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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일/집결장소 : 2013. 09.08(일) / 대공원역2번출구(10시)
▣ 참 석 자 : 18명 (세환, 용우, 정남, 종화, 진오, 양주, 재홍, 윤환, 경식, 재웅, 전작, 정한, 해황, 문형, 영훈, 광일, 근호, 양기)
▣ 산행코스 : 대공원역(2번출구)-리프트승차장-매봉약수터1-청계사(입구)-대공원산림목장-저수지샛길-대공원출입구-뒷풀이집(대공원4번출구)
▣ 동 반 시 : "저울에 앉은 생각" / 김용우
▣ 뒷 풀 이 : 파전에 소주,맥주 / "전주집"(대공원역4번출구옆 포장마차)
백로가 지나고 추석이 다가오니 올 여름 지긋지긋하게 습했던 더위도 점차 소리 없이 물러가고조석으로는 약간 싸늘한 기운이 감도니 산행하기 좋은 계절로 접어들었다. 시간을 맞추어 전철을 타고 가는데 환승역인 교대역을 지나버려 다음 역인 고속터미널역에서 갈아타고 되돌아가는 실수를 하면서 서둘러 가다가 환승역 사당역에서 정한, 세환, 진오 등을 만나 목적지 대공원역 2번 출구로 나가니 10명 정도의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다.
세환 산우는 오랜만에 산행에 참석 하였으니 더욱 반갑다. 거의가 어제 김정남 산우의 장녀 결혼식장에서 본 얼굴들이다.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참석하지 못할 줄 알았던 정남이도 도착했다. 큰 대사를 치룬 후인데 남자는 별 할 일이 없나 보구만? 우리 시산회 창립 회장으로서 큰 열정과 애정을 가지고 봉사하는 자네가 늘 고맙기만 하다네.
정남이 큰딸의 결혼식을 보면서 느낀 감회는 남다르다. 결혼식을 지루하게 하는 주례도 없고 시아버지의 성혼선언문 낭독과 장인의 축사는 색다르고 좋았다. 신랑신부가 함께 천천히 입장하는 것도 신선한 즐거움이었다. 나는 아들만 둘인데 걱정이 태산같이 높다. 폐백도 없앴다니 과연 요즘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것은 우리와 다르다. 그래, 우리는 흘러간 강물이고 그들이 거대한 장강의 물처럼 우리를 밀어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세상의 이치고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다.
더구나 정남이 용우와 함께 시를 쓰기 시작하여 간혹 다른 시인의 시를 동반하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개인적으로 정남이 시는 좀 어렵고, 내 정서와는 잘 맞지 않으나 용우 시는 쉽고 내 정서와도 잘 맞으니 반가운 마음을 실어 이번에는 용우의 시를 동반할 것을 권한다. 누가 잘 쓰고 못 쓴다는 의미가 아니니 오해 없기 바란다. 정남이가 항상 말한 대로 산은 우월비교의 대상이 아니듯이 시도 우월비교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개인 취향의 차이만 있을 따름이다. 이제 우리 시산회는 시인이 두 명이나 탄생하였으니 명실상부한 시산회임에 틀림 없으렸다.
10시 20분경, 오늘 참석하기로 한 18명의 산우가 다 모여 지난 산행 때 다 전달하지 못해 준비해간 10여개의 전자렌지용 계란반숙기를 마저 전달하고 리프트 타는 곳을 들머리로 산행을 시작하였다. 오늘 산행은 인원이 평상시보다 많아 조금 어수선하였지만 서로 몇 명씩 무리를 이루어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동네 뒷산 산책하듯이 오늘 산행의 안내자 양주의 뒤를 따라 올라 갔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청계산은 쉽고 편하니 산객이 많다.
30여분을 올라 1차 휴식을 하면서 영훈이가 내놓은 밤과자로 입맛을 다시고 다시 출발. 조금 더 올라가 2차 휴식을 하는데 이번에는 전작 회장이 찹쌀 팥떡을, 재웅 산우는 바나나를 내놓는다. 그리고 세환 산우가 먹고 남은 바나나 껍질과 떡 봉지를 자신이 가져온 비닐봉지에 수거를 하고 있으니 모두 “웬일이야” 하면서 칭찬을 하니까 모처럼 나와서 미안하기도 하여 속죄 차원이라나...... 자네의 마음 씀씀이가 고맙네 그려. 위 세 산우를 보면 순서에 관계없이 인격종결자 1, 2, 3임에 틀림없다. 훌륭한 인격의 결정체다.
