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정직 서울 출장 첫날
춘천에서 춘천 닭갈비로 점심을 먹고
남이섬으로 들어갔다.
남이섬은 너댓 번 와봤지만
올 때마다 마음이 설레는 섬이다.
여유를 가지고 찬찬히 돌아보면
묻어놓은 이야기를 다 파헤쳐 들려줄 것만 같은 섬
남이섬 들어가는 입구에는
설화수 화장품병을 나뭇가지에 꽂아 나무 열매처럼 보이게 하는 조경부터 낮 익다.
참이슬 소주병을 불로 압축해 나뭇잎처럼 만들어 이슬로를 만들고
화장실 입구에는
찱흙으로 빚어진 촌부의 다리 사이에
찱흙으로 빚어진 홀라당 벗은 두 사내아이가 하나씩 매달려
눈이 하나도 안 보이도록 서로 보며 웃고 있다.
평화롭게 노는 모습이 가슴을 따스하게 한다.
“야, 우리 자전거 빌려 탈까?”
신 교장 제의에 둘이 탈 자전거를 빌리러 가보지만
대여소에서 자전거 타기가 무척 어렵다고 일러주는 말에
‘나중에 남편이랑 와서 타야지.’
발을 뺐다.
남이섬은 무어래도 잘 뻗은 소나무길이 일품이다.
신작로처럼 확 트인 가로수 길이 가슴 속을 확 뚫어놓는다.
가로수를 양쪽 배경으로 하여 사진 한 장 찍으면
나도 따라서 키가 길어지는 것 같고
멋이 자라나는 것 같은 기분이다.
처음에는 지붕이 뚫려 지붕 사이로 별이 보였다는 펜션이
요즘은 품위 있는 자태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 멋진 펜션에서 며칠 밤만 묵으면
파 묻혀있는 장편 동화를 줄줄이 꿰어 일으킬 수 있을 것만 같은데....
미련을 배에 싣고 남이섬을 떠난다.
2011년 7월 27일 수요일 서울은 비, 대구는 맑음
-여름 방학 5일째 되는 날-
여 행정직 연수 이틀 째날
신숙자 교장이랑 호텔에서 아침을 맞는다.
"야, 밥 먹으러 가자."
호텔 식당에는 한식과 양식 코너가 따로 있었는데 종류가 간단하다. 나는 이런데 오면 양식 식사를 하고 싶어진다. 토스토랑 방울토마토랑 야채를 가져와 먹었다.
그리고 이화여대 강당으로 갔다. 전국에거 관광버스를 대절해왔나보다. 대형 버스들이 이화여대 정문 앞에 즐비해 섰다. 기차 꼬리보다 길다. 한 오십 여대 줄지어 선 것 같다.
행사장에 들어가니 식전 행사로 팝페라 가수 네 명이 열창을 한다.
교장, 교감들은 인사하며 떠들고, 자료 나누며 떠들고 음식 먹어가며 떠들고.... 이런 분위기에서 노래 부르며 집중할 수 있는 가수들이 대단하고 우리 교장, 교감 자세가 부끄러워 나라도 열심히 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끝나고 난 뒤 두 손을 높이 들어 손뼉을 쳐댔다. 노래는 좋았는데 나 같으면 이런 분위기에서는 노래를 못한다며 내려가버릴 것만 같았는데......
높으신 분들의 축사에 축사가 이어지고 들을 내용은 딱 하나
"창의 인성을 이끄는 스마트 여성 리더십"이었다. 삼성경제연구소 교육혁신센터장인 류지성님의 강연이었다. 한 가지 기억하고 싶은 건 우리가 다양한 색깔의 옷을 입고 있듯이 학교에도 다양한 창의성을 가진 교사들이 있다. 그들의 다양성을 존중해주고 거기서 아이디어를 '이끌어내는 경영이 스마트 리더십이라는 말이었다. 교장 평가에서 최고 만족점을 주지 않은 교사들에게 서운한 마음을 가졌는데 그들의 기대치가 높아서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그들에게 서운한 마음이 사라진다.
