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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분의 동시집 『발가락들이 웃는다』청개구리
발가락들이 웃는다 [ 양장 ]
박예분 글/양소이 그림 | 청개구리(청동거울) | 2022년 10월 25일
교과 연계
1학년 2학기 국어_5. 알맞은 목소리로 읽어요
2학년 1학기 국어_1. 시를 즐겨요 / 2학기 국어_1. 장면을 떠올리며
3학년 1학기 국어_10. 문학의 향기 / 3학년 2학기 국어_4. 감상을 나타내요
4학년 1학기 국어_1. 생각과 느낌을 나누어요 / 4학년 2학기 국어_9. 감동을 나누며 읽어요
5학년 1학기 국어_2. 작품을 감상해요 / 6학년 1학기 국어_1. 비유하는 표현
* 2022 올해의 좋은 동시집 수상 <한국동시문학회>
* 2023년 1학기, 경기도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추천도서
* 2023 한학사(한국학교사서협의회) 추천도서
책소개
박예분 시인의 네 번째 동시집. 7년 만에 펴내는 신작 동시집에 ‘어린이들의 마음을 더욱 잘 읽어 주는 작가’가 되기 위한 고민을 가득 담았다. 보이는 대로만 쓸 수 없는 생각의 깊이, 상상의 폭, 재미와 감동, 상처를 보듬어 주는 동시를 쓰기 위한 시인의 노력을 느낄 수 있는 동시집이다. 어린이들에 대한 시인의 깊은 애정과 사랑이 듬뿍 담긴 동시들이 널리 퍼져서, 모든 어른이 어린이들을 귀히 여기고 더욱 사랑하는 선한 영향력을 가득 나누어 받길 바란다.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15085650>
글 : 박예분
관심작가 알림신청 작가 파일
전북대학교에서 아동학을, 우석대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다. 2003년 동시 「하늘의 별따기」 외 1편으로 아동문예문학상을 받고,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솟대」가 당선되어 본격적으로 동시를 쓰기 시작했다. 동시집 『안녕, 햄스터』 『엄마의 지갑에는』 『햇덩이 달덩이 빵 한 덩이』를 냈고, 동화 『부엉이 방귀를 찾아라』 『이야기 할머니』 외 다수, 그림책 『우리 형』 『피아골 아기고래』 『달이의 신랑감은 누구일까?』 외 다수를 냈다. 현재 스토리창작지원센터 대표, 한국동시문학회 지역부회장, 전북동시문학회장을 맡고 있다.
그림 : 양소이
관심작가 알림신청 작가 파일
살며시 온기를 건내주고 싶은 일러스트레이터. 대학에서 디지털아트와 디자인을 전공했다. 지금은 다양한 매체에 그림을 그리고 있으며, 아이들을 위한 따뜻한 그림을 그리며 행복을 느낀다. 그림을 통해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란다. 『꽃이 온다』를 쓰고 그렸으며 『무지개 줄넘기』, 『할아버지 안경 사러 간다』 등에 그림을 그렸다.
출판사 리뷰
어린이의 눈으로
어린이의 마음을 읽어 주는 따뜻한 동시들!
동심이 가득한 세계로 어린이들을 초대해 온 청개구리 출판사의 동시집 시리즈 [시 읽는 어린이] 135번째 도서 『발가락들이 웃는다』가 출간되었다. 2003년 아동문예문학상을 받고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박예분 동시인의 네 번째 동시집이다. 2015년에 『안녕, 햄스터』를 펴내고 약 7년의 시간이 흘렀다. 열성적이고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는 시인을 떠올려보면 의아한 일이다. 박예분 시인은 ‘작가의 말’에서 “어린이들의 마음을 더욱 잘 읽어 주는 작가가 되기 위해 고민했”다고 고백한다. 이 공백의 시간은 “보이는 대로만 쓸 수 없는 생각의 깊이, 상상의 폭, 재미와 감동, 상처를 보듬어 주는 동시를 쓰기 위해” 스스로 무르익어지는 시간에 다름 아니다. 더욱이 이번 동시집이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이한 해에 출간한 것도 더욱 “어린이들의 마음을 잘 읽어 주는 작가”가 되겠다는 의지를 잘 보여준다. 이와 같은 시인의 의지와 노력이 듬뿍 담긴 동시집 『발가락들이 웃는다』를 함께 읽어 보자.
