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원주가>
딤섬 요리를 제대로 먹을 수 있는 오래된 명가이다. 1928년 문을 열어 광동요리의 대표 명가로 평가되는 집이다. 그 뒤로 몇 차례 보수와 확장을 거쳐 오늘에 이르러 광주 최고 명가 중 하나가 되었다.
중국 국내외의 귀빈들이 많이 찾는 집으로 극작가 곽말약(郭沫若)은 출국길에 들러 시를 써 주기도 하였다. 1982년 예술대사 유해속(劉海粟 1896~1994)이 들러 친히 '其味無窮'(그 맛이 무궁하다) 이라고 친히 써주었다. 그 글귀가 지금 식당앞 벽에 새겨져 있다.
식당은 호텔을 겸하는데 5성호텔이다. 담 안에 있는 정원은 문화재로 인정받고 있다. 드디어 2018년에는 미슐랭맛집으로 선정되었다. 최근 미슐랭은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는데 미슐랭 맛집 선정은 이 집의 영예가 아니라 오히려 미슐랭의 영예로 보인다.
그러저러한 이유로 음식값이 비싸질 수 있는데 그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그러나 딤섬 요리도 어떻게 우아한 분위기 속에서 제대로 즐길 수 있는지, 어떻게 고급화되는지 살펴보기에 좋다. 사실 가격도 사면조계지 먹을만한 식당에 비하면 매우 싼 편이다.
먹은날 : 2019.12.19. 점심
식당주소 : 광주시 월수구 소북로202호
전화 : 020-8356-3365/7688
월수공원 소북문에 있다.
음식점의 풍모부터 예사로운 집이 아니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는데 실제 음식도 예사롭지 않은지 먹어보자.
이전 공리가 나왔던 <홍등>이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그 영화를 촬영한 집이 산서성의 '교가대원'이다. 영화와 달리 첩을 두지 않고, 한국의 최부자집처럼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한 대표적 晉商 가문이다.
어쨌든 영화 속 주인공으로든 성공한 진상으로든, 우아한 중국식 가든 속에서 본토 중국음식을 즐겨보자.
먹은음식 ; 새우만두 31원, 표고만두 31원, 지에란소고기볶음 88원, 녹차떡 22원
그러나 차값에다 봉사료 10%까지 더해 총 음식값은 215원이다.
새우만두. 전형적인 딤섬 중 하나다. 새우가 통으로 들어있고, 만두피 안에 육즙이 담겨 있다. 대바구니에 쪄서 부드럽고 촉촉한 만두피와 그 안의 육즙이 일품이다. 만두피의 쫄깃한 느낌이 새우의 통통한 육질과 어우러진다.
이 또한 대표적 딤섬이다. 샹구샤오마이. 샤오마이는 자오즈라는 뜻이라고 한다. 북쪽에서는 자오즈 즉 교자, 남쪽에서는 샤오마이 燒賣(소매)라고 부른다고 하나 사실 샤오마이는 위가 열려 있어 속을 볼 수 있는 만두를 말한다. 돼지고기와 표고가 어우러진 만두다. 쫄깃거리는 육질에 표고의 향이 좋다.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품격있는 맛이 난다.
캐나다 차이나타운에서 먹었던 것보다 격이 높다. 입안 가득 퍼지는 향과 고기완자 속맛이 흡족하다. 중국 만두는 318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끼니마다 먹는다 해도 여행객이 먹는 만두는 한계가 있겠지만 어쨌든 이러게 품격 높은 만두를 최대한 즐겨보자.
오이같은 떡이다. 녹차를 넣어 만든 피에 몇 가지 소를 넣었다. 노란 설탕을 밖에 살살 뿌렸는데 디저트 음식으로 더 어울린다.
쇠고기와 지에란이다. 이 채소를 한국에서는 보기 힘들다. 중국에 오면 즐겨 먹는 채소인데 남방에 특히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 식당의 강점이 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린 청량감이다. 막고 담백하고 여리고 상쾌한 맛을 이 식당의 맛의 특성으로 꼽는다. 식당의 특색이 특히 잘 나타난 음식이다.
