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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규가 김계원 방치하지 않았더라면...10.26의 반면 교사 장면
- 12.3 주역 김용현, 박근혜 때 '계엄작전-해외도피' 조현천과 육사 동기
- 나머지 군계통 '현행범들' 여전히 현직 유지의 심각성
- '밥그릇'에 들고 일어났던 검찰, '무능 무력' 공수처도 기대난망
- 국수본 수사는?...대통령 탄핵 별개, 쿠데타 국감·감사원감사 필요
나도 한때는 앉으면 기사 작성, 누우면 지면구상, 밖에 나가면 취재였던 때가 있다. 지금은 앉으면 넷플릭스, 누우면 10분내 사망이다. 밖에 나가면 이제는 길을 간다. 두 발로 달리고, 자전거 페달도 굴리고, 산길도 헤맨다. 그리고 생각한다.
내가 달린 길이 나를 만든다. 사람은 몸을 움직여야 마음과 머리가 굳지 않고, 그렇게들 각성된 마음들이 세상을 지탱하고 발전시킨다.
길 위의 생각은 샛길로 새기 일쑤다. 어디까지 했더라?를 반복하고, 말투도 존대 하대 욕설까지 오락가락이다. 그런 것들을 그냥 쓴다. 그래야 나중에 진짜 치매로 헛소리를 해도 “쟤는 원래 저랬어”하고 치매체를 독특한 개성으로 인정받아 밥줄을 이어갈 수 있을 테니까.
어디 나만 그런가? 초고령화 사회를 맞는 대한민국 사람들은 난무하는 치매체 글들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한때 명민했다는 소리 듣던 이들이 나이 들어가면서 이전 말을 뒤집고, 알아 듣지 못할 방언같은 글과 말을 흩뿌리는 걸 보는게 일상이 될 것이다. 벌써 그런 조짐을 보이거나, 이미 발병한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편집자 주]
1979년 10월26일.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독재자 박정희를 제거함으로써 대한민국에 민주주의 회복의 희망을 던졌다. 그로부터 채 두달이 안 돼 김재규를 수사하던 전두환 합동수사본부장 등 신군부가 12.12 쿠데타를 일으켰다. 무려 반세기가 지난 2024년 12월, 우리는 다시 민주주의를 짓밟는 독재자와 그 하수인 군대의 계엄 쿠데타를 경험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회복하는데 그토록 먼 길을 돌아야 했음에도, 안보와 이념을 팔아 군사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는 세력이 여전히 대를 이어 암세포처럼 우리사회에 자라 왔던 것이다.
이 황당하고 비극적인 상황을 잉태하게 된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10.26이라는 절호의 기회에서 신군부에 칼을 쥐어 주게 되는 그 순간을 맞딱드리게 된다.
4일 오후 조국혁신당 의원들이 윤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내란죄 및 반란죄 고발장을 국가수사본부에 접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재규가 김계원 방치하지 않았더라면...10.26 결정적 장면
김재규는 박정희를 사살한 뒤 정승화 참모총장과 자동차를 타고 궁정동 안가를 나온다. 자신의 직할 부하들이 있는 중앙정보부가 아닌 군부의 심장 육군본부로 향한 게 결정적 판단 미스였다. 나는 그보다 한 장면 앞서, 그가 박정희와 차지철을 사살한 뒤 박정희의 비서실장 김계원을 놓아 두었던 데 비극의 뿌리가 있다고 본다. 김재규는 김계원이 동네 선배인데다 사고 칠 인물이 못돼 자신의 거사에 동조하거나 최소한 방관자 입장을 취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김계원은 다음날 새벽 김재규가 군부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고 체계적 계획도 없었던걸 눈치 채자, 국방장관과 참모총장에게 슬쩍 김재규가 범인이고 그를 체포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역사에 가정은 부질없는 짓이지만 배울 건 있다. 10.26의 과실을 군부에 헌납한 장면을 복기해서 배울 것은?
“사람을 놓치지 마라”
축구에서도 늘 하는 말이다. 공 쫓아 다니다보면 어느 새 빈틈을 헤집고 들어 와 있는 공격수를 놓치고 골을 먹게 된다. 김재규가 김계원을 제거하진 않더라도 최소한 억류하거나 무력화시켰다면 10.26의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역사의 전환점에서 핵심 인물을 방치하고 놓아 두다간 또다시 황당한 결과를 맞게 된다.
-12.3계엄쿠데타 주역 김용현 '도피' 우려, 나머지 '현행범들' 여전히 현직유지
12.3 계엄쿠데타가 일단은 저지됐지만 아직 끝난게 아니다. 황당한 비상계엄 시도로 윤석열이라는 ‘제왕적-재앙적 대통령’의 위험성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비상계엄 선포와 실행 과정 자체가 위헌 위법이라는게 일반 국민들은 물론 법 전문가들의 압도적인 의견이다. 국민의 73.6%가 대통령 탄핵에 찬성(4일 리얼미터, 에너지경제신문 의뢰 조사)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비상계엄 쿠데타가 유례없는 검찰독재를 청산하고 한국의 민주질서를 회복할 기회를 주고 있지만 그 주역들은 활동의 자유를 전혀 제약받지 않고 있다. 김용현 국방부장관을 제외한 나머지 주역 조연 동조자들은 여전히 자리까지 굳건히 지키고 있다.