해가 너무 따가워
가느다란 전봇대 그림자 밟고 섰다
초록불이 켜지길 기다리며
내 옆에 한 사람이 다가와 서고
그 옆에 또 한 사람
그 옆에 또 한 사람
전봇대 그림자 밟고 나란히 서서
한 뼘씩 한 뼘씩
자기도 모르게 그늘을 만든다
-「횡단보도 앞에서」 전문
화자는 땡볕의 횡단보도 앞에 서 있다. 아직은 빨간불이고 언제 초록불로 바뀔지 모른다. 해가 너무 따가워서 초록불로 바뀌길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만 느껴진다. 화자는 가느다란 전봇대 그림자에라도 의지해 뜨거운 햇살을 피해 보려 한다. 그런 화자 옆으로 “한 사람이 다가와 서고/그 옆에 또 한 사람/그 옆에 또 한 사람”이 나란히 선다. 처음 시작은 땡볕을 피하기엔 너무 가느다란 전봇대의 그림자였지만, 그것을 밟고 선 내가 또 하나의 그림자를 만들고, 이 그림자는 또 다른 누군가를 불러와 다음 사람을 위한 그림자를 만들었다. 나의 그림자는 곧 타인에겐 그늘이 된다. 공존하는 삶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그림자를 누군가에게 그늘로 기꺼이 제공하는 것이 아닐는지, 이 시는 말하고 있다.
우리가 공존해야 하는 존재는 같은 인간에 국한되지 않는다. 시인은 『발가락들이 웃는다』의 많은 지면을 동물에 대한 작품에 할애하고 있다. 「내 별명은 너구리」「다람쥐의 봄」「나는 기러기 엄마」「오늘의 뉴스」「우리 집 강아지」「달렸다」「여우와 토끼와 꿩」「어쩔 수 없는 일이다」「갈매기 생각」「꿈속에서」 등이 그러한 작품이다. 그중 「나는 기러기 엄마」는 부화기에서 막 깨어난 새끼 기러기를 엄마처럼 보살피는 화자가 등장한다. “커다란 종이상자 안에 신문지 쫙 펴서 깔고 집을 만들어” 주자, 아기 기러기들이 “연예인 대통령 얼굴도 가리지 않고/부지직 뿌직 뿌지직 뿌직” 한다는 장면은 유쾌해서 웃음이 절로 난다. 아기 기러기에게 유명인과 권력자가 무슨 소용일까? 이는 아기 기러기를 키우는 어린 엄마에게도 마찬가지다. 기러기들이 “잘 먹고 건강하게 자라”기만을 바라는 화자는 그저 “혼자 킥킥”거리며 “하루에 몇 번씩 신문지”를 갈아 줄 뿐이다.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 왔다
아빠는
강아지 집을 뚝딱뚝딱 만들고
엄마는
화단에 꽃씨를 뿌리고
나는 동네 골목골목 돌며
나의 길을 만든다
-「만든다」 전문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 온 화자의 가족은 저마다 일에 몰두하느라 바쁘다. 마당이 있으니 강아지도 키울 수 있고, 화단에 꽃도 돌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린 화자는 무엇을 할까? 이 시의 묘미는 바로 마지막 연에 있다. 시인은 “동네 골목골목 돌며/나의 길을 만”드느라 집에는 코빼기도 안 보이는 화자를 그려냄으로써 어린이의 건강하고 힘찬 에너지를 작품에 담았다. 화자 역시 엄마 아빠처럼 마당에 있다면 평범한 이야기에 그치지 않았을까. 화자가 그려낼 ‘나의 길’이 궁금해지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아이가 이렇게 행복한 일상을 사는 것은 아니다. 학원에 가느라 서로 이야기 나눌 틈도 없는 숨 가쁜 일상을 다룬 「학원 가는 길」, 학원과 학습지 때문에 숨이 막힌다는 「숨구멍」과 어리다고 무시하고 결국은 입을 다물게 하는 「툭하면」을 읽으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박예분 시인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전쟁의 참혹함 속에 지내고 있는 미얀마와 우크라이나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미얀마 아이들」「우리는 어린이입니다」「우크라이나의 눈물」을 꼭 한 번 읽어보기를 바란다.
