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6년 전에 한국어를 처음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부터는 나는 이 영화를 홍보하던 포스터의 모습을 자꾸먼 보게 되었다. 예를 들면, 한국어 공부를 위한 자료가 아직 찾기가 어려웠던 시절에는 나는 국어사전이나 활용옥편 따위를 찾기 위해서 ‘한북스닷컴’이라는 사이트에 자주 접속했었는데, 그 사이트에서는 유명한 한국 영화의 디비디 몇 편이 팔리고 있었다. 공부로 사용할 한국 영화를 찾아볼 생각이 조만간 들어서 한북스닷컴에 또 다시 접속해봤는데, ‘영자의 전성시대’는 항상 저기에 있던 영화들 중의 하나이였다.
디비디 케이스의 앞면을 봤다 보니, 어떤 종류의 핑크 영화로 예측해서 관심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해가 지나갈수록 ‘영자의 전성시대’라는 영화의 흔적이 내 눈에 계속 뜨이고 있었다. 예를 들면, 2012년에 광주로 영어를 가르치러 이사했을 때 광주제일고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에 저기 근처 있는 금남로5가 지하철역에 들어갈 때가 많았는데, 그 지하철역의 특이한 것은 오래된 한국 영화의 홍보 포스터를 본뜬 그림 몇 개로 장식되어 있던 것이다. 역시 ‘영자의 전성시대’가 그 영화들 중의 하나이었다.
그때야 나는 이 영화가 시청할 만한 것이 아닐까 싶어졌지만, 자주 들어가던 가게들에서는 최근 개봉된 영화만 팔리고 있었기 때문에 아직 볼 수 없었다. 그러나 몇 년 후 유튜브에 접속해서 한국영상자료원의 채널을 우연히 찾았고, 그 채널에 올려져 있는 옛날의 한국 영화를 시청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영화들 중에는 ‘영자의 전성시대’가 있었는데, 조만간 그 영화도 볼 생각이 들었다.
나는 드디어 봐봤을 때 생각하던 것보다 더 많이 좋아했는데, 그 이유는 내가 이 영화가 1975년에 개봉되었음을 알았으니까, 이 영화 앞에 나온 한국 영화들에서 그려지던 일반인의 일상생활이 뭔가 더 순화되고 이상화되지 않았을까 궁금해진 것이다. 다른 한편에는 ‘영자의 전성시대’에서 그려진 일반인의 일상생활이 꽤 더러워 보일 수 있고 영화의 줄거리에 사회를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부분이 있으니까, 나는 이 영화가 더 일찍이 나왔으면 검열되지 않았을까 싶어진다.
그런데, 이 영화가 기억날 만한 영화로 꼽히던 이유들은 내가 바로 앞에 언급한 똑같은 것들인가? 나는 이 영화를 다루어본 아무 비평가도 못 찾는데, 혹시 여러분들 중에서 통찰력을 제공해주실 분이 있으신가?
첫댓글 서편제,영자의 전성시대 모두 낯익은 영화인데 실제로는 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고 미안스럽네요.
다행히는 요즘 그 영화들을 비롯해 수많은 오래된 한국 영화를 공짜로 시청할 수 있으시겠는데요.
링크를 제공해 드리겠어요. ^^
https://www.youtube.com/user/KoreanFilm
@이면지 오~~ 고맙습니다.
저도 그래요.
오히려 이면지 님을 통해서 한국 영화를 다시 새기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저는 요즘 아주 옛날 추억의 명화들, <마음의 행로(random harvest)>, < 어느날 밤에 생긴 일(It happened one night)>, 슬픔은 그대 가슴에(Imitation of Life) 등의 영화가 풀려서 보게 되었는데, 한국의 지나간 영화도 올려주신 사이트를 보고 감상해보아야겠습니다. 우리 사학과 대학원의 한 학생은 1970년대 등 유신독재체제 아래서의 한국 영화를 분석하는 석사논문을 쓰기도 했습니다. 영화를 통해서 당시 검열과 창작 활동 사이의 행간을 읽어보는 논문이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영화의 원작은 조선작 소설 <지사총>과 <영자의 전성시대>입니다.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소설의 주제는 국가권력이나 가부장제의 폭력에 대한 풍자가 맞습니다. ^^
네, 영화는 대개 말하면 어느 종류의 연애 이야기이지만, 제목에서 언급된 '영자'라는 인물이 부자 가문을 위해서 주부로서 근무하다가 가문 우두머리의 아을한테서 성폭행을 당하게 되고 그 아들이 형벌을 피할 수 있니까, 그런 주제가 소설에서 영화로도 어느 정도로 옮겨졌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