가 어느 정도 인지 알아?’ 하면서 힘껏 공을 던졌죠. 진지함 반 장난 반으로 그러긴 했는데 항이가 더 독한 마음먹고 야구 할 수 있도록 하려고 그랬어요. 야구선수로 살아간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그는 더위 앞에서도 결코 지친 내색을 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더그아웃 안에서는 ‘죽겠다.’ 하면서 에어컨 앞에 계속 서 있고 그래요. 밖에서도 덥고 힘들어서 허리 숙이고 있고 나름 티낸다고 내긴 하는데...”라고 말하며 머쓱해 하는 그는 이내 말을 이어갔다. “어릴 때 부모님이 해주신 말이 있거든요. 더위를 즐기고 땀을 흘리는 것을 즐기라고요. 운동선수하면서 정말 힘들고 덥겠지만 어쩔 수 없는거니까 더워서 쪄 죽겠더라도 그걸 즐기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아무리 더워도 ‘그래 나 죽여라.’하고 더 이 악물고 뛰었어요. 그래서 남들보단 더위에 강한 것 같아요.”
영원한 나의 팀, SK 와이번스
SK 와이번스의 야구는 저력이 있다. 어떤 경기도 쉽게 지는 법이 없다. 감독, 코치진 등 주변 환경이 많이 바뀐 이후로 잠시 주춤했지만 SK 와이번스는 지금도 4강 싸움의 강자로 자리 잡고 있다. “지금 비록 4위 안에 있긴 하지만 만족할 수 없는 순위예요.그래도 ‘잘하고 있다.’라는 생각은 들어요. 이만수 감독님 부임 첫해니까 팀도 아직은 잡혀가는 단계잖아요. 투수들도 아파서 많이 빠졌고요. 사실 힘든 시기이긴 하지만 계속 4위권 안에 있으니까요. 그래도 만족할 수 없는 이유는 팀에 대한 자부심 때문이에요. 우리 팀이 우승을 했을 때에도 연패는 있었거든요. 그때도 잘 극복했고, 한국시리즈 5년 연속 진출했고, 우승도 세 번이나 했고요. 아직도 선수단한테 그런 자신감이 남아있어요. 우리 팀에는 이기는 DNA가 있다는 생각이요. 그러니까 4강으로 만족할 순 없죠.”
그는 SK 와이번스에서 W클럽(성인회원)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상품에서도 단연 1위인 인기 선수다. 홍보팀 김성용 매니저의 말에 의하면, W클럽 회원들이 선택하는 사인 마우스 패드는 물론이고, 와이번스 매장 상품 및 유니폼 판매 역시 압도적으로 최정의 상품들이 판매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정말 다들 너무 감사하죠. 제 팬클럽에게도 정말 감사하고요. 저 어렸을 때부터 동생, 아들 챙기듯이 응원해주셨어요. 20홈런이라든지 뭐 기록 하나 생기면 팀 동료들과 나눠 먹으라고 맛있는 것도 챙겨주시고요. 저는 신경을 잘 못 쓰는데도 잘 챙겨주셔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팬들을 향한 감사인사 또한 잊지 않는 그는 진정한 와이번스맨, ‘최정’이다. “비록 예전보다 팀 성적도 떨어지고, 제 개인 성적도 떨어져 있지만 저나 팀이나 변한 건 없거든요. 실망하지 마시고 계속 응원해주시면 기대에 보답 할 수 있도록 멋진 경기 선보이겠습니다.”
최정은 포기를 모르는 남자다. 수비가 안 되면 될 때까지 연습하고, 타격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만족할 때까지 훈련을 멈추지 않는다. 그에게 야구 없는 월요일은 쉬는 날이 아니다. 어김없이 실내 연습장으로 나와 훈련을 한다. 고마운 팬들을 위해, 사랑하는 팀을 위해 오늘도 그의 땀방울은 멈추지 않는다.
촬영장소 인천 문학야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