끝이 안 보이는
하얀 얼음판 위에 서 있었다
너무 추워
온몸이 꽁꽁
한 발짝도 뗄 수 없어
눈물이 뚝뚝
멀리서 북극곰이 다가와
살포시 안아 주었다
낮에 그림책에서 만났던
북극곰이다
-「꿈속에서」 전문
화자는 “끝이 안 보이는/하얀 얼음판 위에 서 있”다. 견디기 힘든 추위와 무엇을 맞닥뜨릴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서 화자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자신을 도와줄 존재는 없어 보인다. 그저 “한 발짝도 뗄 수 없어/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그 순간 무력한 화자 앞에 북극곰이 나타난다. 북극에서 가장 피해야 할 존재가 북극곰이 아닌가. 하지만 북극곰이 다가올 때까지 화자는 피하지 않는다. 너무 겁이 나 피할 용기도 내지 못한 걸까? 아니다. 화자는 북극곰을 본 순간 알았다. “낮에 그림책에서 만났던” 바로 그 북극곰이라는 걸. 책에서 만난 북극곰은 어린 화자에게 이미 알고 있는 친구와 다름없는 것이다. 시인은 우리가 책에서 만난 존재들이 각박하고 힘겨운 세상에서 힘이 되어 주리란 것을 넌지시 일러준다. 화자가 읽은 그림책의 북극곰이 그랬듯, 박예분 시인의 『발가락들이 웃는다』에 등장하는 존재들도 독자 어린이의 따뜻한 친구가 되어 줄 거라 믿는다.
시인의 말
어쩌면 새봄에 돋는 새싹처럼 새로운 동시를 쓰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천천히 충분히 무르익은 동시집을 내기 위해 느긋이 기다렸습니다. 설익은 동시밥을 짓고 나서 후회하지 말자고 매번 다독거렸습니다. 그러면서 새삼 깨달았습니다. 다 된 밥을 밥솥에 너무 오래 두면 밥맛이 떨어진다는 것을 다시 인지했습니다. 묵은쌀보다 햅쌀로 갓 지은 따끈따끈한 밥이 더 고소하기에 더는 출간을 미룰 수 없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소박하게나마 네 번째 동시밥상을 차렸습니다. 어린이들에게 건강하고 따뜻한 동시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은 해에 네 번째 동시집 『발가락들이 웃는다』를 세상에 내놓게 되어 더없이 기쁩니다. 동심으로 세상을 향해 걸어가는 발가락들이 동시밥을 먹고 활짝 웃는 일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 「시인의 말」에서
교과 연계 : 1학년 2학기 국어_5. 알맞은 목소리로 읽어요
2학년 1학기 국어_1. 시를 즐겨요 / 2학기 국어_1. 장면을 떠올리며
3학년 1학기 국어_10. 문학의 향기 / 3학년 2학기 국어_4. 감상을 나타내요
4학년 1학기 국어_1. 생각과 느낌을 나누어요 / 4학년 2학기 국어_9. 감동을 나누며 읽어요
5학년 1학기 국어_2. 작품을 감상해요 / 6학년 1학기 국어_1. 비유하는 표현
추천평
박예분 시인은 아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동시를 썼습니다. 아이의 편에 서서 아이들 마음을 오롯이 담았습니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어 주고 행복을 안겨 주기 위해서 동시를 썼습니다. 그는 항상 아이 편에 서서 동시를 써온 ‘어린이주의 시인’입니다.
오랜만에 출간한 동시집 『발가락들이 웃는다』에는 낙천적이고 긍정적이고 밝은 동심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리고 티 없이 맑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와 아름다운 자연의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또한, 사랑스러운 동물들의 세계가 소복이 담겨 있습니다. 그의 동시집을 읽으면 행복과 사랑의 빛깔로 마음이 물듭니다. 동시집 『발가락들이 웃는다』를 읽고 몸과 마음이 행복하고 건강한 어린이로 자라기를 바랍니다.
