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바위 얼굴'의 ‘피그말리온 효과’
리우 올림픽 여자 태권도에서 금메달을 딴 오혜리 선수의 카카오톡 대화명은 ‘피그말리온’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키프로스의 왕인 피그말리온은 긍정적 마인드의 대명사다. 피그말리온 효과란 자신 혹은 타인의 긍정적인 믿음이나 기대, 예측이 그 대상으로 하여금 그것에 부응하는 행동을 하도록 하면서 마침내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효과를 말한다. 한마디로 ‘잘한다 잘한다’하면 정말로 잘해지는 현상이다. 오혜리 선수는 이 같은 피그말리온 효과를 떠올리면서 끊임없이 세계 최고가 되는 꿈을 꿨을 것이고, 마침내 그 꿈을 이뤘다.
피그말리온 효과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 소설로 [큰 바위 얼굴(Great Stone Face)]이 있다. 1850년 발표된 이 소설은 [주홍글씨]의 저자인 나다니엘 호손의 만년작이다. 엄격한 청교도 집안에서 태어나 자란 나다니엘 호손은 교훈적인 내용의 작품을 많이 남겼다.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큰 바위 얼굴은 3040세대에게는 친숙한 작품이다.
큰 바위 얼굴과 닮은 인물은 누구인가
높은 산이 둘러싸고 있는 분지. 이 마을을 내려다보는 산에는 꼭 살아있는 사람처럼 생긴 바위들이 있다. 이른바 ‘큰 바위 얼굴’이다. 이 바위들은 숭고하고 웅장한데다 무척 온화한 얼굴을 가졌다. 마을에는 언젠가 큰 바위 얼굴과 닮은 인물이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가 전해 내려왔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로부터 그런 얘기를 들은 어니스트도 예외가 아니었다. 어니스트는 반드시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을 만나겠다고 다짐했다.
어린 시절 개리골더(황금을 긁어 모으는 사람)라는 백만장자가 마을로 금의환향했다. 마을사람들은 그가 큰 바위 얼굴과 똑같다고 격찬했다. 하지만 영악하고 탐욕에 찬 그의 얼굴은 밝고 빛나는 큰 바위 얼굴과는 닮지 않았다고 어니스트는 생각했다. 젊은이가 된 어니스트 앞에 은퇴한 장군이 나타났다. 올드 블러드 앤드 선더(늙은 피와 천둥)라는 이름의 장군에 대해 마을사람들은 “큰 바위 얼굴과 완전히 도장을 찍어놓은 듯하다”고 감탄했다. 하지만 장군의 얼굴에는 선량한 지혜와 깊고 넓고 따뜻한 자애심은 찾을 수 없었다. 다시 시간이 흘러 중년이 된 어니스트 앞에 저명한 정치가 올드 스토니 피즈(늙은 바위 얼굴)가 마을에 나타났다. 대통령 출마를 꿈꾸는 그의 얼굴에는 장엄함이나 위풍, 신과 같은 위대한 사랑의 표정은 나타나지 않았다.
어니스트는 노인이 됐다. 하지만 어니스트는 아직 ‘큰 바위 얼굴’과 닮은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어니스트의 이마에는 주름살이 생기고 두 뺨에도 고랑이 파였다. 머리에는 하얀 서리가 내렸다. 그런데 어니스트는 그냥 나이만 먹은 것이 아니었다. 노년의 그는 지혜로워졌고 수많은 사람이 그를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그의 이름도 그 마을을 넘어 널리 알려지게 됐다. 어니스트는 자신도 모르게 ‘큰 바위 얼굴’을 닮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큰 바위 얼굴에 대한 마을의 전설을 들었을 때, 어린 어니스트는 “내가 커서 그런 사람을 만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꿈을 품게 됐다. 그런 어니스트의 생각에 어머니는 “너는 아마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될 거야”라고 격려를 해줬다. 어니스트는 이후 큰 바위 얼굴과 닮은 사람을 반드시 만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 어니스트는 큰 바위 얼굴처럼 점점 온순하고 겸손한 소년이 되어갔다. 어니스트는 학교를 다니지도 못했지만 큰 바위 얼굴은 좋은 선생님이 돼 주었다. 하루 농사일을 마친 어니스트는 몇 시간이고 그 바위를 쳐다봤고, 그러면서 그 맑은 심성을 배워갔다.