올라가는 도중 약수터를 만나 가볍게 목을 축이고 삼삼오오 짝을 이뤄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오르니 고단한 것도 골치 아픈 일상생활사도 모두 잊혀진다. 초가을의 하늘은 적당히 구름이 끼어 있어 덥지 않았고 매미들은 가는 여름이 너무나 아쉽다고 시끄럽게 발악을 하듯 울어대며 생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구애의 표시를 하는 것 같아 동병상련의 마음인지 시끄럽게 들리지 않고 애잔한 마음이 든다. 내 마음이 그럴까! 참으로 사랑했던 집사람을 갑자기 잃고 살아온 수 년의 세월은 지옥은 아니었다 해도 무엇이었을까. 너무나 금슬이 좋았기에 하늘이 시샘을 하였을까. 운명이려니 해도 가을이 되면 가슴은 더 스산해진다.
어떤 아줌마가 애완견을 데리고 공원에 나와 여러 사람이 보는 데서 자기 개를 보고 “내 새끼야, 내 아가“ 하면서 쪽쪽 빨고 귀여워하니까 이를 보던 한 사람이 “어쩌다 개 새끼를 낳았어요?” 하면서 걱정(?)해 주는 걸 보고 저 아줌마는 과연 집에서도 자기 남편과 부모님에게도 저렇게 잘하고 있을까 하고 의문을 가져 보았다는 신입 회원 진오의 이야기에 한바탕 웃으면서도 가슴 한편으로는 씁쓰레한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정오경, 의왕 청계사와 매봉(의왕)을 있는 의왕대간길 삼거리에 도착하여 좌측길로 조금 더 올라가다 넓은 길가에 다정하게 앉아있는 두 개의 의자를 식탁 삼아 자리를 잡았는데 거의 자리 펴고 신발 벗고 앉아서 먹을 때와 달리 인원수가 많은 오늘 산행에서는 다른 느낌의 즐거운 점심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운동은 쬐끔(?)하고 먹는 것을 밝히는 것은 모두 선수급이니 우리 시산회의 전통에 빛나는 자랑거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누가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아도 눈치를 주지 않으며 요즘 시대에 보기 드문 착한 며느리를 둔 문형 총장의 언제나 빠지지 않는 홍어회무침, 근호 어부인의 전설인 튀김, 오랜 친구인 해황이가 직접 만들어온 김부각, 각종의 떡, 찐 계란, 각종 과일, 과자, 두부김치, 김밥, 오이, 한과, 고들빼기김치, 배추김치 그리고 막걸리 등등 푸짐하게도 가져왔다. 누군가 산중뷔페라 했으니 딱 맞는 표현이다. 역시 공부를 잘했던 우등생들의 모임답게 정확한 표현이다.
옮겨가면서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고 마실 수 있으니 앞으로 이런 방식의 산중식탁도 괜찮겠다. 고맙게 잘 먹었네. 그리고 마나님들께도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해 주시게나. 세 환 중 심마니 초보 삼환이가 오지 않았어도 막걸리가 조금 부족했음을 재홍이와 정남이의 아쉬운 표정에서 볼 수 있었다. 세 사람은 간혹 북쪽에서 술로 입을 맞춘다며...... 남쪽의 우리는 당구로 손을 맞춘다네.
김용우 산우의 자작시 ‘저울에 앉은 생각’을 오늘의 기자인 내가 낭송하였다. 시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충분한 이해는 어려웠지만 훌륭한 시를 제공해줘서 고맙네. 일에 충실하면서도 시간이 나면 별 취미가 없는 나는 올해부터 배우기 시작한 당구에 몰입하여 일취월장하고 있다지만 짬을 내서 창작 작업을 하는 두 시인들의 열정이 너무 부럽기만 하다네.
회장단의 10월 둘 째 산행으로 울릉도와 독도 2박3일 여행을 가자는 제안에 대다수가 찬성하여 결정이 되고 즐거운 식사 시간도 마무리... 가져온 술과 음식도 충분하여 모두 뱃속도 흡족하였으리라 생각하네.
