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기차여행>
핀란드는 산이 없다. 제일 높은 산이 1,500미터가 안 된다. 기차여행을 하기에 참 좋은 나라다. 산이 많아 터널이 많은 우리는 귀가 멍멍하고 주변이 어두워지는 터널통과 시간을 감당해야 하는데 여기는 그럴 일이 없어 평안하다. 평탄한 길을 계속 달리니 기차의 오르내림이 적어 더 조용하다.
그 대신 단조롭다. 산이 없으니 터널과 오르막길이 없는 대신 들만 있어서 풍경의 변화가 별로 없다. 산은 없고 산림과 평야만 있다. 변화는 호수가 있어야 가능하다. 헬싱키에서 탐페레까지는 호수가 별로 없다.
기차는 벌써 네번째, 완행열차 외에는 대부분 객차 반도 채우지 못하는 손님 덕에 차량 안은 더 쾌적하다. 거기다 일행이 있는 손님도 대부분 조용하게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이상하게 시끄러운 목소리가 열차를 떠돌아 돌아보니 중국인 통화소리다. 들어보니 수다, 별 내용도 아닌데 집에서처럼 자유롭게 통화한다. 유일한 소음이었다.
기차는 냄새도 없고 쾌적하고 조용하다.
2019.8.27. 헬싱키-오우루(Oulu): 5시간 정도 소요. 09:24~14:54분 유레일패스 이용
이전 탐페레, 투르쿠, 헤맨린나 등 기차여행
2019.8.28. 오울루-로바니에미 12:27~14:45(2시간 정도)







기차는 탐페레를 지난다. 엊그제 기차로 왔던 곳을 기차에서 내려다 보니 벌써 추억의 공간이 새롭다. 위 사진 높은 탑은 전망대, 그 아래 호수는 바다처럼 탐페레를 둘러싸고 있다. 아래 요트는 개인용, 호화 요트, 선상 디너파티가 가능하다.



핀란드 기차는 넓고 쾌적하며 편의성을 고려한 여러가지 배려가 돋보인다. 객실마다 장애인차, 자전거, 유모차, 반려동물 등을 실을 수 있는지 표시가 있고, 개폐장치가 달려 있어 승객이 직접 여닫을 수 있다.
천정에는 여정을 표시하는 모니터가 있다. 지금 탐페레를 지나 세이네조치로 가고 있다. 오우루까지 6,7개의 역에 선다.


8월 말인데 벌써 추수의 계절이다. 노랗게 물든 곡식을 추수하고 볏짚은 한국처럼 묶어 하얀 비닐에 싸두거나 짚풀끼리만 둘둘 말아놓았다.
#핀란드기차 #핀란드기차여행 #우루기차여행 #식당차 #기차음식
*식당차



많은 사람이 열차 식당을 이용한다.
먹은음식 : 파스타 11.5유로, 치즈오믈렛 9.5유로


기차 안에서 요리했다고 보기에 맛이 너무 훌륭했다. 일본 기차여행은 벤또 먹는 맛이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일본벤또라 해도 미리 한 음식을 담아 가는 것이므로 식어서 먹기에 그리 좋지는 않다. 이 음식은 바로 해서 준다. 먹을 만하다. 우리 대전역 추억의 우동보다 더 정성이 들어간 듯하다.


파스타와 오트밀 모두 맛있었다. 파스타가 치즈가 너무 많이 들어선지 맛은 부드러웠지만 짠 편이었다. 빵과 같이 먹으면 좋을 듯하다. 식탁머리에서의 교육은 수프나 요리의 남은 소스를 빵으로 닦아서 먹는 거다. 그렇게 먹기에 딱 좋은 간이다.


북쪽으로 계속 가는데도 푸른 들이 계속이다. 곳곳에 나무를 베어 뉘여 놓은 곳이 있는 곳으로 봐서 경작지를 계속 확장하는 거 같다. 1년에 한번 수확하겠지만 이미 개척한 경작지가 넓고 계속 개간하는 데다 평지에 있어 농사가 용이하니 수확량이 적지 않을 거 같다. 사실 핀란드는 잉여 농산물이 걱정이 지역이다. 햇빛이 있어야 농사를 지으니 백야 즈음을 중심으로 농사를 짓고 끝내면 다시 극야를 맞이하는 어둠의 계절로 들어가야 한다.
이 초록과 맑은 공기 속의 청정한 하늘을 눈 속에 담아 둬야 한다.


기차는 코코라역에 들어선다. 시골 한적하고 예쁜역이다. 몇 사람 타지도 않고 내리지도 않는다.