- 이준관 (시인,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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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리뷰
시 읽는 어른을 꿈꾸며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d***i | 2023-01-28 | 신고
원문주소 : https://sarak.yes24.com/review/17502984
박예분 작가님의 동시집 발가락들이 웃는다를 읽으면서, 자동 판매기 앞에서 무얼 고를까 고민하는 아이처럼 설레고 행복했다. 방귀가 나오는 것도 시가 되고(p25), 포도 한 송이 먹고 남은 가지도 시가 된다(p83). 참 재미있는 경험이다. 작가님도 나와 같은 경험을 하신 것이 놀랍고 이런 사소한 일들이 시로 탄생한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특히 맘에 드는 부분은 이 세상의 소외된 아이들까지 시에 담았다는 것이다. 전쟁으로 소중한 가족을 잃고 혼자 남은 우크라이나 어린이의 눈물부터 미얀마 쿠테타에 어린이들이 희생되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까지 시에 소중하게 담겨있다 . 그리고 세월호에 희생된 우리의 학생들을 시 속에 다시 불러냈다. 이런 것이 시인의 역할이구나! 생각하면서, 특히 동시를 쓰는 시인은 평화주의자가 틀림없다는 생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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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행복을 안겨주고 힘이 되는 동시
이준관 (시인, 아동문학가 )
1.
박예분 시인은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솟대」로 유명한 시인입니다. 동시 「솟대」에 나오는 “별을 만나면/ 아이들 가슴에 반짝반짝/ 따뜻한 별 하나씩/ 품게 해 달라고 꼭꼭 부탁”하는 ‘나무오리’의 마음은 바로 박예분 시인의 마음입니다. 아이들 가슴에 따뜻한 별 하나씩을 품게 해주려는 마음으로 20년간 동시, 동화, 그림책. 글쓰기 책을 썼습니다.
박예분 시인은 아르코 문학창작기금도 수상하고 유망작가로 선정되는 등 촉망받는 아동문학가입니다. 그동안 동시뿐만 아니라 동화집, 그림책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왕성한 활동을 해 왔습니다. 동시의 저변확대를 위해 ‘가족과 함께하는 동시화대회’를 개최하여,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동시를 알리는 일에 앞장서 왔습니다. 그리고 많은 문학 지망생들을 지도하여 아동문학가로 등단시켰습니다. <전북아동문학회> 회장을 맡아 『전북아동문학회 50년사』를 편찬하고, 전북일보 신춘문예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지방문학 발전에도 힘썼습니다. 아동문학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소명감으로 작품을 창작하고 아동문학 발전을 위하여 많은 일을 했습니다.
동시집 『발가락들이 웃는다』는 『안녕, 햄스터』를 출간한 후 7년 만에 출간하는 동시집입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출간되는 동시집이라서 반갑고 기쁩니다. 오랜 기간 갈고 닦아서 내놓은 동시집이라서 보석 같은 동시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습니다.
2.
박예분 시인은 동시집 머리말에 “동시를 쓰는 일은 제게 커다란 축복이었습니다. 긍정의 힘과 밝고 힘찬 에너지를 품은 동시는 제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박예분 시인에게 동시는 축복이요 행복이며 희망입니다. 그는 한때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동시를 쓰면서 어려움을 극복했고 행복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누구보다도 행복한 시인이 되었습니다.
동시는 긍정의 힘과 힘찬 에너지를 품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시를 쓰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동시를 쓰면서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어른의 눈이 아닌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세상은 신비와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어른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걱정 근심으로 그득하지만, 아이들은 참새처럼 즐겁고 신바람이 납니다. 아이들에게 세상은 온통 축제의 시간입니다. 그런 아이들 마음으로 돌아가 동시를 쓰는 일이 어찌 즐겁고 행복하지 않겠습니까.
박예분 시인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아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동시를 써왔습니다.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고 아이들의 마음으로 느끼며 초지일관 뚝심 있게 어린이 편에 서서 동시를 써왔습니다. 박예분 시인은 항상 어린이 편에 선 ‘어린이주의 시인’ 입니다.
