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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연화도 봄맞이
그동안 따뜻한 날씨에 봄이 오나 하였는데 지난 한 주 쌀쌀한 바람에 혹독한 꽃샘추위라 하더니 절기상 내일이 경칩으로 다소 수그러들었지 싶은 주말이다.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뱃길 따라서 남쪽으로 24km쯤 연화도를 향해 50여분 배는 물살을 가른다. 우리나라 3,510개의 섬이 대부분 남해에 몰려있어 다도해라 불리며 그 중에 청정해역의 한려수도로 불리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을 내달린다. 연화도는 행정구역상 통영시 욕지면에 속하며 욕지섬을 본섬으로 일흔 한 개 크고 작은 섬 중에 하나이다. 일찍이 이조중엽에 서산대사의 제자인 사명대사가 연화도 토굴에서 수도를 하였는데 우연히 함께 만나 같이 다니던 비구니인 누이 보은과 처 보월과 애인인 보련을 삼생인연으로 이곳에서 만났다. 그 후 사명대사와 다시 헤어졌지만 그들은 함께 수도하여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휘하에서 많은 공을 세운 자운선사로 불리고 있으니 그들의 발자취는 연화도의 전설로 전해오고 있으며 비록 자그마한 섬이지만 규모가 아주 웅장하니 큼직한 보덕암과 등 너머에는 연화사라는 두 개의 사찰이 있다.
배는 섬의 초라한 포구에 들어서고 갈매기가 현란하게 휘저으며 반갑게 맞는다. 등산은 여객선터미널에서 시작된다. 조용한 섬마을에 우선 옥상마다 푸른 칠을 한 큼직한 통들이 눈에 들어온다. 섬의 특성상 물이 문제로 물을 받아 저장하는 그 무엇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용기이다. 섬에서 가장 높은 연화봉(212m) 이라지만 불과 1.3km 거리로 등산보다는 그냥 편안하게 오갈 수 있는 산책길이라는 것이 더 어울릴 성싶다. 사실 섬사람들은 산을 방패막이로 살아가지만 삶의 터전은 바다라고 할 것이다. 산에는 곳곳에 두릅나무가 산재하며 봉긋한 나무 끝이 싹을 밀어 올릴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지 싶다. 오리목은 새열매가 초록빛 물기 촉촉하게 흐르고 찔레나무순이 나오고 쑥이 뜯을 만큼 자랐다. 수국도 눈망울 틔우고 개나리도 준비하며 유채꽃이 피고 무공해에 잎이 두툼하니 반질거리는 동백나무도 한참 꽃이 피고 또 준비를 하면서 망울망울 총총하게 맺혔다. 매화나무도 흰 꽃 붉은 꽃을 활짝 피웠다. 좀은 바람이 냉랭하지만 곳곳에 봄을 걸어놓고 그들만의 잔치를 풍성하게 벌이고 있는 것이다.
정상에 올라서면 섬은 한 눈에 들어올 만큼 작다. 사방팔방을 휘둘러본다. 또 다른 섬들이 울타리를 치고 있다. 그 속에 이 섬이 들어 앉아있는 모습이 마치 연꽃잎을 떠올리게 하여 연화도(蓮花島)라는 아주 고운 이름을 얻어냈을 것이다. 섬은 온갖 파도에 씻기면서 대부분 사방이 기암절벽으로 되어있다. 마치 용이 대양을 향해서 헤엄쳐 나가는 형상의 용머리는 통영팔경 중에서 으뜸으로 불리만큼 경탄을 자아내게 하면서 섬의 아름다움은 맨 앞 외돌바위에서 이어진 모습이 .......처럼 말을 잃게 한다. 2년여 전에 이 섬의 이름에 걸맞게 아미타대불이 정상에 우뚝 세워지고 토굴터를 지나 기슭에 5층으로 지어진 보덕암에 닿는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용머리는 가히 절경이라 할 것이다. 그 너머로 소매물도가 있으련만 짐작만 할 뿐 가려서 들어오지 않는다. 시퍼런 바다에 소금쟁이처럼 물살을 가르고 고깃배가 하얀 물길을 남기며 가는 모습에 한동안 넋을 놓고 바라본다. 눈앞에 납작 엎드린 원주민이 살던 집인가 보다. 좀은 앙증스럽지 싶으면서도 초라하니 지금도 그 누가 살고 있을까나 궁금하다.
섬의 끝부분인 동두마을로 간다. 왼쪽 기슭에 무덤들로 이 섬에서 태어나 끝내 섬을 벗어나지 못하고 이곳에 묻혔을 것이다. 끝자락 포구에는 민박집에 몇몇이 바닷말을 걷어 올리고 우럭 돔 양식장이 있다. 비록 몇 평에 지나지 않을 작은 텃밭이지만 이곳의 따뜻한 날씨를 연상할 수 있을 만큼 통통한 배추와 알몸의 무가 그냥 겨울을 나고 검붉은 빛깔의 상추도 다시 몸을 추슬러 봄을 반기며 싱그러움으로 반들거린다. 까치와 까마귀가 서로 영역다툼이라도 하는지 짖어대며 갈매기도 한 몫 거든다. 시멘트 포장도로 짧은 거리지만 자동차가 가끔 질주를 한다. 도로를 따라 가다가 불과 20여년 최근에 세워진 연화사를 들러보고 여객터미널로 향한다. 곳곳에 많은 투자를 하여 관광객유치에 심혈을 기울였음을 느낄 수 있다. 바람이 점점 강해지면서 추위를 느끼게 한다. 아직은 습관처럼 몸을 움츠리게 하지만 개불알꽃 같은 끈기로 봄기운은 연화도를 이미 점령하고 산에서는 새싹을 움틔우고 바다는 어부들의 손놀림이 자연 부드러울 것이다. 그 기운이 뭍을 향해서 가고 바다는 잠들지 못했다 |