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
[오프닝]
시그널 BGM START (잔잔하고 다정한 피아노 연주곡)
로사: 안녕하세요. 태백FM 100.5 <로사의 팝스디너> 로사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시대를 건너온 멜로디, 원곡과 번안곡의 만남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유독 마음이 가고 지워지지 않는 멜로디가
있습니다. 국경과 언어가 달라도, 좋은 음악이 주는 울림은 결국
똑같기 때문일 텐데요. 과거 라디오나 전축 앞에서 팝송 가사를
받아 적으며 음악을 사랑했던 시절, 그 아름다운 외국의 멜로디에
우리네 정서와 고운 우리말을 입혀 부른 '번안 가요'들은 우리에게
팝송 그 이상의 위로를 주곤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특별한 시간을 준비했는데요 시대를 풍미했던
위대한 팝송 원곡과, 그 음악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은 우리말
번안곡을 함께 묶어서 연이어 들어보는 '원곡과 번안곡의 만남'
특집입니다. 귀에 익은 멜로디가 언어를 바꿨을 때 어떤 색다른
감동으로 다가오는지, 지금부터 저와 함께 귀를 기울여 보시죠.
BGM END
로사: 첫 번째로 만날 곡은 진한 블루스와 애절한 가요의 만남입니다. 바비 블랜드(Bobby Bland)의 오리지널 원곡이죠. <Lead Me On
리드 미 온>을 듣고, 이어서 가왕 조용필의 목소리로 재탄생한
<님이여>까지 두 곡 연이어 듣고 오겠습니다. (큐)
(음악 1, 2: Bobby Bland - Lead Me On / 조용필 - 님이여)
2.04 3.15
로사: 원곡의 묵직한 블루스 감성도 훌륭하지만, 조용필 님 특유의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절창은 언제 들어도 소름이 돋습니다. 한 번
꽂힌 아름다운 멜로디는 이렇게 국경을 명작으로 이어줍니다.
두 번째로 만날 음악은 세상 모든 머리맡의 대화 같은 노래입니다.
안소니 퀸(Anthony Quinn)과 아역 배우 찰리가 부른 Life Itself Will Let You Know(라이프 잇셀프 윌 렛유 노) , 그리고 우리에게는 배우 최불암 님과 정여진 양의 목소리로 눈물겨운 감동을 주었던
<아빠의 말씀>입니다. 함께 듣겠습니다. (큐)
(음악 3, 4: Anthony Quinn - Life Itself Will Let You Know / 최불암,
정여진 - 아빠의 말씀) 3.54 3.53
계속해서 이곡은 정말 명불허전이죠 탐존스의 딜라일라와 우리나라에서 너무 유명했던 조영남의 딜라일라 연속해서듣겠습니다.(큐) 3.25 3.17
로사: "살다 보면 인생이 스스로 모든 걸 가르쳐줄 거란다..." 아빠가 나직하게 건네는 대사가 언제 들어도 참 따뜻합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 어릴 적 보릿고개 시절에는 참 배고픈 일도,
눈물겨운 일도 많았습니다.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태백산맥》
4권을 보면, 벌교의 한 초등학교 6학년 명길이라는 아이가 쓴
<미운 진달래>라는 시가 나옵니다. 배가 너무 고파서 산에 올라가
분홍빛 진달래꽃을 꼭 쌀밥처럼 생각하고 하루 내내 따 먹었다는
슬픈 동시인데요.
이 시를 본 명길이의 어머니는 자식의 손을 붙잡고 가슴을 치며 울부짖습니다. "이 미련한 놈아, 진달래꽃 그거 배고프다고 마구 처먹으면 속이 뒤집어져서 돼져버려(뒈져버려)!" 라고 말이죠. 배고픈 자식에게 꽃이라도 배불리 먹게 두고 싶지만, 빈 속에 생꽃을 많이 먹으면
피똥을 싸고 죽는다는 걸 알기에 가슴을 찢으며 소리쳐야 했던
그 시절 우리 어머니들의 마음... 오늘 들려드리는 이 다정한
'아빠의 말씀'을 듣다 보니, 문득 그 시절 우리 부모님들의 눈물겨운 사랑이 겹쳐 와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자, 이번에는 분위기를 조금 바꿔서 청량하고 신나는 곡들로 이어가 봅니다.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부부 듀엣, 알 바노(Al Bano)와
로미나 파워(Romina Power)가 부른 <Felicità (펠리치타)>입니다.