어른이 아이들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 고민을 박예분 시인은 머리말에서 “어린이들의 마음을 더욱 잘 읽어주는 작가가 되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알 것 같은데 알 수 없는 어린이들의 마음을 그리기 위해 손목에 힘이 들어갔습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7년 만에 동시집을 출간한 것은 어린이의 마음을 알고 오롯이 담기 위해서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동시집에도 어린이의 시각에서 동시를 써온 박예분 시인의 면모가 잘 드러나 있습니다.
겨울잠에서 깬 지렁이가
쭉 쭈욱 한바탕 몸을 늘린다
어디로 갈까
눈도 귀도 다리도 없는데
온몸을 꿈틀꿈틀
꼬불꼬불 땅속에 길을 내며
산수유 발가락을 간질간질
개나리 발가락을 간질간질
발가락들이 웃는다
방긋방긋 봄이 웃는다
「발가락들이 웃는다」 전문
이 동시의 주인공은 눈도 없고 귀도 없고 다리도 없는 지렁이입니다. 오직 꿈틀거리는 몸만 있는 미물입니다. 그러나 지렁이는 온몸을 꿈틀꿈틀거리며 꼬불꼬불 땅속에 길을 내어 산수유와 개나리 발가락을 간지럽힙니다. 간지럽혀서 잠을 깨우고 웃게 합니다. 이 동시의 매력은 ‘발가락들이 웃는다’ 에 있습니다. 발가락을 간지럽히면 발가락들이 꼼지락거리는 것을 웃는다고 멋지게 표현했습니다. 박예분 시인은 이 동시에서 보듯이 아이의 시각에서 생각하고 느끼고 상상하며 시상을 펼쳐나갑니다. 그래서 그의 동시에는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행복한 동심의 세계가 담겨 있습니다.
3.
어린이들이 행복한 나라가 ‘진정으로 행복한 나라’라고 합니다. ‘안데르센’의 나라 덴마크는 어린이들의 행복지수가 높다고 합니다. 당연히 어른들의 행복지수도 높습니다. 어린 시절을 행복하게 보낸 사람들은 어른들이 되어서도 행복하니까요. 그런데 우리나라 현실은 어떨까요. 아이들은 공부와 부모의 간섭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빨간불이다
가던 길 멈추고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본다
건너편에서 친구가 손을 흔든다
나도 멋쩍게 손을 흔들어 준다
초록불이다
친구가 점점 다가오고
나도 친구에게 점점 다가간다
잘 가,
잘 가,
서로 다른 길을 향해 걷는다
뒤돌아볼 겨를 없이
「학원 가는 길」 전문
학원에 가느라 뒤돌아볼 겨를도 없이 바쁜 아이들의 일상을 영상으로 찍듯이 선명하게 보여주는 동시입니다. 횡단보도 건너편 친구와 서로 손을 흔들어 인사를 나누고, 횡단보도를 건너며 스쳐 지나가는 친구에게 서로 ‘잘 가’ 하고 인사를 나누며 헤어지는 요즘 아이들의 숨 가쁜 일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린애가 뭘 알아
너 때문에 못 살겠다
대체 누굴 닮아서 그러니?
묻고 또 묻는다
나는 입을 꾹 다문다
쾅, 방문을 닫는다.
「툭하면」 전문
아이들에게 “어린애가 뭘 알아” 하고 무시를 하고, “너 때문에 못 살겠다”라고 하면 아이들은 입을 다물고 마음의 문을 닫고 맙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숨구멍이 꽉 막힌 빵빵한 과자 봉지처럼 숨이 막힙니다.(「숨구멍」) 그러면 어떻게 해야 아이들의 막힌 숨을 트이게 할까요. 박예분 시인은 그 해답을 명쾌하게 다음과 같은 시로 제시를 합니다.