밥이 다르다. 밥알이 탱글거리나 우리가 먹는 자포니카가 아닌 인디카 계통이다. 인디카 계통은 버슬거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에 광주에 와서 먹은 쌀밥은 동일 계통이나 버슬거리지 않고 탱탱하여 제 모양을 유지하나 내부적으로는 엉기는 차진 맛이 있다.
일반 음식점은 그냥 옛날 맛과 가깝다. 조금 관심을 기울이면 고급 식당일수록 이렇게 차진 맛을 내는 것이 보인다. 아마도 쌀의 품종 개량을 하지 않나 싶다. 그런데 그것이 차차 자포니카 계통으로 가까워지는 모습이다. 혹시 한식의 영향이 아닌가, 너무 무리한 해석일까.
하여튼 쌀밥의 변화는 충분히 감지된다. 그래서 먹기 좋다. 인디카 쌀밥이 우아한 맛이 난다. 한국인 입맛도 잡을 수 있다는 말이다. 눈여겨 볼 일이다.
식탁보에 선명하게 1928년부터라고 식당 역사를 명시했다. 빨간 식탁보 위의 차호가 보기 좋다. 차맛도 더 좋게 느껴진다.
훈장이 가득한 식당이다. 중화라오즈하오, 특급5성호텔, 중화음식명가, 미슐랭2018년지정식당, 북원주가 정원은 광주시의 문물보호단위다.
식당에서는 월채 즉 광동음식의 명가라는 자찬이 대단하다. 정통 광동요리 집으로 유명하고 유명인들이 다녀갔다는 자찬과 함께 아름다운 식당 정원을 소개하고 있다.
실제 국가무역부에서 라오즈하오 인증을 받은 것이 1998년이니 광동음식 전문점으로서 자부심을 가질만하다.
*류하이수(유해속)이 써 준 기미무궁이 식당 앞에 새겨져 있다. 류하이수는 강소성 출신으로 황산파의 창시자다. 황산을 사랑하여 황산을 평생 10번을 오르면서 황산을 소재로 한 그림을 많이 그렸다.
유럽에도 널리 알려져 그의 많은 그림이 유럽에서 팔렸으며 영국과 이태리에서는 상을 받기도 하였다. 문화혁명 때는 그의 그림이 부정되어 어려움을 당했으나 이후 화국봉 등의 도움으로 무난히 복권되었다.
중국에서는 거의 국민화가의 반열에 있는 화가다. 일본에서는 후지산을 그리는 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가 시대는 앞서지만 이와 비슷한 위치에 있다.(조동일 <여해외여행 비교문화> 푸른사상사 참조) 한국 화가는 이에 버금가는 화가가 누구일까.
이처럼 대단한 화가가 와서 '그 맛이 무궁하다'는 글을 친필로 써줬으니 대대로 가보로 삼고 자랑할 만하다. 여기서 그 맛은 일반적인 맛이 아니라 이 식당의 맛이라고 이 식당에서는 해독할 것이다.
그러나 거시적으로 보면 중국인들의 맛에 대한 인식이 담긴 말이 아닌가 한다. 맛은 무궁하다는 것이다. 다른 감각은 시대에 따라 변해도, 다른 가치는 시류에 따라 변해도 맛의 가치는 영원하다는 것이다. 맛에 대한 신앙 고백이다.
옆집이 바로 웨딩촬영 전문집이다. 아마도 이 식당 그룹에서 경영하는 듯. 고전적인 식당 건물 옆에 이렇게 화려한 서양풍의 웨딩촬영가가 있는 것이 신구가 공존하는 광주의 특색이기도 하다.
홍등이 늘어져 있는 담벼락이 교가대원같다. 그러나 교가대원은 영화 속에서는 화려했지만 실제 가보면 좀 퇴락한 기운이 감돈다. 그러나 이 식당은 화려하고 운치있고 품위있다. 산서의 고택과 광주 고택의 현주소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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