복선 철로 넘어 삼림도 들판도 동네도 지나간다. 농가는 거의 1층집,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 홋카이도 기차 여행의 느낌이 이랬었다. 간혹 습지도 있었고, 야트막한 산도 있어서 여기보다 단조롭지는 않았지만 집의 외양이 비슷했다. 아이누의 땅을 밀고 들어가 만든 도시라서 일본 기타 지역 주택과 아주 달랐었다. 이렇게 북유럽 지역의 집을 들여온 셈이었다. 일본과 달리 유럽을 여행하는 느낌이 든 것은 너른 평원과 건축 양식 때문인 것이다.
산이 없고 평지의 삼림만 계속되는 것은 핀란드의 특색이다. 노르웨이는 마을 안에서도 눈을 들어보면 갑자기 압도적인 산이 가로막아 고개를 뒤로 제껴야 꼭대기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스칸디아비아 3국이 자연경관은 모두 사뭇 다르다.



윌리비에스카 역과 도시를 지난다. 아름다운 도시다.

기차 노선은 의외로 호수를 자주 만나지 못한다. 너른 평원, 그 안의 삼림을 보는 것으로 나라 절반을 수직으로 관통한다.
생각해보면 로드투어의 가장 아름다운 구간은 캐나다 로키산맥 코스였던 거 같다. 재스퍼-밴프 230키로 구간, 로키산맥, 루이스호수를 위시한 수많은 호수, 삼림이 3요소가 다 있었다. 간혹 폭포도 만나고 만년설도 만났었다. 가슴아픈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의 배경이 된 그곳, 영화 아니어도 풍광 자체가 감동이었다. 생활을 잊게 하고 정서만 가슴에 살아남게 하는 공간, 재스퍼 길을 직접 운전하면서 다시 한번 달리고 싶다.
여기는 산이 없다. 그래서 단조롭지만 물리게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진다. 우리는 산이 많다. 70% 가까이가 산이고, 호수는 많지 않지만 긴 강이 많다. 거기다 삼면이 바다다. 바다도 특성이 다 달라, 얕은 바다, 깊은 바다, 섬이 많은 바다, 적은 바다, 황색 바다, 청색 바다, 왼갖 바다가 다 있다. 산고수장의 나라인 데다 천의얼굴을 가진 바다를 끼어서 풍경이 다양하기가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요즘은 남쪽 바다 서쪽 바다의 섬을 잇는 연육교들이 잇달아 개통되면서 도서관광권이 확대되고 있어서 천혜의 자연조건을 가진 관광지가 되고 있다. 일본으로의 관광객을 내수로 돌릴 수 있는 이유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자연은 인간으로 완성되는 것이고 풍광에서 그 인간은 건축이다. 그런데 풍광에 밀리는 집들이 자연과 어울리지 못해 자연미를 감소시킨다.
이곳이 아름다운 또 하나의 이유, 햇빛이 좋다는 것인데, 그 햇빛은 오염없는 공기 덕이다. 우리가 이쁜 집을 짓고, 오염없는 공기를 가진다면 세계적 관광지가 될 수도 있는 자연조건임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끝까지 산은 없다. 나라 전체가 평원이다. 지루하지만 마음은 툭 트인다. 막힐 것, 거칠 것이 없는 나라다.


이제 곧 오울루다. 헬싱키를 배경으로 한 일본영화 <카모메식당>의 핀란드 청년의 말처럼 핀란드 평안의 비결이 숲이라면 이제 평원의 숲을 체험해 볼 차례가 아니겠는가.


오울루 시가지다. 핑크빛 자전거가 화려하다. 북극 화려함을 체험하게 될까. 3시경 도착한 현지 기온 21도, 오히려 헬싱키보다 덥다. 날씨도 전국이 수평적인 나라다.


2019.8.28. 로울루역에서 다시 출발한다. 로바니에미, 이름이 생소해서 외우기 힘든 핀란드 지명, 거기다 길이가 길어지면 더 힘든다. 로바니에미부터는 북극 도시, 생애 최초로 북극 도시로 향하는 거다.
로울루는 자전거의 고장, 그리고 내게 더 특이한 점은 햇빛이 눕는다는 거였다. 7시가 되어 먹는 저녁 식사 자리에 햇빛은 주연처럼 왕창 옆으로 밀려 들어와 자리를 차지했다. 천하없는 맛집에 멋있는 좌석이라도 밀폐된 공간에서는 더위와 빛을 감강하지 못한다.
그 햇빛을 비스틈히 탈카롭고 강하게 안고 있는 도시, 헬싱키보다 더 강렬하고 더 비스듬했다. 이제 그보다 한 술 더 뜨는 곳으로 이동한다. 오울루는 헬싱키보다도 오히려 더 더웠다. 이제 기온도 위도에 따라 달라지려나.




케미를 조금 지나 만난 강. 날씨가 흐려졌다.


무롤라역을 향해 간다. 목재를 잔뜩 배어놓고 작업하는 차량이 보인다. 가도가도 대평원 삼림 지역에서 나오는 목재는 나무 관련 모든 것이 푸지게 하고 자연 배경의 여유를 제공한다.

2019.8.29.
로바니에미역. 완전 시골역 분위기다. 이번 여행 북방한계선 북극이다.
다시 오울루역으로 내려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