4일 국회 국방위 현안질의에서 확인했듯 박안수 계엄사령관은 TV를 보고 알았고, 국회에 병력출동을 명령한 적도 없다고 했다. 계엄포고령도 “법적 검토를 끝냈다”는 김용현에게 전달받았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쿠데타 핵심 인물인 김 전 장관에게 현사태의 책임을 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방위 출석으로부터 도피하고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해임 아닌 ‘면직’의 편의를 봐 준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김용현국방부장관-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으로 이어지는 라인이 이번 비상계엄의 핵심 책임자들인데 김용현을 제외하고는 모두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윤대통령은 “내가 뭘 잘 못 했냐”고 뻗대고, 행방이 묘연한 김용현은 이미 해외도피설이 나돌고 있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김용현은 2017년 박근혜 탄핵 심판을 앞두고 비상계엄 계획 문건 작성을 지시한 조현천 전기무사령관과 육사 동기다. 그는 수사가 시작되자 바로 미국으로 출국해 5년간이나 도망다니다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귀국했다. 그는 직권남용혐의로만 구속됐다가 석달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연금도 복권되는 등 사실상 면책된 상태다. 이번 계엄과정 뿐 아니라 외국 도피 노하우도 두 사람이 공유했을 거라는 건 상식적인 추론이다.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 자신들 밥그릇에 들고 일어났던 검찰, 쿠데타에는?...공수처도 기대난망
윤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신분이라 당장 수사나 체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김용현-박안수-곽종근-이진우는 당장이라도 체포가 가능하다. 실체적 진실이 가려진 사건도 아니고 TV와 유튜브를 통해 전 국민이 지켜본 일이다. 이들은 현행범인 것이다.
김용현 스스로도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 무단 난입한 부대가 자행한 일도, 그 부대의 지휘관도 알려져 있다. 이들이 법적으로 어떤 책임을 얼마나 져야 할지는 사법적 절차를 통해 가려져야 할 일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이들은 범죄혐의가 명백한 행위를 저지른 현행범인 것이다.
경찰이 길에서 다른 사람을 두들겨 패는 폭행자를 보고도 그냥 지켜볼 수는 없는 일이다.
시민단체, 야당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책임자 고발이 봇물처럼 이뤄지고 있다. 야당이 자신들 특별활동비를 삭감하고 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을 탄핵한다고 벌떼처럼 일어났던 검찰 조직은 사상 초유 대통령에 의한 위법위헌 계엄쿠데타에 대해 단 한마디가 없다.
‘검수완박’으로 검찰의 수사범위가 ‘경제범죄와 부패범죄 등’에 한정돼 있다고 발을 뺀다. ‘~등’으로 사실상 어떤 사건이든 수사할 수 있는 논리와 이유를 만들어 내 온 검찰이 말이다. 서울중앙지검이 5일 오전 김 전 장관을 출국금지했다지만 대통령 부인 수사등에서 보여준 혁혁한 '면피용 수사' 전력을 볼 때 별로 기대할 게 없는 조직이다.
군사반란죄는 군검찰이 수사하는게 원칙이겠지만 채해병사건 처리과정에서 봤듯, 군 최고수뇌부가 가담한 쿠데타를 군검찰이 주도적으로 수사하기를 바라긴 역시 기대난망이다.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공직자를 수사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다. 내란죄는 수사대상이 아니라지만 권력남용 등에 대해서는 수사가 가능하고, 대통령이 아닌 장관 등 고위공직자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이들을 수사하면서 대통령의 관련 범죄혐위가 소명되면 검찰이나 국가수사본부(국수본)등에 이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공수처의 존립이유를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지만 공수처장의 성향이나 조직구성, 조직분위기를 볼 때 한숨만 나올 수 밖에.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지난 3일 비상계엄 때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참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수본에 실낱 기대...탄핵 별개로 쿠데타 국정감사, 감사원 감사 등 동시 추진해야
현실적으로 국가수사본부가 가장 수사권에 근접해 있다는 견해들이 많다. 국수본이 속한 행정안전부장관, 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 등도 내란죄의 공범 혐의를 받고 있지만, 그래도 ‘수사권 독립’과정에서 탄생한 조직이다. 조지호 경찰청장등 경찰이 쿠데타 초기단계에서부터 모의했고 국회봉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오명(?)을 풀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다.
김용현에 대한 출국금지 요청이 이어지자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은 4일 오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출국금지시키도록 안보수사단장에 지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수사가 신속히 진행되지 않고 핵심인물들에 대한 신병확보도 이뤄지지 않는다면 계엄과정을 조사하기 위한 특검을 발의하는 수도 있다. 윤대통령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더라도 탄핵과 더불어 계속 추진할 수 밖에 없다.
국방부와 행정안전부 등을 상대로 비상계엄 관련 국정감사도 검토해봐야 할 것이고, 감사원에 관련 부처 특별감사를 요구해 감사를 실시할 수도 있다.
이 밖에도 대통령 탄핵과 별개로 할 수 있는 건 뭐라도 해서 핵심 주도 인물들을 무력화시키고 수사대상에 올려야 한다. 혹여라도 이어질 수 있는 두 번째 쿠데타 시도나 또 다른 엉뚱한 정치적 반격, 혹은 북한 선제공격같은 또 다른 ‘상상을 초월하는 짓’을 막기 위해서이다.
국수본 아니라 검찰 공수처 감사원...어디든 누구든 뒤틀린 대한민국 민주정치를 세울 ‘의인’이 한 명이라도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내 노후와 우리 자식들의 미래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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