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티콘 / 이훈
의사 소통을 잘 못하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는 이모티콘을 남용하지 말 것.(박세희, <회식 119원칙, 내 관습 사전에 기록하다>)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946082.html
스마트폰이 일반화된 요즘에 들어서 문장에서 간략한 형태의 그림이라든지 우리말에 없는 부호를 많이들 씁니다. 한때의 유행으로 치면 될 것 같지만 그렇게만 넘길 수 없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저런 것은 주로 느낌을 표현하려고 쓰는 건데 저 용법에 익숙해져서 습관이 되면 내 감정의 주관적이고 개성적인 측면이 사라지고 말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똑같은 웃음은 없습니다. 그런데 획일화된 부호는 저마다 다른 웃음을 억지로 같은 것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덩달아서 우리도 다른 사람과 구별이 안 되는 존재가 됩니다. 좋은 기분을 ‘재미’로 뭉뚱그리는 버릇이 들어 버리면 이 말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뜻을 지닌 말은 내 단어장에서 사라지고 맙니다. 그만큼 나와 이 세상은 가난해지는 거지요.
내 앞에 교통 표지판이 있습니다. 안내 그림을 모두 똑같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개성을 뽑낸답시고 달리 읽으면 큰일 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 없이 쓰는 이모티콘도 교통 표지판처럼 쓰입니다. 그러므로 나보고 얘기하라면 ‘남용하지 말 것’이 아니라 단호하게 ‘쓰지 말 것’이라고 하겠습니다.(이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