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홉과 제이 콜의 ‘on the street’
아는 분은 알겠지만, 나의 방탄소년들은 그룹 활동을 잠깐 멈췄다. 석진(활동명 진)이는 솔로곡 ‘Astronaut’을 발표하고 육군으로 입대했다. 지금 군에서 잘 지내고 있다. 사실상 활동이 멈춘 상태인데 여전히 전세계에서 호명되고 있다. 팀의 리더였던 남준이(활동명 RM)도 솔로 앨범을 냈다. 평소 방탄소년단 팬인 엄마와 방탄소년단을 극도로 싫어하던 큰딸이 남준이의 새 앨범에 빠진 것은 신기한 일이다. 덕분에 나는 집에서 날마다 남준이의 새 노래를 듣는다. 큰딸의 플레이 리스트에 남준이의 새 노래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에 호석이(활동명 제이홉)가 솔로곡을 발표했다. 제목은 ‘on the street’. 이 노래는 미국의 랩퍼 한 명이 피처링을 했는데 피처링이라기 보다는 콜라보라는 게 맞을 것 같다. 제이 콜이라는 가수다. 나는 랩을 잘 모른다. 전에는 알지도 못하면서 랩을 싫어했다. 그런 나를 그나마 랩에 스며들게 했던 것이 방탄소년단의 ‘outro : tear’라는 곡이었다는 고백은 예전에 쓴 어떤 글에서 했다.
호석이가 새 노래를 냈다는 걸 알면서도 뮤직비디오를 찾아볼 짬을 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심신이 지친 어느 하루, 나는 맘먹고 호석이의 새 노래 뮤직비디오를 시청했다. 뮤직비디오 마지막 장면에서 울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슬픔이 나를 아프게 했다. 각기 노래하던 두 랩퍼 제이홉과 제이 콜이 건물 옥상에서 만나 몸으로 인사하고 떨어지는 부분이, 연출이 슬로우로 처리한 그 부분이 나를 울렸다. 그리고 나는 제이 콜을 만났다.
랩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지긴 했어도, 여전히 ‘랩알못’인 나에게 제이 콜이라는 미국 랩퍼가 훅 들어왔다. 음색과 톤과, 랩하는 방식 모두 맘에 들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미국의 랩을 동부와 서부로 나눌 때, 제이 콜은 동부 쪽 제왕이었다. 동부 랩과 서부 랩이 어떻게 다른지 모르고, 왜 제이 콜이 동부 쪽 최고인지도 모른다. 그냥 그런 설명이 그 가수에게 있었는데, 그런 거와 상관없이 나는 이 흑인 가수에게 빠졌다. (착하게 생긴 눈빛 때문이었을까?)
이 노래에서 내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 부분은 호석이가 다른 가수가 아닌 제이 콜과 협업을 했다는 것이다. 몰랐는데, 제이 콜은 호석이가 랩을 시작하게 한 계기가 된 가수였다. 그는 호석이의 영웅이었다. 호석이는 자신의 우상하고 노래를 함께 하고 뮤직비디오를 찍은 것이다. 그건 도대체 어떤 기분일까? 나는 상상이 잘되지 않았다. 별걸 다 상상하는 내가 말이다. 그 기분은 상상이 안 되었다. 마냥 부럽기만 했다. 너무 대단하기만 했다.
내가 우상이 없어서 그런 걸까? 난 왜 이날 이때까지 우상이 없지? 아니, 전혀 없지는 않다. 우상까지는 아니지만, 나는 평론가 신형철의 글을 좋아한다. 만약 그가 내 글을 칭찬한다면 나는 한없이 기쁘겠지. 또 그라시아님도 존경하니까 그분이 내 글을 칭찬해도 무한히 기쁠 것이다. 하지만, 글은 협업이 안 되지. 협업하는 글도 있을까? 공동 창작은 있다. 연극반에서 대본을 쓸 때 우리는 공동 창작을 하곤 했다. 그건 아마추어 대학생들의 얘기였다. 이미 각자 경지에 올라 독립적인 세계를 이룬 작가 두 명이 협업으로 글을 쓸 일이 있을까?
흠, 그런 것도 있을 수는 있겠다. 나름 재미있는 작업일 수도 있겠다. 억지로 그렇게 상상해본다. 어쨌든 나는 우상과 작업을 한 제이홉이 부럽고 대단해 보였다. 내가 다 행복했다. 노래 첫 부분의 휘파람 소리를 컬러링으로 하고 싶었는데 그 부분은 지원되지 않았다. 제이 콜 랩 부분이 좀 더 마음에 들었지만, 호석이에 대한 의리로 호석이 부분의 랩을 새 컬러링으로 등록했다. 제이홉과 제이 콜의 ‘on the street’이 왜 나를 슬프게 했는지는 좀 더 한가해지면 차분히 생각해보려고 한다.
첫댓글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죠. 그것도 가족 중에서 말이죠. ^^
응?
언젠가 뮤즈 님이 연극 대본을 쓰게 된다면, 가능한 일 아닐까요? 좋아하는 연출가와 배우들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