나무는
뿌리부터 가지 끝까지
물이 차올라
노랑노랑 분홍분홍
꽃피운다
나도
발바닥부터 머리끝까지
흥이 차올라
덩실덩실
너울너울 춤춘다
잘했어,
그 칭찬 한마디에
「차오른다」 전문
아이들에게 칭찬처럼 좋은 보약이 없습니다. 칭찬 한마디에 나무가 물이 차올라 분홍 꽃을 피우듯이 아이들도 흥이 차올라 덩실덩실 춤을 춥니다. 아이들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은 칭찬입니다. 그리고 또 있습니다. 언제 들어도 좋은 ‘친구야, 놀자’하고 친구가 부르는 소리입니다. (「친구야, 놀자」)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칭찬을 들을 때 행복합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신나게 놀 때는 더 행복합니다. 박예분 시인은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동시를 써왔습니다. 아이들이 “나,는/ 오,늘도/ 행,복합니다”( 「내 이름은 나오행」 )하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동시 속에 행복과 사랑을 듬뿍 담았습니다.
4.
박예분 시인의 동시는 희망과 긍정의 힘이 있습니다. 행복과 평화, 상생과 공존의 동심이 있습니다. 항상 따스한 사랑과 기쁨이 묻어납니다.
해가 너무 따가워
가느다란 전봇대 그림자 밟고 섰다
초록불이 켜지길 기다리며
내 옆에 한 사람이 다가와 서고
그 옆에 또 한 사람
그 옆에 또 한 사람
전봇대 그림자 밟고 나란히 서서
한 뼘씩 한 뼘씩
자기도 모르게 그늘을 만든다
「횡단보도 앞에서」 전문
뙤약볕에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남을 위한 그늘을 만들어줍니다. 사람들이 나란히 서서 서로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는 모습은 참으로 행복하고 평화롭습니다. 내 옆에 한 사람이 다가와 서고, 그 옆에 또 한 사람이 다가와 서서,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는 세상은 얼마나 축복받은 세상입니까.
세상에 끈은 참 많다
운동화끈
가방끈
머리끈
허리끈
불끈불끈
지끈지끈
후끈후끈
우지끈
오늘 내게 꼭 필요한 건
따끈따끈한 네 마음
「끈」 전문
그러고 보니 세상에는 끈이 참 많습니다. 운동화 끈도 있고 머리끈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불끈불끈 화를 내고 지끈지끈 머리 아픈 끈도 있습니다. 그중에 오늘 ‘내게 필요한 것은 따끈따끈 네 마음’이라고 했습니다. 나를 위로해 주고 힘이 되어 주고 따뜻이 품어주는 따끈따끈한 마음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런 마음은 사람뿐만 아니라 꽃에게도 있다고 합니다.
작은 꽃봉오리 속
여린 꽃잎들
한 잎
한 잎
서로 겹겹이 감싸 안았다
마음과 마음 포개
꽃 한 송이
곱게 피워내고 있다.
* 꽃심: 꽃을 피워내는 힘
「꽃심」 전문
꽃을 피우기 위해서 꽃잎은 하나씩 서로 겹겹이 감싸 안았습니다. 그렇게 한 잎 한 잎 서로 마음을 모아서 꽃 한 송이를 피웁니다. 꽃 한 송이를 피우기 위해서 꽃잎들은 서로를 감싸 안고 품어줍니다. 그것이 꽃을 피워내는 힘이고 꽃잎의 마음입니다.
그런 꽃잎의 마음으로 박예분 시인은 「미얀마의 아이들」과 「우크라이나의 눈물」이라는 시를 썼습니다. 총알이 빗발치는 미얀마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 아이들과 포탄이 날아드는 우크라이나 아이들의 아픔을 감싸주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려고 시를 썼습니다. 전쟁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전쟁이 없이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며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더 이상 총을 쏘지 마세요
Don't shoot any more
우리의 친구를 해치지 마세요
Don't kill our friends
우리는 학교에 가고 싶어요
We want to go school
우리의 미래를 허물지 마세요
Don't kill our futures
우리는 지구의 희망입니다
We are the hope of the earth
우리는 어린이입니다
We are kids
이제 막 피어나는 꽃입니다
It's just blooming
「우리는 어린이입니다 – We are kids」 전문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이고 지구의 희망입니다. 어린이는 막 피어나는 꽃입니다. 그런 어린이들에게 총을 쏘지 말라고 시인은 호소합니다. 우리의 미래를 허물지 말라고 간곡히 부탁합니다.
