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여학생 3명이 현관에 쪼그리고 앉아있다.
“뭐 하니? 학교 이제 온 거야? 무슨 일 있어?”
“아니요. 고양이 밥 주려고요. 저희가 오늘부터 고양이 밥 담당이에요.”
아~ 어제 영어 선생님이 주문한 고양이 사료가 도착했던데 그 사료 담당이구나.
들어보니 아침에 오자마자 고양이 밥그릇에다 사료를 줬단다.
한데 고양이가 오질 않아 기다리고 있단다.
몇 년 전부터 학교에 길고양이 가족이 보금자리를 틀었다.
학교라는 공간을 고양이도 안전하고 포근하게 느꼈나 보다.
학생들이 그런 고양이 가족을 발견하고 본인의 간식을 나눠주기 시작하면서 학교에 고양이 가족이 식구가 되기 시작했다.
선생님들도 이를 알게 되어 학교에 허락받아 본격적으로 고양이 가족을 챙기기 시작했다.
뭐 우리가 챙길 수 있는 게 고작 사료와 깨끗한 물뿐이겠지만 고양이 처지에서는 큰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한다.
학교에 고양이 가족이 생기면서부터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아침마다 순번을 정해 쉬는 고양이 밥을 주어왔다.
그래서 여학생들은 오늘 아침 일찍 등교하여 고양이 밥을 챙기고 ‘어서 밥 먹어라.’고 고양이들을 찾아다니며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주번 활동도 잘 안 하는 녀석들이 고양이 밥 챙기는 건 말 안 해도 정말 성실하게 해낸다.
이걸 혼을 내야 할지 칭찬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사람이 동물과 함께 살아간다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다.
누군가를 돌보고 관심을 주며 애정을 담는 것.
이는 동물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이에서도 챙겨야 할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학교에 오면 할 일도 많고 돌볼 학생들도 많지만, 그 바쁜 와중에서도 고양이 가족을 만나면 기분이 좋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힐링이 되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고양이 가족이 이젠 제법 우리 곁에 잘 다가오고 도망도 안가 학생들과도 제 친해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