강연을 듣고 나와 한식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 서울 신동초등학교로 갔다. 방학인데도 우수 아름다운 학교 박람회에서 상 받은 학교라서 방문자들을 받는 선생님들의 노고가 보인다. 학생들 작품과 학습 결과물 파일철, 그리고 체리알 첯포도랑 수박을 방문자 숫자만큼 접시를 만들어 둔 정성에 고맙고 미안하기만 하다. 이 학교는 학교 환경이 너무 좋단다. 97평 아파트도 있고 50평 아파트도 20억, 30억 정도 줘야 산단다. 외국에서 인터넷 쳐보고 제일 좋은 학교로 알고 전학생이 방학 때마다 5,60명씩 늘어난다는 학교다. 그런데 학생들 학습 결과물은 우리 학교 학생들 수준보다 그렇게 뛰어난 것들이 없는듯 했다. 독서토론 파일철이 있어서 어떤 토론을 주로 하는가고 물었더니 찬반토론이라고 답하는 선생님 앞에서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적어도 이 정도 수준의, 이 정도 학교에서라면 디베이트 토론이라든지, 어항식 토의학습이라든지, 하다못해 신호등 학습이라든지, 연극 토론 등 색 다른 토론 이론 하나쯤은 내어놓으며 전문적 지도 노하우를 들려줄 수 있어야 될 것 같은데....
하긴, 교육 평준화시대라서 우리가 아는 것은 거의 비슷해서 일까? 아니면 우리 학교만 좀 앞서 가서 일까? 호호! 신 교장도 나랑 같은 생각인 것 같다.
"교실에 들어가봤나? 학생들 손으로 해놓은 게 뭐 있더노? 다 돈들여 해 놓은 것 뿐이잖더나."
어쩌면 교사를 가장 편하게 하는 학교인지도 모르겠다.
옆에 회의실을 비치해둔 것도 대구의 큰 학교들 몇 학교는 이런 환경이 되어있는 학교가 있지만 공간이 허락한다면 필요한 공간 구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2011년 7월 28일 목요일 맑음
-여름 방학 6일째 되는 날-
남편은 오늘 달성교육청 내 교장단 하계 연수를 떠났다. 1박 2일로! 혼자 집에 남아 있다면 밤에 무섭겠지? 하지만 아들, 우림이가 있어 든든하다. 이래서 가족이 필요한가보다.
아침 7시 40분에 출근을 했다. 방학이라 학교가 조용하다. 이 시간이면 교문 앞에서 각 집에서 보낸 재산 제 1호, 보물들인 아이들을 맞을 시간인데......
교장실에 들어와 에어컨을 켠다. 평소에는 혼자 있을 때는 에어콘을 켜지 않았는데 오늘 아침은 시원한 분위기에 잠시 젖어 앉아있고 싶다. 시원한 커피를 한 잔 마실까? 커피 포토에 물을 받아 전선 스위치를 꽂는다. 그리고 전원을 올린다. 커피 포토는 귀가 밝다. 금새 세~하는 소리를 내며 물이 끓는다. 1회용 커피 봉지를 딴다. 냉커피는 유리잔이 제격이다. 유리잔에 붓고 뜨거운 물을 커피분말이 잠길 정도로만 붓는다. 그리고 행정실에 가서 얼음을 얻어와 넣는다. 사각형 얼음 조막이 엄청 커서 빨리 녹을 것 같지 않다. 냉장고에 넣어뒀다 먹어야지. 컴퓨터를 켠다. 결재해야 할 공문이랑 업무가 열 넷개 올라와 있다. 그 중에서 교무부장이 쿨 메신저로 보낸 101기 교육행정전문직 연수 공문을 열어본다. 못보고 놓칠 수 있는 공문인데 역시 우리 배경숙 교무는 똑똑하다. 쿨 메신저로 내한테 보내어놓았다. 공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