꽃은 사람을 보고 좋아서
스마~~일
사람은 꽃을 보고 좋아서
스마~~일
그 모습이 보기 좋아
카메라는
찰칵찰칵!
찰칵찰칵!
「꽃밭에서」 전문
꽃은 사람을 보고 좋아서, 사람은 꽃을 보고 좋아서 ‘스마~~일’ 합니다. 그 모습이 좋아서 카메라는 찰칵 ‘스마~~일’ 웃는 모습을 찍습니다. 박예분 시인은 이 동시처럼 아이와 어른 모두가 ‘스마~~일’ 하고 웃으며 사는 세상을 간절히 소망하며 동시를 썼습니다.
5.
아이들의 일상을 주로 소재로 삼던 박예분 시인이 자연과 동물에도 관심을 갖고 동시를 썼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관심을 갖고 사계절 이야기를 곱고 예쁘게 동시에 담았습니다. 바라만 보아도 좋은 봄을 노래한 「봄 이야기」, 마을 느티나무가 그늘을 새기고 매미가 짝을 찾아 맴맴 우는 「여름 이야기」, 가을비 내리는 날 아기 단풍잎이 아스팔트에 볼긋볼긋 발자국을 찍으며 걸어가는 「가을 이야기」, 지리산 반달곰이 바위굴에서 잠을 자는 「겨울 이야기」를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곱고 예쁘게 그려냈습니다
잎눈 꽃눈이 뽕긋빵긋 눈을 뜨고 (「뽕긋빵긋」) 작은 꽃망울들이 겨우내 아껴두었던 힘을 아낌없이 팡팡 터트리며 피어나는 봄을 노래했습니다(「터트리는 힘」). 가지마다 너답게 나답게 사과들이 익어가고(「익어간다」), 메뚜기 폴짝폴짝 뛰면 행복지수도 쑥쑥 높아지는 가을을 노래했습니다(「가을빛 좋은 날」). 박예분 시인은 봄이 오는 기쁨과 환희를, 과일이 익어 가고 밤송이 벌어지는 가을의 풍요로움을 아름답게 노래했습니다.
메뚜기
폴짝폴짝 뛰는 날
구절초
하얗게 웃는 날
밤송이
쩍쩍 벌어지는 날
가을하늘
파랗게 물드는 날
내 행복지수
쑥쑥 높아지는 날
「가을빛 좋은 날」 전문
어떻습니까. 이 동시를 읽으면 행복지수가 쑥쑥 높아지는 것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노랗게 벼들이 익은 들녘에서 메뚜기는 폴짝폴짝 뛰고, 산에서 구절초는 하얗게 웃고, 밤송이는 금방 아람이 떨어질 듯 쩍쩍 벌어지고, 하늘은 파랗게 물드는 가을 정경을 생각만 해도 행복지수가 높아집니다. 박예분 시인이 사계절의 자연을 동시로 쓴 것은 아이들의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우리나라 자연을 사랑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와~~~~~~~~~~~~~
빗방울들 소풍 왔다
기다리던 학교 운동장으로
조롱조롱 철봉에 매달려
신나게 번지점프하고
세종대왕 무릎에 앉아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하
즐겁게 노래하고
아이들과 놀고 싶어
토도독 톡톡 토도독 톡톡
교실 창문을 두드린다
「빗방울 소풍」 전문
빗방울을 의인화해서 비 내리는 날의 흥겨움을 노래한 동시입니다. 철봉에 매달려 번지점프도 하고, 세종대왕 동상 무릎에 앉아 한글 노래를 하고, 아이들과 놀고 싶어 창문을 두드리는 빗방울은 바로 아이들 모습 그대로입니다. 아이들도 빗방울처럼 소풍 오듯 흥겹고 신나게 뛰어놀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박예분 시인은 동물에도 관심을 갖고 동시를 썼습니다. 동시 속에 나오는 동물은 다양합니다. 맹수를 만나도 겁내지 않고 꾀를 써서 몸을 부풀리는 너구리가 있고(「내 별명은 너구리」), 꿈속에서도 포근히 안아 주는 북극곰이 있습니다(「꿈속에서」), 귀엽고 사랑스러운 기러기 새끼들이 있고(「나는 기러기 엄마」), 여기 소개하는 다리를 다친 고양이도 있습니다.