노인이 된 어니스트 앞에 시인이 나타났다. 장엄한 시를 쓴 시인의 시를 읽었을 때 어니스트는 그가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막상 만나보니 그 시인도 큰 바위 얼굴이 되기엔 모자랐다. 시인은 “나의 생활과 사상은 일치 하지 않는다”며 자신이 큰 바위 얼굴이 될 수 없음을 실토한다. 어니스트가 마을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러 공터로 나왔을 때 시인은 마침내 깨달았다. 평범한 촌부에 불과한 어니스트지만 그의 설교는 자애와, 진실, 사랑을 담고 있다는 것을. 그의 모습은 신비롭기까지 했다. 시인은 마침내 외쳤다. “보시오! 보시오! 어니스트야말로 저 큰 바위 얼굴과 똑같습니다”라고.
어니스트는 큰 바위 얼굴을 가진 사람을 만나기를 고대하다 마침내 자신이 큰 바위 얼굴이 됐다. ‘피그말리온 효과’의 전형이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자기가 말한 대로 된다는 뜻에서 ‘자기실현적 예언’이라고도 한다. 피그말리온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키프로스의 왕이다. 키프로스 섬의 여인들은 나그네들을 박대했는데, 이를 본 아프로디테(비너스)가 저주를 내려 여인들은 이후 나그네들에게 몸을 팔게 됐다. 피그말리온은 여인들의 방탕함에 탄식하며 홀로 살았는데, 자신이 상아로 만든 아름다운 여인을 사랑하게 됐다. 그는 그 조각에 ‘갈라테이아’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프로디테의 축제날, 피그말리온은 갈라테이아가 진짜 여자가 되도록 해달라는 소원을 빌었다. 아프로디테는 피그말리온의 정성에 감복해 조각상을 여인으로 만들어줬고, 피그말리온은 이 여인과 결혼을 한다.
피그말리온 효과의 다른 이름은 로젠탈 효과다. 1964년 미국의 교육심리학자 로버트 로젠탈은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보통의 지능 테스트를 했다. 그는 지능 상위 20%에 속한 학생들의 명단을 담임선생님에게 건네주며 “이 학생들은 지적 능력이 뛰어나 학업 성취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8개월 후 이 명단에 속한 학생들은 정말로 성적이 향상됐다. 사실 이 명단은 상위 20% 학생들이 아니었다. 상위권·중위권·하위권을 적절히 섞은 명단이었다. 선생님들은 해당 학생들의 성적이 오를 것이라 믿었고, 해당 학생들 역시 자신의 머리가 좋다고 생각하면서 성적이 향상됐다.
자기실현적 예언, 로젠탈 효과로도 불려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에 대한 신화는 많은 문학작품에 영감을 줬다. 자신이 만든 인형이 사람이 되는 ‘피노키오’와 ‘프랑켄슈타인’이 대표적이다. 버나드쇼는 희곡 [피그말리온]을 썼고, 이 작품은 뮤지컬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로 각색된다.
다시 리우 올림픽으로 돌아가자. 펜싱의 박상영 선수는 결승전에서 단 1점만 주면 패배할 상황에 몰리자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를 중얼거렸다. 그리고 마침내 연속 4득점을 하면서 승리를 일궈냈다. 사업을 한다면, 투자를 한다면 “나는 반드시 성공한다”를 아침마다 외쳐보자. 자신에게 팍팍 기를 넣어주다 보면 정말로 몇 년 후 성공의 자리에 서있을지 모른다. 긍정적인 사고를 갖는다고 항상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긍정적 결과를 얻는 사람은 긍정적 사고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