이탈리아어로 '행복'이라는 뜻인데요. 이 밝은 멜로디에 가수
이용 씨가 노랫말을 붙인 <사랑과 행복 그리고 이별>까지 함께
달립니다. (큐)
(음악 5, 6: Al Bano & Romina Power - Felicità / 이용 - 사랑과 행복 그리고 이별) 3.11 2.54
로사: 어깨가 저절로 들썩이시죠? 신나는 기세를 몰아 한 걸음 더
추억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클린트 홈즈(Clint Holmes)의 맑은
코러스가 매력적인 , Playground In My Mind (플레이그란운드 인 마이 마인드)그리고 70년대 큰 사랑을 받았던 시각장애인 가수 이용복 님의 <어린 시절>을 연속으로 듣겠습니다. (큐)
(음악 7, 8: Clint Holmes - Playground In My Mind / 이용복 - 어린 시절) 3.39 2.46
로사: "자갈길을 깡총 뛰며 냇가로 가자~"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순수했던 어린 시절의 골목길로 단숨에 시간 여행을 다녀온 기분입니다.
이번에는 통기타 시절의 낭만이 가득한 곡입니다. 그리스의 국민 가수 나나 무스쿠리(Nana Mouskouri)의 맑은 음색이 돋보이는 곡이죠. <Me (Mantili Mou T'Aspro 메만디리 무타스프로>, 그리고 세시봉의 주역 윤형주 씨가 부른 세기의 번안곡 <하얀 손수건>입니다. (큐)
(음악 9, 10: Nana Mouskouri - Me / 하얀 손수건)
2.21 2.57
로사: 이어서 신나는 포크 록의 거장, CCR의 Cotton Fields (코튼필즈)와 장계현 씨의 걸걸하고 매력적인 목소리로 듣는 <목화밭>까지 신나게 이어 듣겠습니다. (큐)
(음악 11, 12: CCR - Cotton Fields / 장계현 - 목화밭)
[AUDIO] BGM START
(심수봉 - 백만송이 장미 전주 믹스 - 멘트 내내 잔잔하게 깔림)
로사: 오늘 <로사의 팝스디너> 원곡과 번안곡 특집, 어떠셨나요?
노래는 각각 두 곡씩이었지만, 마치 하나의 긴 추억의 강물을 따라 여행을 다녀온 것 같습니다. 언어는 달라도 좋은 멜로디는 결국 우리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이어준다는 걸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오늘 마지막 곡을 소개해 드리기 전에,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
한 토막을 들려드릴까 합니다. 세계적인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의 명작 중에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이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이 소설은 추리소설 역사상 가장 거대한 충격을 준 작품으로 유명한데요. 왜냐하면 범인을 추적하는 탐정의 조수이자, 독자들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친절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던 '의사 셰퍼드'가
알고 보니 사람을 죽인 진짜 살인범이었기 때문입니다. 독자들은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완벽하게 속았다는 사실에 전율을 느끼게 되죠. 가장 가까운 서술자가 범인이었다는 이 소름 돋는 반전처럼, 어쩌면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익숙한 일상이나 흔한 노래 속에도 우리가 미처 몰랐던 거대한 이야기와 반전이 숨어있을지 모릅니다.
오늘 마지막 대미를 장식할 곡도 바로 그런 숨겨진 반전 같은 사연을 품고 있습니다. 바로 러시아의 국민 가수 알라 푸가초바(Alla Pugacheva)의 원곡 <Миллион алых роз (밀리온 알릐흐 로스)>입니다. 이 노래는 흥겨운 리듬과 달리, 한 가난한 화가가 무명 여배우를 짝사랑해 자신의 전 재산인 집과 그림을 모두 팔아 광장을 장미꽃으로 가득 채웠다는, 처절하고도 슬픈 고독이 담긴 반전의 사연을 가진 곡입니다. 우리에게는 심수봉 님의 애절한 목소리로 너무나 친숙한 <백만송이 장미>이기도 하죠.
원곡과 번안곡이 가진 그 처연하고도 아름다운 백만송이 장미의 향기를 가슴 깊이 음미하시면서, 오늘 방송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태백FM 100.5 로사의 팝스디너 로사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BGM끝나면서 2곡 연이여 나감.
(음악 13, 14: Alla Pugacheva - 미안 알릐흐 로스 / 심수봉 - 백만송이 장미)</Миллион></Felicità> 5.53 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