다리를 다친 야옹이가
나풀나풀 내리는 함박눈을 바라봅니다
먼먼 하늘에서
병문안 온 하얀 눈송이들
창가에 앉아
어쩌다 다쳤냐고
얼마나 아프냐고
빨리 나으라고
조용조용 묻고는
야옹이 마음에 하얀 눈꽃을 피워줍니다
「야옹이 병문안」 전문
다리를 다친 고양이가 나풀나풀 내리는 함박눈을 바라봅니다. 그것을 시인은 하얀 눈송이들이 고양이에게 병문안 온 것이라고 합니다. 아이의 시각으로 바라본 동심적 생각입니다. 함박눈 내리는 풍경은 야옹이 마음에 눈꽃을 피워주며 평화롭고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이처럼 박예분 시인의 동시에는 항상 따스한 사랑과 긍정과 행복의 세계가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6.
박예분 시인은 아동문학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소명감으로 등단 후 20년 간 쉬지 않고 동시와 동화와 그림책을 써왔습니다. 오직 아이들 가슴에 따뜻한 별 하나씩을 품게 해주려는 마음으로 작품을 쓰고 아동문학을 알리는 일에도 앞장을 섰습니다. 신인들을 지도하여 아동문학가로 등단시켜 아동문학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아르코 문학창작 기금을 받고 유망작가로 선정되는 등 촉망받는 아동문학가로 각광을 받았습니다.
박예분 시인은 아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동시를 썼습니다. 아이의 편에 서서 아이들 마음을 오롯이 담았습니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행복을 안겨주기 위해서 동시를 썼습니다. 그는 항상 아이 편에 서서 동시를 써온 ‘어린이주의 시인’입니다.
오랜만에 출간한 동시집 『발가락들이 웃는다』에는 낙천적이고 긍정적이고 밝은 동심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리고 티 없이 맑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와 아름다운 자연의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또한, 사랑스러운 동물들의 세계가 소복이 담겨 있습니다. 그의 동시집을 읽으면 행복과 사랑의 빛깔로 마음이 물듭니다. 동시집 『발가락들이 웃는다』를 읽고 몸과 마음이 행복하고 건강한 어린이로 자라기를 바랍니다.
<언론 보도 기사 모음>
전북일보 http://www.jjan.kr/article/20221116580250
박예분 시인, 7년 만에 신작 동시집 '발가락들이 웃는다' 펴내
박예분 시인이 네 번째 동시집 <발가락들이 웃는다>(청개구리출판사)를 출간했다. 동시집은 '내 별명은 너구리', '야옹이 병문안', '참 다행이다', '염소만 못 갔다' 등 총 4부로 구성돼 있으며, 70여 편의 동시가 담겨 있다. 맑은 마음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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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민일보 http://www.dom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03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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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주의 시인, 박예분의 ‘발가락들이 웃는다’…오로지 아이의 편에 선 시 - 전북도민일보
박예분 시인의 네 번째 동시집 ‘발가락들이 웃는다(청개구리·1만2,000원)’에는 밝은 동심이 가득 차있다. 박 시인이 7년 만에 펴내는 신작 동시집으로,‘어린이들의 마음을 더욱 잘 읽어 주는 작가’가 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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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http://sjbnews.com/news/news.php?number=76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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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공존해야하는존재는같은인간에국한되지않는다
'발가락들이 웃는다(지은이 박예분, 그린이 양소이, 출판 청개구리)'는 박예분시인의 네 번째 동시집이다. 7년 만에 펴내는 신작 동시집에 ‘어린이들의 마음을 더욱 잘 읽어 주는 작가’가 되기 위한 고민을 가득 담았다
sjbnews.com
전북교육신문:박예분 시인의 동시집 『발가락이 웃는다』 어린이의 건강하고 힘찬 에너지 작품에 담아 (jbe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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