배를 채웠으니 이젠 하산하는 일만 남았고 오늘 산행은 뚜렷한 목적지가 없었으니 선두 그룹이 인도하는 곳으로 따라가다 보니 길 따라 둘러 처 있는 철조망을 따라가다 개구멍(참고로 개만 통과하는 곳이 아니고 주로 사람이 이용함)을 통과하여 대공원 쪽으로 하산길을 잡는다. 이쪽 지리에 익숙한 양주의 안내이리라.
청계산막에 도착하여 약수도 마시고, 등산객들을 위해 세워진 신동엽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 등 몇 편의 시도 감상하고 하산 뒤 뒤풀이는 어디에서 무엇으로 할까라는 행복한 주제를 가지고 의견을 냈지만 결론이 쉽사리 나질 않는다. 일단 가락시장으로 가서 전어회로 끝을 보자는 잠정적인 결정을 내리고 대공원으로 내려 왔다.
우리 애들을 데리고 여기에 와 본지도 20여년이 된 것 같다. 그때와 다르게 요즘은 가족 단위로 와서 동물들도 구경하고 즐길 수 있도록 공간 배치가 많이 변화 된 것 같았다.
곰과 원숭이 등 몇 종류의 동물들을 구경하면서 대공원역으로 이동하는데 가락시장은 교통편이 너무 불편하므로 대공원역 주변에서 뒤풀이를 간단히 하자는 경식의 제안에 따라 역 주변의 간이식당에서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은 언제나 다정 다감한 국제신사 전작 회장의 김진오 신입회원 환영 인사말과 시산회 무궁한 번창을 위한 힘찬 건배사로 파전을 안주 삼아 한잔 쭉 들이키며 오늘 산행의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흥겨운 뒤풀이 후에 한 패는 당구로 손을 맞추자 했고 한 패는 기어이 가을의 전어맛을 본다고 노량진으로 향한다 했으니 몇 시간의 산행으로는 헤어지기 섭섭한 우정과 더불어 산행 끝의 즐거움을 어디에 비기랴.
모든 사람이 공감하겠지만 요즘 나에게 가장 가슴에 와 닿는 글귀는 ‘과유불급’이라는 넉 자이네. 돌이켜보니 성질이 급하고 수양이 덜 된 나로서는 명심하여 넘치지 않게 살아보자고 오늘도 다짐하여 보네.
정말 내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가장 잘한 것은 시산회에 들어와 너무나 좋은 친구들을 만나 보람된 시간을 보냈고 앞으로도 황혼이 외롭지 않게 서로 의지하며 건강을 더 챙기면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산우들이 있어 가장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굳게 믿고 있네.
다가오는 추석 명절엔 수확의 결실을 감사하며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게나. 시산회 파이팅!
2013년 9월16일 위윤환 씀.
< 동반시 >
"저울에 앉은 생각" / 김용우
배가 고프다
허기진 생각을 몸 안의 여기저기 꾸역꾸역 다 채워넣고
이젠 닫힌 귀 열어 물주전자로 넘치듯 가득 부어 넣어
부족할 눈금을 걱정하며 살그머니 저울에 앉아 본다
저울의 눈금이 풀죽은 듯 천천하다
보고 싶다
날마다 눈앞의 가슴으로 만나야 하는 그리움과의 목마름
멀어도 멀지 않게 손 내밀지 않아도 손잡는 소리 들린다고
나무를 닮자는 생각포대 가득한 듯하여 저울에 앉혀 본다
저울의 눈금이 성난 듯 통통 요동친다
비워 본다
가늘고 긴 호흡으로 드디어 내준 하얀 속살의 항아리 같은 바닥
아픈 내 마음의 깁스도 풀고 칼칼하게 씻어 풀나무 가지에 걸고
초록의 바람이 부니 심장을 열어 내 마음 저울에 올려본다
저울의 눈금이 깃털처럼 고요하다
계단에 앉아본다
윗 계단은 아랫 계단을 탓하지 아니하고
아랫 계단 또한 윗 계단의 무게를 말하지 않는다
아래의 윗 계단도 위의 아랫 계단임을 알기 때문이다
계단과 계단사이의 공간은 비움이고 채움이다
서로의 인정이 계단의 버팀이고 존재의 틀이다
계단을 저울에 세워본다
아!
눈금이 꿈적도 않는다
절대균형은 질량이 없는가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